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여름 페스타에서 첫 다카포 성지순례를 실시한 이래, 4년 만에 다시 자전거로 시마나미 해도를 건넜다. 2차는 버스+선박이었고 3차는 오노미치만 들렀으니, 진정한 의미로는 2차 다카포 성지순례라고 부를 법할까. 




4년 전에는 오노미치에서 이마바리 방향이었지만, 이번엔 반대로 이마바리에서 오노미치 방향이다. 금요일 밤에 북큐슈에서 선박을 타고 익일아침 마츠야마에서 내려, 온천욕 후 이마바리까지 전철로. 자전거를 빌리고 이틀에 걸쳐 시마나미 해도를 건넌 뒤 일요일 밤에 신칸센으로 북큐슈에 복귀하는 루트. 주말만으로 상당히 충실한 경로였기에 만족스럽다. 태풍 직후라 날씨도 대단히 좋았고.



* 선라이즈 이토야마 (サンライズ糸山)





시마나미 해도 사이클링의 시작점이자 끝점이다. 그런 것치고는 이마바리 역에서 접근성이 별로 안좋은 것 같긴 하다만. 자전거 예약은 1주일 전까지. 전화해 보니 이미 예약대수가 다 나갔다는 흠좀무한 대답을 듣고 당일 꽤 걱정했다만. 다행히도 많이 남아 있더라.

원래는 빌려다가 그대로 이마바리 항구에 선박을 타고 오미섬으로 이동해서 내달릴 계획이었지만, 거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하도 절경이다 하다보니(..) 땡겨서(..) 그대로 자전거 타고 냅다 달려버렸다.







다리근육을 좀 무리했을지 모르지만, 달린 걸 후회하진 않음. 워낙 경치가 절경이라.



* 오미섬 시치요공방(七曜工房)


미즈코시 모에 역 이츠키 유이씨의 PV촬영지. 시치요공방(七曜工房)과 찻집 크루저(喫茶クルーザー)에 갔다. 「저어, 11년 전(!) 이곳에서 이츠키 유이라는 분이 PV를 촬영하러 오셨을 텐데..」하고 말하며, 기억하실지 걱정했지만, 주인마님들이 정확히 잘 기억하고 계셔서 되려 미즈우미가 놀랐다. 크루저는 다음날 갔으니 후술.









시치요공방의 주인마님... 엔딩롤에 이름이 나오는 호리우치(堀内)씨 본인이다. 시치요공방에서는 손수 제조한 목공예품이 주력인 듯. 마찬가지로 손수 재배하신 밀감과 허브 등으로 만든 냉차를 350엔에 판매한다.

향기로운 냉차를 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11년 전 5월.. 호리우치씨가 교토 옆 시가현에서 이곳으로 이사오자마자 PV를 촬영하고 싶다고 제작진이 방문했다고. 툇마루(?)가 있는 집이 여기밖에 없었다나. 하기사 미즈코시 집안은 크고 아름다운 가옥이 있어야 하니 감독이 맞는 분위기를 찾아다녔겠지.

시치요공방은 정식 시마나미해도 사이클링 코스랑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PV로케지라고 찾아온 객은 미즈우미가 처음(!)이라는 듯하다. 영광스럽게도.

아들이 두 분 계신데 도회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듯. 「청년도 이제 30이니 얼른 결혼을 하셔야겠네?」「하하, 그러게요.」 넉살좋게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다가, 그 길로 아사쿠라 네무네 촬영지로 갔다. 언젠가 다시 찾아뵙지요. 몇 년 뒤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 오미섬 고향휴식의 집 (大三島ふるさと憩の家)





아사쿠라 네무의 PV촬영로케에 오는 것도 4년만이다. 무언가 박물관 같은 것이 입구에 세워져 있군. 입구에서 안내하는 아가씨에게 견학허락을 받고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휘-휘- 둘러보기.







나무판자에 색은 칠해놨군. 오늘은 숙박객이 많은 듯 바글바글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잔디밭을 거닐며, 아사쿠라 네무의 캐릭터송을 들으며, 하츠네섬을 만끽했다.





우연히도 PV에서 등장한, 노가와 사쿠라씨가 2층으로 올라가는 로케를 발견했다. 4년 전에는 가려져 있어서 몰랐지만, 지금은 안쪽에 판자가 떨어져 있어서. 아하, 여기구나. 뭔가 알 수 없는 감동.



