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여름 페스타를 기획할 시절.. 나라현에서 들르고 싶었던 곳이 요시노산이었다. 최애캐 요시노 사쿠라의 어원, 소메이 요시노(ソメイヨシノ) 벚나무를 보기 위하여... 였지만, 시간상의 문제로 통과했다.
당시 기록을 들춰보면 교토-나라-오사카를 묶어서 이틀만에 관광을 마쳤으니 등산할 틈이 있을 리가. 더군다나 100km에 달하는 시마나미 해도 성지순례 직전에 등산이라니.
3년의 세월이 지나 나라현 옆에 붙은 미에현에서 굴러다니는 지금..
기회가 왔다. 30대 첫 가을산행.. 결코 놓칠 수 없는 이벤트.
단풍이 절정을 이룬 11월 3주차 토요일.. 무사히 휴일을 받고 자동차를 타고 요시노산을 향할 준비를 마쳤다.
회사에서 빌려준 차. 기종은 혼다의 피트. 전날 연료를 가득 채웠으니 나라까지 왕복은 특별히 어려울 것 없겠다.. 자동차 탄 지 아직 채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조심조심 운행하자.
현재 거주하고 있는 레오팔레스 앞. 가을 기운이 물씬 난다.
네비게이션을 요시노산 주차장에 설정. 유료도로 회피 코스로 설정, 완료. 현재시각 아침 7시 30분.
차는 별 문제 없이 잘 굴러갔다. 토요일 오전이고, 나라현까지의 루트는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서 적절한 속도로 적절히 달릴 수 있었다. 차량 옆으로 흘러가는 가을 정경을 즐기는 것도 한편의 즐거움.. 아직 걷히지 않은 안개가 옆으로 흘러가서 상서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위 사진들은 산 중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찍은 사진.
...특별히 돈내고 고속도로를 쓸 필요도 없구만. 일반도로를 만끽했다.
오전 10시 반경... 요시노산 기슭에 다다랐다. 경사를 타고 산중턱으로... 그곳에 미리 알아 두었던 주차장(下千本駐車場)이 있다. 이곳 요시노공원 아래천그루 주차장은 벚꽃시즌을 제외하면 공짜로 차를 세울 수 있어 좋다. 차를 안쪽에 대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세계유산, 소메이 벚꽃(ソメイヨシノ)의 명가 요시노산. 그리고 요시노 사쿠라를 기념하여 가져온 요시노 사쿠라의 플라스틱 그림판. 다카포3R을 구입할 때 특전으로 들어 있었던 비매품이다.
문득 관련 기념품을 가지고 성지순례(?)를 가는 것도, 키모오타(?)가 다키마쿠라를 안고 찻집이나 테마파크에 가는 것과 근본적으로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사쿠라랑 같이 여행다니는 느낌을 내고 있으니.. 차이가 있다면 대놓고 찍는게 아닌 슬쩍슬쩍 숨기며(..) 다니는 정도..
올라가던 길에 있던 절.. 노리코쨩이 아니라서 불상 감상하는 취미가 없는지라 부처님을 뒤로 하고 등산을 계속...
차를 관광주차장에 세워 두었기에 산중턱부터 걸어 올라왔지만.. 저 아래의 요시노역(吉野駅)에서 내리면 걸어서 중턱까지 올라오든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오게 된다. 거기부터 아래 천그루(下千本; しもせんぼん), 중간 천그루(中千本; なかせんぼん), 윗 천그루(上千本; かみせんぼん), 안쪽 천그루(奥千本; おくせんぼん)로 높이에 따라 벚꽃들을 부르는 명칭이 달라진다. 아래 천그루에서 안쪽 천그루에 이르는 길이 바로 벚꽃이 만개한 등산로.. [번역 퀄리티가 왜이래!?]
그리고 올라가는 중...
고즈넉하고 평온한 산길과 마을길이 반복된다.
중턱까지 올라서면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진다. 가끔 요시노 사쿠라에게 벚나무 구경을 시켜주듯 플라스틱 그림판을 꺼내어 휘저어 본다. 보렴, 요시노 사쿠라. 네 이름의 기원, 요시노 사쿠라란다. 그러면서 걷다가 햇살도 막다가, 더우면 얼굴을 부채 대신 부치기도 하고... 요시노 사쿠라「解せぬ」
시골다운 느낌을 더욱 살려주는 무인 판매기(?)..아니, 판매처.
묵묵히 경치를 즐기며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요시노산의 정상 부근에 다다른다.
요시노산에 대한 안내.. 그리고,
요시노산의 정상. 윗천그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관이다.
낙엽이 날리는 가운데, 저 멀리 오사카를 향한 방면에 나라시내가 보인다. 언젠가 어느 시절의 한여름, JR패스를 가방에 꽂은 채로 사슴을 구경하며 저곳을 걷고 있었다. 아래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손에는 요시노 사쿠라의 플라스틱 그림판.. 최애의 이차원 캐릭터, 요시노 사쿠라의 기원 소메이 요시노의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이곳 요시노 산의 정상에 서 있다. 귓가에 흐르는 음악은 하츠네섬 베스트 앨범의 요시노 사쿠라의 노래와 시라카와 코토리의 산들바람의 하모니...
그리고 30대의 첫 가을을 이곳에서 맞이하게 된 것을 두 손을 모으고 감사드렸다.
그 뒤의 일은 특별히 적을 것이 없다. 다카포의 음악을 들으며 평화롭게 하산...
그리고 하산하며 이것저것 주워먹었다.
350엔짜리 벚꽃 아이스크림.
요시노산의 '하츠네'라는 식당. 굉장히 비싼 식당이라서 지나쳤다만(..) 요시노산의 하츠네 식당이라니, 꽤나 인상깊다. 거기다 한자도 똑같고.
....
근데, 생각해보니 하츠네섬의 하츠네는 하츠네 미쿠의 하츠네도 되는구나.
대신 근처 찻집에서 쿠즈양갱 화과자와 맛차 세트를 800엔 주고 사먹고, 창밖 경치를 감상하다가 인사하고 나왔다.
오후 4시, 차를 운전해서 이세로 돌아와 근처 온천에서 오후 6시부터 1시간 가량 온천욕을 즐긴 후, 레오팔레스로 돌아와 평안히 휴식을 취했다.
회사원이 된 지 반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학생시절이 이젠 아득하게 느껴진다. 한푼 두푼 아껴보자고 바둥거리던 그 시절.. 지금처럼 쉬는 날이면 돈걱정 안 하고 차몰고 다니며 주말에 놀러다닐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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