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0일, 태교여행 - 큐슈 카고시마 아마미섬의 저녁 해

 

"남편이여,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이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내어주듯 하라"

- 신약성서 에베소서 5장 25절

 

하나님, 아내가 얀데레라고는 안 했잖아요


‘2020년부터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비단 나뿐만이 아님. 코로나 창궐 후, 삶이 멈추어버린 듯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룬 것은 보이지도 않는데 2년이란 시간만 지나가고 나이만 +2가 되어버린 감각. 그 상실감과 허무감을 무시라도 하듯, 2022년이 눈앞에 다가왔다.

 

저 너머, 레인보우브릿지 건너편 시바우라에서 3년간 살았다. 오다이바에 건너와 바다 건너를 볼 때마다 그 3년을 돌이켜보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하루미 플래그 선수촌


도쿄는 2021년의 근 3사분기에 달하는 기간을 긴급사태 속에서 보냈다. 거듭되는 연장 속에 긴급사태는 긴급(웃음)사태가 되었다.

 

억지로 밀어붙인 올림픽은 하나의 촌극이었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이.

 

의료관계자를 갈아넣어 한국이나 일본이나 백신 접종은 8할까지 달성했으나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목을 스가쨩에서 키시쨩으로 갈아치운 후, 일본 특유의 쇄국과 우경화는 전보다 더 심해졌다.

몇 년의 인생을 날려버린 전세계의 유학생들의 원성과 분노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걸 보면서, 이젠 일본 취업이 아닌 일본 유학조차 여러 의미로 '끝났음'을 확신했다.

 

취업은 몰라도 유학에 대해선 제법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주변에도 권장했던 나로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쿠아 시즈오카 공연 원정 대신 유루캠 하마나 호수 사이클링

 

무사히 개최된 니지가사키 3rd 라이브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로 인해 아쿠아의 대부분의 단콘은 날아갔다. 시즈오카 아쿠아 공연 참여 기획은 그대로 유루캠 하마나 호수 사이클링 아웃도어 여행이 되어버렸다.

 

긴장 속에 무리해서라도 3rd 라이브 짭돔 개최를 밀어붙인 니지가사키는 겨우 한숨 돌렸다.

 

올림픽으로 방송 연기를 거듭하며 리엘라가 4대 세력으로 등판하고 무지막지한 스케줄의 퍼스트 라이브 투어를 지금도 달리는 중.

 

후반기에 Aqours와 니지가사키는 각 유닛별 라이브를 개최하였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킹쨩이 복귀하여, Aqours는 2021년 처음이자 마지막 9인 단콘을 치른다.

그리고 12월 31일, 럽라 3대세력연합의 카운트다운 라이브로 2021년을 막내릴 것이다.

 

오키나와 이시가키 섬 최북단, 히라쿠보곶(平久保埼) 등대


많은 것을 이미 얘기했지만, 나 또한 2021년에도 중대한 라이프 이벤트가 이어졌다. 

 

2월에 결혼식 대신 웨딩포토를 찍었다.

이시가키와 아마미섬으로 각기 신혼여행과 태교여행을 다녀왔다. 

4월에는 입사 9년차를 맞아 중간 관리직으로 승진하였다. 

7월이 되고 지금까지 상상도 못한 거액을 들이부어 니자가사키 세츠나의 굿즈(부동산)를 샀다. (상세는 아래 포스팅)

이사가 끝나서 한숨 돌리자마자 아이미쨩은 첫째의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격리면제와 일상회복이 크로스하고 오미크론이 발병하기 직전이라는 훌륭한 타이밍에 한국을 다녀왔다. 

격리가 끝나자 12월도 절반이 지나, 어느 새 한 해가 끝날 시점이 되어 있었다.

 

세츠나집 앞마당(아리아케 가든) 옥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타워맨션들은 유우와 뽀무가 사는 시노노메 지역

 

한국에 가기 전, 만남 2주년을 맞아 세츠나집 앞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아이미쨩은 지난 시간을 술회했다.

“오빠랑 만난 뒤로는 라이프 이벤트가 번개같이 빨라서 정신 잡고 쫓아가기 바쁘네. 

처음 만나고, 사귀고, 프러포즈받고, 결혼하고, 직장 옮기고, 집사고, 아기 생기고.”
“우리 '처음' 만난지 내일로 2년 되는거 맞지?”
“응”
“...그래, 열심히 하자.”

 

2021년 2월 23일, 아야세 타카님 송별회

 

올해도 도쿄향우회의 도움으로 이곳저곳 캠핑, 그리고 오다이바 니지가사키 이곳저곳에서 바베큐를 가졌다. 

이젠 오타쿠들이 모여도 화두가 애니랑 게임보다는 라이프 이벤트에 대한 화제가 주를 이룬다. 

아직까지도 누군가가 불러준다는 것에 깊은 감사함을 느끼며,

서로 나누는 이야기에서도 시대가 흘렀음을 느낀다. 

이제는 내 트위터도 애니 이야기, 니지동 이야기보다도 아이미쨩이 아유무한테 질투해서 갈구는 일화에 하트가 더 많이 박힌다. (..) 

 

2021년 2월 25일, 신혼여행 - 오키나와 이시가키섬의 무지개


오래 알고 지내신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미즈우미님의 블로그를 보고 제가 일본 유학이라든가 취업이라든가 이런저런거 생각 했었는데요.

자신의 연애 이야기도 블로그에 적어 주셨더라면 제가 그걸 보고 미리 연애도 시도를 해봤을 텐데”

응?

그리고 내 신혼생활을 보면서 트위터의 많은 분들이 보내주시는 감상들.


“역시 결혼은 좋은 것인가 회고하곤 합니다”

 

그래서 항상 나는 대답하곤 한다.

 

"이 결혼생활을 나만 당하는 아니 만끽하는 것은 너무 억울 아니 아쉽다. 도쿄에 계신 동료들도 다들 이 헬 아니 생활을 함께 하면서 같은 악몽 아니 추억을 공유해야 한다."

 

2021년 2월 27일, 오키나와 이시가키 후사키 리조트 해안가


깊이 털어놓지는 않겠지만, 나를 보며 진짜로 결혼에 대해 해볼 만큼 적극적으로 노력해본 분도 있다.

연애나 결혼조차 원한다면 그만큼 고민하고 무언가 해봐야 하는 시대 - 그래서 그것을 ‘연애활동 / 결혼활동’이라 부르나 보다.

그러나 거기가 문제다.

