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7대여행


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안경회 일본원정단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도쿄의 유명한 환상선, 야마노테선을 단 한번도 타지 않았다. 10박 11일간 도쿄에 체류하면서 야마노테선 전철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특이하다. 이를테면 일반인의 도쿄 여행이란 어떤 것인가. 그런 것이 단원들에게는 궁금증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오늘의 일정에서 그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하길 바랐건만, 그것은 메이드 옷가게와 만다라케를 찾아다니는 일본원정단원들에게는 역시 무리였던가.




* 11:50 에비스 이동

며칠째 강행군을 해 온 터라 피곤했던지 오늘은 진국의 ‘おはようございます!’도 소용없었다. 출근형을 배웅하고 다시 곯아떨어진 단원들. 아침형 인간 미즈우미는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쳐다보다가 마찬가지로 깜빡 잠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11시 근방. 아침밥을 차려 먹이고 설거지와 청소하고 역에 도달하니 이미 오전 11시 50분.

햇살은 쨍쨍, 모래알은 보이지도 않고. 전철에 다들 올라탔다.


메이드장의 카메라로 실험 촬영한 전철. 바깥쪽으로 달려오는 저 전철은 역을 지나가는 급행이다. 깨끗하게 잘 찍혔군. 역시 도촬전문감이야. [....?]

전철에 올라 저어만큼 떨어져 앉아서 졸고 있는 단장 미즈우미. 그리고 한데 몰려 있는 나머지 단원들. 먼저 앉아서 곯아떨어진 이벤트장. 그 앞에서 잡담하고 있는 메이드장과 백업장.

메이드장 : 그래서 말이지, 그 아키바에서는 말이죠.
백업장 : 역시 ‘소프맙’
이벤트장 : (졸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소, 소프맙!? 어, 어디!!?!? (두리번 두리번)
백업장 : .....
메이드장 : ......
백업장&메이드장 :
소프맙이 자명종이냐!!

그래서 소프맙 얘기를 잠시 하다가 다시 곯아떨어진 이벤트장.

백업장 : 이번엔 뭘로 해볼까?
메이드장 : 으음, 토라노아나!
이벤트장 : Zzz...
백업장 : 만다라케!
이벤트장 : Zzz...
메이드장 : 애니메이트!
이벤트장 : Zzz...
백업장 : 게이머즈!
이벤트장 : Zzz...

백업장&메이드장 : 소! 프! 맙!
이벤트장 : (눈을 번쩍 뜨고) 소, 소프맙!!?!?

백업장 : ....
메이드장 : .......

미즈우미 : (멀리서 여전히 Zzz...)




* 13:10 에비스 거리

에비스에서 내려 슬슬 걸으며 옷가게를 향해 단장이 지도를 확인하며 앞서 걸어가는 중. 오후 1시 가량쯤 되었으니 그 무지막지한 한낮의 더위에 다들 지쳐서 에어컨 바람을 쐬러 무슨 상품점 비슷한 곳에 들어갔다. 손님의 반 정도는 한국인으로 채워져 있던 가게. 복면으로 강한(?) 메 형은 여기서도 마스크를 하나 골랐다. 사진이 없는게 아깝군.


오후 1시 23분, 이 형이 찾던 가게다. 안에 들어가 보니 뭔가 펄럭펄럭~한 옷이 종류별로 빼곡히 차 있다. 동생 선물이라든가 기억은 안 나지만, 무언가 하나를 지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색.


형이 선물을 고르는 동안 단장은 심심해서 밖에 나와서 서성거리다가 계단에 걸터앉아 가져온 초코파이를 먹었다. 먹는 중에 밖으로 나온 2명.


"어때, 하나 먹을래?"

"(씨익, 도리도리)"

"후우~ (담배 피우는 중)"




저 쇼핑백이 바로 그 가게에서 무언가를 질렀다는 증표. 근데 결국 뭘 샀지??



오후 2시 4분, 곁을 지나가는 JR 야마노테선, 도쿄 관광에 있어 필수로 여겨지는 가장 유명한 환상선(還上線).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10박 11일간 야마노테선을 단 한번도 타지 않았다.



* 14:10 시부야 거리




오른쪽 철창 너머로 보이는 역으로 손가락을 들어 척! 가리키자, 그 역 내에 초록색 표지선과 더불어 ‘시부야’라는 히라가나와 한자가 똑똑히 보인다.


본격적으로 시부야를 탐방하기 전에 점심을 좀 먹자는 의견이 대두된 고로, 근처 잘 둘러보다가 ‘린가하트’란 짬뽕집으로 들어갔다.


짬뽕런치세트. 하얀색 짬뽕과 볶음밥, 교자 등이 한 세트가 되어 가격은 650엔으로 저렴한 편. 이후에도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판이 좋았다. 하얀색 짬뽕은 처음 먹어본 셈.




오후 2시 40분, 육교에서 이 형 촬영.


"자아, 여기가 이제 시부야인데. 어디로 가볼래?"

"글쎄, 건물이 참 많구만. 어디부터 가볼까?"

"저기에 있는 저 ‘도쿄 프라자’ 어떤가!"

"오오, 그거 좋지! 일본의 럭셔리 백화점에 가보는 거야!"


이렇게, 제일 그럴싸하게 생긴 건물에 스윽 들어갔다.




오후 2시 42분, 도쿄 프라자 내부. 저런 옷 가격이 수십만 엔 하더군. 너무 고급으로 들어온건가??



맨 윗층에서 찾아낸 기모노, 유카타 가게.


오후 2시 47분, 두 형들은 거기서 부모님 선물 등으로 유카타를 구입했다. 가격대는 대략 3천엔에서 6천엔 사이. 이쪽은 부모님은 기본적으로 일본옷을 싫어하시고, 누님은 이미 갖고 계신 고로. 하지만 복주머니 같이 들고 다니는 건 하나 사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슬쩍 고개를 들고 있다.


옷을 다 고른 뒤 현찰이 모자라서 결국 신용카드를 꺼내는 형. 저래가지고 코미케는 괜찮을지 모르겠다.




핑크빛 쇼핑백을 들고 있는 언밸런스함. 그리고 반바지와 샌들을 빌려 입고 있는 중.

