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마(屋久島) 정상 등반

・ 일정 : 2016/5/2-3 (화-수)

・ 숙박 : 요도가와 산장

・ 대이동경로 : 도쿄 → 카고시마 → 야쿠시마 → 등산 → 야쿠시마항구 → 카고시마 → 하카타 → 북큐슈

・ 등산경로 : 요도가와 등산입구 → 정상 → 시라타니소운쿄 종주 코스


■ 재정 집행 : 약 4만 5,000엔

- 대이동 : 3만 7,410엔

・ 나리타 → 카고시마 : JetStar 10,200엔

・ 카고시마 → 야쿠시마 : JAL 10,700엔

・ 야쿠시마 미야우라항 → 카고시마항 : 고속선 톳피 8,800엔

・ 카고시마중앙 → 하카타 : 큐슈신칸센 츠바메 7,710엔


- 숙박비 : 0엔

・ 나리타공항

・ 요도가와 산장


- 식비 및 자잘한 이동비 : 약 8천엔

・ 하루 4천엔 정도


■ 세트리스트

 - 2016/5/1 일

18:30 - 21:00 SSA단 고기 길드 (우에노육식센터)

・ 편의점에서 집으로 짐 발송

21:44 - 22:53 우에노 → 나리타공항 이동 (케이세이전철 1,235엔)

・ 나리타공항 숙박


 - 2016/5/2 월

07:20 - 09:15 나리타공항 → 카고시마 공항 (JetStar 10,200엔)

10:45 - 11:20 카고시마 공항 → 야쿠시마 공항 (JAL 10,700엔)

11:38 - 11:57 야쿠시마공항 → 안보시내 (버스 420엔)


・ 점심식사, 식량 확보


13:33 - 14:32 안보 → 기켄스기 (버스 940엔)


・ 요도가와 등산로에서 등산 개시


16:00 요도가와 산장 도착 후 휴식 및 수면


 - 2016/5/3 화

04:10 기상

04:30 등산 재개

07:50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 (1936m)

신타카츠카 산장

타카츠카 산장

조몬스기

윌슨 그루터기

오오카보 등산로 입구

안보등산로 분기점

시라타니운수 협곡 도하

14:00 하산 완료


14:40 - 15:15 시라타니운수 → 미야우라항 (버스 550엔)


・ 오미야게 구입, 휴식 등


17:00 - 19:05 미야우라항 → 카고시마항 (고속선 톳피 8,800엔)

카고시마항 → 카고시마중앙역 (노면전철 170엔)


・ 저녁식사 카고시마 라멘 셋트


20:32 - 22:43 카고시마중앙 → 하카타 (신칸센 츠바메 7,710엔)

※ JR큐슈 7일전 예약 할인플랜 이용

※ 쿠마모토 지진으로 발차시각 30분 당겨짐


22:53 - 24:00 하카타 → 북큐슈 (카고시마본선 보통전철)


・ 귀가 및 감사예배



* 2016/5/3 화요일


새벽 2-3시 즈음부터 등산객이 삼삼오오 짐을 챙겨 등산에 나섰다. 귓등으로 들으며 조금 더 자다가, 새벽 4시 반 즈음이 되어 짐을 정리하고 산장을 나왔다.



어둑어둑하구만. 손전등을 사오는 걸 깜박해서, 아이폰으로(..) 발밑을 밝혔다. 작년에 후지산 오르면서 썼던 걸 가져왔어야 했는데.. 다행히 아이폰 손전등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배터리도 금방 닳거나 하지 않았고. 그러나 앞으로는 챙기자.


무심히 어둑어둑한 산길을 걷는데 갑자기 사슴이 길을 가로막았다. 아이폰을 들어 비춰보니 사슴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눈이 번쩍번쩍. 1~2분 정도를 서로 대치했다. 아직 캄캄하고, 주변엔 사람 없이 나혼자. 눈앞엔 눈을 번쩍이며 날 쳐다보는 사슴. 덤벼들 경우 지금의 짐을 내려놓고 각개전투를 벌이면 어떻게 해야 유리할까, 등을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사슴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나직하게 한숨을 쉬고, 날 돌이켜보는 사슴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 후 등산 재개.



