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 있지.]

무슨 의미입니까,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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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3대 미술관이라고 하면 고대의 루브르 박물관, 근대의 오르세 미술관, 현대의 퐁피두 센터를 말합니다. 이중 오르세 미술관은 산업혁명과 전쟁 등이 맞물린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도심을 가르지르는 세느 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철도역사로 쓰던 것을 뜯어고쳐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비록 전시하는 작품들의 시기는 짧지만 자연주의, 인상파, 나비파 등 근대미술의 주요 시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오르세 미술관전은 바로 그 오르세 미술관에서 주요 작품들을 선별하여 한국에 실어 와 일반인에게 공개.. 란 것으로, 4월부터 9월까지 개최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꼭 가고 싶었는데 다행히 수요일은 계절학기가 없는 고로. 오후에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3호선 남부터미널 역에서 내려 예술의 전당을 향해 걷던 중, 벽돌담이 멋져서 한 컷.



횡단보도 건너기 전.


미술전을 여는 곳은 이곳, 한가람 미술관의 3층.



일반인 입장가격은 1만 2천원이지만 할인권의 출력본을 제출하니 단체가격으로 할인해서 1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3천원 주고 설명이 든 녹음기도 대여하고. 5천원짜리 화보도 구매하고. 이제 들어가려던 차에, 오후 2시부터 지하1층에서 오르세 미술관전의 설명회가 있다기에 얼른 다시 내려갔습니다. 가보니 대부분이 아가씨들이고, 아이 셋을 데려온 어머니 한 분, 수녀님 두 분. 남자 어른은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설명해주는 분이 미술 전공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40분간 오르세 미술관전에 관한 명쾌하고도 멋진 설명을 잘 들었습니다.



강의(?) 들으면서 화보에 필기한 내용.



이제 3층으로 다시 올라가서 표를 끊고 들어갑니다~ 다~ 다~!


......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당시에 고아가 된 어린이들이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군악대에 있는 경우가 많았더라,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림자가 별로 없는 평면적인 구성.


빈센트 반 고흐의 '고흐의 방'. 평생을 혼자 고독하고 외롭게 지낸 그인지라, 쌍을 이루는 물건들이 그의 마음을 잘 드러내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럼 난 이제 미소녀 피규어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지내게 되는 건가? [야--;]


폴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화가의 자화상'이라던가. 고갱의 일생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부터 쭉 느꼈지만, 그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주인공 사이코화가(?)는 바로 이 사람이 모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떠나 원시적인 파라다이스를 구상하며..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마지막으로 그렸다는 천지창조의 벽화는 불태웠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고갱 말고 달과 6펜스의 사이코 화가가.


르누아르의 작품, '줄리 마네'... 그야말로 바비 인형? 참한 미소녀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도 그럴 듯이, 르누아르란 사람은 평생을 오로지 미소녀를 그리는 데 열중했다고 합니다.

(....) [....뭐??]


아니, 진짜라니까.

일설에 하도 미소녀만 그려대니까 비판이 있는고로, 이 사람이 대답하기를 세상에 너무 추한 것 투성이인데 그림이라도 미소녀를 그려야지! 라고 했다던가 뭐라던가.

이 사람도 100년만 늦게 아시아에서 태어났으면 분명 덕후의 길로..



그리고 가장 유명한 명작,




밀레의 '만종'



...
..
.


제가 처음으로 밀레의 ‘만종’을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1996년, 신문의 예술 섹션에 나온 그 만종을 들여다보고 있는 저에게 어머니 햇살님께서,

“아들아, 이 그림이 밀레란 사람이 그린 만종이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이켜보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마음가짐은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냈을 때 우러나올 수 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바로 이런 자세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단다.”

그리고 12년 후의 초여름에,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밀레의 만종의 진짜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12년. 그때의 저는 12년의 시간이 흘러 이렇게 만종의 원본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지요.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어린 나의 눈동자에 과연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을까. 18년 전부터 아침 경건의 시간을 갖고 성경을 읽으며 묵상을 하고 있지만. 정신을 온전히 추스르고 바르고 옳은 마음을 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도 인간인 나 스스로가 악으로 물든 존재인 탓에. 언제나 가야 할 똑바른 길을 걷지 못하고. 항상 아침에 결심한 것과는 동떨어진 하루를 보내며. 무언가 부족한 느낌에. 아쉬움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이는. 그리고 나면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한동안... 10분 정도를 못박힌 듯이 작품 앞에서 멍청~ 하게 서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고 지금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너무도 겹쳐 보여서. 챠오 소렐라의 시마코는 신앙심으로 경건하게 성화를 바라보았는데, 저는 제 모습에 한탄하며 작품을 보고 있군요. 이 대조가 너무도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나는 순수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 더 이상 아쉬운 하루하루를 살지 말자. 행복과 줄거움에, 그리고 하루를 돌이켜보며 스스럼없이 이 하루를 살아온 자신에게 뿌듯함을, 그리고 이 하루를 주신 신께 감사함을 갖고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나날을 지금부터라도 살아가자. 강렬한 감동과 그런 결심을 하며 미술관을 나왔습니다. 만원과 오후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은 미술관람이었네요. 여러분들도 기회 닿으면 꼭 가보시길.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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