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식에서, 높으신 양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일도 중요하지만, 여러분의 인생이 더욱 소중합니다.」


지금은 물론, 당시 신입사원 어느 누구도 저 말을 말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뭐-어, 그렇게 어려운 말을 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저, 이벤터로서의 사는 방식을 조금 돌이켜볼 뿐.




저도 내년으로 이벤터 10주년을 맞이합니다. 2006년에 처음 도쿄에 놀러와서 캐러호비와 TBS 애니 패스타 2006(!)에 참여한게 내년으로 10년째네요. 잊고 있던 러브히나의 언약을 떠올리고, 일본어공부에 정진하여, 센다이에 단기유학을 떠나, 아니서머 다음날 입시를 치르고, 홋쨩의 앨범을 가슴에 안고 야스다강당 앞에서 합격기념사진을 찍고, 동일본대지진을 넘어 도쿄생활이 시작되고, 연구는 제쳐놓고 정신없이 이벤터로서 쌓인 한을 풀고, 야하타 제철소에 내려가서, 다양한 추억을 만들었네요. 함께 해주신 SSA단과 친구들에겐 감사가 한가득입니다.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지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벤터는 돈, 시간, 체력이 드는 취미입니다. 현장까지 교통비, 지방이나 외국이면 비행기값 등의 원정비도 보통이 아님. 호텔을 예약, 물판에 아침부터 서서 굿즈를 사고. 펜라이트나 사이리움도 잊어버리면 안되죠. 가장 중요한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몇장, 몇십장의 앨범이나 BD를 삽니다. 응모합니다. 당선은 기쁘지만 티켓값 자체도 싸다곤 할 수 없습니다. 끝난 후의 뒷풀이도 안하면 섭섭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막대한 돈, 시간, 체력을 투입하여 현장에 발을 옮기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이벤터들은 이렇게까지 하는가. 한국의 어떤 사람이 질문했을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막대한 돈과 시간, 체력을 들여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신, 우리 이벤터들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성우와 동료들과 함께한 '추억'을 받는다.」


자신이 사용한 돈과 시간이 가치가 있었다고 증명해주는 그 '무언가'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의 세상은 많이 별난데다, 거짓 투성이니까. 가짜가 아닌, 정말로 인생을 쏟아도 좋을 무언가를 현장에서 발견한 것이 이벤터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단지, 최근 느끼는 점은... 그거만 생각하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는 것을 잊어버리는 신인 이벤터도 증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국에서.


저는 한국에 럽라와 아이마스의 지인이 많습니다. 작품으로 고른게 아니라, 이벤터가 가장 많은 것이 그 두 그룹이니까. 아이마스는 어느정도 연령대가 있어서 괜찮으려나. 라!는 가끔 걱정이 됩니다.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 같아서. 프로젝트 종료라도 했다간 폭동이라도 일어나는게 아닐까? 실제로 파이널 라이브 발표 후 예상을 넘은 다양한 일이 벌어졌네요. 지금은 좀 잠잠해진 듯하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라.」는 문장은 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서 밥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사회는 무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저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이죠. 그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 힘내어, 일과 취미의 균형을 맞춰나가, 지인들이 말하길, 덕업일치의 안티테제(일과 취미의 일치가 아닌, 일과 취미의 분리=삼권분립의 원칙)로서 궁극의 형태에 도달한 것이 지금의 '나'. 취미가 즐거우면 애니메이터나 성우업계 스태프 등의 업계인을 곧잘 떠올리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제 인생을 걸고 모두에게 보여드렸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저의 삶을 바라본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사항입니다.


SSA단에서는 아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저는 성우 호리에 유이님을 동경하여 일본어를 10년간 혼자 공부(독학)해서 도쿄대에 들어왔습니다. D.C.~다카포~의 손에서 화과자를 만들어내는 마법을 보고서 정의의 마법사를 목표로 화학공학을 전공, 현재 일본 제1의 철강기업에서 화공엔지니어로 밥먹고 살고 있습니다. 홋쨩과 다카포랑 인생을 걸어왔다는 말에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양대 목표를 손에 거머쥐었지만, 성우업계나 미소녀업계로 들어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언제나 말해왔지요. 「성우 행사는 돈을 지불하고 객석에서 볼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즉, 저는 이 세계에서 팬 이상의 존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홋쨩이나 서커스(다카포의 제작사)가 제 인생의 책임을 질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홋쨩 덕택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만, 제가 홋쨩의 인생을 책임질 의무는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최애의 성우에 대해 거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이것을 자각한 위에서, 지금도 홋쨩의 싱글, 앨범을 사며 라이브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니까 말이지요. 오로지 팬의 입장에서.




물론 저의 생각만이 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취미생활을 무척 좋아한다면 언젠가 ① 스스로의 취미와 1:1로 마주보게 될 날이 반드시 올거라 생각합니다. ② 이것(이 사람)은 대체 무엇(누구)인가 ③ 나는 이것(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성서에서는 ①을 Coram Deo(신 앞에 선 단독자) ②와 ③을 기독교 신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 22:10)


타인의 의견이나 시선과 관계 없이 나의 가장 중요하고도 소중한 존재와 1:1로 솔직하게 마주보고 서는 것. 그리고, 그것과 자신의 관계성을 자각하고, 그것을 위해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깨닫는 것. 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입니다. 언젠가 누가 물어도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답, 모두가 찾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 세계에서 거짓도 가짜도 위선도 아닌, 자신이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그것과 언제까지나 즐겁게 살아갈 수 있기를. 서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갑시다.




난죠세대로서, 슬슬 시간의 빠름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2014년 1월, 아오쨩(유우키 아오이) MC의 성인식에서 미즈키 나나님이 비디오메일에서 말하길, 「10대에는 10km, 20대는 20km, 30대엔 30km 점점 빨라지는 시간 속에서」...라니, 당신이 그걸 말하면 어떡해! 뭐어 됐어. 올해 9월 20일에도 호리에 유이님의 탄신을 기념하여 「호리에역」에 다녀왔습니다. 「2년후를 목표로 힘내자」고 스스로에게 약속. 아직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인생의 한 단계를 올라서기 위해,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언젠가 다다를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 신년의 목표를 향하여, 다시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SSA단, 그리고 이 회보를 구입해서 읽어주신 모든 분들.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 변함없이 제철의 성지에서, 水海あさひ






 ※ 이 글은 2015 Winter Comic Market 89 (코미켓)의 도쿄대학애니메이션연구회 SSA단 코미켓 회보에 기고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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