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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해외 여행을 나가는 첫 당일 아침에 눈을 뜬 기분을 돌이켜 보자. 아직 나가 본 적이 없다면 다만 상상이라도 해 보는 것이 좋다. 미국의 아티스트 잭슨 폴록이 이르되, 작품은 언제나 상상한 만큼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더라. 스스로가 갖고 있는 기대가 커야만이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주장하고 다닌다. 물론 그런 마음가짐이 언제나 보답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친 결과에 의한 배신감은 기대를 갖고 난 뒤에 있을 일이고, 기대를 갖는 것과는 관계 없다. 그 아픔이 두려워서 기대마저 갖지 못하게 된다면 여행의 의미는 그만큼 깎이기 마련이다. 지금을 소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빛나고 있다. 세상에서 남을 믿었다가 온갖 배신을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해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당신, 여신님께서는 '멋지다(素敵)'고 칭찬하실 것이다. (ああっ女神さまっ Singles, 'しあわせが加速する' 1992)
* 14:50, 대한민국 서울시 기숙사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차게 해 둔 박카스A를 따서 쭉 들이키고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2007년 8월 11일 오후 1시 30분. 안경회 일본원정단의 출국시각이 다가왔다.
휴대전화를 들어 가족들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쭉 돌리고, 마지막으로 단원들에게 전화를 한 통씩 날려 출발한 것을 확인한 다음, 방에 돌아와 지갑을 열어 보았다. 예비비와 엔화를 잘 확인한 다음, 나머지 돈을 피에르 가르뎅 가방에 넣고 굳게 잠근 뒤, 기숙사를 나섰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줄이어 비가 내리던 서울은 오늘에 이르러 마침내 갠 날씨, 항공기가 이륙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 16:00, 김포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이 세워진 이후, 김포공항의 국제선의 기능은 인천공항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일부 노선만이 이곳 국제공항에서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데 김포<->하네다 노선. 우리가 이용할 곳.
국제선 청사의 명칭은 스카이시티 빌딩,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옛 명칭은 국제선 제2청사. 원래 김포공항은 국내선 청사 1개와 국제선 청사 2개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국내선은 전부 국제선 제1청사로 자리를 옮기고, 대부분의 국제선 노선은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일부 국제선만을 과거 국제선 제2청사에서 처리하고 있다.
단원들에게 5번 출구로 나오라고 미리 지시해 두었다. 그러나 5호선 김포공항 역에 내려서 표지판을 본 순간,
“5번 출구가 없네?”
휴대전화는 전원을 차단하여 기숙사에 두고 온 상태. 오오라, 이거야말로 진퇴양난.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날 장소가 사라져(?) 버렸으니 일본으로 떠나기도 전에 첫 시련을 맞이한 것인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짐을 끌고 국제선 청사를 향했다. 뭐, 5번 출구는 비록 없지만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국내선 청사에 가서 헤맬 단원이 있겠어. 자기들도 눈 달리고 뇌 가진 인간인데.
긴 통로를 따라 쭉 걸어서 국제선 청사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입구에 모여 있다. 미나즈키형은 무려 3시 30분에 도착했다고 한다. 으음, 평소 한정 없이 무단지각으로 유명한 사람이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다니, 이런 놀라울 데가. 자기 집 앞에까지 와서 기다려도 2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고 서 있게 만들던 과거 전적에 비해 너무도 다르다. 이번 일본원정에 단단히 맛이 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각이 안경회에 널리 퍼져서 신나게 갈굼당하는 건 훗날의 이야기.
수도권에 사는 한국인은 어지간해서 해외여행은 인천공항으로 출국한다. 우리도 본래는 인천-나리타 노선을 이용하려 했었다. 그러나 모 여행사가 느닷없이 한칼 먹였고. 사태를 수습하려 보니 이미 인천-나리타 노선은 매진. 어렵게나마 김포-하네다 노선의 티켓을 구한 것이다.
이 기회에 구경을 잘 해둬야지. 면세점... 은 아직 아니고, 공항 내 가게를 둘러보니 이것저것 재미있는 상품이 많이 있다. 옷, 신발, 장신구, 컨슈머, 김.... 김?
"형한테 갈 때 김 사갖고 가죠."
"김을 그런데 왜?"
"아니 왜.. 보통 해외에 사는 한국 사람들한테 갈 때는 김이 최고잖아."
