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쿠시마의 능선을 따라 걸었다.

우거진 삼림 속.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걷고 걸어
산정상에 이르른 순간
비구름이 섬 전체를 둘러쌌다.

뺨에 부딪치는 차가운 비 속에서도,
신록의 아름다움을 잃고 있지 않는 큐슈의 최고봉.

걸음과 걸음이 이어져 다리가 무거워질 때도,
폭풍우와 같은 비와 바람은 멈추질 않고 계속되었다.

수건을 들어 얼굴을 닦고 하늘을 올려볼때,
구름이 일순 걷혀 햇살이 내리쬐고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였다.

7천년이 넘도록 살아온 삼나무 앞에 섰을 때,
생명이 아직 이어지는 거목 앞에는 시간의 무한함이 가득하다.

평탄한 길만이 남았다고 믿었을때,
분기점에서 다시 오르막이 지속되었다.


집채만한 바위를 두들기는 폭포와도 같은 물살을 목숨을 걸고 건너,

2박 3일 걸리는 코스를 한나절로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다다랐다.


그리고 항구에서 섬을 떠나기 직전,

다시 한 번 내가 발을 디딛은 높은 산 정상을 올려 바라본다.


이 섬 야쿠시마의 야쿠산은,
사회인으로서 정진해온 나의 엔지니어로서의 지난 3년간의 인생이다.

 - 2016/5/3 야쿠시마를 떠나는 고속선 안에서 기록한 글







2016년 5월 골든 위크에 실시한 일본 큐슈의 최고봉 카고시마의 야쿠시마 미야노우라다케(1,936m) 1박 2일 종주 코스의 등정기록. 도쿄의 SSA단 골든위크 합숙에 참여 후, 짐을 기숙사로 보내고 그대로 카고시마로 가서 등산 후 내려온 당일 고속선과 신칸센을 이어타고 귀가했다. 원체 강도높은 코스인데다 2일차에 큰 비가 내리며, 대자연과 사투를 벌인(..) 등산으로 추억에 남았다. 비가 제대로 쏟아내렸음에도 반대편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등정한 것이 인상깊다. 마친 후 근육통이 2~3일 가량으로 오래 갔다. 시라타니 계곡을 건너다 황천길에 갈 뻔한 것이 반성점.



야쿠시마(屋久島) 정상 등반

・ 일정 : 2016/5/2-3 (화-수)

・ 숙박 : 요도가와 산장

・ 대이동경로 : 도쿄 → 카고시마 → 야쿠시마 → 등산 → 야쿠시마항구 → 카고시마 → 하카타 → 북큐슈

・ 등산경로 : 요도가와 등산입구 → 정상 → 시라타니소운쿄 종주 코스


■ 재정 집행 : 약 4만 5,000엔 정도

- 대이동 : 3만 7,410엔

・ 나리타 → 카고시마 : JetStar 10,200엔

・ 카고시마 → 야쿠시마 : JAL 10,700엔

・ 야쿠시마 미야우라항 → 카고시마항 : 고속선 톳피 8,800엔

・ 카고시마중앙 → 하카타 : 큐슈신칸센 츠바메 7,710엔


- 숙박비 : 0엔

・ 나리타공항

・ 요도가와 산장


- 식비 및 자잘한 이동비 : 약 8천엔

・ 하루 4천엔 정도


■ 세트리스트

 - 2016/5/1 일

18:30 - 21:00 SSA단 고기 길드 (우에노육식센터)

・ 편의점에서 집으로 짐 발송

21:44 - 22:53 우에노 → 나리타공항 이동 (케이세이전철 1,235엔)

・ 나리타공항 숙박


 - 2016/5/2 월

07:20 - 09:15 나리타공항 → 카고시마 공항 (JetStar 10,200엔)

10:45 - 11:20 카고시마 공항 → 야쿠시마 공항 (JAL 10,700엔)

11:38 - 11:57 야쿠시마공항 → 안보시내 (버스 420엔)


・ 점심식사, 식량 확보


13:33 - 14:32 안보 → 기켄스기 (버스 940엔)


・ 요도가와 등산로에서 등산 개시


16:00 요도가와 산장 도착 후 휴식 및 수면


 - 2016/5/3 화

04:30 기상

05:00 등산 재개

09:15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 (1936m)

신타카츠카 산장

타카츠카 산장

조몬스기

윌슨 그루터기

오오카보 등산로 입구

안보등산로 분기점

시라타니운수 협곡 도하

14:00 하산 완료


14:40 - 15:15 시라타니운수 → 미야우라항 (버스 550엔)


