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7년 동안 라반을 섬겼으나, 그녀를 너무도 사랑한 까닭에 7년을 며칠 같이 여겼더라. (So Jacob served seven years to get Rachel, but they seemed like only a few days to him because of his love for her.)"

 - 구약성서「창세기 29:20」


....7년이라고 쓰여 있지만 사실은 14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 2007년 한여름. 
「2007 한여름 페스타 - 안경회 일본원정단」 

안경회라는 모임의 동료들과 도쿄로 원정.
태어나서 두 번째의 도쿄여행이었다.

마지막 밤, 오다이바 오에도온천모노가타리의 족탕을 걸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언제까지, 지금의 생활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미소녀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십 년 전부터 해왔다고 함은,
빠른 단계에서부터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귀국한 나는 학업에 정진했다.
우여곡절끝에 토호쿠대학 교환학생으로 합격했다.
랩에서 열의와 학업 능력을 인정받은 나는,
이듬해 호리에 유이님과 러브히나의 상징과의 진검승부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2차 정상결전)

그리고 입성한 빛나는 저편에는, 빛이 없었다.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내게 손을 뻗은 
어느 대장간으로부터의 입사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배속지는 도쿄에서 천 킬로미터 떨어진 일본 제철의 성지, 북큐슈 야하타.

두 차례에 걸친 나의 정상결전의 승리로 발돋움한 도전은 결론적으로 싹다 실패했다.
...라고 쭉 생각해왔다.



"신의 달란트(TALENT FROM GOD) - 호리에 유이님을 향한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내 인생은 큐슈에서 끝난다."

그것만 생각하면 아주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았다.

2015년 말에는 정신과 클리닉을 다니며 
약을 집어삼키지 못하면 잠들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이 내내 지속되었다.
정작 약을 제일 많이 먹은 기간이 뮤즈 파이널 기간이었다는 것은 잠시 잊자

그리고 2017년 2월..세 번째 정상결전.
나의 나이와 주어진 상황을 생각하면 이것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

인생을 건 진검승부의 자리를 노려보며,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능력을 결집시킨 벼린 칼을 쥐고 올라갔다.

여기서 패배하면, 나 회사를 그만두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벼랑끝의 배수진을 친 싸움의 결과, 나는 이겼다. (3차 정상결전)




도쿄에 살고 싶다.
호리에 유이님을 가까이에서 섬기고 싶다.
그리고 동료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 심플한 꿈을 이룰 때까지,
무려 17년의 시간을 며칠처럼 여기며 달렸다.

그리고 그 심플한 꿈을 이룬 순간,
어느 틈에 나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의 어떤 정상의 자리에 서 있었다.

....으응, 17년을 며칠처럼 여긴 것치곤, 참으로 좋은 경치다.

원래 도전정신에 불타오르는 소년만화같은 성격은 절대 아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남자는 이렇게까지 회까닥(?)할 수 있는가봐.

인자 스스로는 할만큼 했잖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인생의 정점을 찍었으니,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을 걷자.
...라고 생각했다.

그 때, 와타나베 요우 - 사이토 주하 라고 하는 녀석이 
내 앞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7년 2월 말, 3차 정상결전을 치르고 아쿠아 1st 라이브에 참여 후
우치아게에 모인 사람들에게 한 말이 있다.

"오늘 슈카슈 표정 보셨잖아요? 슈카가 최연소에요. 일본나이로 20세일 거에요.
근데 우리가 만 20세일때.. 저런 표정으로 웃고 있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요?

왜 저 나이에 슈카는 저렇게 웃는게 가능한데
우리들에게는, 우리들의 후배들에게는 가능하지 못했나?

그때의 우리들에겐 무엇이 모자랐나?
지금의 우리들에겐 무엇이 모자란가?

우리들 다음의 세대라도 저렇게 웃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세에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걸,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아쿠아 1st 2일차에, 내가 처음으로 주하를 보았을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주하야! 훌러덩 벗어!! 밖에 생각안하는줄 알았다고 하는 분 누구야



내가 마법사로서 아직 갖고 있지 못한 것을 저 어린 소녀가 갖고 있다.


그 인식은 주하에 대한 강렬한 '라이벌'의 의식을 불태웠다.
동경하는거나 좋아하는 것과는 살짝 다른..

그래서 주하는 단순한 팬의 입장이 아니었다.

도쿄로 이사온 나는 벽에 주하가 연기하는 와타나베 요우의 수영복 사진을 액자에 걸고 째려보며 외쳤다.

".....너한텐 지고 싶지 않아-! (お前には負けねーよ) "

당장 그날부터 강도높은 단련이 시작되었다.

체중은 5kg가 넘게 수직 낙하했고,
처음엔 30kg도 힘겹던 역기를 지금은 70kg 어깨에 짊어지고 스쿼트를.
어느 정도 체력이 붙은 10월부터는 살아있는동안 절대 할 일 없다고 생각했던 수영을 시작했다.

12월 초에는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1km를 4분대로 달리면 가까스로 가능한 100분 이내의 목표를 달성하며.



인간은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연습하여, 성취한다.

하프마라톤의 완주증은, 
그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데 대한, 긴 세월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한 데 대한 축하의 메시지였다.

