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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안경회에서도 모임 때마다 민토 갔다가 노래방에 가서 온갖 노래와 댄스를 시전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간 수많은 곡이 한국노래방에 등록되었지만 아무래도 일본의 원조 가라오케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미달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준비한(?) 일본 가라오케 체험.


한 마디의 농담이 없이, 7시간이 부족했다. 애시당초 7시간 동안 노래방에서 달리는 것이 인간으로서 가능한가 여부는 둘째 고민사항인 것이다.



* 07:35 숙소


"おはようございます! 朝ですよ! ほおら、おきてください! そうしたㄴら、アスカが優しくキスしてあげちゃう! あはっ、しちゃった。恥ずかしい、まだまだ! で、うわ、また寝てる気!? おきて、おきてよ!!"


몸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도 눈이 번쩍 뜨였다. 주변에 널브러지듯 쓰러져 자고 있는 단원들. 으음, 정신을 잘 차리고 보니 아사쿠라 유메의 대형 타월이 내 반신을 덮고 있다. 그렇군, 나 어제 이거 사서 곧바로 덮고 잤구먼. 머리맡에 두었던 Q.T를 쥐고 아침 경건의 시간을 가진 뒤 기지개를 쭉 폈다.


5분 내로 이어진 자명종 3연타에 모두가 일어나고. 오늘은 월요일이다. 출근하는 형님께 식사를 차려 드렸다. 배웅을 마친 뒤 우리도 아침식사를 돌리고 데워 먹었다. 그냥 조용히 먹기에 밋밋하니, PS3에 블루레이를 하나 넣고 애니메이션을 돌리자.




“両手には飛び立つ希望を~!”



42인치 LCD로 보는 블루레이 교토 아니메 AIR 오프닝과 함께 아침식사를. 무언가 색다르군.



* 08:35 거리






이렇고 저렇고 신사 구경을 마치고 코인란도리에 돌아왔다. 40분 동안 열풍을 쐬고 나온 세탁물. 햇볕에 말린 듯 뽀송뽀송하다.


빨랫감을 집에 갖다 놓고, 가라오케 우타히로바로 갔다. 역 근처에 있어서 찾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 11:47 우타히로바



TV Animation 다카포2에는 우타방100이란 프로그램을 두고 유메와 요시유키가 채널권을 다투는데, 아마도 우타히로바의 패러디가 아닌가 한다. 우타히로바(歌広場)는 별다른 게 아니라 가라오케의 이름이다. 다행히 타케노츠카에도 입점해 있었다. 장점이라면 집 근처에 있으니까 걸어서 왕복, 즉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 개점이 11시인데 빨래 돌리느라 조금 늦게 도착했다. 빌딩 한 층을 전부 가라오케로 쓰고 있군.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려 9시간. 그것도 소프트음료 무제한 제공까지 포함하여 1인당 980엔에 이용할 수 있는 낮 프리 요금제를 적용하였다. 무선마이크 두 개를 수령한 뒤, 5층의 현관 근처에 있는 방에 안내받아 이동. 기계는 DAM.


방의 기본 구조는 한국과 비슷하였다. 21인치 가량의 텔레비전과, 그 밑에 설치된 DAM 기계. 방 중앙에 테이블이 놓였고, 벽 구석으로 긴 쇼파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두 배는 됨직한 곡명 책과,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용한 무선 예약용 리모컨이 일본 가라오케란 것을 실감나게 했다. 무선 예약용 리모컨은 일반적인 책 한권 크기였는데, 가운데에 큰 액정이 붙어 있고 가수 이름이나 곡명, 혹은 장르별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오십음도로 찾을 수 있게 배려되어 있었다.


기계가 겨우 20곡(겨우?-_-;;)밖에 예약곡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것만 해도 모든 것이 편리했다. 우선 노래 예약을 몇 곡 시켜 놓고.



(믿는 사람 골룸)

처음으로 부른 곡은, TVA D.C~다카포의 삽입곡, 시라카와 코토리의 ‘산들바람의 하모니’. 한국에서는 노래 가사의 배경으로 주로 자연물(?) 등이 나오지만, 일본의 가라오케는 완전히 오프닝까지는 나오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 가사에 어울리는 뮤직비디오가 깔렸다. 산들바람의 하모니 배경 뮤직비디오도 무언가 여고생이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품는 감정을 묘사한 실사. 그리고보니 코토리의 C.V는 호리에 유이님.

한 곡 끝낸 뒤 예약을 잔뜩 넣었다. 이제 단원들이 돌아가며 부르는 동안, 방에 있는 핫라인 전화기를 이용하여 음료수를 계속해서 시켰다. 마시고 시키고 마시고 시키고 시키고 시키고 또 시키고. [..-_-?] 대충 세어 봐도 20번 내지는 30번 정도 주문하지 않았을까.

그 소프트음료, 원래 가격이 잔당 100엔이었으니, 1인당 980엔을 내고 음료수를 4,000엔 어치 마신 격이 되나.(먼바다) 좀 심하게 마셨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어때. 공짜인데. [퍽-!]


* 12:47 한 시간 째...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음료수를 시킨 것이 나중에 사고(?)를 치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 당연하게도 한국 노래방에 들어오지 않은 노래들만을 중점적으로 예약했는데, 아주 부르고 싶었던 곡 하나가 딱 보였다.

"아, 이거 한국에서 부르려다가 없어서 못 부른 노래다! 같이 부르자!"
"어, 이곡! 좋아, 부르자."


