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취활(구직활동)을 할 때 '기업은 학생에게 어떤 능력을 원하는가'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1위를 차지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다. 유학생이 아니라 일본 학생을 대상으로 일본 기업이 실시한 설문이었음에도 1위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올라온 것은 흥미롭다. 


이들이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물론 일본어 실력이 아닐 듯.




직업 특성상, 플랜트 현장에서 직공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가 많다. 이 때 주의할 사항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명사를 쓰지 말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할 것.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설명할 것. 상대방의 표정과 대답을 살피고 이해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가늠해서 필요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할 것. 적절한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를 도울 것 등. 특히 KY라고 하는 위험예지에 대해서는 매일 아침 손으로 직접 쓰고 복명복창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상대방에게 나의 뜻을 전달하고, 혹시나 몰라 한두시간마다 잘 하고 있는가 순찰을 돌아도, 사고발생을 100% 막지 못한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액션, 내가 의도하는 행동을 전하고, 납득시키고, 따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아니, 대단히 어렵다.




자기가 직접 말은 안해도 무슨 제스처만 취하면, 상대방이 자기 속마음을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자기가 기대하는 액션이 나올 거라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뭔가 되게 바라는 건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가 없다. 그저 공중을 향해 죽창과 총성만 무성하다. 드라마나 애니가 낳은 폐해 중 하나. 이런 제스처를 취하면 상대가 알아듣고 이렇게 할거다는게 현실성이 있는지 어떤지는..


단지 '감정'을 늘어놓는 정도로는 상대방을 움직일 수 없다. 아니, '감정을 늘어놓아 상대방을 움직일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나 커뮤니티, 사람이랑은 그다지 엮이지 않는게 좋다. 명확한 대안이나 구체적인 방법도 없이 '이랬음 좋겠음 저러면 싫음' 식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내 입맛에 맞는 행동을 기대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혹시 조직의 위쪽에 여럿 있다면, 자신의 장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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