한국에서도 문자가 영 익숙지 못해서, 일본에서도 한글로 문자 쓰기가 꽤 서툴렀다. SMS는 공짜로 제공하더만.



오후 3시 17분, 건물을 뚫고 지나가는 전철. 유명한 것 같던데..




오후 3시 30분, 시부야 거리. 오봉(일본의 명절 중 하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거리 이곳저곳에 기모노를 입고 있는 아가씨들이 눈에 띄었다.




오후 4시 9분, 한명은 근처 게센(오락실)에 갔고, 둘은 안에 옷 사러 들어갔고, 쇼핑에는 별 취미가 없던 미즈우미는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근데 어지간히 기다려도 나오질 않는다. 몸이 나른했던지라 그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말뚝 위에 앉아서.


역시나 앉은 곳이 그곳(?)인지라, 한 20분 졸고 나니 엉덩이와 꼬리뼈가 꽤 아프더라고. 그래서 슬슬 들어가 봤더니 아직도 옷을 고르고 있었다. 음.. 하며 한번 걸쳐 봤는데,




어이쿠, 제법 본인이 거울을 보기에도 적이 괜찮군. 옆에서 열심히 뽐뿌질 시도.


"세현아, 시부야까지 왔는데 일본 개간지가 철철 흐르는 시부야 패션으로 하나 질러야 안되겠냐!"
"으음, 6천엔인가. 이거 사면 내 평생에 기록을 세우는 셈인데. 지금까지 내돈 만원 이상 들여서 옷 사본 적이 없었거든."


돈도 뭐, 대체로 넉넉한 편이고. 결국 떨리는 손으로 6천엔을 치렀다.


유세현 : 아마 내 근처 사람들에게 내돈 6천엔 주고 옷샀다고 하면 놀라서 눈이 뒤집힐걸.
이벤트장 : 아아, 잘 샀어. 이런 데서 역시 간지나는 걸 하나 질러줘야지. 근데 나도 그거 샀는데.
유세현 : .....
이벤트장 : ....

유세현 : 모임 때마다 미리 연락을 하자고.

이벤트장 : 어, 그래. 둘이서 이걸 동시에 입고 모임에 나오면.....

유세현 : 미리미리 조심해둬야지. 이상한 오해를 사지 않게.

이벤트장 : 그럼그럼. 커플룩이라니, 말도 안 되지.


그래도 옷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지금껏 가장 비싼 돈을 들여 산 옷이고. 가을용 옷이니, 언제쯤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고 단순하게 흐뭇하게 생각했었다. 응, 그때는.


아직 어떻게 그 옷을 처음으로 입게 될지 모르고 있었다. 아주 끔찍하고도 잔인한(?) 그 사건은 코미케가 끝나고 나서. 설마하니 그런 일이 될 줄이야 OTL




오후 4시 41분, 시부야에서 대로를 따라 하라쥬쿠로 가는 중. 뭐랄까, 역시 일본의 젊은이들 거리답다. 한국의 아가씨들은 기껏 패션이라고 해 봐야 대부분이 생머리에 하이힐, 미니스커트 차림 등으로 너무 천편일률적이지만, 이 나라는 여러모로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미즈우미 : 어때. 시부야 거리를 걸으니 기분이?
이벤트장 : 눈이 아주 즐거워!
유세현 : 오옷, 이벤트장. 앞에 봐! 주름치마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검정 니삭스다!
이벤트장 : 캬하, 끝내주는데!
백업장 : 이런 말을 한국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 수 있다는 게 더 어처구니없지만--;
유세현 : 저 아가씨의 미끈한 다리에 착 달라붙은 니삭스를 보니 어때!?
이벤트장 : 환상적이지! 너는 어때!?
유세현 : 다른 아가씨를 시켜서 막 만지게 하고 싶어지는구나.

이벤트장 : ........

메이드장 : ..........

백업장 : ...........


이벤트장 : 세현군, 그 뭣이냐. 이전부터 평소 생각해온 거지만 말이지.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관해 심각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나?

유세현 : 왜 안해봤겠어!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남자로 태어났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라니까!!

이벤트장 : 에, 뭐랄까.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 말을 갑자기 막아버리는 능력이 말이지, 너한텐 있는 것 같다(...)




* 16:46 하라쥬쿠 메이지신궁과 타케시타토리


"여기서 이 육교를 건너 저쪽으로 가면 메이지 신궁이 나온다. 가 볼란가?"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 한번 해봐야지요"




육교 위에서 메이드장이 찍은 사진.


"저 건물은 뭐지?"
"무슨 경기장이나 운동장 비슷한 거라고 들었어.[각주:1] 그리고 저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일본 히키코모리 협회. (NHK) 2백 엔이면 하루 종일 관람을 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좀 늦었군."




오후 4시 51분, 고즈넉한 메이지 신궁의 초입에 세워진 토리이.


"저승으로 가는 새가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는 곳이라고 하지요. 여기에 있는 토리이가 일본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하더군."


메이지 신궁 경내로 슥 들어가 결국은 제일 안쪽까지 들어섰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전에 숙소 근처에서도 말했지만 이 물은 마시는 게 아니고 손 씻는 물이야."


하면서 샌들도 신고 왔겠다, 손도 씻고 발도 씻으니 물이 시원했다.




오후 5시 18분, 에마 앞에서.



오후 5시 23분, 결국은 지나가던 무녀 한 분을 붙들고 사진 찍는 2명.


이리하여 경내까지 구경한 우리들은 하라쥬쿠로 나와 타케시타토리로 들어갔다. 우선 여름의 하라쥬쿠 타케시타토리라고 하면 크레이프 가게 아니던가. 작년에도 홍차 누님과 왔던 그 5m 골목 사이에 두고 대치(?)상태로 있는 크레이프 가게에 왔다.


"얼라, 작년엔 그 한국어 광고판 있었는데 치웠나."

"뭐가 있었는데요?"

"한국어로 정말 상대편 가게와 불꽃 튀는 문구를 삽입한 광고판이 있었는데 안보이네."


하면서 둘러 보니,


"자, 봐요. 이거!"




“우핫핫핫핫!”