아침 5시가 지나가며 점점 발밑이 밝아졌고, 산 속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2호선 전철역 갈아타는 곳에서 스피커로 들었던 그 종달새 우는 소리를 리얼 자연적으로 들으니, 진정한 삼림 속을 실감.


플래쉬를 터뜨려 사진을 찍어보자 짙은 안개가 산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아니, 이건 안개가 아니로군. 비구름이다. 오후에는 꽤 쏟아지겠다. 그때즈음부터 2-3시에 출발한 듯한 사람들을 마구 추월해가며 전진했다. 어느 등산이건 날 추월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 빠른 속도로 위를 향하여.



6시 즈음에 도착한 강...가?

이런 높은 곳에 강가라니 싶지만, 실제로 이곳저곳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모이고 모여 아래에서 보았던 수원지가 되는 거겠지.



가파른 길만 있는 것이 아닌, 가끔 이런 암벽등반(...)비슷한 코스도 없진 않다. 장갑을 꼭 챙기자.





호젓하게 혼자 열심히 등산을 하고 있었다. 정상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 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이다.



2016년 5월 3일 7시 50분, 야쿠시마 정상이자 큐슈의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 (1,936m)에 발을 얹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비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표지석 앞에서 기념셀카.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상체를 탈의하고(..) 마초스러운 기념 사진도 찍었다. 후지산 정상에서 옷벗고 사진찍는 서양인들보고 우와아.. 했는데 그 비슷한 걸 이듬해 하게 되는군.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편 바위 밑에서 빵을 꺼내 먹다가.. 아주 순간적으로 비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비취고 저멀리의 바다가 보였다. 너무도 장엄한 광경이라 잠시 할말을 잊었을 뿐더러, 금방 다시 비구름이 덮어서 사진찍을 기회도 없었다만.. 그때 야쿠시마 산정상에서 바라본 광경은 더할 나위없이 참으로 일품이었다. 산정상에서 경치를 바라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종주 코스라서 갔던 길을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조몬스기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그 뒤로도 가끔 비구름이 걷히며 야쿠시마의 아름다운 삼림이 모습을 드러내어 기회닿는대로 사진에 담았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고, 바람이 사악 불더니만 10시를 넘기면서 등산이 끝날 때까지 강한 비가 내렸다. 작년에 후지산 등산을 위해 구입한 야마노스스메표 성지 등산복이 워낙 고급이라(...) 비는 거의 새지 않았다. 역시 비싼 것이 비싼 값을 하는군. 접이식 우산을 펴들고 하산을 지속했다.





10시 50분, 조몬스기(縄文杉)에 다다랐다. 야쿠시마 정상보다 더 유명한 이 조몬스기 삼나무는, 과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수령이 7,200년(!?)이라고.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둘레가 5m로 크고 아름답다. 우거진 삼림의 녹색을 좌우로 거느리고,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을 살아온 조몬스기.


마침 비도 내리고, 공기도 깨끗하고. 서서 올려다보니 알 수 없는 영험한 기분.


반대편에서 넘어온 등산객들이 조몬스기를 향해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었다. 큐슈 최고봉 미야노우라타케까지 오르는 사람은 산정복에 꿈을 둔 산악인이고, 보통의 관광객은 아라카와 등산로 혹은 시라타나운수 등산로에서 여기까지 보고 하산한다고.



11시 33분, 윌슨 그루터기. 300년 전에 벌목되어 그루터기만 남은 것을 지나가던(?) 윌슨 박사가 발견해서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수령은 3,000년(!?)이라. 안에 들어가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트모양이었으나 비가 신나게 쏟아져 내려서 사진은 생략.




11시 45분, 오오카보 등산로 입구까지 나오면 철길(?)이 맞이한다. 이때부터 걷기가 매우 수월, 시간도 많이 절약했다.







우산을 펴들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삼림이 우거지고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는 가운데 비가 사락사락 내리는 분위기가 환상적이다.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더라.