이 말을 듣고 가게 주인이 극상의 미소를 짓고 우리들을 쳐다봐 준다. 김을 뜯어다가 하나씩 샘플로 먹여주는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바삭바삭...
"좋구료."
"좋지요? 이 김이 참 좋은 김이에요, 값도 싸고. 사보세요."
"네, 조금 있다 와서 꼭 살게요. 지금은 수속 밟기 전이라서, 들어가기 전에 올게요."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김 사는 걸 까먹고 그대로 출국장으로 나가 버렸다는 아주 슬픈 뒷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
여하튼 아직은 수속 밟기도 전이다. 여전히 자유로운 가운데서 잡담 늘어놓거나, 아니면...
이런 게임을 한다든가.(...)
예약 시간이 다가오고, 단장은 단원들 앞에 서서 작전 브리핑.
"항공기가 하네다에 착륙하는 시간은 밤 10시 20분, 그리고 숙소로 갈 수 있는 막차는 밤 11시 20분에 출발. 만약 이 전철을 놓치면 고스란히 택시를 타서 몇 천엔에 달하는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만 해. 그러니 1시간 안에 모든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와야 한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은 다름아닌 이 입국심사. 항공기가 착륙하고 벨트마크가 꺼지자마자 바로 일어서서, 완전히 뛰지는 말고 거의 뛰다시피 해서 입국심사를 받는 쪽으로 가야 해. 그 점을 명심하도록. 우리는 전부 핸드캐리 수화물(기내 반입)이니까 수하물 수취장은 거칠 필요 없고, 바로 세관을 통과해서 로비로 도착한다.
그리고 오른쪽의 이 화장실 근처 부분에 우리들이 휴대전화를 렌탈해야 할 소프트뱅크가 있거든. 주문은 내가 하고 명의는 미 형으로 했어.
또한 기본적으로 하네다 공항은 ‘국내선 청사 2개 + 국제선 청사 1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전철은 오직 국내선 청사에밖에 다니지 않으므로 내리고 나서는 국내선 청사로 갈 필요가 있어. 전세기 운항 시각에 맞춰 이 사이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간격은 10분. 그러나 인원이 많을 경우 만원이 되어 자주 기다려야 하는 수가 있으므로 요 주의.
그러니 이렇게 하자. 하네다에 도착해서 나와 미 형이 먼저 수속을 밟게 해 줘. 우리 두 명이 가장 먼저 나가서 렌탈폰을 접수하는 동안, 백 군과 메 형은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도록. 혹시 차례가 돌아오면 먼저 태워주고. 그렇게 하면 한 시간 내로 도착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는 단원들. 확실히 미리 이렇게 설명을 해 두어서 수속을 빨리 끝낼 수 있었지 않은가 싶다. 그 처절한 수속 광경은 곧 나온다.
곧 5시 50분이 되었고, 미리 준비한 덕에 1착으로 수속에 성공! 스타얼라이언즈 소속인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내밀고 적립도 완료. 미리 수속을 받고 먼저 쉬자는 단장의 의견은 주효했던 듯. 뒤로 끝없이 늘어서 있는 줄의 행렬을 보고 메 형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이제 저녁을 먹기 위해 롯데리아로 향했다.
* 18:04, 김포국제공항 내 롯데리아 매장
공항이라서 푸드코트 거의 대부분의 식대가 비싸지만 체인점이라고 하는 것은 이럴 때 편하다. 저녁 대용이기 때문에 각자 5천 원짜리 큰 것으로 주문하고, 가져온 SKT 카드를 내밀자 2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었다.
"자아, 출국장으로 가자."
떠나기 전의 기념촬영 한 판. 누가 찍어줬냐고요? 타이머로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고.
각종 하이잭 테스트와 더불어 짐 검사도 완료한 뒤, 출국관리소에서 여권에 도장을 쾅! 박고 나왔다. 눈앞에는 대기 중인 항공기. 여기는 이제 한국이지만 한국이 아니다.
면세점을 슬슬 둘러보았지만 술, 담배, 향수 등이 주종인 면세점은 언제나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백 군은 싸다고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서 양주를 한 병 샀고, 이쪽은 의자 위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이 때 메 형이 PSP로 달성한 대기록,
억지로 내기도 힘든 기록이다.
