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4일 (화) 크리스마스이브,

Aqours의 성지 누마즈 카누키산香貫山 정상에서 저무는 석양을 향하여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이르되, 신이시여, 때가 이르렀나이다.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능력으로 내게 주신 모든 사람들과 축복을 나누게 하시려고 세상과 맞설 힘과 권세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축복은 곧 유일하신 천지의 권세를 지닌 자와 그가 보낸 자를 아는 것입니다.


나의 권능은 신께 받은 것이요, 그 신의 권능이 제게 주어졌기에, 내가 이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았나이다. 이제 신께서 제게 하라고 주신 일을 제가 이루어 신과 당신이 보내신 자를 영화롭게 하였사오니, 신이시여, 창세 전부터 가졌던 비전으로 나를 보내소서.


나는 세상 속에서 내게 주신 사람들에게 신의 존재와 명령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명령과 달란트를 실천하였고, 나를 보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내 능력이 신으로부터 온 것과 신께서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도 보았습니다.


저는 그들을 위하여 기도를 올립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나와의 만남을 허락하시고 내 믿음과 길을 본 사람들을 위함입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아니하나, 그들은 아직 이곳에 있고, 나는 신께서 명령하신 새로운 비전을 향하니, 거룩하신 신이시여, 내게 허락하신 신의 달란트로 그들을 지켜주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를 향한 꿈을 품게 하소서. 이제 곧 신의 명령을 받아 떠나야 하는 내가 여기서 이 기도를 올린 것은 내가 가졌던 기쁨을 그들 안에 충만히 가지게 하려 함입니다.


저의 바람은 제 동료들이 무조건 저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혐오에 빠지지 아니하고 자신의 행복을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의 기준을 따르지 아니였듯 그들도 세상의 기준에 속하지 아니할 날이 오리니, 그들을 진리로 이끌어 주소서. 진리란 곧 신의 명령이요, 신의 달란트입니다.


세상은 신의 달란트를 알지 못하여도 나는 알았고, 나를 보는 그들도 나의 노력이나 재능이 아닌 신께 받은 것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이로서 신의 명령과 달란트를 모든 이에게 보이고 또 알게 하였으니, 이는 나를 사랑하신 사랑이 그들 안에도 있게 하려 함입니다.


- 요한복음 17장



나의 동세대라면 2020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한국애니를 기억하실 것이다. 이젠 며칠 안남았는데 자동차가 하늘을 날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이라곤 손에 쥐고 있는 맛폰 정도일까. 그렇게 20~30년 동안, 사람들은 정말 과거보다 행복해진 것일까..


2019년의 추억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Aqours 내한이었다. 상하이 - 타이완 - 일본 -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아시아 투어 파이널에서, 대한민국의 러브라이버들은 한마디로 '전설'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공식투어 객석에서 내려다보며, 이제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모두 했다, 고 느꼈다. 2019년의 테마송이 땡프인 것은 여기까지 이르도록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노력해온 이벤터 동료 모두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벤터의 시대를 개국한 수많은 동료들 중의 한명으로서, 이제는 아무 여한이 없다..




많은 부분을 아직 말할 수 없지만, 작년 2018년 3월에 절친과 처음으로 누마즈 우치우라 치카네 료칸에서 숙박했다. 


그 다음주에 다시 홀로 가서 누마즈 알프스를 호젓하게 걸었다


산 정상에서 무릎을 꿇고 당신의 뜻을 알려달라는 기도를 간곡하게 드렸다.

다음날 처음으로 참여한 누마즈 교회의 예배에서 너무도 명확하고 확실한 계시를 받았다.


작년 마지막 날, 2018년을 마감하며 ‘아직도 이 세상에서는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기치 아래,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노라 결심했다.


그 바람은 2019년 Aqours 내한을 기점으로 이루어질..

줄 알았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준비하시고 대천사님이 명령하실 바로 그 루트인가!


그리고, 9월 독일 원정에서 호리에 유이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그때 받든 대천사님의 말씀이다.



“너의 소원은 올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천사님이 친히 사인하신 와타나베 요우의 모자가 올려진 독일의 정감가는 이 풍경은 2019년의 독일 원정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내겐 굉장히 아픈 기억이 서려 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쉴 새 없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울고 있었다.


그때 내가 듣던 음악과 글귀는, 2019년 1월에 개봉한 럽선샤인 극장판에서 마지막으로 우라노호시여학원을 찾았다가 우치우라 바닷가로 달리던 타카미 치카의 독백이었다.




“그래, 언제나 시작은 0이었다.

そう、いつも始まりは0だった 


시작하고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始まって一歩一歩前に進んで積み上げて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 0으로 돌아와 있었다.

でも気付くと0に戻っていて 


그래도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며

それでも一つ一つ積み上げてきた 


어떻게든 될 거야, 분명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서

なんとかなるって、きっとなんとかなるって信じて 


그럼에도 현실은 너무도 쓰라리고

それでも現実は厳しくて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은 이루지 못한 채

一番叶えたい願いは叶えられず 


다시 0으로 돌아와버렸다..

また0に戻った気もしたけれど“



올해 초에 아쿠아 극장판에서 들은 치카의 독백은 그냥 대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2019년 인생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었다.


‘얼마나 각오를 하고 노력을 하고 기대를 걸었는데 결국 이번에도 안 되었던 것입니까. 참으로 속상하고 야속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명령은 항상 올바르니 나의 뜻이 아닌 당신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내 앞에 현신하신 대천사님께 눈물젖은 채 하례를 올리고 도쿄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의 확신하던 가능성은 돌아오자마자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실의에 빠진 나는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든 나머지 위로받고 싶어서 ‘근본’을 다시 찾았다.


