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을 풀기 전에..


제1영역권(종교의 영역) 이야기는,

제3영역권(취미의 영역)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살짝 지루한 사전 설명이 많이 들어간다.




※ 내용과 무관한 짤방. 마리의 손모음이 좌우 다이아, 카난과 확연하게 다르다. 기독교에서 기도할때의 손모음이며, 이 때문에 서양에서 귀국한 마리는 미션스쿨을 다녔거나 그 영향이 있었지 않나 하는 썰이 있었다.



내 학부모교는 개신기독교 계열의 미션스쿨로,

미국 북장로교 출신 언더우드(Underwood; 한국명 원 우두) 선교사가 설립하였다.


나는 그 언더우드 선교사가 모교와 더불어 세운 한국 최초의 교회에 다녔다.[각주:1]


그 교회에는 중국어, 베트남어, 영어 등 서울에 재류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예배가 있었다.

이중 일본어예배는 도쿄신학대 출신의 나그네(필명)라는 일본인 목사님이 시무했다.

그리고 나는 학부생때 일본어예배 청년회에서 회장직을 수행했었다.


때때로 도쿄신학대나 일본기독교단에서 한국에 온 일본인 목사, 청년들이 예배에 참여했다.

일본어로 설교하는걸 내가 실시간 통역하기도..

자연스레 수많은 일본기독교단의 목사님이나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여기서 ‘일본기독교단(日本キリスト教団)’이란 일본정부의 지시로 일본내 개신교단을 하나로 묶은 것.

일본에도 성공회, 침례교, 장로교, 감리교 등 다양한 교단이 있지만,

일단 내 소속 교단과 가장 가까운 교단이라고 간단히 끝내겠다.[각주:2]




2011년도..

마침내 러브히나의 꿈을 이루면서 서울을 떠나 일본으로 도일했다.


일본에 건너온 내가 절실히 찾던 3가지 과제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일본에서 평생 섬길 교회’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어느 곳에서도 마땅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도일 전부터 일본어로 예배를 드리고 일본기독교단에 아는 사람도 많던 내가

정작 일본에 와서는 제대로 정착못하고 겉도는 모습은 주변에서도 꽤 의문이었다고.


예배에 참여하더라도 교회의 일원이라기보단 게스트란 느낌?

북큐슈 야하타에서 4년간 방랑도 했고.


한인교회는 일단 선택지에서 제외. 왜인지는 말줄이니 상상에 맡긴다.(...)


여기서 자신이 섬길 교회를 정한다,고 하는 것은 개신교도에게 결코 농담이 통하지 않는, 

진짜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생의 과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님.


2017년도, 3차 정상결전에서 이기고 도쿄에 귀환의 꿈을 이루었어도,

다닐 교회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떠도는 나날은 계속되었다.


성공회도 가보고, 어떻게 한인교회도 가봤지만,

첫날부터 붕당사태(..)를 보며 '역시 한인교회는 한인교회에 불과(?)한가'하고 씁쓸했을 뿐.




※ 저 동그란 레일 너머 어딘가에 살고 있다.

니지가사키의 성지 오다이바를 바라보는, 선샤인 극장판의 타이틀이기도 한 Over the Rainbow



2018년도 여름..

츠키시마 기숙사에서 방빼라는 인사명령이 떨어졌다.


이사 후보지는 러브라이브 3대 유닛 - 

뮤즈의 아키하바라, 아쿠아의 누마즈, 니지가사키의 오다이바.


모든 조건을 알아보고 누마즈로 이사를 거의 결정짓기 직전,

호리에 유이님으로부터 ‘니지가사키로 GO!’ 명령이 떨어졌고,

그 명령을 받든 나는 오다이바의 건너편 레인보우브릿지 곁에 새 터를 잡았다.


이사를 마치고, 니지가사키 맨션에 살게 된 나는 도내 모처 교회에 찾아갔다. (경위는 후술)

목회자 가족분께 인사를 드리는데..


나”처음 뵙겠습니다. 아사히라고 합니다.”

사모님”아사히군…? 우리 3-4년 전 나고야교회에서 이미 만났어!

나”....!?”


야하타에 살 때 나고야의 플랜트를 담당했기에 자주 출장을 갔었고,

시간이 맞을 때 소개받은 교회에 찾아갔는데 그 때 만났던 목사님 부부가 이곳에서 시무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어 따님께 인사를 드렸다.


나”처음 뵙겠습니다. 아사히라고 합니다.”

따님”아사히상…? 우리 5-6년 전 이스트아시아 행사에서 이미 만났어요!

나”....!?”


나는 학부생때 교회에서 개최하는 개신교청년학회의 스태프였고, 이것을 본받아 시작된 일본개신교청년들의 행사 - 이스트아시아에도 참여했는데 그때 나랑 목사님의 따님이 이미 만나서 인사한 적이 있었다고.


이어 담임 목사님께 인사할때 상황은 한술 더 떴다.


나”처음 뵙겠습니다. 아사히라고 합니다.”

목사”아사히군…? 우리 십년 전 일본어예배에서 내 신학대 동문이자 선배이신 나그네 목사님이랑 더불어 이미 만났어!

나”.....!?”


예배를 드리면서 이미 마음에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담임목사 가정 구성원 전원이랑 예상치못한(?) 인연까지 더해져, 일본기독교단 전입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런데 니지가사키로 이사간 나는 왜 갑자기 그 교회를 찾아갔을까?


사실 이곳 담임목사님은 2년전까진 나고야에서,

그 전에는 시즈오카에서 9년 간 목사로 시무하신 적이 있다.


