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인 12월 4일 저녁, 뮤즈의 M스테 등단을 축하하며 럽라버들이 시끌벅적할때 중국발로 유출로 추정되는 한 동영상 하나가 팬덤 하나를 완전히 뒤집는 순간을 봤습니다. 주말엔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정확히 뭐가 벌어졌는지 잘 몰랐지만, 귀가 후 '저는 어떤 마음으로 파이널에 가야 하나요' 같은 인생면담(..)을 받으면서 상황이 좀 심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이 글은 그때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데이터를 가필, 수정한 것입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제 글은 보편타당한 진리를 적은 게 아닙니다. 이벤터로서의 생각과 의견의 하나로 보아주시면 감사.



저는 한/일 계정이 분리되어 있고, 원래 친목의 중심은 일본쪽이라 한국쪽 분위기를 초반에 못 읽었는데.. 일본쪽에서 느낀건 담담함입니다. M스테, 홍백출전, 그리고 파이널 라이브 도쿄돔. 축하하지만, 역시 아쉽고 쓸쓸하구나 정도가 대체적인 흐름. 이제 뭘 낙으로 살아야 하나- 같은 것도 있었지만, 주문토끼 난민이 엔딩을 아쉬워하는(..) 딱 그 정도.


반면 한국쪽 커뮤들을 조금 돌아본 결과, 아쉬움과 슬픔은 "일본<한국"인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까진 잘 모르겠지만, 왜 한국의 팬덤들은 일본과 달리 반응이 격렬한 것일까. 국민성 차이, G's 매거진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아이돌의 졸업시스템에 대한 익숙함 같은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말도 맞을 겁니다. 그러나, 이벤터의 시각으로서 느낀 바가 달리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와 함께 나마뮤즈의 현장을 누볐던 이벤터 동료들의 반응은 같은 한국인 팬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우리만치 차분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시 럽라의 역사를 간단히 돌이켜 봅시다.



2010년 8월 Project LoveLive! 시동, 한동안 무명기

2013년 1-3월 TV anime 1기 방영
2013년 6월 3rd 라이브 @퍼시피코 요코하마

2014년 2월 4th 라이브 @SSA
2014년 4-6월 TV anime 2기 방영


이후 란티스 마츠리 전국 라이브 (토카이, 도쿄 및 반남캠프 행사에 뮤즈 참여)

2015년 1-2월 5th 라이브 @SSA
2015년 4월 란티스 페스티벌 서울


이후 10차례에 걸친 전국 팬미팅


2015년 6월 현지 극장판 개봉

2015년 9월 한국 극장판 개봉. 럽장판, 콜장판 등으로 관람객 약 13만명 달성


2015년 12월 4일 영상 유출 사건

2015년 12월 5일 Final 라이브 개최 발표 (12.5 사태)


2016년 3월31일-4월 1일 Final 라이브 @도쿄돔



일부 예외와 가감은 있겠지만, 한국에선 대부분 2013-14년 사이에 럽라버로 각성하셨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외로 2014년 이후나, 극장판 이후 럽라버가 되신 분들도 적지 않다고. 그럼 2013년에서 2015년 현재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3년 정도를 럽라버로 지낸 건데.. 그 2-3년 동안 한국과 일본 팬덤의 반응을 갈라버린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나마뮤즈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4년 당시 럽라연구부에서 원정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시절. 프로젝트 관리는 결과만이 아닌 과정도 중시하는 성격 탓에 가급적 많은 럽라행사에 참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기록을 들춰보면 2014년 한여름(2014/7-9월)에만 나마뮤즈를 5번 이상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015년엔 5th 프로마네에서 하차한 뒤라 거의 안갔지만 10여번에 걸친 팬미팅도 있었지요.