 

몇 년째 나의 일관된 기조를 보아온 분들이라면 바로 느낌이 오겠으나, 노력과 결과에 대한 입장은 예나 다를바 없다. 

결혼한 사람은 남다른 노력을 한 거고, 솔로/싱글은 노력이 부족했냐면 당연히 아님. 

 

내 베필이 곁에 있다고 으스될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무엇을 이루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다. 

단지 곁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할 따름. 얀데레의 사랑이 다소 무겁기는 하지만. 

 

올해로 20여년의 역사를 마치고 영업을 마감한 오다이바 오에도온천이야기, 마지막 콜라보는 니지가사키


헬조선에서 태어난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노력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노력 끝에 무엇이 있는지 현실을 보여준 부모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사실은 우리 부모들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몰랐다.

 

"서울대만 들어가면! 정문에서 나올때, 서로 태우려고 막 자가용을 들이댄다!"

 

이거 어릴적에 친척들에게 진짜로 들은 말 맞다, 지금 시점에선 정신을 안들호로 보낸 또라이처럼 보이겠지만. 그렇다. 노력을 강요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실 정신을 안들호로 보낸 또라이에 불과했다.

 

필요한 스펙?점수? 뭐 그런 '라인'을 넘어서면 자동적으로 '이너 서클'에 들어가서 '무언가'가 주어진다,는 스토리에 지금까지도 많이 속아넘어갔고 앞으로도 많이 속아넘어갈 것 같다.

 

올해도 몇 번 누마즈에 갔다. 이렇게 자유롭게 누마즈에 갈 수 있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듯하다.

 

11월 한국에 가서 1년 반 만에 고향에 갔다. 고교시절 스승님과 초등학생때부터 알고 지낸 드문 절친과 3명이서 식사를 했다. 그는 5살짜리 아들을 두고 아내와 헤어져 돌싱이 되어 있었다.

 

이 나이쯤이 되면 나랑 동일한 항렬의 친척들 소식을 건너건너 듣게 된다. 고교생에 접어든 아우들의 소식은 좋은 이야기도 쓸쓸한 이야기도 여럿. 마음은 착한데 부모님의 기대에 못미쳐 갈등을 겪는 아우,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클리닉 상담을 받고 있는 아우 등.. 그런 친척 소식을 전해주면서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내 아들은 물밖에 나가서도 속썩이지 않아줘서 정말 감사할 수밖에 없다."

 

 

2021년 6월 5일, 도쿄와이드패스로 오른 니이가타 유자와 센노쿠라(仙ノ倉) 산에서 군마를 향하여 파노라마

 

결혼을 하면, 평범~하게 지내다가, 평범~하게 1~2년 후 아이가 생기고, 평범~하게 낳아서, 평범~하게 아이가 잘 커서, 꼭 명문대에 들어갈 필요는 없더라도 평범~하게 대학 가고, 평범~하게 취직해서, 그동안 가정은 행복이 넘치는....?

 

그거야말로 꿈 같은 소리가 아닐지.

평범의 기준이 많이 내려갔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평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공부를 잘 한다고 연애를 잘 할 리 없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육아를 잘 하는 것의 상관관계 물론 의문이다.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결혼생활도 잘 한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까?

사회적 능력과 육아의 관계성은 어떠한가.

대기업 임원이 자식교육도 잘 한다,는 문장엔 어색함이 느껴진다.

 

결혼을 해서 해피하게 살았습니다,같은 엔딩은 동화 속에나 존재한다.

지금까지 잘 되었다고 앞으로도 잘 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먼 데도 아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2021년 대천사님께서 보내주신 팬클럽 회원 연하장

 

단지, 지금까지 무언가 잘 되었다고 스스로가 느낀다면...

그것이 내 노력이나 능력에 의한 것이나, 남들보다 내가 잘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권위있는 존재의 계시에 의한 위대하신 명령을 받들어 진심으로 믿은 결과라는 평소의 지론에 따르며.

 

내가 잘 되도록 도와준 손길,

함께 어울려준 사람들,

내게 앞으로 향할 힘을 준 성우와 아티스트와 행사,

그리고 이 나이가 되서까지 아직도 모임에 불러주고 만나주는 동료들,

한국에 있는 나의 가족과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조금이라도 뜻과 정성을 전할 수 있기를.

 

나에게는 아직 감사가 모자라다. 평생을 해도 충분하게 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그 정도일 뿐이다.

 

자유롭게 출입국이 가능한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와 같이...

 

내년은 2022년, 코로나 상황은 나아지려다 말았다.

여전히 아이미쨩은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결혼하고 아기까지 생겼음에도 우리 가족과 한 번도 만나보질 못했다.

 

내년 3월에 아들이 태어나고, 내가 아버지가 되면, 나의 생활도 많이 바뀔 듯.

아이미쨩은 1년 출산 및 육아 휴직을 예정하고 있고,

나는 유급으로 주어지는 출산육아휴직 외에는 재택을 병행하며 일을 계속할 방침이다.

세츠나쨩 굿즈가 하도 비싼 나머지 빚갚아야지

 

과연 나의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지.

임출육 책을 여럿 읽으면서도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이벤터 활동은 언제부터 재개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지만.

 

아이미쨩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육아휴직 기간 중에 무리를 해서라도 한국에 다녀와야 겠다는 데는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2022년 연말이 될지, 아니면 2023년 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에 뒤늦게나마 모두와 함께 만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15일, 도쿄향우회 송년회 @ 오다이바 니지가사키 다이버시티오다이바 옥상

 

84년생은 2022년이 30대의 마지막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러브라이브 시리즈 3대연합 카운트다운 라이브에 아이미쨩과 함께 참여하려 가기 위한 준비를 마치며.

 

올해의 수많은 추억에 감사를, 그리고 다가올 추억이야말로 다시 모두와 함께 하길 기대하며..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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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3일, 오다이바해상공원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내가 네게 보여주고 있는 이 땅으로 오라.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땅을 네게 주리라.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으니, 만일 네가 내 말을 잘 듣고 나의 언약을 지키고,

내가 네게 명령한 모든 것을 행하여 내 율례와 법규를 지키면,

 

내가 네게 복을 주어 너의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어느 누구도 행치 못하고 어느 누구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보고 듣지 못한 커다란 축복을 누리리라. 

 

너의 힘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의 전역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통하여 즐거움을 누리리라.

 

고개를 들어 저 하늘을 바라보라. 네가 받을 복이 저 빛나는 별과 같을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내가 네게 허락한 모든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내가 너를 절대로 떠나지 아니하리라.

