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6대여행



■ 2006 한여름 페스타~참여름의 한페이지~ (2006/8/18~24)

・ 8/18 금 1일차 - 출국 및 가족 서비스 

・ 8/19 토 2일차 - C3×HOBBY 2006 

・ 8/20 일 3일차 - 2006 TBS anime Festa 

・ 8/21 월 4일차 -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 

・ 8/22 화 5일차 - 하라쥬쿠와 신쥬쿠 

・ 8/23 수 6일차 - 오다이바1  오다이바2

・ 8/24 목 7일차 - 일본과학박물관 및 귀국





아침에 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평상시의 숙소가 아닌, 오에도 온천의 쉼터 쇼파 위. 기지개를 쭉 펴니 역시나 피로가 덜 풀린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잘 수야 있나. 기본 체력이 끝까지 버텨주길.

욕탕에 들어가서 다시 이곳저곳을 한바퀴 돌며 목욕을 했다. 음, 역시 온천욕을 해서인지 피부가 매끄러운 기분이 든다. 기분 좋군. 아침의 목욕이란 것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솔직하게 ‘좋다’고 하시지?] 

후후..

어제 우동정식을 시켜먹은 곳에서 키츠네우동을 시켜서 아침식사로 먹었다. 라무네는 기념으로 집에 들고 가자. 8시 20분에 오에도 온천에서 나와 도쿄 텔레포트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 오에도온천이야기→우에노 일본과학박물관

도쿄 텔레포트역에서 하차해서 유리카모메 다이바역까지 걸어갔다. 글쎄.. 뭐랄까, 밤에는 그토록 사람이 붐비더니, 아침이 되니까 이 황량함은 또 무엇인고? 그나마 후지TV에는 아침부터 무슨 행사가 있는지, 줄을 서 있다. 힘내라, 그대들. 열정은 꼭 보답 받는 법이니까.

휘파람을 불며 다이바에서 신바시까지 유리카모메를 타고 310엔에 갔다. 신바시에서 JR로 갈아타고 우에노를 향해 150엔으로.



다소곳하게(?) 도착이다. 시계를 보니 9시 20분이군. 천천히 연못이라도 돌면서 가볼까.



우에노공원. 뭐랄까, 나이든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출근하는 OL과 회사원들도 보이고.




연못 위를 완전히 뒤덮은 연잎들. 이쪽으로는 연못물은 보이지도 않는다.




우에노 공원의 연못 한가운데에 보이는 사당..






보트가 떠 있는 우에노 연못. 이정도로 호수라고 불러주기엔 내 호가 아깝다.
그래도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이곳저곳 홈리스(?)를 하고 있는 노숙자가 있어서 다소 착잡하지만.




연잎 위로 보이는 빌딩들.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조~ 앞에 보이는 것이 도쿄 국립 박물관. 하지만 난 또다른 것에 흥미가 있다.




줄을 지어 걸어가는 여고생들. 단체관람인가?
자아, 그래서.. 도쿄 국립 박물관 오른쪽으로 샥~ 돌아 들어가니, 오늘의 본론이 나온다.


* 10:05-13:15 도쿄과학박물관




공사중.. 설마 폐관한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폐관은 아니었다. 신관이 있거든. 입장료는 500엔이다.




내부는 매끈하게 잘 꾸며져 있다. 역시나 신관이라서 건물이 좋구나. 나는 한국어 안내도를 손에 쥐고 들어갔다.




푸코의 진자.. 사진에서는 바닥만 찍었지만, 이 추에 매달린 줄은 저어~기 꼭대기층의 천정에 붙어 있다. 푸코가 프랑스 파리에서 실험할 때는 67m의 줄에 28kg의 추로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코의 진자는 단진자의 일종으로,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나 긴 줄에 추를 매달아 진동을 시키면, 공기의 저항을 무시할 때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실의 장력(지구가 추를 밑으로 당기는 힘과 실이 추를 위로 당기는 힘) 뿐이므로 진동면이 항상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진동면이 천천히 시침 방향(남반구는 반시침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러나 차분히 쳐다볼 시간이 없으므로 빨랑 사진이나 그리고 지나가자.(...)




....사람 아닙니다.(...)


맨 위층으로 올라가서 밑으로 내려가며 관람을 하기로 했다. 최상층은 고대의 재현.




