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누님은 성격이 타마네 같아도, 이런 짓은 안합니다.
팔힘이 딸리거든요.(...


지금으로부터 몇달 전...
교환유학에 합격하자마자 홍차 누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홍차 : 그래. 축하한다 동생아. 이제 일본에 건너가면 여러 가지로 재미있겠네?
유세현 : 그럼요!
홍차 : 또 그 백합이니 뭐니 하는 거하고, 애니하고?
유세현 : 하하하, 안 보러 간다는 게 더 이상하지요.
홍차 : 흐응, 그렇구나. 뭐, 본토에 가는 거니까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는게 자연스럽겠지. 하지만 동생아? 그 상태로 일본에 건너가면 말이야.
“너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네가 가는 길은 여행이 아니란다. 너는 애니를 보기 위해서 떠나는 것도 아니고, 미소녀게임을 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도 아니야. 유학을 간다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그 나라의 사회시스템에 맞추어야 한다는 거란다.


지금까지 네가 도쿄를 여러 번 다녀온 것,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일본어능력이 웬만큼 이상이고, 네 성격이 해외생활의 외로움과 고독에 얼마나 강한지도 누나는 잘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물론 겉으로는, 남들 앞에서는 공부하러 떠난다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정말로 네 머릿속은 어떨까? 일본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게 백합이냐, 아니면 화공학이야? 이제 합격도 했으니 이제 일본어로 건너가서 만화랑 애니도 보고 콘서트나 아니메이토 같은 데 놀러갈 생각에 부풀어 있다면..


그런 붕 뜬 정신머리로 일본에 건너갔다간 넌 한 달도 안 되어 분명히 허무할거다. 그리고 일본에 온 것을 굉장히 실망하게 될 거야.


초반에는 딴 생각 하지 말고 본분에 충실해라. 네가 최선을 다해 노력을 계속하면, 그러면 어떻게 거기서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길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거야. 그때까지 네 진짜 목표를 잊지 말아라.


동생아, 다시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이 누나의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

당시엔 '미리 8월 중순쯤에 출국을 해서, 도쿄에서 TBS아니메페스타 2008도 가고, 코미케도 좀 가보고, 내가 죽고못사는 성우 콘서트도 많이 가보고, 그렇게 놀다가 센다이에 올라가면 되겠지. 드디어 호리에 유이님을 보겠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홍차 누님이 저 말씀을 하실 당시엔 '좀 너무하신다'싶었지... 만, 경험상 누님의 말씀이 잘못된 적은 별로 없단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자금력도 있었고.. 충분히 갈 수 있었던 TBS 아니메페스타, 코미케, 무엇보다 좋아하는 성우 콘서트.. 싹 다 캔슬시키고..
학술강좌를 끝까지 진행시킨 다음, 딱 10월 1일에 출국을 하기로 결정한 계기..
사실은 홍차 누님의 말씀을 따른 겁니다.
그리고 일본에 건너가서도..
한동안은 아니메이트나 토라노아나 센다이점 같은 곳에 출입을 자제..
최소한 생활의 한 사이클이 안정될 때까지는 홍차 누님의 충고대로 할 생각입니다.

이것이 옳은 판단인지 아닌지는 내년.. 혹은 그 다음이 되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러나 제가 일본에 건너가서 무턱대고 미소녀에 광분하다간 제 삶을 망칠 수도 있으니 초반엔 한달정도만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으라는 홍차 누님의 명령이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水海유세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