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마스터의 프로듀서들은 연령대가 높아서 사회인도 많기에 신발매 소식이 들려오면 코웃음을 치면서 가볍게 사들이지만, 학생이 많은 러브라이버들은 신발매 소식에 피눈물을 흘리며 알바를 하고 밥을 굶어가며 굿즈를 사모은다.」


..는 트위터를 본 적이 있다.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는 관심없다. 다만 이 바닥도 '쇼미더머니 치는 놈 못 이긴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한 것 뿐이라 뭔가 씁쓸한 기분..


게다가 저 트위터는 일본어로 쓰여져 있었으니까. 한국에서 알바론 라이선스 나온 물건으로 취미생활하기도 버겁다. 가장 힘든 건 한국에서 일본물건 직구가 아닐는지. 일본에선 알바 하루종일 한건뛰면 호기롭게 천엔주고 좋은식단의 저녁을 먹고 남은 돈으로 8천엔짜리 BD를 한권 살 수 있지만, 한국은(이하생략)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는 약자에게 부드러운 사회가 아니다. 살기 어려운 시대. 등록금, 취업난, 최저임금도 안지키는 알바, 평생 이루지 못할 내집마련...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돈을 모아 취미생활에 붓고 있는 한국의 2차원 팬들을 보면 그 상처투성이의 몸과 마음을 생각하며 안쓰러움과 가여움을 느낀다.


지난날 한국에 도입한 이벤터라든가 2차원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덕질'따위와는 비교하는게 실례일 정도로 차원이 다른 시간과 자본과 노력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 현실이 먹고살기 힘든데 입에 풀칠하느라 바쁜 청년들에게 이벤터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잔인한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때때로 반성할 때가 있다. 비교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7-80년대 농번기에 바쁜 농민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샌님들의 기분이 이런 것이려나..




대전설의 미즈키 나나님조차 여고생 때는 몇백엔으로 하루 점심끼니 때우기조차 힘들어 초식동물마냥 양배추만 씹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예체능계가 인문계를 때려눕히고 전교 수석



물론 고생을 안해본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참혹했었지. 2008-9년의 이벤트 참여기록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다. 원엔환율이 한국경제 최고기록인 16.5배를 기록한 고환율시대, 맥도널드에서 시급 700엔으로 일하며, 추위에 달달 떨며 보내던 그 시절. 초대 이벤터의 기초를 놓았던 당대 참여기록은 피눈물로 점철된 고통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아니서머2009가 토호쿠대 유학 마지막을 상징하는 이벤트였는데, 온갖 고통을 이겨내고 기어이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대한 기쁨과 서러움이 겹쳐 홋쨩과 칠순이를 앞에두고 눈물을 쏟으며 통곡할 정도였으니. 옥션질이나 전매를 혐오하고 절대로 티켓팅이나 구매대행으로 수고비를 받지 않는 것엔 그 어려움을 이용해먹는 돈에 환장한 놈들에 대한 증오가 새겨져 있다.


각설하고.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애니랑 만화에 대한 애정을 붓고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한국의 이차원 팬 여러분들은 충분히 대단하다만.. 니놈이 잘했니 못했니 멱살잡고 욕하고 까고 싸우고 치고 받고 조리돌림에 뒤까기 험담질 훈장질에 주길놈 살릴놈 하는걸 보면 으-음.. 종특인가? 취미생활에 자존심 걸고 등수놀이하지 말자. 취미생활은 취미생활에 불과하다. 성우가 여러분 인생을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


착하고 예의바른 진성 러브라이버 백합인 학교후배를 잘 가르쳐 놨더니 라이벌사에 입사해서(..) 뭐하고 있나 쳐다보니, 매달 13-15만엔씩 러브라이브에 들이붓더라. 여러분들은 절대 쇼미더머니 쳐갈기는 현지사회인을 이길 수 없다. 애시당초, 이겨서 뭐하게?(..) 학생땐 과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길.




한번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성우, 작품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스스로를 찾는 여행, 같은 거창한 표현을 붙일 필요는 없지만, 내가 왜 이작품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5년이나 10년 뒤에도 이 작품을 쭉 좋아하고 품어가며 살아갈 수 있는지. 그 결론이 설령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더라도, 이미 그대는 한결 자유함을 얻고 있을 것이다. 취미에 대한 집착이 아닌 취미와의 자연스럽고도 자유로운 어울림.


필자 인생 30년에 홋쨩팬으로서 15년차, 다카포팬으로는 12년차. 그럼에도 그 누구가 보아도 홋쨩과 다카포에 얽매인 인생이 아니다. 홋쨩과 다카포를 통하여 자유함을 얻은 영혼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 물론 이렇게까지 되려면 자기성찰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자신과 취미에 대한 마음가짐을 명확하고 새롭게 하기보단, 남에게 훈장질이나 하는 꼰대, 어디 깔감 없나 주변 뒷조사나 하고 다니는 사람은 팬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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