・ 오미야게 구입, 휴식 등


17:00 - 19:05 미야우라항 → 카고시마항 (고속선 톳피 8,800엔)

카고시마항 → 카고시마중앙역 (노면전철 170엔)


・ 저녁식사 카고시마 라멘 셋트


20:32 - 22:43 카고시마중앙 → 하카타 (신칸센 츠바메 7,710엔)

※ JR큐슈 7일전 예약 할인플랜 이용

※ 쿠마모토 지진으로 발차시각 30분 당겨짐


22:53 - 24:00 하카타 → 북큐슈 (카고시마본선 보통전철)


・ 귀가 및 감사예배


* 2016/5/1 일요일 밤, 도쿄


등산을 떠나기 전, SSA단 야키니쿠 길드원들과 도쿄 우에노육식센터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11학번도 취업시즌이 되다 보니 다들 구직활동의 어려움과 사회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 애니보다, 이벤트보다, 사회생활의 비중이 높아진 것에 대한 쓸쓸함을 맥주와 콜라를 맞부딪히며 달랬다.


모임을 해친 후, 케이세이우에노역에서 짐을 정리하고 캐리어를 집으로 발송. 역내에 있는 패밀리마트에 약 1,700엔을 지불. 등산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 오전에 도착한다더라.


등산복 차림으로 나리타공항에 이동. 제2터미널에 있는 휴식소의 빈자리에 대충 누워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 2016/5/2 월요일


아침 6시 즈음 기상. 화장실에서 세면후 제3터미널로 이동하여 수속을 밟고 카고시마로 날았다. 어제 카고시마의 유명한 관광지, 사쿠라지마 활화산이 폭발(..)해서 그 영향으로 화산재가 공항을 덮으면 후쿠오카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다행히 바람 방향이 달라서 무사히 카고시마 공항에 내렸다.




생전 처음으로 내리는 카고시마에서 두리번 두리번. 헤에- 이곳이 후-링의 고향인가.








공항 밖에 나가진 않고 한시간동안 간단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일본항공에 수속해서 야쿠시마로 날아갔다.




조그마한 공항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 타고 내린 곳은 안보(安房).


안보~키겐스기 버스시각을 확인 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이런 시골 섬에 모스버거(!) 체인점도 있었지만, 기왕이니 근처 카페에 들어가 점심A런치. 양도 제법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추천.

가게에 들어가기 전, 오른쪽 도시락집에서 저녁에 먹을 도시락을 구입했다. 등산용 도시락이라고 하데.

식사를 마치고 날씨도 좋고 한가롭게 바닷가를 거닐며 AIR의 BGM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내일은 비온다고 하니 지금 이 시간을 만끽해 두자.






13시 30분, 요도가와 등산입구로 향하는 버스가 왔다.



한 시간 가량을 산을 타고 뱅글뱅글 돌며 위로 올라가다가, 원숭이 가족이 단란하게 놀고 있는 모습도 보고.





요도가와 등산로 입구. 큐슈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까지 당일치기가 가능한 유일한 코스라 카더라. 그럼에도 왕복에 10시간은 걸린다고. 이곳에서 입산보고서를 작성하고 천~천히 걸어서 이동. 그리고 이내 휴대전화의 전파가 끊어졌다.





16시 요도가와 산장 도착. 등산로 입구랑 꽤 가깝다. 날이 저물면 위험하니 낼 아침에 일찍 출발하고 오늘밤은 묵기로. 산장엔 전기시설따윈 아~무것도 없다. SSA단 산악 길드의 토니쨩에게 빌린 침낭을 구석에 펴고 누워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근처에 있는 식수원. 별로 정수시설이 있는건 아니지만, 상류에서 대단히 깨끗한 물이 흘러와서 그대로 받아 마신다. 산장 옆에서 캠핑하는 분들은 코펠로 물끓여서 차마시고 요리하고 즐거워 보인다... 아니, 맛있어 보인다.



낮에 안보에서 구입한 산악도시락. 주먹밥, 우엉무침, 치킨 등이 포장되어 있다. 혼자서 호젓하게 먹으며 계곡에서 뜬 물을 마시고 마무리. 등산 내내 물이 부족하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쏟아내려서 곤란했지.


식사도 마쳤고, 침낭 속에 들어갔다. 역시 남쪽섬의 5월이라 해도 해가 지니 추워서 손난로를 하나 붙였다. 주변 등산객들은 침낭 밑에 알루미늄 매트 같은 것을 하나 깔더라고. 다음번 등산에서 산장 숙박할 땐 가져와야겠다... 등을 생각하며 잠들었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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