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올 때 설령 장학금을 받더라도 알바는 해보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과외도 해본 적이 없지요. 과외는 개인적인 신념의 문제로. 또한 과외가 아닌 일반적인 알바는....

....법정 최저임금 3700원에 가까운 시급, 시간외 무임금 잔업지시, 한가할 때 바이트생 밖으로 내보내는 '꺾기', 거기다 최저임금 올린다고 하니까 가게 망한다고 난리치는 인간들.

한국의 아르바이트가 노동착취지 그게 알바냐!?

등의 이유로,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이라면 한국 같은 악습이나 폐습이 없으니까요. 마침 환율도 많이 올랐겠다. 생활비 정도라면 집에서 대주겠지만, 여행과 유흥비(?)는 내 손으로 벌어야. 이 기회에.. 마침내 저도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 [아니 그 결론 절대로 뭔가 이상하니까.]

지망했던 곳은 책방과 요리하는 곳. 책방은 제가 원래 책을 좋아하니까. 요리는, 본디 요리가 취미였고, 식사할인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고로. 결국 채용된 곳은....

[어디냐?] 맥도널드. [햄버거 굽기인가!]

지난주, 노다메 칸타빌레의 음악회 하는 날이 면접보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맥도널드 매장 내에서 면접을 볼 줄 알았더니,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무실이 따로 있더군요. 오후 4시경, 맥도널드에는 이력서 양식이 따로 있다고 해서 사진이랑 볼펜만 달랑 들고 사무실에 갔습니다.

첫 알바 면접이라서 억지로 웃음지은 채로 긴장타고 있는 저에게, 말쑥한 셔츠를 차려입은 직원의 첫 질문...

"에, 다음주에 외국인등록증명서, 외국인등록증, 학생증, 자격외활동허가서, 우체국 통장, 여권의 복사본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네."

첫 질문이 어째 좀 이상하다?

두 번째 질문.

"그리고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은 14시간 이내로. 하루에 8시간 이하로. 주3회 정도 일하게 되시고요."
".......네."

채용면접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지, 오리엔테이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지?
하다가 마침내 마지막 질문.

"네, 채용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거 뭐랄까요. 채용면접...이랄까, 처음부터 채용은 따논 당상이고, 그냥 얼굴맞대기 인사하러 온 느낌. 하여간 그런 것으로 채용이 결정되었고, 12일에 다시 점장과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정식으로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맥도널드 소개 책자와 제복 및 복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제복은 렌탈이지만, 구두는 3천엔 가량으로 알바생이 구매해야 한다는군요. 음, 이 기회에 검은구두 하나 마련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군. 점장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사람 좋아보여서 다행입니다. 아, 뭐.. 실제로 알바생이 잘 만나야 할 사람은 점장이라기보단 매니저지만.

점장 : 그럼, 다음 주 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유세현 :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점장 : 우리 가게, 아무래도 남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말이지요. 아사히씨에게는 아주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유세현 : ...

여자애 바이트생이 대부분이고, 남자 바이트생이 둘셋에 불과한 상황은 피아캐롯같은 데서나 그런 줄 알았더니, 맥도널도도 여초현상이 심한 동네였나? 뭐, 하여간... 이렇게 하여 일본에서의 알바는 맥도널드로 결정되었습니다. 제 일하는 방면은 쓰레기처리 전문입니다.

[..............하?]

대체로 남자 손이 부족하다는 말에서도 짐작할 만하지만, 대체로 힘이 들어가는 쪽의 일을 하게 되어 말이지요. 즉, 쓰레기 처리 및 버리기에만 무려 2시간을 투입.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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