이벤터노트에서 확인한 결과, 'μ's'란 이름을 걸고 개최된 행사는 전부 63건. 이중 2013년 3rd 이전에 개최된 행사를 세아려 보면 20건이 채 안됩니다. 즉, 2013년 3rd 이후의 행사는 안 되어도 40개는 넘는단 소리. 이 2-3년간 개최된 럽라행사는 그녀들이 얻은 인기와 활동량, 개별솔로활동 및 그간 나온 럽라곡 숫자와 비교하면 절대 적은 횟수는 아닙니다. 인기성우 다수~9명 한자리 모으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다시 말하면, 일본현지에선 럽라버로 각성해서 빡시게 뛰면 보통 10-20번 정도는 뮤즈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개별활동까지 쫓아다니면 그 이상이겠지요.


물론 힘내서 용돈모으고 알바해서 원정을 떠난 분들도, 현지에서 참여한 분들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나마뮤즈행사는 한국에 인연이 없었습니다. 오직 란페스 서울 하나만 빼고. 그날 다카포라곤 본적도 없는 분들이 yozuca*님과 뒤에 있던 에미쨩까지 울려버린(#링크), 뉴타입 기자 왈, 란페스 최고의 1분- 보고싶다(아이타이요) (#링크떼창의 위력도 그냥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원래 yozuca*님이 직접 만든 요시노 사쿠라 헌정곡이라 의미가 좀더 심오하지만, 사실 그땐 다카포가 문제가 아니라, 그간 애니송 아티스트랑 나마뮤즈를 '보고 싶어서' 맺힌 한스러움이 '보고싶다'는 한국말에 그자리서 폭발했을 겁니다.


그 뒤 중국으로 타이완으로 홍콩으로 싱가포르로 브라질(...)로 나마뮤즈들이 팬미팅이다 행사다 뭐다 가는데, 제일 가까운 한국에 도무지 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 나마뮤즈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공식에 대한 읍소와 하소연, 6th에 대한 안절부절한 마음으로 지속되었고. 이것이 오갈데 없어 마침내 '어떤 팬 자체 행사'를 통해 강하게 분출했습니다. '콜장판'이라 하는 러브라이브 극장판 스페셜 상영회입니다. 중무장을 하고, 사이리움을 들고, 뮤즈를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거대한 열망. 이것이 결국 13만 관람이란 기록을 세운 원천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거주 외노자(..)라 콜장판엔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다만 모 콜장판 총대님께 일을 진행하는 방법 즉 매니지먼트에 관한 힌트와 조언을 해주고 격려한 정도밖에 없었지만.. 진행 관련 데이터를 받아 본 결과 예상 이상으로 대여 및 과정이 매끄럽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건 공식에 대한 참여자 모두의 어필이 아니었나 합니다. '한국에 안오는건 돈이 안되기 때문이야. 시장성을 보여주면 와줄지도..'같은 기대. 럽장판의 진행을 매끈하게 잘 참여했으니 공식이나 업계에서 눈여겨 봐줄 거라는 믿음도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콜장판으로 여러분들의 럽라에 대한 욕망을 잠재우는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요. 2차원과 3차원이 교차하도록. 콜장판을 통해 욕망이 해소되긴커녕 나마뮤즈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 불타오르면 올랐지 가라앉을순 없었을 겁니다. 콜장판에 가면 갈수록 6th 일정을 발표 안하는 공식에 대한 분노가 더욱더 치솟고, '타이완과 중국은 가는데 왜 우리는!?'이란 답답함도 쌓여가고.


지금와서 얘기지만, 뮤즈가 파이널을 준비하는줄 과연 모두가 완전히 몰랐을까? 어느 정도 심상찮은 기분은 들었을 겁니다. TV anime 2기에서 호노카가 해체를 선언. 극장판에서 대못을 박아버리고. 현실에서도 하나하나 뮤즈의 행사가 끝나고.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비장한 나마뮤즈들의 극장판 관람 후기. 분가가 탄생하고. 타이틀이 마무리되고. 노조에리 라디오가 폐지되고. '럽라의 마지막'이란 단어에 얼마나 혐오스런 반응을 보였는진 저도 흑역사가 있어서 잘 압니다. 그렇게 점차 불안함이 가중되어가는 이 상황에서




저게 터져버린 겁니다.