2007년 한여름은 참 비가 많이 왔었다, 여름답지 못하게스리. 장마 끝나고도 내내 비만 줄창 내리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반쯤 갠 날씨. 우리가 타고 가야 할 ANA 항공이 대기하고 있다.
* 20:20, ANA 항공기 탑승
시간이 되어 항공기에 탑승. 비즈니스석을 지나 이코노미 창가쪽에 나란히 앉은 우리. 자리는 나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열이었으니.
김포공항의 야경... 그리고 이륙!
순항 모드에 들어서고 안전벨트 착용 램프가 꺼진 후, 입국신고서 등을 작성하여 돌리며 당부했다.
"이대로 적으면 되지만, 여권번호나 이름 같은 것까지 베끼지 마!"
.....라고 하면 꼭 베끼는 사람이 나온단 말야. 그렇지, 이 형?(...)
기내식을 맛있게 먹었다. 방금 전에 롯데리아에서 저녁을 해결했으니 이건 간식. 오른쪽 상단에 있는 와인병은 이 형이 받은 것을 기념으로 찍은 것. 미즈우미가 마신 건 사과 주스였다.^^
후식으로..
가져온 초코파이가 기압이 내려가서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군.
...
창가에 앉았음에도 기내가 훤해서 창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항공기는 창문이 두 겹이니까, 사진을 찍어도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도 기내가 비쳐서 밖이 잘 보이지 않고. 우음.. 도쿄에 가까이 온 듯도 한데... 고민 끝에 이륙하기 전에 받은 모포를 훌렁 뒤집어쓰고 최대한 창문에 가까이 밀착해서 빛을 전부 가렸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
"우와오옷, 그레이트~!! 끝내준다! 캬하, 이런 멋진 야경이 있을수가!!"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렇게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누가 톡톡 건드린다. 누구여, 지금 이 즐거운 마당에? 하고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보니, 놀란 표정의 스튜어디스가 하는 말...
"お客さん、大丈夫ですか!?"
그 곁으로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다. 대충 무마해서 스튜디어스를 보내고 나자, 디카를 보여 준다.
이런 식으로 누가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놀랄 만도 하겠지.
* 22:20, 일본 도쿄 하네다국제공항
성대한 소리를 내며 항공기가 착륙하고 나서, 단장은 목소리를 낮추어 단원들에게 지시했다.
"가장 복도에 있는 메 형이 먼저 일어서서 위쪽의 짐을 꺼내는 척하며 앞으로 오는 사람들을 슬쩍 막아서고, 그 동안 이 형은 복도로 나가서 내 짐과 형의 짐을 꺼내고, 그 앞에 앉은 백 군은 앞쪽으로 밀어서서 중간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지금 일어설까?"
"아냐, 기다려. 조오~금만 기다려. 내 말이 떨어질 때까지 조용히 가방만 메고 소리없이 벨트만 풀고 있어."
침을 꼴깍 삼키고 천장에 붙은 표기판의 안전벨트 착용 램프가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딱 꺼지는 순간,
"지금이다, 행동 개시!"
단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직 앞쪽의 비즈니스석이 다 나가려면 시간이 다소 걸리지. 그 동안 짐을 얼른 챙겨들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게이트에서 스튜디어스 한 명이 문가에 서서 인사하고 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하고 인사하며 막 항공기의 문을 나서자마자,
"G! O!!"
완전히 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빠른 속보로 이동했다.(너무 대놓고 뛰면 제지를 받으니까.) 머릿속에 하네다 공항의 구조를 그려가며 선두에서 길을 찾았고. 길을 따라 오다 보니, 에스컬레이터를 양줄서기로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비즈니스 석 사람들. 끌고 가던 여행용 가방을 번쩍 들어 어깨에 지고 옆 계단으로 내려갔다. 물론 뒤따르던 단원들도 가방을 안고 후다닥 내려오기는 마찬가지.
"입국관리소다!"
역시나 발빠른 사람들이 미리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니면 먼저 온 항공기의 손님들일지도 모르지. 인원 수로 보아서는 대략 10분가량 소요될 듯하군.
"여권과 입국신고서 준비. 이 형은 신용카드 꺼내줘"
곁에 있던 여직원에게 입국신고서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가씨. 입국관리소에서도 별다른 질문은 받지 않았다. 스티커를 여권에 붙이고 나오자 눈앞에 수화물이 돌아가고 있지만, 전원 기내용으로 갖고 온 원정단은 볼일이 없다. 곧장 오른쪽으로 달려 출국장을 나서, 소프트뱅크 부스에 도달했다.