"저 반대편 가게는 다른 거 뭐 없어요?"

"글쎄, 아무것도 없던데."

"이런 건 서로간에 점점 강도를 높여 가며 싸워야 보는 재미가 있는데^^;;"


광고판을 안주(?)삼아 크레이프를 하나씩 뜯었다. 바나나 생크림 아이스 크레페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군. 그래도 역시 크레이프는 먹는 맛이 있다.


이렇게 4명의 시커먼 남자들이 한 조가 되어 크레이프를 단체로 뜯고 있자니,










.....그, 그랬던가!!


크레이프를 먹고난 뒤, 근처 가게의 재탐색에 들어갔다.




오후 6시 5분, 무려 시라유리 여학원 교복을 8천엔에 팔고 있던 가게.(가격으로 봐선 짝퉁) 그 옆으로 걸린 플랫카드는, 우유를 마십시다!




6시 48분,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는 16일. 여기서도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다. 동생과 여친이 희한한 취미를 가지면 남친이 고생하는군. [그 역도 성립하지 않느냐!?]

"후우,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내일은 전설의 코미케인가.."

하며 2층에서 폼 재고 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신쥬쿠로 향하다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동쪽으로 와 버렸다. 신쥬쿠는 그만 두고 다시 하라쥬쿠를 지나 시부야로 이동. 거기서 그렇게 가고 싶었던 가라오케를 보았다.

"파, 파세라! 저기 잠깐만 들렀다 가자!"
"한 시간만 부른다고 해놓고 밤을 샐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무슨 소리! 그냥 혼자 가서 밤새도록 실컷 부르고 와!"


하여 요청을 잠재우고 만다라케로 이동. 계단을 통해 지하로 몇 층을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내려갈수록 분위기도 조금 괴기스러워지고. 성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온갖 희한한 물건을 다 전시해 놓은 만다라케. 남성향을 가봐도, 여성향을 가봐도 딱히 지를 백합물이 없기에 그냥 왔지만, 남들은 입이 이만큼 찢어져서 즐겁게 보고 있었다. ‘캬하! 첫날에 여기를 왔어야 하는데!’하면서. 길을 헤맨 덕택에 만다라케 구경을 왔으니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먼바다)


오후 9시 7분, 요시노야로 이동하여 밥을 먹었다. 어쩌다 이벤트장이 물을 미즈우미의 바지에 쏟았는데 ‘괜찮으세요?’라니, 잘 보니 웨이트리스는 한국인이었다. 라고 해도 필리핀이 아니라서 팁은 못 드리지만.


규동과 미소시루를 430엔에 해치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으음, 분명 토쿄메트로히비야선은 에비스에서 출발하는데 희한하게도 시부야에서 한방에 가는 전철이 있었다.


전철 안에서 아침에 있었던 소프맙 이야기를 하는 중.


"아니, 그래서 이 사람이 정말! 소프맙이라고 하니까 잠을 막 깨더라니까요."

"완전 최고의 자명종이었지."

"허허..."


하는데 이벤트장의 한 마디,


이벤트장 : 하아, 나 아무래도 동심(童心)에 털난 것 같아.
백업장 : !!!!!!!!!!!
메이드장 : !!!!!!!!!!!
형 : !!!!!!!!!!!

미즈우미 : (저어만큼 떨어져 앉아서 자느라 못 듣고) Zzz....


어떤 말로 대답해야 했었는가에 관해서는 아직도 단원들 사이에서 논의가 분분하다고 함.



* 11:00 숙소


숙소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 마트로 갔다. 평소처럼 물통을 안고, 나머지는 지갑을 지참하여 사밋토를 향하여. 물통부터 채운 뒤, 코미케를 대비하여 몇 가지 품목을 준비했다. 카페인이 들지 않고 당분을 함유한 사이다 한 병, 점심 대용의 삼각 김밥 두 개, 그리고 칼로리가 조절된 보건기능식품, 정식 명칭은 ‘메이플 현미 플랜’, 일명 ‘칼로리 밸런스’ 단원들 통칭 ‘전투식량’ 을 구입했다.


사밋트에서 물로 꽉 채운 수통을 안고 가는 중. 그리고 각자의 짐을 배분해 들고 있는 단원들. 사이좋게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유세현 : 호시 소이치로우씨가 아트비전 성추행 사건때 BL에 몰려서 골치 아팠죠, 아마?
백업장 : 아, 그거..
메이드장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호시.
이벤트장 : 음음...
P형 : 가만히 있던 호시까지 말려들어서 이야기가 참 이상하게 됐지.
유세현 : 그거 때문에 호리에 유이씨나 타무라 유카리씨도 구설수에 휘말렸죠.
P형 : 이챤네루에선 ‘나의 홋쨩은 아직 처녀일거야!!’하고 흥분하고.
유세현 : 그렇지만, 역시 제 생각인데. 유이씨나 유카리씨도 동안이지만 벌써 나이가 서른이 넘었잖아요. 둘 다 처녀는 아닐 거예요.
일동 : 으으음.... (침묵)
유세현 : 그 두 사람이 지금까지 같이 잔 적이 몇 번인데.

메이드장 : .....
백업장 : ......
이벤트장 : ......
P형 : ..........

P형 : 응, 그러니까 미즈 말은 그 뭐냐. 같이 잔 사람이란게 그 유이랑 유카리가 같이 잤다는 의미지?
유세현 : ‘당연’하죠.

일동 : .......................-.-;;;;;;;;;;

P형 : 아니, 됐다. 그냥 지나가자^^;;
유세현 : 함께 라이브하기 전날 같은 때에 호텔에서 유이씨랑 유카리씨가 한번씩 같이 자잖아요. 잘 때마다 아주 격렬하게 할 텐데 아직까지...


“그냥 지나가자니까!!!!!!!!”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코미케 카탈로그 북을 읽으며 작전 지시.


"내일.....이 아니고 이미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인가. 동전 교환을 하러 내가 오전 4시 10분쯤에 먼저 출발할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없을 테니까 놀라지 말고. 형들은 4시 30분에 일어나서 바로 역으로 오도록. 첫 차는 오전 5시 8분 출발이니까, 그때까지 반드시 도착해야 해. 짐은 미리 챙겨둡시다. 내일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시계를 보니 이미 1시가 넘고 있다. 으음, 3시간 취침 후 코미케 공격개시라.