아이마스도 같이 판..다기보단 친한 분들도 많아서. 저 공식의 발표는 아이마스 지인들조차 처음에 믿지 못했고 사실로 판명된 뒤에도 "뭐야 저거, 럽라 공식 완전히 미친거 아냐?"소리를 할 정도로 어이없어했습니다. 아쿠아라는 분가를 둔 럽라가 본가를 저런 식으로 정리하는 건 누가봐도 적절하지 못한 처신. 765프로가 신데렐라걸즈와 밀리마스를 연착륙시키려고 들인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데. 아니, 그전에 저런 메가톤급 발언이 담긴 영상이 공개 하루 전에 유출된 것부터가, 공식 시스템이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긴 한 건가..해킹?


지금 한국 럽라버들을 향해 유난을 떤다고 하는 타 팬덤 사람들이 많지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연령대를 볼때, 한국의 럽라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을 쏟을 대상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 억지주장을 하면, 한일간 반응차이는 현실의 한국과도 관련이 있어요. 헬조선, 수저론으로 대표되는 지금 사회. 아무리 노력을 하고 바르게 살아도, 가진자가 득세하는 세상. 아무도 안보는 바닥부터 시작해서 만인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자리까지 성장이란 각본없는 드라마를 써온 뮤즈는, 갑질과 꼰대가 판치는 헬조선에선 찾기힘든 존재입니다. 럽라버들에게 나마뮤즈는 단순히 애니의 캐릭터나 성우, 아이돌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인생의 스승이며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아니었나. 이 상황에서 공식적인 뮤즈 파이널 라이브 선언은, 럽라공식에 의해 자기 인생을 부정당한 거나 다름없다고 느꼈을지도?





아이마스 10주년을 기념한 본가와 분가의 기념사진 - 765프로 아마미 하루카 역 나카무라 에리코, 신데렐라 걸즈 시마무라 우즈키 역 오오하시 아야카, 밀리언 라이브 카스가 미라이 역 야마자키 하루카. 아마 럽라버들이 바랐던 가장 이상적인 본가와 분가의 모습이었을지도..


이성을 찾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라지만, 말이 쉽지. 사람이 무슨 기계나 로봇도 아니고. 자기 인생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하필이면 그걸 만들어낸 존재한테 부정당했는데, 논리적으로 지적한다고 한순간에 이해되고 받아들여질 리가. 앞으로 내한공연도, 원정도, 언젠가 9명이서 오고 싶다는 에미쨩의 바람도 공식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으니. 헌데 지금껏 럽라의 팬덤 폭주로 인해 질린 타 팬덤에 의해 NDK가 많이 보입니다. [NDK가 뭐시여?] 내여귀 최종회에서 키리노가 마나미한테 시전한 그것.




"ねね、今どんな気持ち? その顔が見たかったよね!わーははははは!"
(응응, 저기.. 지금 어떤 기분이야? 그 얼굴이 보고 싶었다고! 와-하하하하하!)




키리노 오시조차 이순간만큼은 마나미가 정의의 아군으로 보이면 기분탓입니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고 싸매진 못할망정 상처에 소금을 갖다 뿌리고 있냐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봅니다. 이런 상황인데.. 어떤 마음으로 파이널 라이브를 보아야 하느냐. 거기에 대한 답은, 제가 알지도 못하고, 타팬덤소속인 제가 제시할 수도 없고, 처음부터 답이 있지도 않습니다. 파이널 라이브의 의미를 라이브 당일에 알수도 있고, 끝나고 알수도 있고, 라이브 후 몇개월이나 몇년 뒤, 심지어 5년이나 10년후에 알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더더욱 권하고 싶은건, 파이널 라이브엔 꼭 가셨으면 합니다.