 

 - 2006년 8월 23일, 오다이바해상공원

 

 

AFTER 15 Years

 

2021년 8월 23일 오다이바

 

 


 

내륙지방이 고향인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동경해왔다.

탁 트인 바다와 쏴아~ 들려오는 파도소리의 자연에 대한 갈망.

 

어릴 적부터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배경지 또한 대부분 바다를 끼고 있었다.

 

 

다카포 시리즈의 무대, 하츠네섬(初音島)

 

나의 최애작이 다카포 시리즈인데는 여름의 바닷가 섬이라는 '미장센'이 한몫했다.

그래서 과거 첫 홈페이지의 기원 역시 '바닷가의 마을'이라는 컨셉이었다.

(= 여름 바닷가 차양 원피스의 미소녀, 호수에서 17분 거리)

 

지금도 닉네임처럼 쓰이고 있는 내 아호 미즈우미水海 또한,

성우 이노우에 키쿠코 누나의 5집 앨범에서 인용한 자연에 대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것의 알파이자 오메가, 호리에 유이님께 받든 명령의 대명사 - 러브히나

 

새천년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던 2000년도,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에 깔리기 시작한 IT 인프라 덕택에 러브히나,라는 할렘물의 명작과 만났다.

 

서울에 있는 한국의 주요대학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촌동네 소년이었던 나는,

"언젠가 나도 저 대학에 갈 수 있으면..."하고 간절히 소망했다.

 

당시에는 '유학'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과 많이 달라서, 학부유학은 존재 자체를 몰랐고.

그저 하던 공부를 계속하다가 미션스쿨 대학교에 진학하고,

이내 군 복무를 시작하며 고교시절 품었던 러브히나의 꿈은 의식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2006년 8월 21일, 태어나서 처음 본 아키하바라 역

 

2006년 한여름, 28개월 2주에 달하는 군 복무가 끝났다.

 

당시 도쿄에서 교환유학중이던 홍차 누님을 찾아뵙기 위해,

또한 생애 첫 해외 여행이자 첫 일본 여행으로서 도쿄를 찾았다. ( =2006 한여름 페스타)

 

마지막 날의 일정은 오다이바.

이곳에서 나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들었다.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러브히나의 꿈.

그리고 성우 호리에 유이님이 바로 신의 달란트 (Talent from GOD)였다는 것도.

 

2010년 9월 17일, 오다이바해상공원

 

5년이 흘러, 꿈은 현실이 되었다.

 

러브히나로 시작된 홋쨩의 팬력이 어언 10년을 맞이한 2010년 9월의 한여름,

5년 전 오다이바해상공원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복장으로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오다이바는 내게 하나님과의 만남을 이룬 신성한 장소였다.

이후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이곳을 다시 찾아 신과 마주보게 된다. (=Coram Deo; 신 앞에 선 단독자)

 

이제 그날의 계시를 모두 이루었다고 '착각'한 내게 그 뒤로 몇 년간의 광야생활이 찾아왔다.

2013년도 모처의 대장간에 입사하면서 배치받은 곳은 제철의 성지, 북큐슈 야하타.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방황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고민과 결단의 시간에는 이 곳,

오다이바를 찾아 홋쨩의 명령을 받들어 힘냈던 과거를 추억하고 기념하며 앞날을 고민하곤 했다.

당시 함께 이벤터의 시대를 개국하던 동료들의 도움으로 그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듯하다.

 

2017년도, 제3차 정상결전이라 이름붙인 인생을 건 필사의 도전으로,

염원하던 도쿄에 돌아왔을 때에도 가장 먼저 여기를 찾아 다시 꿈을 이루게 된 것에 감사를 올렸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
(Faith is being sure of what we hope for and certain of what we do not see)
라 하셨으니..

제가 세상에서 손짓하는 안락하고 편하고 쉬운 길을 저버리고
눈물과 고통으로 가득한 가시밭길을 이를 악물고 기어이 이겨내었듯이,
아버지께서 허락하신 약속의 땅에서도
진리를 따라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 2017년 4월 4일, 정의의 마법사의 기도 (正義の魔法使いの祈り) 

https://mizuumiy.tistory.com/2257

 

 

북큐슈 산맥 종주 - 제철의 성지에 보내는 작별 인사 (2017/4/4)

나는 야쿠시마의 능선을 따라 걸었다. 우거진 삼림 속.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걷고 걸어 산정상에 이르른 순간 비구름이 섬 전체를 둘러쌌다. 뺨에 부딪치는 차가운 비 속에서도, 신록의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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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돌아오고 나서도 성우들을 따라 해외로 넘나든다든가,

주식을 갖다 박아버리고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등 홋쨩의 명령을 받드는 나날은 계속되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고민이 있으면, 새해가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오다이바로 가서 왔다리갔다리 하며 생각 속에 잠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오다이바가 소원이 이루어지는 장소(願いが叶う場所)에서,

내 생활의 사정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18년 후반부터였다.

 

 

2017년도 도쿄로 귀환 후 거주했던 츠키시마의 독신 기숙사

 

 

2018년 6월, 신입들 온다고 거주 중이던 독신 기숙사에서 방 빼라는 전달을 받았을 때,

'내가 살 집을 내가 찾는다'는 개념과 처음으로 맞부딪혔다.

 

그때까지는 거의 기숙사 생활이었으니 내가 집을 선정한다기보단,

미리 정해진 기숙사의 주변환경에 맞추고 적응해서 산다는 개념이 강했으니까. 

 

자신의 집을 정하는데는 사람마다 다양한 기준이 있다.

 

출근 지역과의 교통편, 역세권, 주변 상권.

방 자체의 넓이. 내부 설비. 뭐 기타 등등..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어디가 집값이 오를까 라든가.

나처럼 러브라이브 3대 진영의 본거지인 아키하바라, 누마즈, 오다이바를 두고 검토를 거듭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마음은 거의 누마즈에 기울어져 있었다.

회사까지 신칸센 통근이 가능했기에 의외로 거리에 비해 조건이 나쁘지 않다.

진지하게 누마즈에서 어디에 거주하면 좋을지 맵에 표시해가며 찾고 있었다.

 

그러나 '한여름밤의 산책'이라 이름붙이고 이곳저곳 방문하던 나는,

레인보우브릿지에서 동그랗게 빙 도는 회전루트 옆에 자리잡은 1K의 맨션을 찾아냈고.

