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여름 페스타 이래 6년만의 후지산 정상 등반을 정리한 포스팅.


6년 전에는 시도하지 못한 분화구 일주(お鉢巡り)도 소화하였다. 2009년의 1차 후지산 등반이 코미켓-후지산-아니서머였다면, 2015 후지산 등반은 TBS아니페스타-후지산-코미켓의 일정. 후배들: 그 스케줄 암만 봐도 너무 이상해요


체력이 떨어진 아쉬움과 더불어, 쇼미더머니를 친 적절한 장비의 성과가 좋다. 역시 장비는 돈지랄한 값을 한다


가급적 6년 전 후지산 등반 기록과 겹치지 않게 새로운 내용 중심으로 적었다.





・ 일정 : 2015/8/12-13 (화-수)

・ 루트 : 요시다 등산로

・ 숙박처 : 본8고메 후지산호텔산장 (고도 약 3,200m)

・ 투어회사 : 윌러 익스프레스

・ 세트리스트 




8/11 12:30 이시이스포츠 진보쵸점 - 등산복 구입




8/12 06:35 도쿄역 출발

10:00 후지산 5고메 요시다 등산로 입구 - 버스 하차. 낮잠.

11:00 간단히 점심 먹고 등산 시작

17:00 본8고메 숙박 산장 도착. 카레 식사. 수면


8/13 1:30 기상, 정상으로 등정 개시

3:50 정상 도착, 매점에서 휴식

4:50 해돋이

5:10 정상 분화구 일주 시작

7:00 하산 개시

10:00 하산 완료. 점심 식사.

11:50 귀가버스 탑승

14:00-15:00 온천욕

16:00 도쿄역 귀환 완료



■ 8/11 야마노스스메 콜라보 등산용품점, 이시이스포츠 





http://www.ici-sports.com/yamanosusume/


별달리 노린 것은 아니었으나 (정말?) SSA단의 등산부원 토니쨩이 소개해 준 등산용품 판매점은 야마노스스메 콜라보 점포였다. 진보쵸(神保町)라고, 950엔짜리 고기무한런치 먹으러 SSA단이 자주 들이닥치는 곳 근처에 판매점이 있다. 안내해주는 감사 셈치고 토니에게 고기를 먹인 뒤 옷사러 두리번. 상세는 위 링크 참조.


"등산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오르시려면, 기왕에 좋은 걸로 하나 사는게 어떠실런지?"라는 토니쨩의 제안에, 두 가지 브랜드를 놓고 고민하다가, 노스페이스로 결정. 3만 3천엔 정도를 카드로 쓰윽 그었다. 


결론적으로 돈지랄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높은산 타는 걸 좋아한다면 고급 등산복은 한 벌 있는게 좋구만. 향후 코미케에서 쓸지도 모른다.




이 아가씨가 생각나서 노스페이스를 고른건 아님



■ 8/11 11:00 후지산 5고메 요시다루트 출발지




이른아침, 숙소에서 짐을 챙겨들고 도쿄역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도착장소는 도쿄역, 신쥬쿠 중에서 고를 수 있으니 숙소에서 가까운 쪽으로 선택할 수 있다. 도쿄역-신쥬쿠 사이는 셔틀버스. 신쥬쿠에서 본 버스로 갈아타고 후지산으로 이동. 사진은 후지산의 초입, 후지산 스바루라인. (고도 1,000m 가량)


이번 플랜을 이용한 참여자는 31명. 이분들은 등산가이드를 따라 올라갔고, 본인처럼 안내원 없는 자유등산객은 2명이었다.





차안에서 배포된 파우치. 숙박산장까지의 안내, 주의사항, 숙박권, 식사 할인권, 목봉 할인권 등이 들어 있다.











오전 10:00. 6년만에 도착한 후지산 5고메(해발 2,305m). 오봉기간이라 그런가, 사람이 바글바글.


3층 휴게소에 올라가 적절한 휴식과 간이수면을 취한 후, 11시 즈음에 밖으로 나와 구름바다를 잠시 내려보다가 지팡이로 쓸 목봉 하나를 구입(900엔)하고 직접 정의의 마법사(正義の魔法使い)라 서명한 후 준비체조 후 등산 시작. 이 목봉은 올라가면서 산장 등에서 각 높이에 따른 낙인을 200엔에 찍을 수 있다. (정상은 300엔)



■ 후지산 5~6고메







구름은 다소 떠 있어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후지산의 초입. 5~6고메까지의 거리는 평탄해서 등산이라기보단 가벼운 몸풀기에 가깝다. 저어멀리 보이는 경치를 보며 느긋하게 걸어감.



- 후지산 6~8고메



6고메에서 올려다본 후지산.




6고메에 도착하여 점정리와 신변정리를 새로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가급적 천~천히 걷도록 노력하며, 호흡이 끊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박자를 맞추어야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다. 가끔 멈추어 휴식을 취하면 크게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며 뇌에 산소를 보내도록 심호흡. 4~50분 올라가다 10분 휴식의 페이스를 지킨다.