설마하니 이 나이가 되어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주하는 이젠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한 한계를 돌파한 계기였다고 봐도 좋을 듯.

체력단련은 하나의 예제일 뿐.

야하타에서 떠나려는 나를 위해 수십번이 넘는 환송회가,
도쿄로 돌아오는 나를 학교와 교회와 회사와 학당제자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환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남의 기준과 잣대로는 절대로 측량할 수 없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한 해가 되었다.

올해의 나는 얼마나 웃는 시간이 길었을까.
아마 4년간 웃었던 시간보다 올 한해 웃었던 시간이 더 길지 않았을까.

그래서 올해 수많은 아쿠아의 행사에서 주하 앞에 설 때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난 너한테 지지 않았어."



꿈과 노력이 반드시 보답받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리던 아쿠아는,

카이지 홀에서 미라이 티켓을 부르고 패배했다.

삼색볼펜은 하나씩 참가상으로 받았다더라.




폐막제라는 미명하의 축제.




우치우라 해변가의 Aqours 글자 파도에 휩쓸렸다.




캠프파이어 끝에, 그녀들의 앞에는 잿더미가 남았다.


한날 내가 중얼거렸듯, 선샤인의 이야기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저것은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간 선인들을 동경하여 그 등을 보며 달리던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끔 얘기했지만,

난 아직도 대학원에 간게 잘한 결정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으나,

내게는 박사과정까지 끝내고 이룰 듯해 보이던 미래가 있었다.


현실에 부딪혀 깨진 꿈.

포기한 미래.

있었을지도 모를 가능성.

차마 이루지 못한 미래.


가끔 러브히나의 대학을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미묘-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꿈을 주었고, 꿈을 이루게 해주었고, 꿈을 도로 빼앗아갔고, 꿈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모교.


아마 마음 속에 새겨진 실패의 고통과 흔적은 평생 지워지지 않겠지.


그러나 동경하는 존재의 등을 바라보며 죽어라 달렸던 시간들과,

이십대에 쌓아올린 것을 잿더미인 채 남겨둘 수는 없었으니까.


이루지 못한 꿈은 이루지 못한 꿈인 채 끝나 버렸지만.

생각했던 봉우리와는 약간 다른 봉우리에 올라가 버렸지만.

'여기서 보는 경치도 뭐, 나쁘지 않구나'라 생각이 들었다면 그걸로 괜찮은 젊은시절을 보냈지 않나 싶다.





.......그래서, 곧 2018년이에요. 여러분.


2017년에는 너무 큰 꿈을 이뤄버린 탓에,

도쿄로 올라와 4년간 쌓인 울분(?)을 풀어버리려 아주 작정하고 놀았다, 갖고 있는 돈 싹다 꼴아박아가며.

연말에 회계결산을 해보니 제3영역권 투입 예산이 작년의 1.5배 정도는 되더라고.

아니 분명히 도쿄에 올라와서 왕복 교통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했을 터인데?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다.

원래 돈은 버는것보다 쓰는게 재미있잖아.


그러나 이 짓거리(?)를 2018년에도 계속 하겠냐? 라면, 글쎄..올시다.


2016년 4월 뮤즈 파이널에 이 바닥의 프로마네 전면에서 실질적으로 은퇴했고,

지금은 주하와 요우치카의 평범한 규제대상 팬이 되었다.


내한 공연과 한국 라이브 뷰잉도 착실하게 늘어가고 있고.

애니플러스를 필두로 애니메이트와 굿스마 등 공식 점포가 늘어간다.


란페스 서울에 뮤즈 온다고 온갖 기획이 난립하다 와르르 무너지는걸 혀를 찼지만. 지금은 요소로드와 카난레일이라는 빅 쇼(?)가 한국인의 손으로 성공하여 전세계에 알려지고 센터에 있던 주하까지 감동받아 뻑가는 기적을 보았다.


이 모든 것이 2014년의 5th 당시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그러나 꿈꾸던 미래였고,

지금은 당연하다시피한 현실이 되었다.




도쿄로 돌아와 '평범한' 이벤터의 완성을 이루었으니,

17년을 며칠처럼 여기며 동경하던 선인들의 등을 바라보고 달려온 내가,

다시 그 너머를 향해 어떤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마법사로서 어떠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


한 가지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말과 설득과 공론화라느니 손가락이나 놀리며 입 터는 건 취향이 아님.

나는 나의 인생을 걸고 지금까지처럼 직접 레일을 손수 깔아가며 길을 제시하고 증명하려 한다.


무엇보다 기본은 "같이 놀자"는 제3영역권의 이념에 충실하고저.

"미소녀 유비쿼터스(Pretty Girl Ubiquitous)"[각주:1]는 제3영역권에서의 오랜 테마였으니까.


さて、슬슬 코미켓에 갈 시간.

한 해의 마지막은 언제나의 인사로 마치려 한다.


올 한해도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SEE YOU NEXT STAGE-!"





출처 : https://twitter.com/azusa_tsubomi/status/945202313945157633




"未来のことで、臆病にならなくていいんだよ!"

- 와타나베 요우


  1. 유비쿼터스 [Ubiquitous] : 물이나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語)로, 일반인이 오타쿠나 매니아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미소녀와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 개념을 주창 당시엔 완전히 돌아이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본문으로]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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