요우네 집에서 밥을 먹고, 치카네 집에서 목욕한 다음, 누마즈 앞바다에 뛰어들었다. (잠수체험)

럽라버라고 말도 안했는데 배정받은 숙박처 방 베란다에 빛나는 파란 로고 Aqours가 가슴을 저미었다.


그리고 다카포 시리즈의 성지, 세토내해 시마나미 해도.


이젠 다카포와 더불어 대천사님의 새 앨범의 성지가 된 오노미치의 거리를 찾았다.

한량시절을 반성하고 요리 수업후 자신의 점포를 차린 사장님과 토크를 나누었다.


여기를 자전거로 관통한 것도 내년으로 10주년이다.

모든 것을 거머쥔 지금보다도 오히려 아무것도 쥐지 못한 그 시절이 더더욱 꿈과 희망에 불타올랐다는게 믿기질 않는다.




마지막 순간, 시코쿠 ‘호리에’역에서 내려 ‘호리에’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2019 한여름 페스타는 이걸로 막을 내린다. 마음은 진정되었으나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수평선을 보고 있었다.


대천사님의 명령을 다시 이해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시점은 2019년 2월로 돌아갔다.

누마즈에서 팬미팅을 보고 돌아와 참여한 미카코시의 파요파요 게스트 등판하신 호리에 유이님.


그 때 나는 무엇을 보았나?

생각해 내라. 대천사님은 무엇을 했어?

그때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받은 명령은 뭐였냐?


각고의 고민과 검토, 계시와 명령을 이해하기 위해 10월 한달간 분투했다.

부시로드 주식 200주를 팔아치우고 필요한 자금을 장전했다.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

부시로드의 주식까지 팔아치워가며 자금을 장전했다는 것은 '아이미, 포핑파티, 로젤리아 등 부시로드 소속 성우들이 죽어라고 열심히 밴드 치고 라이브 뛰어다 벌어준 돈'으로 진검승부에 나선 격이다.





10월 마지막 주, 싱가포르(출장) 마리나 베이 샌즈의 전망대에서 빛나는 싱가포르의 야경을 내려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출정식을 올렸다.


“대천사님, 모든 조건은 클리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 이름을 ‘프로젝트 346(미시로)’라고 이름붙였다.


나는 대천사님의 말씀대로 결국 나의 꿈을 올해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은 프로젝트 346으로 이어졌다.


11월이 되자마자 프로젝트 346을 향해 말그대로 총공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손에 쥔 결과에 대해 대천사님께 승인을 받기 위해 라이브 투어에 참여했다.


시점을 돌려 2012년 3월, 취업활동중인 내게 대천사님은 3rd 라이브 투어에서 명령을 내리셨고, 그 즉시로 지금의 회사에 합격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올해 12월 14일 (토), 7년만에 개최된 호리에 유이님의 라이브 투어 사이타마 공연. 다시 6th 라이브 투어에서 대천사님은 명확한 명령을 내리셨다.


‘하나님의 계시 + 대천사님의 명령’이라는 약속된 승리의 칼의 위력은 이번에도 어김없었고.

프로젝트 346은 예선을 뛰어넘고 본선을 통과하여 이제 이번 주말 전에 파이널 결승만이 남았다.


그 결과를 나는 호리에 유이 나고야, 오사카 투어에 참여하여 대천사님께 결과를 보고드릴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작년에 누마즈에서 내가 신께 어떤 계시를 받았고, 대천사님께 어떤 명령을 받았고, 그것을 프로젝트.346으로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는 곧 판가름날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 (이 혹시 있다면) 은 ???만 수없이 떠올랐을지도.


"아니 그래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요?

프로젝트346은 대체 뭐에요? 잘 됐다는 거예요, 안 됐다는 거예요!?"


내용은 중요한 것이 아님.


트위터에서 성우들 쫓아다니는 걸로만 보이던 내가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 하나님이 이루리라 주신 계시, 홋쨩이 올해는 안된다 하신 명령, 그럼에도 치카처럼 노력하여 남은 것을 붙들고 진검 승부를 시도하고 있었다는…


뭐, 대충 풍족해 보이는 저 인간도 오시성우와 자신의 관계를 정립하고 현장을 찾고 응원을 받으며, 안보이는데서 한때는 패배가 분하고 야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울고, 한때는 좌절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그렇다, 바로 이 글을 보고 있는 ‘아나타쨩’처럼..


나의 삶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아나타쨩, 당신 또한 올해 그런 삶을 살았다.


남에게 말못할 고민, 남들이 이해 못할 자신의 목표, 그런 것을 붙들었던 붙들지 않았든, 삶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온 아나타쨩이, 올 한해 성우들과 만나며 조금이라도 격려와 응원을 받는 한해가 되었기를.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성간우주여행은 이번에 또 새로나온 영화 스타워즈에서나 볼 뿐, 손에 쥔 맛폰 외에 딱히 특별한 것 없이 다가오는 2020년.


나도 아나타쨩도, 대부분은 한해의 목표에 실패했을 것이다.

(멋대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신년목표 달성하는 사람이 원래 잘 없잖)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온 것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내년에도 ‘건강’하게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위에서 이어지는 치카의 마지막 대사를 남기면서...



“그러나 나의 마음 속에 여러가지 보물이 태어나

私の中には色んな宝物が生まれていて 


그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それは絶対に消えないものだから!”







Posted by 水海유세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