어제 구입한 고급 등산복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구름이 몰려와 습기가 쏟아져도 탁탁 털어지고, 적절한 방한 효과에, 몸내 열기와 땀배출도 순식간에. 야마노스스메 콜라보점에서 등산복을 구입하고 등반 루트도 야마노스스메 캡쳐샷을 따라 올라가니 그야말로 야마노스스메 성지순례가 실감난다. 그렇다고 히나타가 고산병 걸리는 것까지 따라할 줄은 몰랐다만









패키지의 경우 숙박할 산장은 당일 지정된다. 산장의 공석 상황에 따르는 듯. 6년 전에는 본7고메에 있는 토리이 산장(2,700m)에서 묵었으나, 이번에는 본8고메 산장(3,200m)이 숙박처로 지정되었다. 후지산은 8고메 3천미터를 넘어서면서 체력, 기온, 산소부족, 암벽등반 등이 겹치며 빡시기 시작한다. 과연 8고메를 넘어서기 시작하자 기온도 추락하고 체력도 힘에 부쳤다. 목봉 안 샀으면 더 고생할 뻔.



- 후지산 본8고메 산장 









오후 17시 즈음, 천신만고끝에 본8고메 도착. 대기타고 있던 직원형님이 반가이(?) 맞아주며 기념사진도 찍어주었다.


이어 숙소로 안내해서 카레를 선사해 주심.

요기를 하고, 여전히 군복무할때 묵은 듯한 침상 속 침낭으로 들어갔다... 만, 여기서 문제 발생.


두통과 오한이 발생했다.




두통은 고산병의 초기 증세.. 손난로 2개를 목 뒤편과 가슴 정중앙에 부착하고 속옷과 홋쨩의 폴라티를 껴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서 대 몸살방어태세. 동시에 숨을 가급적 크게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보내며 산소를 뇌에 주입시켰다. 


효과가 있어서 오한은 멈추었지만, 머리는 여전히 아픈 채로 시간이 흘렀다.




새벽 1시 30분, 숙소형님이 손님들 깨우러 돌아다니신다. 증상은 완화된 듯하나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고산병 증세가 나오면 절대로 이 이상 올라가선 안되지만, 어떡할까.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 될 데까지만 올라가보기로 하고 갖고있는 옷을 전부 껴입고 완전무장한 후 왼손에 목봉을, 오른손에 백엔짜리 손전등을 들고 밖으로.




- 후지산 등반 야간전 : 본8고메 - 정상







휴식을 취한 덕에 다리 피로감도 덜했고, 고도가 올라가며 몸에 운동으로 인해 열이 돌자, 되려 증세가 완화되었다. (..) 


그대로 천~천히 올라가다 공터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감탄이 흐르는 밤하늘의 별이 반겨준다. 표고 3,500m라는 높이, 인공빛 하나 없는 공간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 귀에 6년 전에도 들었던 미야자와 켄지의 별노래를 틀어놓고 살짝 노래를 불렀다.






[ 星めぐりの歌 ]


あかいめだまの さそり
ひろげた鷲の  つばさ

あをいめだまの 小いぬ、

ひかりのへびの とぐろ。

オリオンは高く うたひ

つゆとしもとを おとす


アンドロメダの くもは

さかなのくちの かたち。

大ぐまのあしを きたに

五つのばした  ところ。


小熊のひたいの うへは

そらのめぐりの めあて。


 - 미야자와 켄지 [은하철도의 밤 (銀河鉄道の夜)]



이미 숙소가 3,400m의 고지대라서, 후지산 정상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벽 3시 22분, 도리이 하나만 넘으면 정상에 도달하는 시점에 뒤를 돌아보니 초승달이 저물어가려 하고 있다. 

디카를 별모드로 조정하고 조리개를 열은 뒤 15초 노출로 촬영 개시.





DSLR 사진전급 사진(..)이 나왔다. 달과 더불어 밤하늘의 그라디에이션 및 오른편의 오리온자리까지 선명하게 찍혀서, 내가 찍고 내가 감탄. 오히려 나중의 해돋이 사진보다 이 사진이 더 마음에 드는군.



- 후지산 정상 도착







새벽 3시 30분, 정상 도착. 여긴 예전에도 돌아봤던 곳이니 내부나 구조가 궁금하진 않다. 몸을 회복시키는게 급선무라, 막 손님을 받기 시작한 점포로 얼른 들어가 라멘을 시켰다. 가격은, 900엔. 어라, 소비세도 올랐는데 라면가격은 6년전 그대로인가. 자판기의 가격도 비슷한 것 같다. 후지산 정상에서 콜라 한 병 5천원




뜨뜻한 라멘 국물과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고 밖을 보니 어스름하게 하늘 저편이 밝아오려 한다. 안내원의 아나운스로는, 해돋이 시각이 대략 4시 40분이란다. 밖은 추우니 조금 더 앉아서 기다리다가, 4시 20분에 밖으로 나왔다. 막바로 나온 곳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오른쪽으로 걸어 도리이 저편으로 이동. 분화구를 넘어 오는 광풍이 불어닥쳤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서 바위 밑으로 들어가면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딱 좋다.
















