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7대여행


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한여름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온천 속에 몸을 담그어 본 적이 있는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맨몸을 싣고, 별자리의 노래를 부르며 미래를 바라보는 안경회 일본원정단 단원들. 심신의 피로를 풀고 온천욕을 하는 의미도, 자연스레 온천 속에 몸을 담근 채로 그간의 여행을 돌이켜 보는 시간. 그것은 여행에 있어 남들이 잘 고려하지 못하는 필수 조건이다. 이것이 어쩌면 코미켓 이상으로 바랐던 안경회 일본원정단의 목표지, 그리고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목적. 일본여행 제10일째, 오다이바 첫째 날의 시작.




아침 8시, 주섬주섬 일어났다.


이쪽 분야의 사람들이라면 으레 느끼는 사람의 간극이랄까. 몇 년 만에 보고서도 별로 반색하지 않는, 그야말로 가면 가고 오면 오고. 정이 떨어진 것이 아닌, 그런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기 마련인 어른의 계단.


교자를 굽고 미소시루를 만들고 밥을 퍼서 단원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 주었다.


"자아, 식사도 끝났으니 청소를 합시다."


우선 어제 정리해 둔 짐을 모두 복도에 놓아두고, 설거지, 세면대와 화장실, 바닥을 각자 맡아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았다. 이 걸레 제법 마음에 드는군. 기숙사에서 방 청소할 때 쓰면 편할 것 같은데 어디 파는 데 없을까??


그간 숙박하게 해 주신 집주인을 위해 미리 준비한 액체비누(리필용), 샴푸(리필용), 치약, 쌀 등의 소모품을 작은 보답삼아 두고 집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파워샷 에리스에는 지도책 한 페이지를 고화질로 찍어 두었다. 타케시바(竹芝)역과 하마마츠쵸(浜松町)역까지 가는 루트. 대략 500m 정도 되겠군. 내일 유리카모메를 타고 타케시바역에 가서 도쿄모노레일 하마마츠쵸 역으로 갈아타 하네다 공항으로 가기 위하여. 지도책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고안한 방법이었다.


오전 10시 36분, 이제 문도 잠그고 잘 나왔다. 문제 발생이랄까.



첫 날에 올렸던 원정단 단체사진. 보시다시피 짐이 참 심플(?)하다.


이랬던 짐들이....






이렇게 변했다.


대책이 안서는 두 형은 결국 아키바에서 내려 짐가방을 사러 갔다. 난 플랫폼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소프맙 같은 거 보고 딴길로 새지 맛!"

"아아, 어떡하지. 소프맙 보이면 아무래도 한번 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이....."

"저, 저런 소프맙 광을 그냥-.+;;;;"


으음, 10박 11일의 일정 중에서 아키바를 대체 몇 번을 간 거냐, 저 사람은. 대충 세어 봐도 대략 6번을 갔네. 일정의 반 이상을 아키바에 갔다 온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먼바다)


코미켓 가듯 JR로 한번 갈아타고 신키바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오에도선을 타고 유리카모메 종점역인 토요스에 도달, 토요스에서 마침내 유리카모메 정기권을 뽑아들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교통비는 끝. 토요스에서 신형 무인 모노레일로 유명한 유리카모메를 타고 오다이바해변공원역으로.




무인 모노레일이라서 맨 앞자리에 가면 이렇게 큰 유리창 밖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날로 코미켓이 끝난 도쿄 아리아케 빅 사이트가 빅 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어제까지만 해도 꽉 차 있던 그 15만에 달하는 인파는 어디로 사라지고, 완전히 텅 빈 상태의 빅 사이트. 며칠 전의 코미켓 첫 참가하던 때가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우리들의 짐을 한무더기(...) 앞에 쌓아놓고 밖 구경하는 형.


본래는 오다이바해변공원역의 코인락커에 짐을 맡길 예정이었으나, 내려서 보니 적당한 코인락커가 보이질 않았다. 크기도 그렇고 가격도 3시간에 3백엔이라니. 계획을 변경하여 레인보우브릿지를 건너 타케시바에 가보기로 했다.



후지TV의 뒷 모습...



무척 오랜만에 보는 레인보우브릿지. 1년 만이로군, 으응.


타케시바에 내려 유리카모메역의 코인 락커를 보았지만 여전히 작기만 한 코인 락커. 게다가 가격도 비싸고. JR하마마츠쵸역에는 큰 코인락커가 있을까? 다들 짐의 무게 때문에 지쳐 있으니 이럴 땐 역시 단장이 뛸 수밖에 없겠지.