하루 종일 에비스에서 시부야, 하라쥬쿠를 넘나들며 걸어 다녔는데 다들 몸 상태는 괜찮을지. 언제나 그랬듯 유메 타월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내일은 코미케라...(가물가물)



- 안경회 일본원정단 여섯째 날, 끝.


  1. 요요기 국립경기장 [본문으로]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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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7대여행


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AV기기와 컴퓨터 부품, 그리고 각종 애니와 미소녀게임 관련 지름물품들이 한가득 쌓여 있는 이 바닥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 ‘성지 아키하바라’. 뜨거운 한여름의 햇살이 작열하는 가운데 대책이 안 서는 지름신의 강림. 이름하여 ‘소프맙 전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07:40 숙소

"おはようございます! 朝ですよ! ほおら、おきてください!

"....으음.. 저 자명종 정말 아침마다 확실하게 깨워주는군. 특히 초반부의 '오하요우고자이마스!!'야말로 진국이야."

유메 타월을 젖히고 좌정. 일본에 와서도 매일 빠뜨리지 않고 줄곧 18년 전통의 아침 경건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아키하바라에 갑니다. 신이시여, 함께 가는 형과 좋은 물품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시고, 집에 있는 단원들은 푹 쉴 수 있게 축복하세요..’ 등의 기도를 마치고, 어제 지어 두었던 밥통을 열어 보니 잘 삶아져 있다. 어제 사밋토에서 구입한 인스턴트 미소시루와 김치, 계란 프라이 등으로 출근하는 분께 먼저 아침을 차려 드리고.


"그리고보니 오늘 나고미에 가야 하는데 위치를 잘 모르겠네요."

"나고미? 아, 거기. 내가 접때 아키바에 들렀을 때 나고미 안내하던 웨이트리스 아가씨한테 첨삭까지 받아서 위치를 알아둔 게 있거든. 그걸 자네한테 주지."


그 나고미 웨이트리스 아가씨에게 첨삭을 받았다는 아키바 지도를 꺼내 주며 설명.


"자, 근처가 히비야선이기 때문에 여기서 내리거든. 그러면 이쪽으로 올라가서 이 빨간색 펜으로 그린 루트를 따라 이렇게 올라가서 이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여기 2층으로 올라가면 나고미가 나올 거야.


출근하신 뒤, 나머지 단원들에게도 계란 프라이를 중심으로 한 아침밥을 차려 주었다. 다들 저녁형 인간이라서 그런지 아침에 가장 제정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미즈우미. 그나저나 한 개는 계란을 잘못 눌러서 노른자가 깨졌다. 중학생 때는 어지간해서는 멀쩡하게 다 깨뜨렸는데, 기숙사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실력이 깎였는가!?


이럭저럭 밥을 모두 차려 먹고, 오전 9시 37분. 집에 남는 2명에게 빨랫감을 맡기고, 세탁 및 건조비용 300엔을 주고 숙소를 나섰다.


"아아, 오늘도 속이 안 좋아."


아침마다 속이 좋지 않아서 출발하기 직전에 항상 화장실을 찾던 형.


"내가 아침에 밥을 정성껏 차려서 먹였더니 만날 그렇게 화장실행이야."

"엇, 그 밥 네가 차린 거였어!?"

"응. 다들 뻗어 있으니까. 내가 제일 아침에 정신이 말짱하기도 하고."

"어허허, 이거 참 고마운데."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내가 비록 알몸에 에이프런은 아니지만, 팬티 한 장 달랑 걸치고 열심히 요리를 했는데 말이야. 맛있게 먹고 소화를 잘 시켜야 할 거 아냐."

".........크헉,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속이 쓰려온다!!"

"흐흥~ ♪"


남자끼리 사는 마당에 서로 옷 벗고 그런거 신경쓰지 말자는 MOS(상호양해각서?)를 첫날에 체결한 바 있다. 날씨도 덥고, 방 안에선 주로 속옷 차림으로 지냈기에, 아침에 밥을 짓고 아침 찬거리 요리할 때도 당근 속옷 차림.

....댁에 에이프런이 없었던 게 아쉽도다. [그만둬-.+;;;;]



* 10:44 아키하바라




아키하바라는 이 바닥 사람들에게는 천혜의 성지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도쿄메트로와 JR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JR역으로 나오자 나타나는 안내문구. 자아, 아키하바라의 시작이다.



다카포의 유메가 카자미 정식 제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D.C2S.C(다카포2 Spring Celebration)로군..
게이머즈 아키바 본점의 앞편.





아키바 지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우선 이 루트를 따라서 가보자. 케이북스를 먼저 가고, 그 다음 게이머즈를 들른 다음, 나고미에 가서 식사를 하고, 자유행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하지."

"오케이."


이틀 전에도 애니 페스타를 마치고 갔었던 케이북스에서는 다카포 열쇠고리 2개를 구입했다. 개당 315엔. 게이머즈에서는 사지는 않고 무슨 품목들이 있나 돌아보는 것부터. 점찍어 두었다가 더 싼 곳에서 팔면 거기서 질러야지.. 하는 생각으로. 으음, 투하트2 부채와 다카포 마쿠라가 마음에 드는군.



* 13:10 여동생 메이드 카페 나고미


웨이트리스 코스 아가씨에게 직접 빨간 볼펜으로 위치에 관한 첨삭까지 받은 귀중한 아키바 지도를 들고 나고미로 향했다. 여기서 NAGOMI란, '나츠 고스로리 미장센'이나 'National All Gosloli Opportunity Maniacs International'과는 전혀 관계없는(쿨럭;;) 여동생 메이드 카페.


들어가서 앉자 메이드복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반갑게 탁자로 왔다.


"お兄ちゃん、안녕! 주문 뭐 할래?"

"나는 카레."

"나는 파스타."

"응, 알았어."


어제의 이케부쿠로에 이어 오늘도 여전히 세이가쿠 레귤러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미즈우미의 가슴을 스윽 만지며)근데 오빠는 세이가쿠 옷이네, 이거."