거기서 보이는 '성지' 오다이바의 풍경에 끌려 니지가사키 맞은편을 나의 독신숙사로 정했다.

 

 

2018년 9월부터 거주한 맨션의 방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이런 비주얼

 

그렇게 2018년 후반기부터 나의 미나토구 생활은 시작되었다.

 

단지 달리기에 좋고 오다이바가 잘 보이는 곳을 골랐을 뿐,

미나토구가 어떤 곳인지는 이사하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

 

 

"창밖을 바라보면 베란다에서 레인보우 브릿지와 소원이 이루어진 장소 - 오다이바가 보이는 곳에 정착했다.

 

육첩방의 좁지만 무지막지하게 비싼 일본의 첫 맨션에서,

12년 전 처음 일본에 왔을 때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매일 창밖의 바닷가를 바라볼 수 있는 대도시 중심부에서 거주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어린 시절부터 품던 소중한 꿈 하나를 이루었다.

 

아마, 이곳 니지가사키 맞은편은 내가 독신으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호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삶을 소중한 추억으로 하고 싶다."

 

 - 2018년 9월 13일, 일본에서 첫 평범한(?) 맨션으로 이사하기

 

https://mizuumiy.tistory.com/2341

 

일본에서 첫 평범한(?) 맨션으로 이사하기

한여름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2018년 7월 초, 회사에서 메일을 받았다. 인사실장“츠키시마에서 결혼도 안하고 뻗대는 독신 귀족들에게 알립니다.  회사에서 확보중인 기숙사 방이 모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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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리에 유이"이번 라이브 굿즈 중에서도 이 도장 케이스가 가장 먼저 매진되더군요? 여러분, 이 도장 케이스로 인생의 소중한 순간에 도장을 찍어주세요. 새 집을 살때라든가, 결혼이라든가..."

 

신의 달란트 대천사 호리에 유이님의 명령을 받들어 

2019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살짝 지난 말일에 '성지' 오다이바에서 교제를 신청하였고,

그대로 결혼하며 좀더 역에 가까운 2DK의 오래된 맨션을 찾아내어 오타쿠 2명을 노예처럼 부려먹으며 이사했다.

 

https://mizuumiy.tistory.com/2378

 

【ご報告】마법사 은퇴의 인사 (2020/4/3)

2019년 12월, 호리에 유이 6th 라이브 투어 문학소녀클럽 공연 모든 투어에서 금방 매진되었던 호리에 유이님의 도장 케이스 굿즈 호리에 유이"이번 라이브 굿즈 중에서도 이 도장 케이스가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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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사택은 기혼자의 경우 만45세까지 제공한다.

아마도 대략 10년 가까이 여기서 살게 되겠지....

 

....라고 그땐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오다이바에서 하나님께 직접 받들은 계시,

"이 땅을 네게 주리라" 라는 말씀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도쿄에서 미나토구까지..

그것도 오다이바 맞은편까지 왔으면 그 계시, 거의 이루어졌다고 멋대로 생각했는지도.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래도 진심이셨던 모양이다.

 

 

첫 공개된 니지가사키의 애니화 키 비주얼 - 오다이바 쿠루리공원

 

 

본디 애니화 계획이 없었고 게임으로만 진행될 예정이었던 러브라이브 니지가사키 스쿨 아이돌 동호회.

2020년 9월 2nd 라이브(온라인)에서 애니메이션 방영을 발표.

방영 시점은 그로부터 겨우 한달 뒤인 2020년 10월부터...

 

처음부터 니지가사키는 '오다이바'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나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거기다 다카포 시리즈의 스토리 작가가 스쿠스타의 스토리도 담당했기에,

내 인생의 2대 작품 - 다카포 시리즈와 러브라이브가 교차한...

이를테면 니지가사키는 다카포 시리즈의 정의의 마법을 계승하였다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2부부터 좀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아직 이 시점에선 제외하자)

 

그러나 니지가사키를 보고 오다이바에 이주할 생각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만약 나 혼자의 몸이었다면 세츠나쨩의 이웃사촌이 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다이바 니지가사키 지역. 아래쪽에 빅사이트, 오른편 맨션마을이 시노노메, 위쪽에 하루미 플래그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도쿄도립병원에서 탈탈 갈려나가던 아이미쨩은,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탈주를 결심했다.

 

자신이 원하는 병동간호를 계속하고 싶어서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11월 즈음 이르되,

 

아이미쨩"나 여기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지원해볼게."

 

보여준 병원의 위치를 본 순간 말 그대로 '운명'을 느낀 나는 아이미쨩에게 약속했다.

 

나"혹시 이 병원에 합격하면, 그 지역의 모델룸을 보러 가자!"

 

이 시점에선 아직 집을 살 생각은 없었다.

단지 캐릭터들의 집들 모델룸에 구경 가보고 싶다는 심산이었을 따름.

 

그리고 아이미쨩은 12월에 무사히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는 약속대로 니지애니 캐릭터들의 집을 둘러볼 사심에 가득한채

니지가사키 애니에 나온 캐릭터들의 집을 검색했다.

 

니지동 애니 1기에서 판명난 집들은 다음 3채였다.

 

 

프라우드 타워 시노노메 캐널 코트 - 우에하라 아유무 & 타카사키 유우

(유우랑 뽀무는 이웃사촌간이니까 당연히 같은 아파트)

 

브릴리언 아리아케 시티 타워 - 텐노지 리나

 

 

 

시티 타워즈 도쿄 베이 - 유우키 세츠나

 

 

ラブライブ!虹ヶ咲学園スクールアイドル同好会を見れば東京湾岸に住みたくなる (2020.12.05.)

 

ラブライブ!虹ヶ咲学園スクールアイドル同好会を見れば東京湾岸に住みたくなる!!【マンシ

どうも!!マンションマニアです!! 放送中のアニメ「ラブライブ!虹ヶ咲学園スクールアイドル同好会」は東京湾岸エリアが舞台となっています。 ラブライブ!虹ヶ咲学園スクールアイドル

www.sumu-log.com

 

아이미쨩이 단독주택보다 아파트,

중고는 절대 안되고 신축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확인해 두었다.

 

여기에 바로 입주가 가능한 (건설이 끝나서 분양중) 조건에 부합하는가를 확인 후,

유우뽀무네랑 세츠나네 2군데를 방문하였다.

 

 

2021년 새해, 부동산 업자에게 컨택했다.

회사는 부동산 업자를 소개해주는 복리후생도 채택하고 있었기에 그 덕을 조금 보았다.

