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올해 17세 생일을 맞이한 홋쨩이 생일즈음하여 텐타마 방송을 하는데,

질문자「한살 먹고 17세가 된 올해의 목표는?」
홋쨩「현실에 충실한 사람(リア充)이 되어보자, 입니다!^^」


제가 그얘길 듣고, 문득 리얼충(リア充)이란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어쓰면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사는 사람. 삼권분립의 원칙 또한 종교-전공-취미의 조화를 추구하므로 비슷한 소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리얼충을 엔하에서 찾아보니 현실에 충실은 개뿔, 그거 오타쿠 대상의 연애지침서에서 나온 단어라고 하더이다. (..)


홋쨩이 인생 최애의 성우이긴 하지만 유사연애대상이 아니기에 연애 및 결혼을 매우 지지하는 쪽입니다. 그런 그분께서 연애를 시작하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린다면 그것은 팬으로서도 반길 이야기. 아예 웨딩 라이브까지 개최해주면 좋을텐데. 내 고향 예천에서 나온 품질좋은 햅쌀을 뿌려가며 행복을 기원. [..쌀??] (happy happy rice shower~!!)

홋쨩이 리얼충이 되어보자고 결심했으니, 저도 홋쨩의 열성적인 팬으로서 리얼충같은 걸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문제가 되는게, 일단 리얼충같은 짓이 대체 뭔가? 그거만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랜드에 여자애들과 어울려 놀러갔다 오면 누가 봐도 이건 리얼충같은 일이겠다, 하는 무리한(?) 결론. 제 머리론 그 이상으로 생각나는게 없더라고.


근처의 아는 여자애들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유세현「내년에 도쿄 떠나기 전에 디즈니랜드에서 놀고싶다. や.ら.な.い.か!
여자애들「や.り.ま.す.か!


당일.



여자애들「자, 그런데 처음 와보신 도쿄 디즈니랜드 어떻게 생각해요?」
유세현「크고... 아름다워요..
(여기까지 개 풀뜯는 소리)

각설하고.

대체적인 흐름은, 아침 8시에 마이하마역에서 모여서 일일프리패스 끊고 들어가니 아침 9시. 어트랙션(놀이기구)과 식사와 가장행렬 행사구경을 적절히 섞어서 놀고 다니기. 저녁에는 A양의 개신교동아리 사람들과 붙어서 저녁식사. 이쪽도 남자1 여자2, 그쪽도 남자1 여자2라서 6명이 몰려다니며 여기저기 사진찍다가.. 마지막 일루미네이션 가장행렬과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오미야게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0시 반쯤.

비용은 입장료 6,200엔. 팝콘 등 간식거리 1,000엔. 세트메뉴 식사 한끼당 1,380엔.... 으로 한 1만엔 정도 나간 듯. N양은 팝콘을, A양은 과자를, 저는 파르페를 천엔씩 사서 셋이 나눠먹었습니다. 일본여자애들은 각자 돈내는걸 당연히 여겨서 그런지, 제가 더 사주거나 한 것도 전혀 없었네요. 오히려, 오빠는 돈없으니 우리들이 팝콘 많이 사줄게요~ 하는 가엾은 격려(..)를 받고 안구에 습기가. (...)







디즈니랜드 자체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롯데월드랑 에버랜드가 있지만, 이쪽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식 테마파크라서, 가장행렬 보는데 옛날 추억이 짙더군요. 기억하십니까, 일요일 아침 8시의 디즈니 만화동산!? 그거 말고도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디즈니의 영향은 아주 지대하기 때문에.. 가장 행렬은 「오오, 진짜 미키랑 미니가 저기 있어!」하고 감동에 쩔었습니다.

같이 온 여자애들의 능력도 보통이 아닌게... 아침에 모여서 팜플렛을 보더니, 자기들끼리 잠시 얘기를 하더니, 어트랙션과 맛집과 휴식을 적절히 섞어서 스케줄과 루트를 그 자리에서 결정. 대기열 짧은 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더니, fastpass(인기좋은 어트랙션 예약티켓)와 휴식용 관람동, 그 와중에 식사시간을 딱딱 맞춰 맛집에 데려가고, 가장행렬도 낮으로 밤으로 두번 감상, 파이널은 불꽃놀이와 오미야게 가게로 마무리. 코미케로 비교하자면, 아침에 레이드 모이자마자 카탈로그 들춰보곤 그자리서 벽서클과 섬서클과 기업관과 이벤트 행사 구경거리에 휴식과 식사시간까지 적절히 배치한 최단 루트 스케줄을 순식간에 작성한 것과 마찬가지.(..)

저녁에는 A양의 학교 개신교동아리 친구들이랑 어울려 식사를 했습니다. 이쪽도 남자하나 여자둘, 저쪽도 남자하나 여자둘. 전원 개신교도 신도라서 기도드리고 식사라는 신도로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하나님도 기뻐하시겠지.. A양은 아오야마학원입니다.

유세현「그리고보니 이번주가 아오야마학원제 맞죠?」
C양「아, 오세요?」
유세현「그게.. 행사 접수했는데 떨어져서^^;;」
C양「저런, 어떤 행사였는데요?」
유세현「마법소녀 마도카유우키 아오이씨의 토크쇼...」
A양「거기, 아사히 오빠! 이차원 이야기 금지!」



하루종일 디즈니랜드를 다니면서 충실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디즈니랜드 방문이 1년에 한두번 이렇게 가는 거라면 몰라도, 여친이 생겨서 한달에 한두번씩 이런 연애질을 해야 한다면 사양하고 싶겠다고라. 지금이야 디즈니랜드에 빠삭하게 잘 아는 여자애들이 (아무리 낮춰봐도 제가 코미케 아는 레벨) 저를 데리고 이곳저곳 다녀줘서 정말 편하고 즐겁게 충실히 보람찬 기분을 만끽했지만... 만약에 이걸 내가 기획을 세워 여친을 데려와서 같은 레벨로 해야 한다고 하면, 그냥 폭탄 들고 태평양에 뛰어드는게 낫겠다는 소리 나올지도.

그런의미로, 리얼충 하루 체험이 즐겁게 끝났습니다. 홋쨩의 생일맞이 새목표를 듣고 필꽂힌게 여기까지 확장된 것도 스스로 생각해봐도 대단하지만(...) 즐거웠으니 뭐 됐나.. 여러가지 정황을 보아, 이십대로 테마파크 놀러오는건 이게 마지막이 될듯. 어울려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이날 하루의 리얼충 체험으로 느낀 바를 한마디의 속담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한줄결론 :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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