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과 동창회보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3월 말에 다녀온 럭셔리 화학공학과 총MT, 다녀와서 모임 후기 쓰는 식으로 MT후기를 적었다가 우수 MT로 선정되어 도서상품권을 받았다, 는 얘긴 4월 중순에 했었죠.
그리고 지난 달, 즉 5월 말쯤에 선형대수를 끝내고 나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유세현 : 미즈우미입니다.
과사 : 네, 화학공학과 사무실인데요. MT 후기 쓰셨던 분 맞죠?
유세현 : 맞습니다..만?
과사 : 그 후기를, 이번에 화학공학과 동문회보 내는 데 실으려고 해요. 괜찮겠어요?
유세현 : 뭐, 그리 잘 쓴 글도 아닌데 그걸 갖다가 실어도 될까 모르겠네요^^;;;
과사 : 대강 글만 편집해서 저희들이 올릴게요.
유세현 : 그럼, 기왕에 제 글이 올라가는 거니까.. 회보 발간되면 한 권 얻을 수 있을까요?
과사 : 네, 6월 말쯤에 오시면 드릴게요.
해서 어제 찾아가서 받아왔습니다.
하고 촥 펼쳤습니다.
대략 세 페이지 정도가 할해되어 제 MT 후기가 실려 있는데..
.....
화학공학과를 대표하는 동문 회보에 '케로로 중사' 같은 단어를 실은 사람은 아마 회보 발간 처음이 아닐까 잠시 헛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것까지 수정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싣다니, 과연 화공과로군 (먼바다)
뭐, 그나저나 전체적으로 읽고 나서야 저는 제 글에 심각한 가위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응?] 원래의 제 글 본문에 적혀 있던 문단이 하나 사라진 겁니다!
“밑에 슈퍼 있으니까 거기서 사마시면 될 거 같네요.”
겨우 물 먹는데 돈까지 써야 되나. 저는 가방을 뒤져 봤습니다. 몇 개 있을텐데.. 하고 찾아 보니, 결명자차의 티백이 나오는군요. 차를 끓여 마시기로 하고 주방에서 주전자를 꺼냈습니다. 물을 붓고,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손을 얹고, 주문을 영창.(?)
“㎃㎂㎉앗뜨뜨뜨뜨㎧㎡㎂㏀열열열㎐㎒㎻㎕열나열라열나열라㎌~!!”
다시 뚜껑을 열어 보니 미동도 없는 물이 찰랑거립니다. 으음, 역시 지금의 나의 실력으로는 아직 마법을 쓸 수 없구나. 별 도리 없이 주전자를 가열기 위에 올려놓고 불을 당겼습니다.
.....분명히 원래는 제가 이렇게 써서 후기를 올렸는데,
이 문단이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정의의 마법사(正義の魔法使い)가 되기 위해 심지어 총MT에 가서조차 사그러들지 않는 정성으로 마법을 수련하는 저 필수적인 장면을 빼먹다니! 어떻게 된 거야 이게-!!!
편집을 과사에서 알아서 적당히 했다고라!?
[저기 말이야, 진지하게 지금 저 마법 부리는 장면이 MT후기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당연하죠. 언젠가는 MT후기 정도가 아니라 논문이나 연구업적 등이 실리는 날이 와 주겠지.. 그땐 반드시 저 마법영창 장면을 넣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는 바입니다.
내 말이 맞잖아요!
어이, 거기! 고개 돌이지마! 정신병원에 전화하지마!
내년부터 진정한 정의의 마법사가 될 거란 말이야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