"아하, 알고 있는 건가?"

"당연하지. 여자애들에게 이 작품은 유명하거든. 코스프레야?"

"아니, 난 실제로도 대학에서 테니스 클럽에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난 세이가쿠보단 야마부키가 더 좋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그쪽으로 부탁해^^"

"...야마부키인가. 응, 그래 알았어. (←옷도 없으면서 잘도 말한다.)"

"음식은 곧 나올 테니까 기다려줘."

"좋아!"


척 손가락을 두개 내밀며 멋지게,




"いってよし!"


....


"오빠, 그거 야마부키가 아니고 효테이쟝!!"
"앗, 그랬던가!!"


허접한 세이가쿠 코스프레 같으니.


각기 900엔짜리 카레와 파스타가 나왔지만, 밥도 웨이트리스도 카페도 아주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수준. 카레는 하트 모양을 해놓기는 했다만... 음식 사진만 찍어도 되냐고 물어 봐도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사를 마친 뒤, 특별한 여동생 웨이트리스와의 이벤트 따위는 없이 밖으로 나왔다. 말 그대로 잠시 쉬는 의미에서 물이나 마시고 밥이나 먹고 간단히 들른 격. 사진 한판 찍어볼까, 하고 물어봤지만 돈만 내어서 되는 게 아니라 무슨 게임을 해서 뽑기를 해야 하고 귀찮아서 패스.


뭐야, 그럼 기왕에 아키바까지 와서 여동생 메이드 카페까지 왔는데 나고미를 너무 썰렁하게 다녀온 거 아니냐고? 어허, 그게 아니야!


3D의 아가씨보다 지금은 2D의 미소녀 세계가 중요하단 말이다! 현실의 여자애와 게임하고 자빠질 시간 따윈 없어!




뭐어, 그건 농담이고 사실은 조금 아쉽긴 하더라.




* 14:00 아키하바라 중앙거리

"자유롭게 돌다가 나중에 보자."
"오케이. 이따 보시더."


이리하여 본격적인 아키바 공략을 위해 각자 자유행동에 들어갔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중앙대로, 일본어로 中央踊り라 표현하는 아키하바라 메인거리가 펼쳐져 있다. 어차피 기전학부(전기, 전자, 컴퓨터공학과의 3개과가 소속된 학부)도 아닌 기초과학.. 즉 화학공학 전공자로서는 아키바 뒷거리에는 별다른 볼 일이 없으니 이 중앙거리만 돌아도 충분하다.


자아,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소프맙 카드와 지폐가 채워진 지갑을 단단히 쥐고, 소프맙 본점에 들어갔다.






14시 16분, 다카포2 클리어 포스터와 오토메 쿠션 커버를 단숨에 지르고, 소프맙 위층의 중고 미소녀게임 판매샵으로 올라갔다. 14시 36분, 미소녀게임 카타하네를 단돈 1480엔에 지른 뒤, 토라노아나 본점과 아키바점이 세워진 곳으로 내달려가서 16시 26분~40분, 럭키스타 백합동인지를 넉 권 갈취하고. 17시 13분, 105엔짜리 동인지가 담긴 거대한 박스 8개를 이잡듯이 뒤져서 칸나즈키의 무녀라든가 마리미테 동인지 등을 새로이 건졌다. 17시 51분, 게마즈에 가서 투하트2 부채를 쥐고 대금을 지불한 뒤, 17시 53분 케이북스에 가서 포인트 카드를 100엔에 만들며 코토리 자명종을 6천 3백엔 주고 구매. 마침내 라스트로 애니메이트에 당도...








(이하 생략)




19시 36분에 다카포2 북커버를 구입하고, 카시마시 머그잔을 함께 샀다. 재빨리 밑층으로 내려가 19시 57분, 메가미 9월호와 Navel 깡통쥬스, 마리미테 26권과 27권과 28권을 싸그리 지르고 밖으로 딱 나와 보니....?




20시 10분에 촬영한 위와 같은 장소의 야경.. 어라, 언제 해가 졌지? (야임마)



* 20:30, 아키하바라 요도바시 카메라


집에서 쉬고 있던 형과 회사 마치고 돌아온 형이 합류하여 함께 저녁을 먹고 요도바시 카메라로 갔다. 여기서 이 형이 지른 카메라가 아주 인상적. 손떨림 보정 기능과 더불어 피사체 떨림 보정 기능이 합쳐진 2만엔 살짝 넘는 디카. 파워샷 에리스는 2005년도에 샀는데 손떨림 보정 기능이 없어서 그게 참 아쉬웠다.


"이야, 이 카메라 진짜 좋다! 나의 카메라는 명품이라고 샀는데 뭐가 명품인지를 모르겠어, 이게 더 나아보여!"

"크크큭, 나의 카메라에 모두가 쓰러지는군."

"그래, 바로 이런 카메라야! 이런 카메라가 있어야지만이 도촬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뭐어... 틀린말은 아니로군..."


그나저나 파워샷 에리스는 보기보다 꽤나 튼튼해서 말이지. 제대로 망가져서 새로 사려면 몇 년이나 더 걸릴지 모르겠네.


여기서 지른 품목은 지나가다 걸린 나가토 조각퍼즐 103piece짜리. 세간에 잘 밝히지 않은 취미는 조각그림맞추기와 레고. 집에 가면 꼭 해봐야지.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래, 많이 샀나."

"어, 너무 많이 샀어. 이거 정말 골치 아파."

"뭐, 그래. 나도 미소녀게임 하나 질렀지. 소프맙이 이것저것 싸게 잘 파니까 말야. 백합물이 너무 마이너해서 이렇게 싸게 파는 건 마음에 들더라. 하지만!!"


이 형의 손에 들려져 있는 커다란 종이박스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키바 왔다고 에로게를 10개씩 지르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있냐!!"


그의 소프맙 전설은 이미 시작일 뿐이었다. 뭐, 사돈 남 말할 때가 아닌가. 그래도...



역시 부채가 하나쯤은 있어야.... [.........................-_-!?]



- 안경회 일본원정단 다섯째 날, 끝.


