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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패키지여행이든 배낭여행이든, 단체여행은 기본적으로 자유 시간을 하루 정도는 부여하기 마련이다. 숨이 막힐 정도의 빡빡한 일정으로 달려온 일주일을 마감하고 귀국하기 직전에 가진 하루의 자유 시간. 도쿄에 10일 동안 있으면서 야마노테선 한 번 타보지 못한 상황, 여러분들이라면 이 자유 시간에 어디로 가고 싶었을까? 우리 세대의, 특히 이 바닥의 사람들에게는 일본 여행이란 한 번으로 끝나는 단발성 이벤트라고 말할 수 없다. 몇 년이 지난 뒤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올 여행을 위하여 착실히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는 것은 어떠한가, 하고 단장은 생각하였다. 1년 전의 참여름의 한페이지를 통하여 지금의 안경회 일본원정단을 준비하였듯.




* 이벤트장


전날에 갔던 곳이 치바겠다, 미씨 댁에 가서 같이 자고 온다는 둥 이야기를 하던 이벤트장이 일어난 것은 아침 9시.

"형님, 첫날에 새벽같이 나가던 근성은 어디로 갔습니까?"

"어허허, 너무 피곤해서 안되겠어^^;"

"내가 오늘 교회만 안 갔으면 저번처럼 첫차로 나갔을 텐데 말야."


그 길로 코미케에 갔다가 아키바로 향하였다. 일요일의 아키바 도로는 보행자 거리. 이곳저곳 많은 구경거리를 보고, 역시나 소프맙은 빠지지 않고 들르고, 또 무진장 지르고 돌아오더군. 아예 수납할 가방도 더 사갖고 왔다. 집에나 무사히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 그랴.



* 메이드장


JR 토구나이 패스를 끊어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쭉 도쿄를 둘러보았다. 도쿄타워, 도쿄도청 등의 유명 건물도 가보고, 우에노 공원도 들러 보고, 토구나이 패스 덕에 전철도 실컷 타고. 네 사람 중 어쩌면 가장 내실 있는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 온 것일지도.


* 백업장


숙소에서 주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뽐뿌질 당해 구입하게 된 나노하와 페이트의 수영복 커버가 들어간 megami 9월호를 위해 책방을 여러 군데 들르고, 역 플랫폼 내 가게에서 식사도 하고, 빨래도 하고. 특별한 지름 등도 없이 무난한 하루를 보냈다고 함.

* 단장


학술강좌를 준비하기 위해 롯폰기에 있는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 완전히 일본어로 예배를 드리기는 처음인데, 확실히 평서어와는 차이가 있어서 주기도문 등을 외우거나 설교 말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으음, 고어는 문법 자체가 현대 일본어와 다르다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배를 마친 후 교회 청년들과 식사를 하며 나눔을 갖고, 이어 다음 달 학회에 올 일본 청년들 및 함께 오실 목사님과 간단한 待ち合わせ. 단장 외에는 전부 아가씨들 뿐. 일본인 아가씨 7~8명이 가만히 쳐다보는 가운데, 학회 프로그램 설명과 일본인 청년들에게의 요청사항, 질의응답 시간 등을 가졌다.


“여러분, 평안하십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만나게 된 것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새문안교회에서 주최하는 학술강좌를 섬기고 있는 아사히, 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학회에 관하여 간단한 설명을 드리겠으니, 질문사항이 있으면 우선 설명이 끝나고 나서....”


이런 식으로 한 30~40분 정도 원어민들 앞에서 혼자 일본어로 떠들었더니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마침 한국인 전도사님이 동석을 한 지라, 모르는 단어는 가르침도 받아가며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사막의 오아시스. 이후 스타벅스에서 담소를 나눈 뒤 헤어져 복귀하였다. 작별의 인사말,


“그럼 일본 청년 여러분,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옛말에 제 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이 있지.]
(......뭐어, 교회니까 어느 정도는 어울리지 않은가!?)



* 오후 7시, 숙소


이벤트장은 어차피 아키바에서 헤매고 있을 테고, 이틀 전 코미켓 다녀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물 담당의 단장은 물통을 안고 사밋토에 물을 뜨러, 나머지는 코인란도리에 빨래를 하러. 다행히(?) 옷차림은 멀쩡하게 다녀왔다.


사밋토에 혼자 가기는 저번에 이어 두 번째로군. 이제 내일 아침에 모든 짐을 꾸려서 오다이바로 나가야 하니 여기 마트에 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련가. 약간 아쉬운 느낌을 가진 채로 물통에 물을 받으며 선물할 라무네를 샀다. 8개. 하나는 오늘 마시고, 하나는 내일 오에도 온천에 가서 마시고, 마지막 하나는 소장해야지. 미안하지만, 바라던 17개는커녕 11개도, 7개도 채우긴 힘들 듯하다.(infinity series!?)


4.5리터짜리 물통과 라무네 8병을 양 손에 들고 걸어서 오려니 어깨가 다소 뻐근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더니 이벤트장이 앉아 있다. 그의 첫마디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

"어, 나 소프맙에서 사려던거 다 못샀어!"

"제 얼굴 보고 나오는 첫마디가 그겁니까-!!"

곧이어 빨래하러 갔던 2인도 돌아오고. 내일은 모두가 나가야 하니 짐을 꾸리기에 바빴다.


이미 올 때와 비교하면 산더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짐들. 배편으로 부치라는 권고를 무시하고 전부 손으로 들고 가겠다고. 차곡차곡 쌓인 저 가방을 보니 뭐랄까, 길거리에서 가다가 어딘가에 탁 걸려서 쓰러지며 가방 속의 물건이 그야말로 파도처럼 촤라락~ 길바닥에 깔리고, ‘어이쿠, 이게 뭐야아~!’하고 허겁지겁 주워담는 둥 재미없는 개그를 하며 짐 정리를 마쳤다.

뭐랄까, 짐이 산더미같다는 말은 이미 했건만, 단장을 제외한 전원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카드를 긁고, 달러를 환전하고, 원화를 바꾸고, 그야말로 정신없이 자금 조달하느라 바쁜 단원들. 지갑을 열어 보니 아직도 2만 5천엔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날짜별로 돈 맞춰서 작작 좀 쓸 것이지. 하기사 유카타 같은 비싼 선물은 전혀 안 샀고, 백합물도 양적으로 그리 많지 않아서 쓸 데도 별로 없었지.

내일로 일본여행 10일째. 그러나 그간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뭐랄까, 일본에 10일이 아니라 ‘10개월’ 있었던 느낌이랄까. 주변도 같은 말을 하였다. 너무 많은 일들이 단기간 내에 봇물 터지듯 급하게 생겨나서 마치 1년 쯤 일본에서 지낸 듯한 기분이라고.


저녁에 2명이 플스3로 골프게임을 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몸을 벽에 기댄 채로 라무네로 목을 축였다.


안경회 일본원정단, 마지막 남은 일정은 오다이바 여행.



- 안경회 일본원정단 아홉번째 날, 끝.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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