 

유우뽀무네와 세츠나네 모델룸을 방문 후, 그리고 귀가하는데.

 

분명 나는 모델룸을 보러 가자는 약속을 했을 뿐인데,

집을 사주겠다는 약속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이미쨩"오빠는~ 정말로 상냥하네! 내가 하고 싶다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고 말이야~^^"

나"....(어이가 없는 표정)"

아이미쨩"그 집을 당장 사야 한다!!"

나"이게 바로 견물생심입니다 견물생심-_-;;;;"

 

아이미쨩 덕에 오다이바 니지가사키 성지순례 좀 둘러볼 심산이던 것이,

갑자기 인생 3대 지출이자 인생 최대의 쇼핑이라는 자기 집 구매라니..

 

 

 

중요한 결단은 오다이바에 가야 한다.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오다이바에 가서 우선 이것이 하나님의 계시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대천사님이 명령을 내리셨는가부터 따져보았다.

 

하나님의 계시는 항상 그렇다.

도무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미래를 계시하고 달란트를 믿고 따르라 하신다.

 

정작 명령을 들었을 때는 그냥 지나가는 말인 줄로만...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아 그게 그런 뜻이었나' 하고 깨닫는 케이스.

그리고 명령을 인식할 때까지는 짧게는 몇 주나 몇 달... 심지어는 몇 년이 걸리는 케이스도 빈번하다.

 

그때도 2년전 대천사님의 전국투어 때 받았던 명령이 떠올랐다.

 

호리에 유이"이번 라이브 굿즈 중에서도 이 도장 케이스가 가장 먼저 매진되더군요? 여러분, 이 도장 케이스로 인생의 소중한 순간에 도장을 찍어주세요. 새 집을 살때라든가, 결혼이라든가..."

 

.....

 

"새 집을 살때라든가!?" (번쩍)

 

아 그렇구나.

대천사님의 명령은 결혼 뿐만이 아니었다.

집을 사라고도 함께 명령하지 않았는가.

 

지난 15년간의 모든 것이 이 순간 '연결'되었다.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대천사님을 향하여 경외를 담아 우러러본 뒤 외쳤다.

 

"대천사 호리에 유이님! 알겠습니다.

당신의 명령을 받들어 유우키 세츠나의 '굿즈'를 받들겠나이다!"

 

집문서와 계약서 도장을 찍을 때 사용한 것은 물론 저 대천사님께서 굿즈로 판매하신 도장 케이스

 

그 뒤의 얘기는 특별히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필요한 액수를 산정하고 초기비용과 행정절차를 파악한 뒤 공정을 설계한 나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저축(재형)과 일본 영주권자라는 재류자격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7월 2일에 열쇠를 건네받고 강동구청에 전입 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명언 아닌 명언(?)을 남겼다.

 

"굿즈가 부동산이다."

 


 

모든 사람과 함께 모든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정의의 마법을 계승한 타카사키 유우

 

가끔 자기 전 베란다에 나가서 바라본다.

 

약속의 땅이자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오다이바 니지가사키.

일본 도쿄에의 유학의 계시를 깨닫고, 꿈을 갖고 노력하고, 이루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그럼에도 방황하고 그럴 때마다 하나님과 만남을 가졌던 곳.

아이미쨩에게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달라고 교제 요청을 올렸던 곳.

아이미쨩과 웨딩 포토를 촬영한 곳.

평생의 신조처럼 여겨 온 다카포 시리즈의 정의의 마법을 계승한 작품이며,

이벤터의 시대를 개국하는데 큰 역할을 한 러브라이브 제3시리즈의 성지.

빅사이트의 옥상(?), 레인보우 브릿지, 다이버시티 오다이바, 파레트타운의 대관람차..

이 베란다에서는 니지가사키 대부분의 성지를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 맞아..

 

이건 처음부터 전부 다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원래 여기에 있을 수조차 없어야 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다.

그런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이곳 니지가사키까지 왔다.

 

이건 마치 옛날 이야기들,

정말 위대한 이야기들 중 하나 같은 것이다.

 

어둠과 절망이 가득해서, 때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아질 수 있겠어?

그렇게 나쁜 일들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겠어?' 

하면서 결말을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절망은 그저 지나가는 것일 뿐이었다. 

어둠은 물러가고 새 날이 온다.

그리고 태양은 그 언제보다도 환하게 빛났다.

 

그게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비록 그걸 들을 때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 이야기들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마침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옛날 이야기 속의 영웅들은 몇 번이고 돌아설 기회가 있었다.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의지하고 믿는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나아갔던 거다.

 

그때 나는 반문했다.

 

"그 영웅들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아무능력도 없고 평범한 나는, 도대체 무슨 이상에 의지하는 거지?"

 

그 답은 이미 처음부터 주어져 있었다.

 

이 세상은 '아.직.도'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나의 목숨, 인생,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능력을 걸 가치가 있다.

 

2018년 12월 27일, "2018년의 5가지 사건과 의지하는 이상과 하고 싶은 노력"

 

https://mizuumiy.tistory.com/2355

 

2018년을 마무리짓는 에세이 - 2018년의 5가지 사건과 의지하는 이상과 하고 싶은 노력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Aqours의 성지 누마즈 카누키산香貫山 정상에서 저무는 석양을 향하여 "천지를 주재하는 나의 아버지여. 모든 진실을 지혜있고 슬기롭다 스스로 여기는 자들에게

mizuumiy.tistory.com

 

 

내륙에서 태어나 항상 바다를 동경해온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계시를 내리셨다.

그 조건은, '신의 달란트 (Talent from GOD)' - '호리에 유이'의 명령을 받들어 모실 것.

 

5년 후 도쿄대학에 합격하며 그 꿈은 이루어진 줄 알았다.

 

7년 후 북큐슈에 떨어지며 나의 인생과 목표는 실패한 줄 알았다.

 

11년 후 도쿄로 돌아오며 호리에 유이님의 명령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13년 후 아이미쨩과 결혼하며 호리에 유이님의 명령을 받들어 결혼하였고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5년 후 니지가사키 세츠나의 굿즈를 부동산으로 매수하는 도장을 대천사 호리에 유이님의 도장 케이스에서 꺼내 계약서에 찍은 순간.

받아든 열쇠를 쥐고 니지가사키 세츠나 아파트의 베란다에 선 순간.