잠시, 사랑하는 최애캐랑 성우를 떠올려보세요. 저는 코토리오시라서 예로 들자면, 프랭땅 행사를 초기 개최할때였나. 그자리에 모인 80여명의 팬들에게 '언젠가 이곳에 참여했던 것을 자랑스러워할 날이 오도록 할 테니까!"라고 외친 웃치가, 마침내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 파이널 라이브를 준비하며 들었던 생각과 마음. 그걸, 트위터나 블로그로 확실히 알 수 있습니까? 그걸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오로지 파이널 라이브 현장뿐입니다.







그날 성우들이 말해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뮤즈 단독 라이브를 준비하며 느꼈던 감정, 노력, 희생이 어떤 거였는지. 뮤즈의 파이널 라이브를 개최한다는 말을 듣고, 울면서 극장판을 보며 라이브를 준비해 온 심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굳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더라도, 6년에 걸친 럽라에 대한 나마뮤즈의 모든 것이 파이널 라이브의 노래, 안무, 목소리, MC, 토크에 표현될 겁니다. 그걸 누구보다 럽라를 사랑하는 분들이 꼭 현장에 발걸음을 옮겨 두눈으로 직접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나마뮤즈를 만나지 못해서, 사랑을 전하지 못해서, 안달나고 안타까워서 전전긍긍하고 화환과 콜장판으로 마음을 달래며 힘들었던 한맺힌 것. 그래서 공식에 항의멘션을 보내고, 서명운동을 하고, 아쿠아 싱글을 부수고 (근데 이건 좀 너무했) 통곡하고 허탈해하는 심정 조금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애정이 깊었던 만큼, 더욱 도쿄돔에 가서 나마뮤즈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나마뮤즈에 대한 애정을 직접 전할수 있길 바랍니다. 대성통곡을 하거나 기절하거나 주위사람 두들겨패지 않는 한에서. 나마뮤즈들의 이야기, 그녀들의 럽라에 대한 진심어린 감정, 안무 노래.. 하나도 빠짐없이 직접 보고 응원하고, 이게 내 마음속에, 내 인생에 무엇이었나를 돌이켜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랬고.


5th보다 사정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개최까지 100여일밖에 남지 않았고, 티켓팅 전쟁은 치러야 하고, 뷰잉을 본다 해도 목금 평일 개최입니다. 그 모든 산을 넘어 현장에 나마뮤즈에게 마음을 전하러, 혹은 나마뮤즈의 마음을 받으러 갈 수 있도록.. 뷰잉이든 돔이든 라이브 준비부터 시작합시다.


....


여기까지가, 제가 지난 일요일 저녁에 어떤 마음으로 파이널 라이브를 보러 가야 하는가에 대한 상담을 받고 해준 이야기. 가필 수정은 되어 있지만, 기본 뼈대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럽라버도 아닌 타 팬덤 소속이면서 주제넘은 이야기를 적어 미안합니다. 그러나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이면서도, 럽라와 인연깊은 자매작 다카포시리즈의 팬이고, 한때는 원정 프로젝트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사람이기에 알 수 있었던 것도 있어서, 약간은 다른 각도로 의견을 전해드렸습니다.





러브라이브연구부 5th 원정 프로젝트 - 제8부문 μ's 성우로부터 한국의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기타 성우 링크참조)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1년 전.. 내한은커녕 한국과의 공식 인터뷰 하나 없어 나마뮤즈들이 한국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무지 알길 없던 그때, 나마뮤즈들과 직접 만나서 한국의 팬들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여쭈었던 시간.


한국에서 팬들이 백수십명 만나러 온다는 말에, 얼굴 한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뛸듯이 기뻐하던 에미쨩, 난쨩, 미모링, 소라마루, 쿳승, Pile... 너무 좋아서 サランヘヨ(사랑해요)! 까지 한국말로 질러버린 미모링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나마뮤즈들은 여러분들이 와주길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추천곡? #다카포2PC 스페셜시디의 난죠 요시노 솔로곡 空の続き 風の予感)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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