"별 수 없지. 내가 하마마츠쵸역에 가서 코인락커를 확인해 볼게."

"고마워, 부탁한다!"


응원 비슷한 전송을 받으며 짐을 놔두고 파워샷 에리스만 꺼내 역을 뛰쳐나갔다. 전날 찍어 둔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찾아봤는데, 처음에는 조금 헛갈려서 다른 방향으로 갔지만 다행히 목적지인 하마마츠쵸 역 발견. JR로 올라와서 모노레일 갈아타는 곳으로 나와 보니 커다란 사이즈의 코인락커가 여러 군데 있었다. 오는 길을 알려줄까 했지만 어차피 설명도 영 아니고, 단원들도 무거운 짐 끌고 이리저리 헤맬 듯하니 별 도리 없이 다시 뛰어서 타케시바 역까지 돌아와, 단원들을 이끌고 하마마츠쵸역에 복귀, 짐을 맡겼다. 이제 내일 가벼운 몸차림으로 여기에 와서 짐을 찾아서 바로 위에 있는 도쿄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그래도 짐이 다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코인 락커가 여러 군데 있어서 다행이었다. 코인락커도 소화를 못 시킬 줄 알았으니까. (....)


짐을 모두 집어넣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시 타케시바 역으로 돌아와 유리카모메를 타고 실질적인 오다이바 관광을 위해 다시 레인보우브릿지를 건넜다. 레인보우브릿지 한번 건널 때마다 3백엔 이상은 기본으로 나가니, 이미 유리카모메 정기권의 본전은 뽑은 셈. 내일 오전에 어차피 다이바 역 근처를 돌 테니 오전엔 내부를 돌자는 단장의 의견에 따라 다들 첫 번째 목표지인 일본과학미래관을 향했다.



오후 2시 49분, 일본과학미래관. 500엔을 주고 자판기(?)에서 표를 사서 클립으로 달면 된다. 재수가 좋으면 옆에 서 있는 제복차림의 아가씨가 도와주고. 안에 들어가니 냉방을 끝내주게 잘 해 두어서 시원하다. 1층의 매장에서는 별자리에 관한 책자를 500엔 주고 하나 구입하였다. 2층부터는 자유로운 관람 실시.


그래서, 왜 과학관에 단원들을 데려왔는가 하면......


[........‘그거’지?]


그렇지, ‘그거’다. ^^


과학관은 사실 일본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어머니 따라, 혹은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학교 숙제 때문에 주로 찾는 아주 귀중한 코스인 것이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단원 한 명이 하는 말,


“나 여기에 3일만 계속 있다간 로리콘이 될 것 같은데!!”

“.........”


뭐, 무리도 아니지. 얼마나 귀여운 여자애들이 많이 왔는지. 게다가 쓴 모자도 여자아이용 밀짚모자고, 옷차림도 대체로 하늘하늘한 소녀 패션. 천사 같은 미소로 웃으면서 계기들 만지고 노는 걸 보면 정말로 마음이 정화가 일어난다니까! [되려 추악해진 것 같은데...]




만지지 말라고 했으니 닿을락말락한 선에서 해결.(...)




건드리면 삑삑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는 로봇 애완.... 동물?






구경을 마치고 나가자마자 보이는 유학 장학생 선발로 유명한 일본학생지원기구, 약칭 JASSO의 도쿄국제교류관. 저어~기 보이는 베란다 있죠? 저게 다 기숙사다. 여기에 들어오는 인간들은 말 안 해도 아시겠지? 끝내주게 공부를 잘 하는 대학원생 레벨의 학생들.


글쎄, 공식홈페이지에서는 학부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음, 하지만 이런 데서 살면 기분은 완전 째지겠지.




위쪽으로는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있군.


오후 4시 40분, 슬슬 과학관을 나와 유리카모메를 타고 그 곁의 텔레콤센터 역에 도착했다. 목표는 텔레콤센터의 관람대였으나, 아쉽게도 월요일은 휴관. 한명은 아오미역 앞에 있는 파레트 타운의 게센(오락실)에 간다고 먼저 갈라져 가고, 나머지 3명은 슬슬 텔레콤센터 건물 맞은편의 공원을 거닐었다.




큰 사이즈의 배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옆의 글자 읽어보니 채송용인가.



아오미역의 초입으로 들어가는 중..
대관람차가 눈앞에서 돌아간다. 배경음악은 역시 허니와 클로버 엔딩 waltz가 좋겠지.


"타보고 싶나?"

"어, 여자 데리고."

".........-_-;;;"


어지간히 집착을 좀 버려랏!