 

15년 전 오다이바에서 받았던 하나님의 계시는 일점일획 단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그대로 전부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네게 보여주고 있는 이 땅으로 오라.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땅을 네게 주리라.
(=너는 오다이바 주민이 될 것이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으니, 만일 네가 내 말을 잘 듣고 나의 언약을 지키고, 내가 네게 명령한 모든 것을 행하여 내 율례와 법규를 지키면,
(=내게 네게 내린 달란트, 호리에 유이의 명령을 받들어 지키면)


내가 네게 복을 주어 너의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어느 누구도 행치 못하고 어느 누구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보고 듣지 못한 커다란 축복을 누리리라. 

(=너는 러브히나의 유학에 성공할 것이고, 그 뒤 영주권 및 기타 등등 필요한 모든 걸 갖추게 되리라)

너의 힘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의 전역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지금은 해외여행 처음 왔겠지만, 앞으로 동서남북 이곳저곳 해외 통틀어 수많은 원정을 떠나게 된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통하여 즐거움을 누리리라.

(=지금은 없는 이벤터의 시대를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개국하여 다같이 놀고 다닐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네가 북큐슈에 떨어지든 어디로 가든 너는 반드시 도쿄 오다이바로 돌아온다.)

 

내가 네게 허락한 모든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내가 너를 절대로 떠나지 아니하리라.
(=다카포 시리즈와 러브라이브 시리즈를 계승한 성지에 네가 아내와 입주하게 될때까지 너는 내가 굴려주마.)

 

 

....やかましいわ!

(하나님 "아니 이놈이 절대신을 향해 무슨 말버릇")

 

 

 

 

그렇게, 15년에 걸친 '천로역정 (Pilgrim Progress)'이었다.

 

이것으로 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혹시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르지.

그걸 또 알아챌 때까지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걸릴지도.

 

이 15년의 이야기는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보면 뭔가 있어 보일지도 모르나,

회사에서의 나는 이제야 겨우 프로마네의 직함을 단 새파란 애송이에 불과(...)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무언가 라이프 이벤트의 한 장을 넘겼다...그것만은 확실하다.

 

문제는 이걸로 인생이 끝나는게 아니다.

내 나이도 이젠 젊다고는 할 수 없어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길다.

 

왕년에 어쨌다고,는 이미 시간의 저편으로 지나간 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곳 니지가사키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왜 스스로가 남들보다 강하게 태어났는지, 알고 있습니까?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태어나서 남들보다 많은 재능에 축복받은 자는,

그 힘을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그 힘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보다 약자를 돕는 것은 강한 재능을 타고난 자의 의무입니다.

반드시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명입니다.

 

결코 잊지 않도록."

 

-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렌코쿠 쿄쥬로의 어머님의 말씀

 

 

내 가계부는 엑셀로 정리한다. 그리고 열때마다 맨 앞 시트의 이 성경구절을 읽는다.

 

 

무언가 역할이 있기에 계시가 있었다. 심심해서 내리는 계시 따위는 히구라시로 충분하다

그러나 그것은 내 역할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내 후대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넌 여기까지다. 이제 너의 모습을 본 후배나 내 명령을 계승한 다른 사람이 할 것이다"

라고 하신다면, 여기까지 주춧돌을 열나게 망치질한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한다. (여기서 더 바라면 욕심이 과하다)

 

다만 이제 내가 무언가 해야 한다면..그렇구나.

 

좀더 주변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니지가사키에 어려운 이웃이 있어요?] (아니 이웃이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고.

좀더 자주 만나 고기를 굽거나 마음을 담아 대접을 하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고.

하다못해 봉사활동(볼란티어)에 참여하여 맨션 주변 쓰레기 주우러 다니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지.

 

여까지 계시를 받고 명령을 따라 열심히 오긴 왔는데,

의외로 지금의 내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더라, 라는 것 또한 인생의 묘미.

 

그러니까 별로 대단치 않지만 주변을 조금이라도 미소짓게 할 수 있는 것을 앞으로도 하려고 한다.

 

...그렇게 세츠나 아파트에 이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고 한숨 돌린 나에게,

아이미쨩이 쑥스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고 거실 테이블에 앉히고 폭탄같은 말을 전해주었다.

 

오랫동안 동경해온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정상에서 성서말씀을 적은 요우의 노트를 펼쳐들자 나온 구절은...

 

내가 이르되, "주 여호와여, 무엇을 제게 주시려 하십니까?
나는 자식이 없습니다. 주께서 제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저의 제자들이 상속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여호와의 말씀이 이르되,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네 아내가 네게 자식을 낳으리니 너는 그 이름을 제대로 지으라. 내가 그와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

 

 - 2020년 11월 29일, 일본 도쿄도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정상

 

 

 

....출산은 내년 3월 초 예정이라 한다. (막줄결론)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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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9일,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해의 산 (小笠原諸島 旭山)

 

진실한 마음의 적은 이성과 의심이다. 신께서 어떠한 것을 명령하셨을 때, 이성은 '그런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간단히 판단하여 인간 안에는 약속의 성취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그러므로 신의 약속을 바라볼 때 이런 이성, 의심과 싸우면서 그 약속을 받아들여야 한다.

본래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본성 전체의 변화와 혁명을 의미한다. 신의 명령을 올바르게 받아들은 사람은 다른 인간들에게는 전적으로 모순되게 보이는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따라서 신앙이란 능동이 아닌 수동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세상의 이성 및 육적인 것과 신의 명령의 결정적 차이, 그것은 십자가의 여부다. 세상은 처음엔 화려하고 그럴 듯한 것을 보여주어 육체의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신의 명령은 먼저 십자가를 보여 주고 나서 그 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은혜를 '약속'한다. 따라서 신의 달란트를 믿는 자는 보이지 않는 신의 약속을 붙잡고 그 말씀에 따라 살고 움직이며, 이성과 육체, 의심과 끊임없이 싸우며 십자가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오직 인간은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신의 의롭다 하시는 명령을 받들어 믿는 것으로서 참으로 진정한 의인이 되리라.

- 신약성서 "이신칭의 (Justification by Faith)"

 

2020년 3월 2일, 한국에서 일본으로 출국 당시 작성하던 서류들은 대봉쇄의 서막이었다.

혼인신고를 앞두고 회사 후배 결혼식 참여차 2월 막날에 서울을 방문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마지막 한국 방문으로 기록되어 있다.

 

누님"이제 결혼하면 그 애니 이벤트하고 그런것좀 줄여야지."

나"알겠습니다. 각오하고 절반이하로 줄이겠습니다."

누님"절반? 안돼. 1/3으로 줄여"

나"사, 삼분의 일?! 그건 좀..."