Posted by 水海유세현
,

・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7대여행


2007 한여름 페스타~안경회 일본원정단~ (2007/8/11~21)

・ 8/11 토 1일차 : 출국

・ 8/12 일 2일차 : TBS anime festa 2007

・ 8/13 월 3일차 : 애니송 가라오케 우타히로바 8시간

・ 8/14 화 4일차 : 이케부쿠로 오토메 로드와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

・ 8/15 수 5일차 : 아키하바라 탐방과 메이드 카페

・ 8/16 목 6일차 : 신쥬쿠와 하라쥬쿠

・ 8/17 금 7일차 : 2007 Summer Comic Market 72

・ 8/18 토 8일차 : C3×HOBBY2007 & 불꽃축제(하나비)

・ 8/19 일 9일차 : 각자의 주말

・ 8/20 월 10일차 : 오다이바

・ 8/21 화 11일차 : 귀국




“플라네타리움은 어떠신가요? 언제나 꺼지지 않는 아름답고 영원한 빛, 밤하늘에 가득 찬 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플라네타리움은 어떠신가요?”


한여름에 별이 반짝이는 둑길을 혼자 걸어본 적이 있는가? 사춘기 시절 때때로 그런 길을 걷곤 했다. 달빛과 은하수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밤하늘 아래 빛나는 농촌의 둑길을 홀로 걸어가노라면 마음속까지 촉촉이 젖어들어 포근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 시절의 추억을 일깨워 주는 선샤인시티60 빌딩 옥상에 위치한 스타라이트 돔 만텐의 플라네타리움은 이케부쿠로에서 꼭 들러야 할 명소. 소녀 거리, 이른바 오토메 로드(乙女ロード)의 공략을 마치고 지칠대로 지친 일본원정단을 신세기 에반게리온 카츠라기 미사토의 잔잔한 목소리가 이끌어 한여름의 별자리의 세계로... 그것은 7월,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의 정경이었다.




* 07:35 숙소

"おはようございます! 朝ですよ! ほおら、おきてください! そうしたら、アスカが優しくキスしてあげちゃう! あはっ、しちゃった。恥ずかしい、まだまだ! で、うわ、また寝てる気!? おきて、おきてよ!!"

강렬한 아스카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오늘도 일어나서 네무의 타월을 젖혀 놓고 아침 경건의 시간을 갖는 중.


‘오늘은 이케부쿠로에 갑니다. 신이시여, 부디 오고 가는 발걸음을 보살펴 주사 한 사람도 돈이나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다치는 일이 없기를...’


하고 기도를 드린 뒤 둘러보면 여전히 한밤중인 인간들. 후우, 오늘은 새로운 필살 기법을 써야겠군.

“촤~악”
“일어나, 전부!”


커튼을 일순간에 확 열어젖히자 8월 중순 도쿄의 무시무시한 한여름의 초강력 햇살이 유리를 뚫고 널브러진 단원들을 쪼기 시작한다.


“끄아아아아아악~!!!”


괴성과 비명을 함께 내지르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햇빛에서 몸을 굴려 도망치는 단원들.

...묘하게 뱀파이어라는 제목의 영화가 생각나는군.


"오늘은 이케부쿠로에 간다고?"

"내일이 아키바에서 소프맙 할인하는 날이라니까 오늘은 이케부쿠로를 가려고요."

"음, 그렇다면 추천해 줄 만한 노선이 하나 있어. 일본에 왔는데 재미있는 전철 하나는 타 봐야지. 마치 버스처럼 운행하는 노면전철이거든. 가격도 싸."

"아, 그래요? 그건 어디서 타는 거죠?"

"그건 말이지...."


하고 식사를 마친후 출근하기 전에 루트에 관해 논의하는 동안, 단원들은 식탁을 마무리하고 설거지와 청소를 마쳤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그 뒤로도 종종 길에 관해 논의하며 사전 조사를 이행하는 일이 잦았다. 집의 예비 열쇠와 지도책, 도쿄 철도 노선지도책도 빌려 갖고 다녔다.



* 10:05 토덴아라카와 노상전철


"자아, 이제 소녀거리로 가보자!"

형이 묻는다.

"가장 먼저 어딜 가지?"
"우선 나침반에 가서 값싼 물건 중심으로 보며 가격대 성능비 수준을 높인 다음에, 이곳저곳을 타고 돌면 되는 거지."


설명을 마치기가 무섭게 전철이 도착하고, 승차한 단원들은 각자 자리를 찾아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자리는 제법 차 있지만, 일본인들은 별로 앉는 데 집착(?)이 없는 건지. 한국과 달리 지하철이 아닌 지상전철이라서 바깥 구경을 하기에 좋은 장점도 있고. 빈자리를 놔두고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설령 앉으려는 사람들이라 해도 한국처럼 빈좌석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 같은 일은 없었다. 차량 구석에 노약자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자리 잡기는 한국보다 훨씬 용이한 편이다.


도쿄메트로히비야선의 미노와(三ノ輪)역에서 내려 노면전철을 타러 미노와바시역을 향하여... 그러나 역시나 길눈이 어두워 지도를 보면서도 이리헤매다 저리헤매다...




10시 33분경, 길 헤매다가 이것저것 점검 중. 결국 이 형이 다시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방향을 잡은 뒤 미노와 다음 역에 도착.


오는 노면전철을 보니 만석이다. 다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한 상태인지라, 지도를 잘 살펴보니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다시 미노와역으로 가자!”하여, 철길을 따라 걸어 출발역인 미노와바시(三ノ輪橋)역에 도착했다.




하늘색이 최초에 헤매다 도착한 루트, 다소 녹색이 되돌아간 루트. 철길 따라 가운데 톡 튀어나온 부분은 초등학교였다. ‘여기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같은 안내문이 한글로 씌어져 있고. 일본은 과연 한국어가 제2~3외국어 수준이다.



오전 11시 8분, 마침내 도착한 미노와바시역

......으응, 말 그대로 완벽한 출발역이로군(....)





철길 반대편을 보니 화장실이 마침 있다. 얼른 다녀오면서 기념사진.(?)