마치 수풀 속을 그려낸 듯 보이지만, 




일본인 어린이가 기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땅 속에서 이런 식으로 파충류가 살았다 이 말이지요.



육상동물의 발달사.




뒤쪽에 프로젝터가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밑으로 내려가자 물리학 분야를 다루고 있다. 전류의 흐름...




오목거울에 대고 한판 찍기.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변환이다.




흥미롭게 하나씩 돌아보고 있는데, 소리에 의해 움직임을 내는 기계 앞에 서 있는 여자애.


그 기계는 소리를 내면 운동에너지를 내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박수를 짝! 하고 치니 링이 위로 팅! 하고 튀어 올라갔다가 떨어진다. 몇 번 박수를 치자 여자애가 신기한 듯 옆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밑층으로 내려가 보자, 일본의 과학발달사가 쭉 나열되어 있다.

기계와..





천문학..




기관의 발달..




저건 망원경이었나, 기상관측기였던가...;;




Mark2는 컴퓨터의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초기의 기계식 계산기.




그 밑층으로 내려가 보자, 지구의 역사를 나타낸 작품이 있다.

고대의 바닷속 풍경.. 어느 시대지?;; 또한,




손에 불이 나도록 옮겨적기에 여념없는 여고생들.




해양 생물..




그러니까 방학인데도 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부활동이라는 의미인데 말이죠.
흐음, 과학관에 조사 등을 보내는 건가. 괜찮은 과제인 것 같군요.




공룡인거 모르는 사람 없죠?




고대의 생물들..



고대 지구는 어떤 식으로 변하였는가?




이제 최하층으로 내려가 보자. 내 전공과목인 화학도 나온다.




1몰이란 것은 어느 정도의 양인가를 나타내고 있다. 왼쪽부터 공기, 물, 탄소, 알루미늄, 구리, 텅스턴. 알다시피, 몰은 원자량의 기준에 따라 탄소의 질량수 12인 동위원소 12C의 12g 중에 포함되는 원자의 수와 같은 수의 물질 입자를 포함하는 물질의 집단을 1몰로 정의한다. 1몰의 물질입자 속에 든 입자의 수를 아보가드로 수라고 하는데, 보통 N으로 나타내며, 그 양은 모두가 알다시피 6.02×10의 23승. 당연한 얘기지만 저 중에서는 가장 원자량이 많은 텅스텐이 가장 무겁다. 궁금하면 직접 가서 눌러보시길. [어이.]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를 마침내 볼 수 있었다. 뭐냐고?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들을 이렇게 주기율표에 따라 실제 물질로서 볼 수 있게 배치한 모형!

이 얼마나 참으로 아름다운 모형인가! 중학생 시절부터 외워 왔던 장 주기율표의 총 18족 원소들이 극히 위험한 방사성을 제외하고 순서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지.구.를.구.성.하.는 원소들! 화학을 공부할 때부터 이 주기율표 모형을 보는 것이 내 소원 중 하나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되니 참으로 영광이다!



분자에는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동일한 원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조가 달라 성질이 틀린 것. 고교 화학과정에서는 구조, 기하, 광학 이성질체를 배운다.



선 스펙트럼 조사. 분자마다 빛을 투과하면 특이한 스펙트럼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으로 구성물질을 파악할 수 있다.



원자가전자(일본어로는 최외각전자)에 의해 원자의 성질이 달라지는 원자구름모형은 오비탈(orbital)이라는 규정된 궤도함수와 밀접한 관련을 띄고 있다. 오른쪽부터 s오비탈, p오비탈, d오비탈, f오비탈의 모형. s는 구형, p는 아령형으로 방향성이 셋이라 들었지만, 오호라. d와 f오비탈이란 저렇게 생겼구나.



탄소나노기술모형. 워낙 유명하니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으리라 본다.



원자보다 더욱 작은 단계, ‘쿼크’에 관한 설명




태양계를 나타낸 것



우리은하의 모형. 저 원통형 유리 안에 저런 기포를 넣다니 대단한 기술이로고.
왼쪽에 뭔가 빨간 점 같은 것이 보이는데, 태양계를 가리킨다.


