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대한 발표

kuro 2008. 7. 23. 22:24
나는 학창 시절을 한적한 시골에서 보냈다. 안동시를 비롯하여 문경시, 영주시 등에 둘러싸인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자칭 선비의 고장.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인구를 합쳐도 통닭대학교 재학생 숫자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깡촌’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워낙 인구가 적은데다 유교문화의 중심지이다 보니,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사람이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이었다. 그곳에서 ‘섹시하다’는 말은 ‘창녀’란 욕설과 동의어였고, ‘섹시한 옷차림’은 ‘티켓다방 아가씨들의 옷차림’을 상징하였다. 진한 화장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섹시코드란 말은 설이나 추석 때나 잠시 볼 수 있는 썩어빠진 도시 문화의 지칭어에 불과하였다.
- 유세현, <대학생 성 문화의 특징> (2008.07.)


...라는 내용으로 성과 사회적 재현과목에 리포트를 제출했습니다. 사실 반쯤 졸면서(..) 썼기 때문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교수님께서 꽤나 재미있게 읽으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리포트를 나누어주시면서,

"세현이는 안동 지역에서 살다 왔나봐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 안동지방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참 잘썼어요. 나중에 한번 읽어보세요."

하면서 리포트를 돌려주셨습니다.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헌데....

그날로 제 별명이 안동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학생의 클럽 문화에 관한 조발표,

교수 : 그렇죠. 정말 MT에서 안 좋은 일들이 많았었어요. 요즘엔 많이 사라졌지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 안동에서 올라온 세현이는 MT를 어떻게 생각하지?
유세현 : .....하;; 그, 그게 말이죠. 전 MT를 가본 적이 없어서...;;
교수 : 오~ 지금까지 MT를 한번도 안 가봤어요?
유세현 : 네.
교수 : 그럼 술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죠?
유세현 : 그게.. 제가 장이 안좋아서 술을 못마셔서....;;


(교수, 학생들 전부 박장대소)

발표자 : 그래서 제가 클럽에 가보니까 말이죠, 정말 저 안동에서 올라온 총각처럼 순수하게 생긴 사람이 막 춤을 추면서..
유세현 : ...............




광고에 대한 조발표 때,

발표자 : 광고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학생1 : 이효리 소주광고요!
발표자 : 네, 흔들어라~ 그거 있죠. 그리고 또?
교수 : 이럴땐 세현이를 시켜봐~
발표자 : 네, 안동에서 오신 분. 광고하면 뭐가 떠오르시죠?
유세현 : .....포카리스웨트 아가씨요.


....하는 식으로 틈이 날 때마다 저한테 성에 관련된 온갖 민감한 질문이 마구 날아오고 있습니다.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질문당하는 날이 요즘 들어 계속되고 있는...데....

아니, 우째 이런 일이!?!?!? -_-;;;

여러분, 저는 교회에서만 정체를 클록킹하는게 아니라 학교에서도 합니다. 흔히 3중인격이라고 말하지만 교회, 학교, 온라인에서의 제 활동 양상은 가급적 겹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지금 수업에선 마치 제가 안동에서 자라나면서 성에 다소 무지한(..) 보기드문 순진남처럼 인식되어서 관심의 표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랄까.

이거 사실상 동성애의 한 분파나 다름없는 '백합의 권위자'(...)까진 아니더라도, 하여간 백합을 열렬히 선호하는 성격에, 현재는 다카포에 목숨을 걸고 있는 미소녀게임 플레이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날이 바로 제삿날(....)

그래서 필사적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데 말이지요.
내일이 제가 소속한 4조의 발표입니다.
주제는 미디어 성 담론.

[미디어 성 담론이 무엇인가요?]

우문이군.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즉, '포르노'다!

[......]

.....

[.....]

.......

그래서 조원들과 모여 이 '포르노'에 대하여 열심히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조원 : 그런 의미에서 교수님이 무척 좋아하시는 세현이가 발표를 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조원들 : 찬성!
유세현 : ......


부루투스, 너도인가.


하여간 대세에 떠밀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일 미즈우미는 강의실에서 학생들 앞에서 '포르노'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후, 이젠 나도 몰겠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