11시 08분에 도착한 노면전철이 출발했다. 이게 바로 그 노면전철인데 단돈 160엔으로 종점 와세다 대학까지 갈 수 있다. 미나미센쥬 근처에서 이케부쿠로 근처까지, 겨우 160엔으로 그 거리를 간다. 게다가 운행방식이 참 특이하다. 출발할 때 종 울리는 소리, 땡땡~ 하고. 신호등 걸리면 차와 함께 서기도 하고.


전철 내 의자에 쪼로록 4인 연달아 앉은 단원들. 아무래도 전철 자체가 그렇게 오래 타고 가는 시민들을 위한 것은 아닌 듯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마을버스?) 수많은 사람들이 내렸다가 올랐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 12:05 이케부쿠로 선 샤인 시티 60

이케부쿠로와 가장 가까운 동이케부쿠로역에 하차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있고, 높은 빌딩이 서 있는 사이사이로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도쿄를 내리쪼고 있다. 나는 단원들을 이끌고 서북쪽을 향해 걸어갔다.


"저기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 바로 선샤인시티60 빌딩이야. 이케부쿠로의 기준점이라고도 할 수 있어."
"저기 가면 뭐가 있어요?"
"뭐어, 주로 아가씨들이 많이 가는 그런 옷가게라든가 부띠끄, 그런 아가씨 쇼핑 코너들. 그런 동네에 들를 단원은 없지요? 우리는 저 빌딩에는 딱 하나, 옥상에 있는 플라네타리움에 볼일이 있고, 나머지는 그 좌측에 있는 소녀거리에서 하루를 다 보낼 거니까."


반말과 경칭이 반쯤 섞인 헛소리를 하면서 단원들을 데리고 선샤인시티60빌딩에 들어섰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63빌딩과 코엑스몰을 합쳐 놓은 듯하다고 할까. 실제로도 한국에서 63빌딩과 코엑스몰을 만들 때 이곳을 참고로 했다고. 내부 구조가 꽤 복잡했기 때문에, 작년에 이곳에 와 봤어도 무척 지리를 헛갈렸다. 빌딩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information 센터에 있는 아가씨에게 길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옥상에 있는 플라네타리움까지 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까지 왔다. 다만 올라가지는 않고 근처에 있던 전단지를 보고 상영시간을 체크해 볼까. 으음, 소녀 거리를 돌고 나와서 오후 4시에 상영하는 걸 보면 되겠군. 다른 단원들도 다들 찬성했기에 오후 3시 30분까지 이곳으로 다시 오기로 하고 선샤인시티를 나왔다. 이케부쿠로의 본방, 소녀 거리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 12:40 이케부쿠로 소녀 거리










우선 첫 번째 코스는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고 추천받은 나침반부터. 이곳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백합의 럭키스타 코나카가 동인지를 가까스로 세 권 질렀다. 남성향으로 가면 전부 남자×여자 혹은 3P, 여성향으로 가면 전부 남자×남자. 대체 백합이 있을 자리는 어디인가-!?

하면서 돌고 있는데 전시장 안에 무언가가 보인다. 일본에서 하나는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자명종 시계. 그것도 마법소녀 리리칼 나노하 A's로군. 미즈키 나나님과 타무라 유카리님의 목소리 녹음. 가격은, 1만 2천엔.


......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자명종 하나에 10만원이라니, 까무러칠 수준이다. 으음, 이걸 어찌하나. 일단 보류. 지갑에 쏙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다카포2 오토메 트레이딩 카드를 개당 10엔에 팔기에 두 개 샀다. 마지막으로 무료로 배포하는 럭키스타 특별전 광고 전단지를 몇 장 들고 밖으로 나왔다.



* 13:36 선샤인 시티 지하 맥도널드


100엔 버거를 먹고 싶다는 요청에 의해, 점심은 맥도널드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으음, 작년에 내가 아니메이트에 갈 동안 홍차 누님은 선샤인에 있던 맥도널드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어디에 있었더라? 하고 찾아다니다 의외로 쉽게 발견했다. 먼저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보려니 웨이트리스가 주문부터 하고 오시란다. 도로 나가서 빅맥세트와 100엔 치즈버거 선택. 가격은 740엔이군. 목이 말랐기에 음료수를 다 마시고,


"여기도 한국처럼 음료수 리필 될까?"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 한번 해볼까."


웨이트리스를 불러서,


"飲み物のお代わりは...?"

"すみもせん. それはできないんです。"

"우억, 우리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좁았다니!"

".....헐;;"


좋은 것을 몸으로 때웠다. (퍽!)



* 14:00 이케부쿠로 소녀 거리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소녀 거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케이북스에 가 보니 소녀 거리답게 테니프리 실사+애니판이 1층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왁자지껄 얼굴에 발그레한 미소를 띤 채로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 수많은 동인녀들. 그리고 사이에 당당히 서서 ‘음..’ 하며 테니프리 상품들을 쳐다보고 있는 ‘테니프리 복장’의 미즈우미. 즉, 테니프리 세이가쿠 레귤러 티셔츠를 입고 이케부쿠로에 왔다.




옆에서 테니프리 상품들을 고르고 있던 동인녀들의 시선이 좀 따갑긴 하더군.


2층으로 올라가 보자 이 형이 까딱하며 부른다. 지난 번 원페에서 3,500엔에 팔아넘긴 네무 타월을 8,500엔에 팔고 있다.


"자네는! 내게 감사해야 해!!"

"우핫핫핫! 형의 그 지름능력은 아주 감탄할 만하더군!"


오른편의 구석에서는 코스프레복을 팔고 있었다. ARIA 컴퍼니의 제복은 무려 10,000엔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으나, 곁에 있던 히메야의 판매가격은 6,000엔. 반값인 겁니까. 하다못해 2/3이라도 맞춰 주는게 구색이 맞지 않은가. 너무도 엄청난 히메야의 굴욕.


이번에는 4명이 단체로 다니는 게 아니라 각자 갈라져서. 임대한 휴대전화는 다들 갖고 있는데다 무료통화시간대라서 별 문제는 없다. 가만있자, 일본에 와서 사려고 했던 물건 하나가 더 있었는데 말야. [뭐길래?] 바로,





왜라니, 미즈우미가 바로 ‘단장’이잖아. (...)