누님"줄엿!"

 

....3분의 1이 아니라 아예 전멸할 줄은 강권하신 누님조차 예상치 못했을 것.

 

2020년 3월 14일, 누마즈 아게츠지 상점가 공식 트위터

2020년 4월 3일, 아마미 하루카의 생일이자 정식으로 교제한지 100일을 하루 채우지 못한 나와 아이미쨩은, 도쿄 미나토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고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처음 만나 한두시간 이내로 상대방에게 갖는 강한 호감을 '첫 눈에 반했다'고 정의한다면, 나와 아이미쨩은 분명 서로가 첫 눈에 반했다고 할 수 있겠다. 말그대로, 천생연분. 과연 하나님이 계시하고 대천사 호리에 유이님이 명령하신 결혼답다. 그렇게 부모님도 홍차 누님도 사귄지 석 달만에 결혼하는 가풍(?)을 나도 이었다.

 

오타쿠(?) 세계에서 결혼 자체가 드물지만, 누구 말마따나 "미즈우미님은 결혼조차 평범하지 않군요"란 술회 그대로 유별난 내 결혼에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다. 광속이라 묘사해도 될 속도전. 일본인 여성과의 국제 결혼. 프러포즈 장소는 치카네 료칸. 데레마스 시부야 린쨩네 꽃집에서 제작한 꽃다발로 프러포즈. 한일 커플로는 처음으로 수여받아 구청에 실제로 제출한 러브라이브 선샤인 혼인 신고서. 양가 상견례는커녕 아직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며느리랑 직접 만난 적도 없이 스카이프로 인사. 코로나랑 관계없이 결혼식은 시원하게 집어 던져버리기 등..

 

결혼 1주일 뒤, 동료 2명을 노예처럼 부려먹으며(..) 근처 신혼집으로 이사했다. 여전히 2년 전 대천사님께서 명령하신 니지가사키의 맞은편 지역.. 코로나는 나날이 기승을 부렸다. 권유 수준이던 재택은 강제로 바뀌었고, 4월 5월 6월까지 3개월간 실장의 허가 없이 출근이 금지되었다. 일본정부는 교부금을 전국민에게 쥐어주며 5월 초 골든위크가 끝날 때까지 긴급사태 발령과 강력한 자숙 요청으로 박자를 맞췄다.

 

특별출연(?) - 후리하타 아이

4월은 신혼집 택배를 받고 가구를 조립하는 등 집안을 정비했다. 한달 정도 지나 생활이 안정되자, 5월부터 동영상 강좌를 끊고 Project Manager Professional 시험을 준비하여 두어달만에 합격해 끝내버렸다. 우리 부부는 결혼까지 연애를 거의 안한 거나 다름없어서, 이 3개월은 전면 재택, 새 생활에 적응, 자격증을 따기, 둘이서 함께 집에서 지내며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정확히는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제1취미 이벤터 활동은 역병 앞에 무참히 갈려나갔다. 2월 말 북큐슈 샤론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줄줄이 취소되었다. 뮤쿠아니지가 한 스테이지에 오르는 럽페스와, 역사적인 첫 아이마스 내한 이벤트가 개최된 것은 지금 돌이켜 봄에 말 그대로 기적의 타이밍이었다.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성우와 아이돌조차 갑자기 백수(?)가 되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간간히 개최되기 시작하는 온라인 이벤트를 보며 다들 아쉬움을 달랬다.

 

2020년 4월 4일, 혼인신고 다음날 찾은 총선재외국민투표

 

7월부터 With 코로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출근과 출장, 외식과 국내여행이 점차 재개되었다. 고투라는 뻘짓(..)으로 보이지만 나름 서비스직종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국가적 캠페인으로 인해 고사직전이던 여행업계의 숨통이 조금 트였다고. 이에 대천사님 팬력 20주년을 기념으로 야마가타 긴잔온천과 이와테 후지호텔 등 토호쿠지역을 다녀왔고, 평상시엔 단념하고 있던 오가사와라 제도까지 항해하며 일생일대 두번다시 없을 기회를 살렸다. 그렇게 나는 고교 1년생 2000년부터 시작된 내 20주년의 천로역정을 나름대로 기념하고 있었다.

 

2020년 11월 17일, D.C.~다카포~의 성지 세토내해 시마나미 해도를 바라보는 아이미쨩

나의 아내 아이미쨩. 간호사는 이 시대의 영웅이었다. 전인류가 고통받는 가운데 최전선에서 역병과 맞서 싸우는 히어로. 내 나름 서포트했건만, 일이 힘든 것을 넘어 멘탈이 갈리는 것은 중견 간호사인 그녀도 버티기 힘들었다. 몇 번이나 발작하듯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가까스로 막았다. 모든 계획을 내가 설계하고 준비하여 아이미쨩에게 좋은 음식, 호캉스, 여행, 이벤트 등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미쨩은 다른 동료들에게 "상냥함의 덩어리(優しさの塊)"라 소개할 정도로, 더더욱 나를 심적으로 의지하게 되었다. 트위터에서 보이는 아이미쨩의 무거운 사랑은 밝은 내용만 개그스럽게 적어서 그렇지, 다크 사이드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2차원까지 질투하는 얀데레(..)가 될 줄은 나도 몰랐지만.

 

정 안되면 전업주부 시키고 내가 먹여살리며 돌보는 것까지 각오했지만, 다행히도 새 직장을 찾아 이직에 성공했다. 그곳이 '니지가사키 병원'인 것은 또하나의 운명. 2년 전 대천사님이 주신 명령은 결국 돌고 돌아 이렇게 이루어져 갔다. 정식으로 교제한지 1주년 기념 및 크리스마스에 누마즈 우치우라 아와시마섬 마리쨩의 호텔 디너 자리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락다운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노력한 서로를 상이군인처럼 위로했다.

 

2020년 8월 14일, 야카타부네屋形船 오다이바 바다 위에서 레인보우브릿지

 

코로나로 일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가치관도 동시에 흔들렸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나라들은 사실 그다지 선진적이지 않았다.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다지 상식이 아니었다. 성착취로 거액을 긁어모은 n번방 사건. 실물경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데, 동시에 부동산과 주식(과 코인?)은 대호황을 맞이한 것은 블랙 코미디나 다름없었다. 노력과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본이 자본을 낳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너무했다.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며 갈려나가는데 아무 케어도 받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아내를 지탱하느라 사적 감정이 조금 들어갔을지도.