오락실에 들어가 몇 가지 놀이를 하다가, 뭔가 총싸움 오락이 잘 안되는지 긁적이고. 그 안에 있던 3D 영화를 한편 보고 나왔다. 제목이 바이오하자드였나 뭐였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의자 뒤로 넘어가는 기술 하나는 좋더라만. (.....!?)




팬더를 타고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보라.(퍽!)

게임센터를 나와 석양을 바라보며 미즈우미의 한마디,

"사실 말이야. 난 지금 절실하게 빅사이트에 가보고 싶거든."
"으윽, 안좋은 추억이 많아서 가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텅 비었잖아. 가보자고."


오후 5시 45분, 해가 저물어 간다. 저녁놀을 받고 있는 빅 사이트.


"그 사람으로 들끓던 빅 사이트가 이렇게 조용하다니 말야."
"응, 그러니까 지금 루트는 바로 타입문 줄을 따라 가는 거로군!"
"시뮬레이션 하냐?^^;;"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곳인데 텅 비어 있으니 느낌은 묘하다.



그리고 오후 6시 9분, 서관 바로 앞부분의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이를테면 코미케에서 코스프레회장으로 쓰였던 곳.





2007년 8월 20일 오후 6시, 도쿄 아리아케 빅 사이트에서 바라본 저녁 해. 오다이바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찬연히 해가 기울고 있다. 이렇게 넓은 공터에 사람 하나 없다니 얼마나 느낌이 재미있던지.


전날만 해도 이곳은 코스프레어들과 타입문과 나노하 줄로 가득 메웠을 터인데. 이곳저곳을 마구 활보하고 뛰어다니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위를 쳐다보는 등 노느라 바빴다.



"어때, 오길 잘했지요!?"

"확실히 오길 잘했네!"



옷이 바람에 날려서 펄럭~ 바닷바람이지만 꽤 시원했다.


"자아,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단체 기념 사진이 빠지면 재미가 없지!"


오후 6시 17분. 파워샷 에리스의 수동기술, 연속 8장 촬영 모드를 맞춰두고, 촬영 개시!




슬슬 나오다가 본 자판기에서는 특유의 물건을 팔고 있었다. 이른바,



도쿄 빅사이트 한정, 성지의 음료!!


빅사이트를 나와 다시 유리카모메를 탄 안경회 일본원정단, 슬슬 배도 고프니 저녁을 해결하러 떠났다. 작년에 누님, 후배 H와 함께 아쿠아시티 오다이바에서 요시노야에 갔던 기억이 나서, 모두를 데리고 거기로 갔다. 다이바역에서 내려 보니 해는 이미 지고 땅거미가 내리고 있는 도쿄 전경에 눈에 들어오지만, 아직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다.


자유의 여신상과 다리 구경을 하자는 단원들을 억지로 잡아끌고 아쿠아시티 오다이바 빌딩 여신 게이트를 지나 요시노야로. 언제나 그렇듯 오오모리(大盛) 사이즈의 규동과 미소시루로 해결.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방금 전에 왜 내가 밥 먹고 나와서 나중에 구경하자고 했냐면 말야, 해가 덜 졌었거든. 역시 레인보우브릿지 야경은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 봐야 제맛이라서 말야."








오후 7시 34분의 아쿠아시티 오다이바 빌딩 앞.



그리고 기념으로 단체 사진 촬영... 얼핏 보기엔 그냥 포즈 잡고 딱!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거 조리개 노출 10초짜리다. 10초간 저 자세로 가만~ 히 포즈 잡고 움직이지 않아서 찍은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후지 TV에 올라가 보았다. 8시에 끝낸다고 하던데, 현재 시각은 7시 40분, 올라가서 야경만 한판 찍고 물러났다.



"자아, 이제 숙소로 갑시다. 여행의 마지막은 온천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게 뭐니 뭐니해도 최고지!"

유리카모메 정기권도 이제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다이바역에서 모노레일에 올라타, 도코모센터역에 내렸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오에도온천이야기를 향하여.. 오다이바 유일의 온천장이 있는 곳이다.

오후 8시, 오에도온천 건물에 들어서 신발을 넣고 나오자마자 한국말이 들린다.

"이리로 오세요!"

한국인이 얼마나 오길래 한국인 바이트생까지 고용하고 있는 거냐, 이 동네는!??!?

아가씨가 말한다. 묵고 가시는 거죠, 3천얼마입니다. 단장은 단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ANA 항공권을 꺼내라고 지시했다. 왜냐하면 요즘은 이벤트 기간이라서 ANA 항공기를 이용하여 일본에 와서 오에도 온천을 이용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꼭 한 명쯤 까먹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렇지?


