인턴 출근 첫 날

백합의 사명을 가득 띤 채로 오늘도 활기차게 학교에 갔습니다. 으음, 반달 전 여기에 마지막 화공실험 리포트를 제출하러 왔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여기에 앉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지도교수님과 면담을 하고.

유세현 : 출근시간은 어떻게 할까요?
교수 : 어, 그건 자네 편할대로 하게. 난 대학원생들도 자율 출근에 맡기니까, 선배랑 상담해서 알아서 해.

.......음... 뭔가 아주 특이한 랩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유세현 : .....라고 하셨습니다.
내무실장박사과정 선배 : 세현군이 원하는 시간대를 먼저 말해봐.
유세현 : 주말을 쉰다고 가정했을 때, 겹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절취선>이고, 두 번째는 매트랩 스터디가 월수금 오후 4~6시에 있어요.
선배 : 아, 매트랩을 배우는구나.
유세현 : 네. 그리고 저는 아침이라면 설령 6시 50분까지 출근도 가능하지만, 시험기간때도 저녁밥이 기숙사에서 8시에 끊겨서 7시 정도엔 돌아갔었습니다. 물론 여기서야 9시나 10시 퇴근도 해야 한다면 할 수 있지만, 그냥 참고만요.
선배 : 응, 그럼 방학이니까 아침엔 9시 30분 출근, 그리고 끝내는건 저녁 6시 칼퇴근. 월수금은 매트랩을 공부해야 하니까 4시에 퇴근시켜 줄게요. 그럼 괜찮지?

....아무리 인턴이라지만 심하게 날로 먹는 기분이 드는데.
뭐, 알아서 기면 되겠지.

소장 : 인턴 기간은 아시다시피 1월 7일부터 2월 29일까지입니다. 약 2달간을 일하게 되고. 학부생 입장에서는 연구실에서의 생활을 미리 알 수 있고, 연구실 입장에서는 좋은 학생들의 리쿠르팅 조건이 되니까 많은 것을 얻어가길 바라요.
인턴생들 : 네~
소장 : 아, 그리고 2월 18~20일에 2박 3일간 워크샵이 있어요. 학부생들도 모두 참여가 가능하니까 같이 가게 될 거예요. 초반 이틀 가량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질 거고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여러분도 나름대로 실험에 참가하니까, 간단하게나마 포스터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으음, 포스터인가.. 포스터가 뭐지?
페이퍼는 논문일 테고. 간단한 ppt를 포스터라고 부르던가?

소장 : 워크샵은 ㅇㅍ스키장에서 개최됩니다. 그러니 마지막 3일은 아마

하루종일 스키를 탈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요.
다른 학부생들 : 와아~

유세현 : ............ (<-스키 탈 줄 모르는 1人)


스키가 뭔가염, 먹는건가염?
연구도 모자라서 그런 듣보잡 운동까지 해야돼?

저기, 미나즈키형. 세뇌형.
스키라는 것은 어떻게 타면 되는 거지??

[그 방법 내가 가르쳐주지!! 우선 장비를 갖추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이렇게 굴러서 백합꽃모양을 온몸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스키타는 방법이다!!]

오오, 과연..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