별의 일생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으로 모든 일본과학박물관의 시찰(?)을 마쳤다. 그러나 여기까지 보고 나자 극도의 피로가 몰려왔다. 이미 며칠 째 일본여행 강행군을 해 온 마지막 날, 어제는 온천의 쇼파에서 잠을 잤으니 몸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도 않은 채 우에노의 공원을 걸어다니고, 박물관을 끝까지 다 돌았으니. 나는 억지로 다리를 이끌고 휴게 로비로 들어간 다음, 의자에 앉아 파워샷 에리스를 올려놓은 배낭을 품에 껴안자마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최후의 만찬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오후 1시 15분이었다. 으음, 나 2시에 누님과 만나기로 했는데.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서서 안고 있던 배낭을 다시 짊어졌다. 다행히도 아직 이 시간이라면 스가모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박물관을 나오기 전에 공중전화로 누님께 전화를 걸었다. 짐이 무거운 듯 목소리에 힘들다는 느낌이 새어나온다. 이런, 어서 가야겠군. 박물관을 나와 JR우에노역에서 스가모역으로 갔다. 그리고 이내 토에이미타선을 타고 올라오는 누님과 만날 수 있었다. 근처 돈까스집으로 가서 돈까스 정식을 주문하고 짐을 살펴보니.. 꽤 많군. 누님의 옷과 책 등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20kg까지는 화물로 부쳐야 하니 집어넣고, 나머지는 모두 짊어졌는데, 와.. 죽여주는군. 슈트케이스가 20kg, 배낭에 쑤셔넣은 책이 17kg 정도, 손에 든 가방이 10kg, 여기에 홀리벨 노트북가방까지 둘러매니까 안 그래도 지친 몸이 심하게 눌리는 기분이 든다.

나와 누님은 마지막 식사를 나누었다.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혼자 플로어에서 일하다가 요리를 날라주는데.. 왼쪽 손목을 보니 습포와 파스를 붙이고 있다. 그 동안 손님은 오고가고를 계속하고. “いらっしゃいませ”다정하게 말하고 있지만, 다소 피곤한 기색이 보인다. 음.. 가련하게도. 그렇다고 팁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본에서 누님이 요리를 하며 8시간씩 알바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어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돈까스를 먹기 전에.. 누님과, 그리고 이름 모를 일본인 웨이트리스 아가씨를 위해 간곡한 기도를 드렸다.


누님과 일본에서 나누는 마지막 식사가 끝나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짐을 모두 짊어지고, 닛포리까지 가는 JR표를 끊고, 개찰구를 눈앞에 두었다. 쓰다 남은 돈 5천엔을 누님의 손에 쥐여 드렸다. 아쉬운 듯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홍차 누님을 두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세현 : 누님, 부디 다시 뵐 날까지 건강히..
홍차 : 그래, 잘 가고..

나는 누님과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정감어린 감촉...



* 닛포리에서 나리타공항까지 전철 세 번 갈아탄 이야기

애초에 케이세이 전철에 탑승할 때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잘 살펴봐야 하는데, ‘나리타공항 방면’이라는 표지만 보고 덥석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어이 된 일인고 하니, 나리타공항 방면에는 두 가지 갈림길이 있는데, ‘나리타’역이 분기점으로... 하나는 본래 목적지인 나리타공항, 다른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치바현’ 쪽으로 빠진다. 만약 그때 잠에서 깨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

워낙 흔들려서 잠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 역에 정차하고 있었다. 멍한 느낌으로 창밖을 쳐다보는데, 시간표에 나타난 이 기차의 목적지가 나리타공항이 아니라 치바 어쩌고 하고 적혀 있었다.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쳐다보.....려고 하니 이미 발차해 버렸고. 마침 맨 끝선에 타고 있었는지라 차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

유세현 : すみません、この電車は成田空港へ行きますか。
차장 : いや、行かない。
유세현 : な、なんと!? 本当ですか。
차장 : まぁ、そういうところ。
유세현 : じゃ、どうすれば。。
차장 : 次の駅が福山と言うの。そこで降って待て。なら成田空港方面の電車が来るよ。
유세현 : 助かりました。

이리하여 후쿠야마역에서 내린 나는 5분쯤 기다렸다가 다음으로 오는 전철을 탔다. 물론 목적지가 나리타인 것을 확인하고서.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알아맞춘 사람?