항공권을 어디서 까먹은 형은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고 제값을 지불했고, 단장을 비롯한 두 단원들은 본 카운터에 가서 할인혜택을 받고 키를 건네받았다. 다음 날 그 형이 여권 들춰보며, 얼라 내 항공권 여기있네? 하고 중얼거린 건 차후의 이야기.


다들 유카타로 슬슬 갈아입고 나왔다. 족탕이 11시에 마치기에, 가장 먼저 작년에 못 갔던 족탕부터 들어갔다. 유카타를 입은 채로 남녀가 함께 들어갈 수 있어서 그런지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더 많은 건 한국인. 아마 손님의 반 정도가 한국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 물고기가 각질을 뜯어먹는 피쉬닥터인가, 하는 건 1,500엔 정도의 추가요금에 들기에 그냥 보기만 했다. 바닥에 지압을 위한 자갈이 박혀 있어서 걸을 때 이곳저곳에서 '아야~'라든가 '이떼~'같은 비명(?)이 들려온다. 누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분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로군.^^;


족탕을 한 시간 가량 거닐다가 이제 9시가 되어 본탕(?)으로 들어섰다. 작년에 왔을 때는 타월을 제공할 때 키를 찍고 두 번 제공받을 시 추가요금을 물게 되어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찍지도 않고 타월을 그냥 제공하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옷을 훌훌 벗고 탕속으로 직행. 그리고 몸을 담갔다.



뜨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그야말로 10박 11일 동안 서너시간씩 자며 하루종일 걸으며 강행군을 해 왔던 온갖 쌓인 피로가 절로 풀리며 '캬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그 다음부터는 사우나와 내탕 등을 반복하며 한 시간 가량 몸을 담그며 피로를 풀다가 몸을 닦고 다시 나왔다. 그리고 유카타를 다시 입고 족탕으로... 다른 단원들은 아직 탕에 있었다.

다시 들어간 족탕. 10시다. 유카타가 젖지 않도록 손으로 접어 올리고 홀로 고즈넉히 물길을 따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여러 가지, 그래.. 여러 가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답이 없는,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답을 생각하며.



‘나는 언제까지, 지금의 생활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미소녀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끝쪽에 걸터앉아 하늘을 보며 다시 이런저런 일들을 돌이켜 보았다. 수많은 추억이 있어서, 수많은 일들이 있어서, 마치 1년 처럼 느껴지는 이번 원정기간. 목표한 바를 초과하여 모두 이루었다.

어딘가에서 히구라시 You의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응? 하고 뒤를 돌이켜 보니, 웃고 있는 두사람.

"물길 옆에 앉아 있었는데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다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했어요?"
"아? 아아, 그냥 이런저런 생각.."

얼버무리며 이제 족탕도 끝날 때가 되었기에 그곳을 나왔다. 2차로 온천을 향해 직행. 이번엔 노천탕으로 갔다.

"여기 밑에 바위 많으니까 발 조심들 해요. 부딪히면 '아프다'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

노천탕이라서 그런지 물이 안쪽보다는 더 뜨거웠다. 작년엔 비행기가 마구 공중을 날아다니더니 오늘은 안 다니네, 같은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보니 밤하늘에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한여름의 별자리가 빛나고 있다. 노래 한 곡조 타 볼까나.


星めぐりの歌 (별을 둘러싼 노래)


あかいめだまのさそり
붉은 눈동자의 전갈
ひろげた鷲のつばさ
활짝 펼친 독수리의 날개
あおいめだまの小いぬ
푸른 눈동자의 강아지
ひかりのへびのとぐろ
빛을 뿌리는 뱀의 똬리
オリオンは高くうたひ
오리온은 소리 높여 노래하며
つゆとしもとをおとす
이슬과 서리를 내리네

アンドロメダのくもは
안드로메다의 구름은
さかなのくちのかたち
물고기의 입 모양
大ぐまのあしをきたに
큰 곰의 발을 북쪽으로
五つのばしたところ
다섯 개를 뻗은 순간
小熊のひたひのうへは
작은곰 이마의 위쪽은
そらのめぐりのめあて
하늘 별자리의 중심


"왠지 말이지, 이번 일본여행. 오늘로 10일째고 내일로 마지막이지만, 마치 10일이 아니라 10개월을 지낸 느낌이야."

"어, 맞아. 정말..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래도 참 다행이라 생각해. 한 사람도 죽거나 다치거나 물건 잃어버리는 일 없이, 다들 무사히 여기까지 왔잖아. 우리가 여행자 보험에 안 든거 알고 있지? 사고라도 나면 그대로 우리들 돈만 끝내주게 깨지는 거야. 요즘 환율도 많이 올랐고."

