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소녀 네티, 아니.. 괴도 세인트 테일의 성우님의 소천 소식을 들은 것은 한여름이 절정이던 8월의 일이었다.
사쿠라이 토모님, 이노우에 키쿠코 누나와 더불어 내가 처음 들은 일본 성우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향년 53세, 너무 빠르게 가셨다.
PC 앞에서 묵념을 올리며, 천사소녀 네티 사전을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이젠 HWP뷰어를 설치해야 볼 수 있는..
https://x.com/TOMO_SAKURAI_/status/1956597175208824952
성우는 아니지만, 토요사키 아키의 남편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이 같은 8월에 들려왔다.
아이돌 성우 활동까지 보았던 젊은 성우가 돌연 미망인이 되다니..
성우의 결혼이나 출산 등 라이프이벤트 소식에 시간의 흐름을 퍼뜩 인식하는건 성우 오타쿠에겐 흔한 일이나,
마침내 소천이라는 단어까지 등판하기 시작했구나.

선남선녀 부부였던 하나자와 카나는 남편 켄쇼와 결별하고 돌싱으로 돌아왔다.
아얏페, 즉 스자키 아야는 악전고투하던 육아로 빡쳐서 결혼반지를 내던지는 등
남편과 처절한 결투(?)를 벌이며 트위터에서 씩씩거리다가 나중에 팬들에게 사과를 올렸다.
그래, 아무리 데레마스의 여신(?)이라 할지라도 육아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게도 작년 12월에 태어난 둘째 아들 유우는 기쁨이면서도 리스크였다.
마침 사회 분위기도 아빠의 육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겠다......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2025년 올해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1~2월의 육아휴직과 3~5월의 잠시 복직, 6월~10월까지 다시 육아휴직.
도합 약 7개월에 걸친 육아휴직이었다.
사회인 인생에 이정도로 길게 휴직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병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
최선을 다해 아기를 돌본 덕인지, 애들은 순조롭게 성장했다.
가정붕괴(?)직전까지 갔던 요우때와는 분위기가 천지차이.
애가 둘이면 육업 양은 2배도 아니고 5배 10배랄 수 있겠지만,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노력한 덕에 나와 아이미쨩은 전과 다른 육아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11월 복직한 지 한달 정도 지난 타이밍, 부장님에게 불려가 인사이동명령을 하달받았다.
근 9년만의 사업부 복귀. 내년부터 사내 벤처기업(?)의 커리어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슬슬 나도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육아, 병간호 등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가정간 개인간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뭐가 되든 자기책임주의.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ry로 유행어 대상을 탄 새 총리대신이 토호쿠지방 지진을 두고 한
'재해 상황에선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발언은 지금의 일본 사회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명언이었다.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 임신과 육아와 출산은 오롯이 각자의 선택에 의한 것이며 그 결과와 책임은 가정에 떠넘기면 된다,는 것이 일본 관료들의 생각이다.
이차원의 대책이라 거창하고 요란하게 표어를 걸어놓고는, 참새 눈물만도 못한 수당과 상한제한걸린 급부금 조금 더 얹어주며,
기업을 닦달하여 아빠들에게 육아휴직을 주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힘차게 밀어붙였다.
당연하지만 일본은 매년 최저출생자수를 갱신중이며 작년도 바닥이고 올해도 바닥을 찍었고 내년도 더 바닥을 찍을 것이다.
일과 육아와 이벤터활동의 조화를 이룬다......?
이건 헛소리다. 남편을 갈아넣거나 아내를 갈아넣거나 혹은 그 부모를 갈아넣거나,
아이돌봄 혹은 가사돌보미를 매일 불러 돈을 쳐바를 수 있는 부잣집이 전부가 아닌 사회에선 대부분 불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가정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일의 퍼포먼스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취미 이건 최후선 순위가 된다.
회사 회식을 포함해, 아무렇지도 않게 주말 저녁을 내놓으라는 이벤터 활동은 어떠한가.
(요즘엔 낮밤부로 나누어 행사가 개최되기도 하지만 딱히 육아가정에의 배려가 아닌 돈문제로 어부지리(?)를 챙겼을 뿐.)
아이를 둘 두면서 일의 퀄리티도 하락했고, 이벤터 활동도 상당수 내려놓았다.
그렇기에 지금은 내 커리어, 이벤터 활동의 암흑기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바로 희망이 있다.
올해부터 요우는 스스로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우리와 다름없는 식사를 하고, 스스로 얼굴을 씻고 목욕을 하고,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가면 손흔들고 계단을 올라간다.
아이의 성장은 우리의 상상을 넘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변함없어 보이지만 확실히 성장하고, 나날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대부분 걷지만, 가끔 15kg에 근접한 요우를 안아올리고 어린이집에 갈 때도 있다.
이제 요우를 안아올리는 것도 앞으로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3년 뒤 요우는 초등학생이 된다. 그렇게 스스로 등교하는 날이 온다.
이어서 유우가 초등학생이 되면 요우는 초등학교 3~4학년.
엄마나 아빠와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게 더 즐거워진다는 시절이다.
키노모토 사쿠라는 그 즈음에 식구들 식사를 준비하고 토모요가 만들어준 옷 입고 카드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때가 되면 이미 나는 풀타임 근무와 출장, 무엇보다 이벤터 활동에 복귀해 있을 것이다.
출장도 자유롭게 가고, 평일낮엔 업무에 집중하고, 저녁에 아들과(?) 이벤터 활동으로 라이브 보러 다니고.
그거야말로 제2의 전성기라 부를 만하지 않은가.
이 사회에서 육아와 일과 이벤터활동의 조화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한다. 육아의 무게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변한다.
지금의 나는 아슬아슬하게 세 가지를 짊어진채 겨우겨우 걷고 있지만,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전성기를 포기하지 않고 기대하고 있다.

바라보는 것은 대략 나이 50 전후부터일까.
먼가? 그렇지도 않다.
올해가 번개같이 지나갔듯 하루하루 살다 보면 정신차리고 보면 이미 50이 가까워져 있을 터.
인생 100세 시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비교도 못할 시간을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육아를 하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거기에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내년에 유우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타이밍부터 무언가를 새로 시도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 그것을 여기서도 풀어낼 날이 오길 기대한다.
새천년을 맞이하던 2000년에서 25년 지나 2025년, 그리고 같은 시간이 지나면 2050년.
올 한해를 돌이켜보는 것도 좋지만 한 십년 뒤에 스스로가 어떻게 있을지도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스스로가 50이 되었을 때라든가.
나이드는 것에 대해 싫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정해진 미래.
틀림없이 그 날은 온다.
그렇다면 그 미래를 생각해보고 여러가지를 걸어보는 것도 어떠한가 싶다.


이것으로 2025년의 리뷰를 마칩니다.
내년 2026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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