그래, 뒤에 ‘空港’가 빠져 있었다. 이 사실을 방송으로 확인하고 나니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질 것 같았지만, 마침 나리타를 눈앞에 둔 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전철이 왔다.

이리하여 닛포리에서 케이세이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는 고행을 겪은 끝에, 간신히 나리타공항에 당도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출발한 것이 다행이었다. 전차를 탈 때는 목적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헥헥)



* 「참여름의 한페이지」의 마무리

나리타공항에 도착해서 무거운 짐을 카트에 싣고 안내(i)에 가서 물었다.


유세현 : nwaはどこで出発するんですか。
안내원 : 4階の北です。


4층의 북쪽 로비에 올라가서 번개같이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타는 곳 앞까지 왔다. 여전히 도쿄의 하늘은 날씨 좋구나. 뭉게구름만 몇 개 떠 있을 뿐. 바람도 선선하고. 아, 이건 에어컨 바람인가. (...) 마지막 짐 검사를 거치는데, 김해에서는 통과가 되었던 물통을 검사관이 들어 보인다.


검사관이 화이트의 500ml짜리 물병을 가볍게 휙~ 던져 쓰레기통에 골인시켰다. 안녕, 물통이여. 나와 함께 도쿄를 돌아다니는 동안 내 목을 축여주느라 수고했다. 평생 너를 잊지 못할 거야... 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좁은 좌석에서 최대한 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폈다.


비행기는 나리타공항을 빙빙 돌다가 이륙했다. 어둑어둑해진 창문 밖으로 도쿄의 야경이 보인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떴다. 꿈결같이 지나간 나의 참 여름의 한 페이지 6박 7일. 저곳에서 나는 일주일간 분명히 존재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 떠난 해외여행. 애니메이션과 미소녀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그간 쌓였던 아쉬움과 한을 모두 풀었다. 누릴 수 있는 것을 끝까지 누릴 수 있었다.


혹자는 내게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진짜 애니메이션 매니아라고. 심지어 오타쿠라고 장난을 쳤던 사람도 있었다. 뉴타입이라는 말도 들었다. 칭찬의 의도가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무척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 미소녀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오타쿠도, 매니아도, 그리고 뉴타입도 아니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해본 적도 없고, 그런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


“아, 미즈우미란 사람? 그분, 정말로 애니메이션이랑 미소녀게임을 ‘즐기는’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나는 매니아나 오타쿠가 대체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단지, 미소녀게임과 애니를 정말 즐겁게 감상하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니까.


2003년의 한여름, 대구의 집에서 서울의 학교로 돌아가며 나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을,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한 번 더 묻는다.


‘나는, 정말로 옳은 일을 한 것일까?’

마음속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그래, 너는 옳은 일을 한 거야. 너는 가장 옳은 일을 했어. 다른 어느 누구도 너만큼 잘할 수는 없었을 거야’

누구도 보지 못하는 내 얼굴의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살아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지금의 나는 이토록 행복할 수 있으니까. 

흐릿한 시야 속으로 지난 6박 7일간 있었던 일들이 필름 되감듯 천천히 지나갔다. 


과학관에서 까불며 장난치고 뛰어놀던 어린이들..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바지와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물장구치는 어린이들과,
평화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연인들..
하라쥬쿠에서, 신쥬쿠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나는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발견했다.


지금의 나는 돈을 모으고 별러서 이렇게 여행으로 잠깐 왔다가 갈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이곳에서 보았던 그 행복한 정경의 한켠을 구성하고 싶다..
일상과 함께 자연스레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이곳에서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가슴에 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 땅에... 
내가 보았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나는 위를 향해 갈 거야. 더,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그리고 그 행복을 일상으로서 누리기에 합당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어
돌아오겠다. 
언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반드시.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한국 부산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날씨는 흐린 가운데 비가 다소 내려 있습니다.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06 한여름 페스타「참 여름의 한 페이지」 (2006.08.18~24.)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06) ⓒ 水海 唯Se-hyeon





Eruca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여행을 하며 저를 되돌아보고 싶네요.

水海유세현
여행의 참다운 가치란 바로 지금까지를 돌이켜보고, 앞을 설계하는 것이라 생각하지요.
이때의 여행이 기점이 되어 현재 유학생활을 하고 있잖습니까^^;;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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