그리고 시즈오카에 계시던 당시, 어떤 교회의 목사님과 아는 사이였다.


슬슬 예상이 갈 듯. 그 교회가 바로,




누마즈교회 (沼津教会)


....


그렇다.

러브라이브 선샤인, Aqours의 성지 누마즈가, 여기서 일본기독교단 전입과 연결된다.


지난 아와시마 여행 때 자초지종을 옆에서 듣던 루비오시 개신교도 친구"그게 그렇게 연결될수도 있나!?"


러브라이브 선샤인을 계기로 누마즈에 찾아가고.

누마즈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그 인연과 니지가사키 이사와 더불어 도쿄의 교회에 갔더니.

사년 전 출장중 나고야에서 만났던 목사님 부부가,

그것도 일본어예배 신학대 동문 후배이자 이미 십년전 인사를 나눈 목사님이 시무 중,

그리고 일본기독교단에 정식 전입.


학부모교 → 새문안교회 → 일본어예배 → 일본여예배 청년회 → 일본기독교단 → 이스트아시아 → 도일 → 러브라이브 → 러브라이브 선샤인 → Aqours → 누마즈 → 누마즈교회 → 니지가사키 이사 → 일본기독교단 정식 전입


이쯤되면 뭔가 인간의 우연을 초월한 기적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




일본기독교단에 전입하기 위해서는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전입 교육을 받고, 証(あかし)라는 일종의 자기소개를 겸한 신앙간증을 전 교인 앞에서 발표한다.


마치 겉으로는 무패행진의 꽃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여도 속으론 얼마나 많은 실패와 슬픔을 반복했는지 자신의 신앙고백 속에 드러나 묘한 기분이 잠시 들기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소속 세례교인 아사히 군.

그대는 이 신앙고백을 진심으로 고백합니까?


나"고백합니다."


그대는 이 교회의 회원이 되어, 일본기독교단의 교헌, 규범을 성실히 지킬 것을 약속합니까?


나"약속합니다."


그대는 이 교회의 회원으로서 걸맞는 생활과 그 책임을 다할 것을 결심하십니까?


나"결심합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를 일본기독교단의 일원으로 승인합니다.


12월 23일, 크리스마스예배..

다섯 개의 촛불이 켜진 강대상을 앞에 두고 일본기독교단 전입식을 치렀다.


일본에 도일한 지 무려 7-8년이 지난 2018년의 크리스마스 예배의 날,

일본기독교단의 정식 일원이 되었다.




다음날 12월 24일, 2018 크리스마스이브.

올해 마지막으로 누마즈를 찾았다.


전전날의 캔들 나이트도 아니요, 전날의 아케즈치 상점가 크리스마스파티도 아닌,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Aqours와 누마즈교회에 예를 표하기 위해.


우치우라까지 가서 치카네 료칸에서 목욕을 마치고,

누마즈교회에 성탄전야촛불예배를 드리기 전에 누마즈 시내를 내려보는 카누키산(香貫山)에 올랐다.


저 멀리 바다로 내려지는 누마즈의 크리스마스이브 일몰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웃었다.




“신이시여. 저를 러브라이브 선샤인에 빠뜨리고,

Aqours와 주하를 죽자살자 쫓아다니고,

그럼에도 누마즈가 아니라 니지가사키로 이사를 명령하신건... 이 날을 위한 빅 픽쳐였나요?


평생 다닐 교회를 찾고 일본기독교단에 정식으로 전입하게 된 계기가,

설마하니 러브라이브 선샤인과 Aqours와 니지가사키가 될 줄이야.


방법이 이래야 했나 좀 여러가지 의문이 듭니다만, 뭐, 결과 All Right...


왜 가공할만한 시간과 노력을 퍼부어 일본국내와 전세계로 Aqours를 쫓아다니고,

누마즈를 성지여행 뿐만이 아닌 산천을 달리고 교회에 찾아가게 하신 이유를 이제야 확실히 알겠나이다”





※ 결과적으로는 인생의 과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Aqours와 니지가사키동호회



저물어가는 누마즈의 석양을 바라보며 지난 십여년간의, 그리고 올해 있었던 많은 사건을 떠올렸다.

수많은 우연을 가장한 기적이 있었다. 길고 긴 광야생활이었구나.


.....


하나님”..야, 뭘 홀가분한 표정 짓고 있어? 아직 안 끝났어.”


나”...네?”


하나님”선샤인 파이널 아니잖아.”


나”......???”


하나님”네가 찾아 헤매던 세 가지 과제 중 두 가지를 성취하였으니, 이제 마지막 하나를 위해 내년에도 내가 내린 달란트에 충성하라!”


나”마지카!!”



...신의 달란트(Talent from GOD)를 향한 삶은 2019년에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누마즈교회 성탄전야촛불예배. 나는 어찌보면 크리스마스 기간에 누마즈를 방문한 모든 러브라이버들 중 가장 본질적(?)으로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건지도 모른다.



  1. 장로를 선출하고 당회의 조직을 갖춘 한국의 첫 교회. 즉, 한국에 있는 수많은 교회들의 ‘어머니 교회’. 교회역사박물관에 가보면 한국 최초의 교회라는 기네스 인증서(..)가 있다. [본문으로]
  2. 같은 교회끼리 뭘 교단같은걸 따지냐?고 의문일 수 있는데, 교회의 문화와 분위기와 조직을 이해하기 위해, 좀더 중요하게는 ‘이단인가 아닌가'를 판별하기 위해 처음 보거나 모르는 교회는 먼저 소속 교단부터 확인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본문으로]
Posted by 水海유세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