이대로 시라타니운수 입구까지 닿는거 아닐까 하고 기대했지만, 인생이 그렇게 수월할 리 없고.(?) 분기점에 다다랐다. 이대로 철길을 걸으면 아라카와 등산로 입구, 다시 산을 오르면 능선을 넘어 시라타니운수 입구행.


정상까지 지난 이 시점에서, '이제 오르막은 없이 내리막뿐'이라고 생각하다가, 이제와서 다시 산을 오르려니 기분이 다운되어 투덜대면서(..) 도로 산을 올라갔다.


비 때문에 등산로가 아예 계곡처럼 물이 다 흐르고 있어서, 그때부터는 신발 젖는 것을 포기하고(..) 물웅덩이를 마구 밟아가며 발이 젖든말든 그냥 전진.


능선을 넘어 다시 내리막의 개시. 시계를 보니 좀 아슬아슬하군. 속도를 조금 더 내어 반쯤 뛰다시피 내려갔다.


13시 20분, 시라타니 산장 도착. 이제 협곡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병의 나머지 물을 털어넣고, 딱 5분만 휴식한 다음 다시 하산. 그리고 본 등산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3시 30분경. 시라타니운수의 협곡에 도달하자, 관광을 위해서랍시고 강가에 큰 돌을 놓은 징검다리격 도하 포인트가 있었다. 몇몇 관광객이 그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큰 비로 불어난 물이 징검다리를 덮으며 폭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것만 건너면 버스정류장에 곧 도착하는데, 도착장소를 1km 앞두고 여기서 좌절? 게다가 14시 40분 출발하는 버스를 못 타면, 17시에 항구에서 카고시마로 가는 예약해둔 선박도 못타고, 20시 30분에 카고시마에서 출발하는 예약해둔 신칸센도 못타고, 당연히 오늘 귀가하기는 글렀고 숙박예약도 없는 상황.


.....


フザケンナ!


잠시 기다려 나머지 등산객들이 아라카와 입구로 발걸음을 돌려 사라지길 기다렸다. (누가 따라하다가 진짜로 죽으면 안되니까.) [?]


가방을 벗어 저어멀리 강 저편에 던져두고는, 미리 보아 두었던 머리 위의 가지를 잡고,


"아~아아~~  타아아아 잔!!"


....


[いい年になって何やってるんですか]  (...)


타이밍에 맞춰 펄쩍! 뛰어서 강 한가운데 바위 위에 철푸덕! 역시 강가의 돌이랑 대자연의 사랑을 나누는건 아픔을 동반하는군.(어이)


정신을 수습하고, 다음 바위로 살살 뛰어서 강 건너기에 성공. 손을 탁탁 털고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는 5분정도 앉아서 내가 건너온 급류를 바라보았다. 누가 이런 말도안되는 등산로 코스를 만들어놓은 거냐. 심장에 좋지 않군.





다만 그후 다시 생각했는데.. 특히 저 징검다리를 건너 밑으로 내려가면서 폭포수처럼 흐르는 물살을 보며, 해선 안될 짓을 했다고 크게 반성했다. 내 몸은커녕 집채만한 바위를 부숴뜨릴듯한 급류가 그뒤로도 계속 이어졌으니. 만약 발을 헛디뎌 떠내려갔으면 단어 그대로 뼈도 못 추렸다.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실종처리가 되었을 듯.


위 사진이 위쪽 가지를 잡고 날아서(..) 건넌 물길.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 건너면 절대로 안된다. 본인도 반성. 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말자.


최대난관을 씹어버린 뒤로는 간단한 산길이 있을 뿐. 14시 50분, 정류장까지 남은거리 2km 남짓. 다시 성큼성큼 걸어서 폭포와도 같은 시라타니운수의 협곡의 자연미를 감상하며 흔들다리를 지났다.







버스정류장으로 바로 가는 길은 불어난 물에 막혀있어서, 주차장 쪽으로 다리를 건너 조금 돌아서 내려갔다.



