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세브란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 선배님과 식사를 하는데...

선배 : 이제 졸업하는 거야?
유세현 : 네, 남들보다 한 학기 늦게 졸업하죠. 03학번이니까..
선배 : 아닌데. 너 휴학 몇 번 했어?
유세현 : 군입대 휴학 한 번이요.
선배 : 군대 현역으로 갔다 왔고, 필리핀 반년 다녀왔고, 일본 일년 유학 갔다왔는데, 휴학을 군휴학 딱 한번만 하고 지금 졸업하는건 굉장히 빨리 졸업하는 거야.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더군요. 초과학기를 한 번 듣기는 했지만, 그 동안의 발자취를 돌이켜 보니...
일반적인 학생보다는 조금 빡신 대학생활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별 일이 다 있었으니까.
대학 8년 동안...

거참, 별 일이.....(먼바다)



내일로 출국하는고로, 재학생 신분으로 이 곳에 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
학교의 상징인 본관 앞을 약간 서성이다가 왔습니다. 3일 뒤 이곳은 학사모로 장사진을 치겠지.


You have brought us to this poor and barren land,
where not even a tree spreads out its leaves to give us a refreshing place to rest.
It is a miracle that we were able to cross the vast Pacific Ocean.
주님께서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앉히셨습니다.
그 넓고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 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Here, where it seems as if you have picked us up and dropped us,
we can see nothing.
All we can see is stubborn intense darkness.
All we see is the Korean People bound up in darkness, poverty and conventions.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 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They do not understand why they are bound or why they are in anguish.
If someone tries to relieve their anguish, they become suspicious and angry.
그들은 왜 묶여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줄 모르는 자들에게 고통을 벗겨 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I cannot understand the intentions of Korean men.
I cannot understand the inner motives of their goverment.
What would you have us to do about the Korean women,
whom we can never see as they ride in their palanquins?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찌하나 합니다.

I cannot read the minds of the Koreans.
I do not know what I was sent to do in this land.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However, Lord, I will obey.
And when we humbly obey,
I believe the Lord will start his wonderful work.
The day will come when we will be able to see
Your work with spiritual eyes.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습니다.

Just as it is said,
"Faith is the substance of things hoped for and the evidence of things not seen,"
so we have faith that the day will come when we see that Korea believes.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이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Now the pint fingers of scorn at us as Western devils,
but we believe the day will come when they will realize with tears of joy that
we are one in the Spirit, citizens of the same Heavenly Kingdom,
children of our God.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사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의 영혼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 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Now there are no schools, only doubts and suspicion and contempt and coldness,
but we believe that befor long it will be a land of God's Grace.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 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님..


지난 7년 6개월 동안, 선교사님이 세우신 연세대학교와 새문안교회를 섬기면서, 철저한 금욕주의와 엄격한 도덕, 주일의 엄수와 제한된 향락 속에서 신이 주신 목표를 향하여 거짓 하나 없는 전심 전력으로 전진하는 청교도(淸敎徒, Puritan)의 정신을 이어받고 싶었습니다. 교회는 사람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신을 뵈러 가는 곳이니까.

한국개신교와 일본기독교단의 연합과 발전이라는 제1영역 최고의 목표를 향하여 몸을 바쳐 헌신하면서 제가 분에 넘치는 축복을 받아온 것도 사실.

...제가 하늘로부터 무슨 축복을 받았는지 설명이 必要韓可?

아직까지 청교도라는 칭호를 받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이라는 것을 믿고, 끝까지 가보렵니다. 이 학교를 떠나서라도 말이지요.




이제 내일, 도쿄를 향해 모든 것을 건 싸움을 떠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경례)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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