하고 나서 드디어 노래 20번이 지나고 차례가 왔다. 자세를 딱 잡고 막 소리 높여 부르기 시작하려는 찰나,


"벌컥(<-문 열리는 소리)"

"お待たせしました!"


.....


"프리 큐아! 프리 큐아!

프으리 큐아~! 프으리 큐아!!!

프으리 큐아~!!!! 프리큐......

아..........??? (아가씨 들어온걸 그제사 알아챔)





소프트음료를 쟁반에 받치고 들어온 웨이트리스 아가씨는 고개를 팍 숙인 채 필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음료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아가씨, 나름대로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웃고 있는 거 너무도 적나라하게 자알 보이고 있어요.(....) 다른 미소녀게임 오프닝 같은 매니악한 거라면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프리큐어는 전국구 유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보니.


뭐, 그래도 메 형은 앉아서 묵묵히 부르고 있었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이쪽은 흥에 겨워서 숫제 일어서서 주먹까지 흔들어대며 부르고 있었으니. 더 큰 문제는, 아가씨가 웃는 걸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불렀다는 것. [-.-!?]


"프리티데! 큐아큐아! 후타리와-"



(포즈도 함께 취하며)


“프! 리! 큐! 아~~!!!!”


이 때 음료수를 다 올려놓은 웨이트리스는 전속력으로 도망치듯이 밖으로 사라졌다.


...


카운터에서 아가씨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조금 걱정은 되었다.(먼산)


* 14:47 세 시간 째...

노래 부르는 데 정신이 빠져 몰랐었지만, 잘 생각해 보니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다. 다들 뭐라도 시켜 먹자는 데 의견을 모아 메뉴판을 보았다. 흠, 가격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로군. 타코야키 특대 버전 640엔짜리로 모두 통일하여 핫라인으로 주문했다. 맛도 괜찮고 양도 풍부한 타코야키 20개가 특대 사이즈.






“우냐! 우냐냐! 후루후루 후루무운~! KISS 오니사마~♡”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이벤트장의 츠구요미 오프닝.

아니, 개인적으로 그 다음 곡이 더욱 골때렸는데.


“さあ、もう一度いきますよ!

미코나스! 미코나스! 미코미코 나스나스! 미코나스! 미코나스! 미코미코 나스나스! 미코나스! 미코나스! 미코미코 나스나스! (무한반복)"


......꼭 풀 버전으로 그걸 불러야 했던 겁니까!?



* 19:47 여덟 시간 째...

웨이터 : 연장하시겠습니까?
유세현 : 아뇨.
이벤트장 : 아악, 더 부르고 싶단 말야!
유세현 : 혼자 신쥬쿠에 가서 밤새도록 실컷 불러.
메이드장 : 음, 근데 확실히 8시간이 짧긴 짧네..
백업장 : 정말 금방 확 지나가는군요.
유세현 : 그러니까, 8시간이 결코 긴 게 아니라니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가라오케를 나왔다. 간단히 발성 테스트를 해 보니 목이 약간 쉬기는 했지만 다들 멀쩡하다. 역시 남자용 열혈 노래는 거의 부르지 않고, 갸루게나 TVA 관련한 여자 노래만 4명이 돌아가며 부르다 보니 목에 부담이 덜한 모양이다.


“뭐야, 노래 8시간 불러서 말도 제대로 못 할줄 알았더니 왜 이리 다들 멀쩡해!?”


같은 감탄이 나올 법도 하군.(먼바다)



* 22:05 북 오프


100엔샵에서 수첩을 하나 사고. 값싼 라면집에 찾아들어가 일식라면으로 식사를 마친 뒤, 북오프에 들렀다. 펌프질에 마리미테 엔솔러지 홍백황 한권씩을 다 지르고. 다른 단원들이 문제로군. 아직 3일차밖에 안되었는데 이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구입하고 있다. 나중에 돌아갈 일이 걱정이로군.


"이 근처에 중고서적 판매장이 있어. 가볼래?"

"좋지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 23:20 고서적방


이마트 수준으로 커다란 대형 중고서적 판매장이 있다. 에로망가 코너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이 형. 함께 들어가서 에로소설 코너에 동급생2가 있나.. 찾아봤는데 안 보인다.


"네가 원하는 동급생2 소설판이 안보이네."

"하지만 여기에 하급생1, 2하고 동급생1은 있잖아요! 그런데 그 중간의 동급생2를 발매 안 했을 가능성이?"

"응, 없지. 분명히 출판은 했겠지만 여기엔 없는 것 같아."


하면서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동급생2 화보집! 배열이 희한하군. 맨 바닥에 일곱 권이 쭉 꽂혀 있고, 중간에 한 권이 꽂혀 있고. 중간에 꽂힌 쪽이 발견한 부분이다. 밑에 꽂힌 일곱 권들은 가격이 전부 735엔이었다. 아래에 찾아낸 중간의 것은 가격표가..


“105엔”


.....내 눈이 잘못됐나, 하고 여러 번 쳐다봐도 똑같은 책인데 하나는 105엔, 다른 여러 권은 735엔이다. 두근거

리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카운터에 갖고 가자,


계산원 : 105엔입니다!


단돈 105엔에 2천엔짜리 동급생2 완전 가이드북을 질렀다. 천혜의 행운. 거참, 그 책 한 권만 따로 다른 곳에 105엔으로 꽂혀 있었다니. 다른 책들은 전부 735엔인데. 이건 정말 행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 없겠지?


그날 밤도 유메의 타월을 덮고 잤다.



- 안경회 일본원정단 셋째 날, 끝.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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