 

 

2020년 11월 7일, 러브히나 히나타장의 모델지 긴잔온천

 

이 상황에서 어떤 가치관과 삶의 모델을 향해 살아야 할 것인가.. 물론 이래야 저래야 한다 이빨까는 꼰대질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사는 모습이 주변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락다운으로 고립된 나는 더욱 '근본'을 찾아 헤맸다. 무엇이 나의 Origin이었는가. 팬력 20주년을 맞이한 히나타장 온천여행과, 오랫동안 동경해온 오가사와라 제도로 항해한 것도 그 이유였다. 히나타장과 오가사와라 제도 뿐만이 아니라, 나의 여행은 하나하나가 전부 나만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첫 일본여행 마지막 날에 들른 오다이바에서 러브히나의 꿈을 깨우치고 하나님께 명령을 받았다. 오다이바는 내게 꿈을 향하여 진격하도록 신과 만남을 가진 신성한 장소이며 이 땅을 향하게 되리라는 약속은 지금도 진행 중

 

삼권분립의 원칙 - 종교(개신기독교) 전공(화학공학) 취미(이벤터활동)의 3대 영역은 견제와 조화를 이룬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빠져도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다. 나뿐 아니라 동료들이라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잠시 잊어버렸을지 몰라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세상의 시류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게 있어 그 가치를 향한 발걸음을 가장 압축하여 알기 쉽게 드러낸 것이라면 '주식의 이벤터 활동'이다. 너도 결국 주식얘기냐? 아니 잠시만요.

 

2년 전 주식의 이벤터 활동으로 나는 주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낮을때 사서 비쌀때 되판다? 아니, 주식은 티켓이다. 굿즈를 받고, 성우 목소리로 사업보고를 경청하며, 팬으로서 경영진에게 다이렉트로 건의할 수 있는 신개념의 이벤터 활동. 경제학을 전공한 절친이 미쳤냐고 뒷목을 잡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추구한 모든 것을 얻었다. (주가 오르는 것은 처음부터 추구하지 않았다.) 지금도 Aqours와 아이마스의 액자가 벽에 걸려 있고, 무엇보다 경영진에게 간청하여 내한 공연이 몇 번이고 성사되었으니까. (정말로 그게 효과가 있었는진 몰라도.)

 

2020 오가사와라 명예의 전당 - 아이마스 15주년 아트 워크가 추가되었다

 

결혼도 마찬가지. 세간에서 이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여럿 사람 바꿔가며 사귀어 본다. 간을 한참 본다. 동거도 해보고. 그러다 결혼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Plus, 남오타쿠(?)들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상대를 선호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러나 독일에서 대천사님은 준엄하게 명령을 내리셨다. "취미의 일치가 아니라, 지금까지 소중히 지켜온 가치가 일치해야 한다." 그 명령 덕에 아이미쨩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지금껏 살아왔다"를 확신하였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겠답시고 다시 라이브 현장을 찾았을때 호리에 유이님의 "내가 굿즈로 낸 도장 케이스로 결혼 등 소중한 서류에 도장을 찍어라!"는 확실한 명령이 떨어진 덕택에, 연애 동거 결혼식 따위를 전부 생략하고 광속으로 결혼할 수 있었다. 토니카와 실사판. 세간의 가치가 아니라 자신이 소중히 여겨 온 가치를 따르라는 대천사님의 명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식과 이성을 뛰어넘어 유효하였다.

 

이것도 매년 연말 에세이에 적고 있지만, 노력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라노호시여학원은 폐교되었다. 그러나 Aqours가 지켜온 가치와 시간은 영원히 남았다. 시즈오카 어촌 소녀들에서 도쿄 강동구 금수저들(...)에게 무대가 이어졌지만, 니지가사키도 Aqours와 다카포의 정신을 계승했다. 유우쨩과의 사랑우정이라는 소중한 가치는 변치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 아유무쨩의 노래에 우리 모두가 감동했다. 노력하면 잘 될거라는 말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된 세상 속에서, 아유무쨩은 자신이 가진 가치를 소중히 하였다. 그리고 그 가치를 믿었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절친을 향한 얀데레의 사랑 우정이기도 하고, 우리들에게는 최애성우를 향한 사랑이라도 좋다. 어떤 노력을 어떻게는, 그 뒤에 달렸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결혼소식을 알린 후 여성과의 교제 팁(?)에 대해 문의한 분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적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결혼하기 전에 일부 자세하게 설명받은 분들도 있다. 그러나, 독실한 개신기독교 신도를 포함하여, 나와 가장 친한 동료나 친구들조차 아이미쨩과의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대면으로 설명조차 이런데, 글로서 그걸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제안한다면 일본사회의 결혼문화에 대해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 야마다 마사히로(山田 昌弘)의 저서로 '지금'을 정확히 파악하고, 「はじめての男の婚活マニュアル」나 「꽃중년 프로젝트」등으로 기술적 조언을 받는 정도가 될 듯. 글로 연애를 배운다고 하면 웃음거리가 되지만, 의외로 학술적으로도 흥미있게 읽어볼 만하다. 애시당초 나 역시 연애경험이 일천하고 남에게 조언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님.

 

2020년 10월 30일, 도쿄돔호텔에서 도쿄 돔
2020년 11월 22일, 우츠노미야에서 귀가 중 전철 속에서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록다운 기간, 어떤 P가 내게 물었다.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어떻게 버티셨나요.."

 

이벤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 입장 전 동료들과의 인사도, 어울림도, 화환 등 기획도, 뒤풀이도, 아무것도 없이 나 혼자 사이리움을 손에 쥐고서 외롭고 쓸쓸하게 현장에 서서 성우를 바라보던 그 시절. 언젠가 국경을 뛰어넘고 동료들이 모여 다함께 노는 그날이 오기를 혼자서 언제까지고 기원하고 있었다.

 

다시 이벤터의 시대가 오기 전, 아니 그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성지에서 함께 모일 그 날은 반드시 온다.

비록 그것이 예전과 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계신 동료 여러분, 일본에 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일본에 계신 동료 여러분,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그 날이 조금이라도 빨리 올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현장에서 모두가 만날 날을 저는 믿습니다.

 

 

2020년 11월 28일,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바라본 석양

 

2020년 12월 26일, 누마즈 우치우라 아와시마 마리쨩의 호텔

 

"また、ここで会おうよ。"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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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우유1리터 2021.01.07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아래 사진으로 형수님 사진 사이로, 투표장앞에서 나란히 찍힌 사진으로 나오니 뭔가 제가 죄송한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