2016년 5월 3일 14시 22분, 시라타니운수 등산로 입구 겸 버스정류장에 다다랐다. 이것으로 야쿠시마 하산 완료. 이제 14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야쿠시마 항구에 내려 고속선을 타고 카고시마에 돌아가면 된다.


이것으로 1박 2일에 걸친 야쿠시마 종주를 무사히 마친 순간. 오늘 하루는 10시간, 어제는 2시간 정도 걸었으니 대략 14~15시간 정도가 걸린 셈일까?


폭포수같이 물이 쏟아지는 시라타니운수를 향하여 자세를 바로 해서 섰다.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하나님께 종주완료 감사 기도를 올렸다.




항구에서는 아직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점차 비가 개이고 있었다. 이곳저곳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저물어가는 해가 비치는 중.



적당히 오미야게를 몇 개 사고, 고속선 수속을 마친 후, 시간이 되어 탑승했다.




오미야게는 아니지만, 야쿠시마의 쥬스를 사서 따서 마시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하루종일 그토록 격렬한 비바람과 싸우며 야쿠시마를 올라갔다 왔으나,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석양이 평화롭다. 아무 말 없이 쥬스로 목을 축이며, 언제까지고 저물어가는 석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신칸센이 출발하는 카고시마중앙역에서 저녁으로 먹은 카고시마 돼지고기덮밥 및 라멘셋트.

900엔치고는 매우 양도 많았고 맛있다. 마치 돼지고기 구운 덮밥을 먹은 듯.



20시 30분이 되어 큐슈신칸센 츠바메에 올랐다. 최근 쿠마모토 지진의 영향으로 전석 자유석으로 운행, 30분 정도 빨리 출발, 쿠마모토 지역을 조금 천천-히 운행한다. 쿠마모토지역을 지날 때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향해 잠시 묵념.


그리고 신칸센은 무사히 하카타까지 도착했다. 그대로 일반전철로 갈아타고 집에 도착했다.



인 도어(in door) 타입의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가아끔씩 이렇게 아웃도어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특히 등산 같은 것.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즐기는 성격에는 그닥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대여행을 다니는 것은 스스로의 ①과거를 돌이켜보고, ②현재를 인식하고, ③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라...


그것이 평소의 지론이다.


그래서... 이렇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이기도 하고, 또한 예배를 드리러 가는 것이기도 하였다.


좋은, 과거 돌이킴이었다.

그리고 지금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결심을 확실하게 세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내 방의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 전, 야쿠시마에서 카고시마로 돌아오는 고속선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그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적었던 글을 다시 돌이켜보며 잠에 들었다.



나는 야쿠시마의 능선을 따라 걸었다.

우거진 삼림 속.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걷고 걸어
산정상에 이르른 순간
비구름이 섬 전체를 둘러쌌다.

뺨에 부딪치는 차가운 비 속에서도,
신록의 아름다움을 잃고 있지 않는 큐슈의 최고봉.

걸음과 걸음이 이어져 다리가 무거워질 때도,
폭풍우와 같은 비와 바람은 멈추질 않고 계속되었다.

수건을 들어 얼굴을 닦고 하늘을 올려볼때,
구름이 일순 걷혀 햇살이 내리쬐고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였다.

7천년이 넘도록 살아온 삼나무 앞에 섰을 때,
생명이 아직 이어지는 거목 앞에는 시간의 무한함이 가득하다.

평탄한 길만이 남았다고 믿었을때,
분기점에서 다시 오르막이 지속되었다.


집채만한 바위를 두들기는 폭포와도 같은 물살을 목숨을 걸고 건너,

2박 3일 걸리는 코스를 한나절로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다다랐다.


그리고 항구에서 섬을 떠나기 직전,

다시 한 번 내가 발을 디딛은 높은 산 정상을 올려 바라본다.


이 섬 야쿠시마의 야쿠산은,
사회인으로서 정진해온 나의 엔지니어로서의 지난 3년간의 인생이다.

 - 2016/5/3 야쿠시마를 떠나는 고속선 안에서 기록한 글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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