"すみません、ここがsoft bankの携帯を..."
"네, 주세요!"
"....한국 사람이셨습니까."
뒤따라 나온 이 형이 여권과 신용카드를 내밀고 접수를 끝내는 데는 5분가량이 소요되었다. 그 동안 세관을 통과한 2명이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내달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상이에요."
"감사합니다!"
일본에서 이용할 임대 휴대전화 4개를 수령하고 버스 승강장에 도달해 보니 2명이 가장 앞에 서 있었다.
"빨리 자리 잡았네?"
"버스가 자주 빨리 오더라고. 이제 이거 타고 가면 되지."
말 그대로 버스는 5분 만에 바로 왔다.
"청사가 두 개 있던데 어디서 내리지?"
"지하로 내려가면 둘 다 똑같아.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에 하차!"
제1청사였는지 제2청사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여하튼 가장 먼저 도착한 곳에서 하차하여 지하로 내려갔다.
* 25:00, 일본 도쿄 숙소근처
약 1시 경, 막차를 타고 역에 도착했다. 우선 다들 출출하니, 역 근처에 있는 '세이유'란 이름의 마트에 들러서 간단히 먹을 것을 샀다. 홋카이도산 우유와 함께, 물통으로 쓸 사이다 500ml, 도시락 등. 세이유 마트는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일반 할인매장이었다. 야참을 구입하고 돈도 지불하고. 이제 길을 따라 댁으로 걸어간다.
형이 주변을 둘러보며 하는 말.
"여기가 사실은 전부 환락가야. 이대로 쭉 가기만 하면 집에 도착할 수 있으니 길은 간단하지만."
이곳저곳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는데, 한 호스트바 앞에 있던 삐끼가 하는 말.
"どうですか。一発!"
"......けっこうでございます。
'한 잔, 도 아니고 한 발, 은 대체 뭔 의미냐.'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참 집을 향해 계속 걷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헤어샵.
"그리고 보니 머리 일본에서 한번 다듬는다고 안 했어?"
"어, 했지!"
"여기서 하는 거 비싸. 한국에 가서 하지?"
"아, 그래도 역시 일본의 간지(感じ?)를 좀 넣어 봐야 되는데 말이죠."
"이 형은 왜 머리를 그래, 볶았어. 난 일부러 매직으로 폈다만."
8월 초, 이쪽은 마법을 부려 스트레이트로 폈고, 저쪽은 파마로 곱슬을 만들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니지만.
"헤어샵에 들어가서, 주인이 '어떤 머리로 해 드릴까요?하고 묻는데 이렇게 대답하는 거 아냐?"
JAPANESE STYLE~!!
실제로 저런 말을 들으면 과연 주인장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 25:35, 일본 도쿄 숙소
숙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샤워를 끝마쳤다. 사온 도시락을 데워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벽에는 호리에 유이님의 달력이 걸려 있다. 으응, 이렇게 가까이서 다시 바라보아도 유카타 차림의 홋쨩은 정말로 사랑스럽군. 뒤에서 타무라 유카링이 껴안고 있었으면 수천배 더 찬란한 후광이 비쳤겠는데 참으로 아쉽 [어이]
방 구경에 정신을 못 차리다 보니 이미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다.
"내일 원페에는 몇 시에 가시죠?"
"내일은 원페 가야되는데, 시간 보니 너희들 4시간도 자기 힘들겠다. 참, 대단들 하다. 처음부터 이렇게 강행군을 하다니."
"으음.. 저야 TBS 애니 페스타니까 분쿄 시비크 홀에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지만, 나머지는 힘들겠군요. 도쿄 빅사이트에 가서 계속 걸어야 하니."
"뭐, 그렇지."
"우와, 오자마자 이런 빡센 출발이."
"뭐, 어쩔 수 없지."
"거긴 다음주 금요일에 우리가 코미케 갈 장소니까 미리 지리 등을 잘 파악해 두라고."
"어, 알았어."
"후우, 그럼 난 이만 먼저 잔다.."
다음날, 2천여 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단체로 오타게를 추게 되리란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 안경회 일본원정단 첫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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