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시간

에세이 2018. 8. 8. 10:46

지난 5월, 서울에 들렀다.


명절맞이로 고향에 가거나, 이벤트 원정으로 서울에 가는 일이 잦아서, 귀국할 때마다 사람 만나고 다니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이번에는 거의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갔다.


서울에 갈 때마다 묵는 곳은 홍차 누님의 댁.


이번에도 많은 오미야게와 현찰을 선물보따리로 가져가 풀었다.

하루종일 누님 부부와 나까지 3명이서 이곳저곳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고.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에..

남매가 함께 거실에 퍼질러 누운 채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보니.. 이렇게 둘이서 얘기나누는게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같이 살 때는 가끔 이랬던 것 같기도 한데.”


도란도란 남매끼리 나누는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

교회 상황 이야기.

가족 현황 이야기.

결혼과 출산 이야기.


친구들이나 부모에게조차 하지 않는 이야기를 우리 남매는 잘 나누었다.


그리고 나와 누님은 서로가 갖고 있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들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꿈.

그러나 이루고 싶은 꿈.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꿈.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둘이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남매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느 틈에 거실 큰 창문 앞에 서 있는 누님.

나는 그 곁에 가 서서, 누님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이십대의 누님은 내가 마사지해주는 것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주물러 달라고 어깨를 나한테 들이밀곤 했었다.




“누님.. 돌이켜보면 경상도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성년이 되어 서울의 한복판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함께 서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잖아요?

물론 누님도 지금 잘 안되는 일이 있고, 저도 마찬가지로 잘 될지 어떨지 걱정되는 일이 있어요. 있지만…

그래도 우리들 남매는 정말 힘냈어요.”


누님께서는 약간은 여위었지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리고 나와 누님은 서로에게 기댄 채 잠시동안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



(훗날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국어학당 제자들, 

 "남매끼리의 대화라기보단 한 80쯤 먹은 노부부가 인생 돌이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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