"우리들이 참 운이 좋은 것 같아. 우리 출발하고 나서 환율이 팍 올랐잖아."

"미국 서브 프라임발 부실 모기지론의 확산이 결국은 세계증시를 대폭락으로 이끌고 환율의 폭등을 만들었지. 우리가 엔 캐리 트레이드로 내려간 700대 환율로 여행 나갈 수 있었던 건 정말 재수가 좋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어. 한동안 우리처럼 좋은 조건의 환율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오기 힘들 거야. 뭐어, 다들 돈이 모자라서 웃돈을 주고 환매를 해야 했던 건, 내가 책임져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난 카드도 썼고 달러도 환전했고, 한 200만원은 쓴 것 같아. 후우, 완전 유럽 여행급을 써버렸군."
"에로게를 10개씩 지르니까 결국은 그렇게 되는 거잖아!"


슬슬 뜨거우니 물에서 나와 곁에 있는 목제 마루 위에 누웠다. 옆에는 미나즈키형. 알몸의 남자 두 명이 큰 대자로 누워서 여름 하늘 쳐다보는 중.. 이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이번에 숙소하고 일하시는 거 보면서 다들 속으로 많이 느꼈지?"

"여기서 계속 살고 싶어지는데요^^"

"기계과는 나중에 장래를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

"난 역시 한국에서 안되면 여기도 고려 대상에 넣어봐야겠어. 어쩌면 기계 쪽으로 갈 수도 있고."

"그게 IT업계의 장점이기도 하지. 나 같은 기초과학은 뭐랄까, 일본에서 취업비자도 잘 안 나오고, 게다가 형들처럼 미리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화학공학은 못 가는 곳이 없는 학과잖아. 화학 관련만 아니라 반도체, 신소재 같은 곳도 다 갈 수 있고."

"물론 내 선배들이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어디서 어느 정도의 대우와 급여를 받는지 정도는 알고 있지."

"적당히 학점 관리하고, 영어만 좀 공부하면 문제는 없을 거고."

"여하튼 일본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역시 월화수목금금금은 너무 힘들잖아.^^"

"응, 좋은 마음가짐이야. 자아, 다들 슬슬 나갑시다. 그간 여러분들이 수고한 노고를 치하하여, 이 단장이 온천만쥬를 하나 쏠 테니까 차랑 같이 마시자고!"

"오~ 우!!"




이제 세면장에서 머리를 감고, 린스를 치고, 보디샴푸로 씻고, 탕을 나와 유카타를 갈아입고, 카운터에 가서 커피우유를 샀다. 단장을 따라 커피우유를 구입하는 단원들.


"자아, 시작해야지!?"


허리에 손을 탁! 얹고!




........캬~ 하아아아아!! 이 한잔을 위하여 사는 이 맛이란!!


슬슬 나와보니 11시, 온천장 내 오에도 거리의 가게들도 폐장할 시간이 되었다. 얼른 온천만쥬를 하나 구입. 선물용이라서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쫙쫙 뜯어보니 3개씩 4열, 총 12개가 들어 있다. 잘됐군, 1인당 세 개. 옆에서 기본 제공하는 엽차도 떠 와서 함께 마셨다.


"잘 먹을게!"


맛있게들 드셔유.


단팥빵이 든 만쥬를 입에 탁 물고 뜨뜻한 엽차를 훌훌 마시니, 어 좋구나. 극락이란 것이다. 이 대사는 작년에 참여름의 한페이지에서도 써먹었지 아마? 만쥬를 끝내고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표창 던지기를, 코르크마개 사격을 해봤지만 둘 다 물건 건지기에는 실패. 조그만 구슬 하나를 얻었지만 넘겨주었다.


12시가 되어 자는 곳으로 올라갔다. 이미 취침의자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 문 가까이에 있는 자리를 얼른 잡았다. 이 의자의 특징이라면 역시 오른쪽에 달린 작은 액정TV일까나. 우선은 볼 게 없어서 MP3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오전 1시가 되어 채널을 돌려 보니 역시나 방영하고 있는 럭키스타, 다 보고 나서 다시 채널을 돌려 일곱빛깔드롭스를, 어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라무네를 마시며 감상하였다. 결국 잠이 든 것은 오전 2시. 10박 11일간 동고동락을 함께 한 소프트뱅크의 휴대전화 아침알람을 오전 7시에 세트해 두고 잠에 빠져들었다.


일본 오다이바 섬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 안경회 일본원정단 열번째 날, 끝.


Posted by 水海유세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