서서히 밝아오는 동편. 밑바닥에 운해가 자욱히 깔린 위로, 점차 황금빛 광선이 펼쳐지는 상황.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다카포 핫피를 착용하고 첫 햇살이 돋아올 때 SKILL을 재생.


한 손에 '정의의 마법사(正義の魔法使い)'라 친필로 기록한 목봉을 쥐고 다카포 핫피를 펄럭이며 바위 위에 선 채로 장엄하게 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SKILL을 틀었다.




[ SKILL ]


お前の勇気 高ぶる時

너의 용기 드높아진 때

運命のドア開かれる
운명의 문은 열린다

それは夜明けか永久の闇か
그것은 새벽인가 영원한 어둠인가
鋼の拳に聞け
강철의 주먹에 묻노라

遥かな大空に光の矢を放つんだ
머나먼 하늘에 빛의 화살을 쏴라

I can fly (hey!) You can fly (hey!) We can fly (hey!) MOTTO MOTTO-!!


SKILL MY HEART 銀河の果てまで熱い夢を燃やせ All I can do
SKILL MY HEART 은하의 끝까지 뜨거운 꿈을 불태워라 All I can do


SKILL MY SOUL 魂を呼び覚ませ
SKILL MY SOUL 혼을 불러 들여라


時代がオレを導く限り無敵さ All right!
시대가 나를 이끄는 한 무적이야 All right!


- JAM Project 제2차 슈퍼로봇대전 알파


'후우..'하고 기지개를 펴자, 어떤 일본인이 다가와 핫피 입고 햇살 바라보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 그런데, 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별로 사양할 것도 아니라서 포즈를 취해주고는, 디카를 건네주며 찍어달라 하고, 저도 님 사진 찍어드릴게요 하니까 사양하더라. (..) 그냥 산에서 만난 돌+아이를 찍고 싶었던 건가








6년전엔 그대로 내려갔지만, 이번엔 お鉢巡り라고 후지산의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았다. 3,777m의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다카포 핫피 차림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전부 도는 데는 2시간 가량이 걸린다. 어차피 귀가버스가 11:50에 출발하므로 일찍 내려가 봐야 할 일도 없으니..









그리고 6년 전에는 오르지 못했던 일본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다.








분화구도 한바퀴 다 돌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내려가지. 하산길도 하산 나름대로 고역. 힘도 별로 안들고, 햇살도 따스하고 (대신 선크림을 확실히 발라야 함) 내려갈수록 기온도 올라가고 산소농도도 올라가므로 좋긴 좋다만.. 등산크레인이 오가는 비포장도로라서 흙먼지가 심하게 날린다. 특히 앞에 단체여행객이 걷고 있으면 흙먼지 직격.

마스크 착용한채로 가급적 추월해가며 성큼성큼 가는 것이 상책. 게다가 하산길은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무한반복이라 재미가 없다.(..)










약 4시간이 걸려 하산 완료. 이후는 720엔짜리 값비싼 (..) 점심을 먹고, 천천히 매점을 돌며 회사에 전달할 오미야게를 사고는, 운해를 바라보며 무사 하산을 감사드리는 기도를 올리고, 버스를 타고 귀환 - 중간에 온천에 들러 목욕을 한 후 돌아왔다.


투어 안내원이 말하기로, 이 플랜으로 참여한 모든 인원이 정상까지 갔다 한다. 전원이 정상등반에 성공하는 일은 꽤 드물다고. 꼭 몇명이 리타이어하는게 보통이지만 모두가 정상등반에 성공하여 정말 보람있었다고.

이리하여 6년만의 후지산 정상 등반을 마쳤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26세가 32세 되어 등반하자니 나이들어 체력이 떨어진 건지, 기초체력의 준비가 부족했던 건지. 6년 전엔 연구실 사람들과 6년간 거의 매일 산길을 달렸으니까. 이번엔 스쿼트 중심으로 준비를 해서 근육통은 별로 없었으나 고산병 증세는 예상치 못한지라 리스크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겠다.


후지산에서 내려온 후, 다음날부터 코미켓 일정을 소화하였다. 고산병에 몸살 증세를 다 씹어먹고 후지산 정상을 정복하더니만, 산을 내려와 도쿄로 돌아오니 멀쩡하게 다 나아 있어서(..) 전기야외제, 코미케 1-2-3일차 전체적으로 이번에도 서관 벽서클 수십개를 혼자 폭파시키며 SSA단 길드원들에게 미즈우미 무쌍(?)을 선보였지만, 그 이야기는 다시 다음 포스팅에서 천천히 하도록 하자.


일본 최고봉을 등정하며 외친 그 때의 마음을 담아 후지산의 해돋이를 보며 외친 SKILL의 가사를, 언젠가 다시 후지산을 등정할 때까지 간직하련다.






 - 오구라 유이 [ 야마노스스메 2기 엔딩 Thinkling Smile ]





"時代が導く限り

이 시대가 나를 이끄는 한, 

無敵さー!

나는 무적이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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