* 하츠네섬에서의 하룻밤


오미섬의 숙박은 4년 전에 묵었던 미야우라(宮浦) 항구 근처의 바로 그 료칸. 그때 그 주인아저씨가 나와서 1인실을 안내해 주셨고, 심지어 4년 전에 잤던 바로 그 방이다. 놀라워라. 근데 주인아저씨, 그 목에 걸고 있는 아이카츠 핸드폰목줄은 뭐에요? (..)





신설된 온천에 가서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냄. 역시 하루종일 자전거를 굴렸더니 온천욕이 기분 좋다. 식사도 거기서 라면셋트를 주문해다 해결. 오미섬에는 19시 넘으면 저녁밥 파는 데가 없어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미야우라 항구에 가서 느긋하게 바닷가를 거닐었다. 2014나츠페스의 마지막이다 보니,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러가지. 사진은 디카로 찍은 밤하늘의 별. 시골이라 많이 보이죠?


그날은 피곤해서 21시에 바로 잤다. 옆방의 여대생들이 시끄러워서 귀마개로 귀를 막아버리고 9시간 숙면을 취한 후 오전 6시 기상. 아침 해 떠오르는 걸 바라보며 오늘 일정도 안전하게. 이곳은 다카포의 성지, 하츠네 섬이다.





성지순례자료 한 가지. 오미섬을 넘나드는 이 시내버스. 다카포3에서도 이 시내버스가 묘사되어 있다.


* 찻집 크루저










이츠키 유이님의 성지 3번째, 찻집 크루저. 이곳 주인마님도 11년전 일을 잘 기억하고 계셨다. 아이폰으로 PV를 보여드리자 「와 그립네요!」하고 감탄하심. 거기다 엔딩 크레딧에 본인과 따님들까지 나오니 한참을 웃으셨다. PV에 나오는 저 귀여운 두 따님 미오쨩과 마나쨩은 각기 18, 20세가 되어 지금은 오카야마의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이라는 말을 듣고 다카포시리즈의 유구한 역사의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시치요공방과 달리 여기엔 그럭저럭 PV보고 찾아온 다카포의 팬들이 제법 있었다고. 특히 아이치(나고야) 지역민이 많았다고라. 하기사 이츠키씨도 아이치 출신이구나. 다들 이츠키씨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고 싶어했다고 하며, 기념으로 이츠키씨가 11년전(!) 앉은 그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중간에 카페에서 식사도 하고, 사기사와 요리코 역의 결혼 못하는 여자마츠키 미유님의 PV촬영로케에도 가보고. 여기도 4년 만이군. 등대앞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개드립(..)도 치면서. 무난히 자전거로 시마나미 해도를 이틀에 걸쳐 완주하고 도장을 받았다.






마지막 일정은 오노미치 센코절 전망대. 자전거 다 달렸더니 이번엔 등산이냐!? 하면서도 전망대로 올라가 서니 하츠네섬의 전경이 눈앞에 쫙 펼쳐진다. 시라카와 코토리의 そよ風のハーモニー를 BGM으로 깔고, 1박 2일간 달린 세토내해의 섬들을 바라본다.


다카포 성지순례는 2010년 처음으로 실시한 이래, 그 어느 누구도 흉내내거나 따라하지 못한 걸작의 성지순례로 스스로도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시마나미 해도를 다카포 성지순례를 위해 자전거로 건넌 사람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성지순례 빼고도 그냥 좋은 관광코스니까 자전거 타는거 좋아하는 분께는 추천할만..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합격하기 전이라 그냥 백수(..)였던 2010년 9월의 27세도 4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 31세가 되어 돌이켜 보니 태평하게 사는 것 자체가 그냥 꿈이었나. 니트로 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지금의 스스로의 모습이야말로,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정의의 마법사(요시노 사쿠라)에 가까운지도.


하여간에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절실히 느낀 것이 있다면, 나이 31 먹고 할 짓은 아닌 것 같으니(...) 다음번에야말로 렌타카나 렌탈오토바이를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더라. 몇 년 뒤에 다시 몇 년 뒤에 시마나미 해도를 다시 관통할지 모르지만, 그때에 하츠네섬을 다시 찾는 미래의 나에게, 암바사로 건배.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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