안경회 일본원정단은 본래 명칭이 ‘일본원정대’였으나, 단장 칭호를 쓰고 싶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단’이 되었다는 설. 믿거나 말거나. 뭐, 하기사 이 정도의 인원이면 원정대보다는 원정단이라는 명칭이 어울리기는 하지만.


나침반에 가서 다시 잘 뒤져보니 메가폰, 탁자에 올려놓는 명패, 그리고 완장 셋트가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단장’이 아닌 ‘超監督’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가격은 1,500엔. 으음, 완장과 명패에 단장이라고 쓰인 셋트라면 바로 샀을 텐데. 그러나 아니메이트 이케부쿠로 본점에 들어가 찾아봐도 그런 셋트는 보이지 않았고, 단지 단장 완장만 달랑 하나 팔고 있었다. 가격은 마찬가지로 1,500엔.


완장 하나에 1,500엔을 주고 사다니, 돈이 썩어 빠졌냐! 얌전히 단장 마크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단원들과 합류하여 4시에 시작하는 플라네타리움 영상을 보기 위해 선샤인시티60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카운터의 아가씨에게 4시의 작품으로 4장 주세요.. 하고 말하니,


“매진입니다.^^”

“.....”


예상치 못한 복병이 숨어 있었군. 별 수 없이 예정보다 두 시간 늦은 오후 6시의 티켓을 끊고 나서, 텅 빈 구석에 몰려들어 다들 쓰러져 뻗었다. 이미 4일째 서너시간 수면에, 폭염 속 하루 종일 걷기 등의 강행군을 해 온 터라 무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씩 맛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전화 알람 세팅을 잊지 않는 단장. 대략 30분 정도 맛이 간 채로 있다가,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음료수 한 잔씩 마시고 다시 소녀 거리로 나왔다.




토라노아나, 지나가다 걸린 에로망가 전문샵(?) 뭐 등등을 돌았지만 별달리 살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오후 6시 근방이 되었고, 이제 형은 갈라져 가야 할 시간.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쳐 주시던 여선생과 만날 약속을 했단다. '여자랑 데이트하니 좋겠네~'하고 놀려먹으며 '자아, 연인 코스다! 함께 플라네타리움에서 별 감상을 하는 거야! 최고라고!?'하며 펌프질을 해서 플라네타리움 티켓을 두 장 사게 만들었다.


짐을 받아 들고 선샤인시티 플라네타리움 돔 만텐으로 향한다.



* 18:00 선샤인시티 플라네타리움 스타라이트 돔 만텐

작년의 일본여행, 「참여름의 한페이지」에서도 '銀河鉄道の夜(은하철도의 밤)'를 참 감명 깊게 감상했다. 그 매끈한 추억이 남아 있는지라 이번에도 플라네타리움을 방문하는 일정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번에 볼 작품은 「'밤 하늘 가득한 별에 소원을(満天の星に願いを)」로서, 나레이터는 무려 미츠이시 코토노님. 대표작으로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에서 츠키노 우사기 역,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미사토 역을 열연하신 유명 성우.


....그렇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미사토가 플라네타리움을 상영하고 있다.


뭐, 별로 에바에서처럼 당차고 카리스마넘치는 목소리는 아니었고, 그저 플라네타리움 상영 답게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주셨으니^^;




한여름의 밤하늘이 플라네타리움에 떠오른다. 별자리를 찾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지고, 각종 설화 등을 설명해 주고, 엔딩송으로 마무리.. 40분 정도 걸렸다. 돔 천장에서 마치 별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

아주 즐겁게 감상하고 나와서 단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유세현 : 어때, 끝내주지!?
백업장 : 어, 완전히 잠이 팍팍 쏟아지던데.
메이드장 : 미사토 누님의 말투가 정말 자장가 뺨치더라.


.........

800엔이란 큰 돈을 퍼붓고, 미사토 말투에 맛이 간채로 잠자고 나온 겁니까, 당신들은!!



* 19:00 이케부쿠로 소녀거리→타케노츠카

이제 하루를 마감할 시간. 케이북스를 잠시 들른 다음, 다시 160엔짜리 노면전철을 타고 복귀. 근처에 중고책방이 있었다. 단원의 요청에 따라 들어가서 한 20분 정도 헤매다가,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길을 잘 찾아서 히비야선 미노와역에 도착하여 무사히 돌아왔다.

짐을 일단 내려놓고, 퇴근하신 형과 함께 통례의 먹거리 쇼핑을 하러 가 볼까나.

원정기간 중, 우리가 음식을 조달한 곳은 세이유 마트, 그리고 물을 공급받기 위해 주로 찾았던 반대편의 사밋토 마트였다. 둘 다 걸어서 대략 15분 정도의 거리. 물 공급이란, 사밋토의 물통을 사면 공짜로 식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함. 미즈우미[水海]의 속성은 또한 물[水]인고로. 마트에 수통을 갖고 가서 식수기를 통해 물을 채운 뒤 집까지 운반, 깔때기로 페트병에 채워 냉장고에 넣는 역할도 단장의 몫이었다.

오늘은 사밋토에 왔다. ...라기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사밋토행이다. 장정이 다섯 명이나 되니까 물도 하루이틀이면 작살이 나거든.

유세현 : 오늘도 변함없이 마트에 왔군요.
백업장 : 내일 아침은 뭘 해먹지.
유세현 : 어차피 아침마다 요리는 내가 하잖아요-_-;;
메이드장 : (바구니를 갖고 오며)자아, 오늘의 레이서는 누구냐!
백업장 : 오늘은 제가 끌죠. (카트 위에 메이드장이 바구니를 올려놓자) 간닷, 드리프트으으으~!!
유세현 : 후음.. 드리프트라.


하면서 물통을 가지고 급수기에 갔다. 급수 실시. 왼쪽의 세면대(?)에서 물통을 헹군 다음, 급수기의 정문(?)을 열고 정확한 위치에 삽입. 뚜껑은 왼쪽 상단에 있는 소독기에 넣고. 문을 닫자 물이 채워지면서 LCD로 몇 %가 채워졌는가, 까지 표시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기계나 전자제품에 익숙한 일본인들의 문화가 엿보이는 이 느낌. 재미있다.

물을 채우고 나서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아침에 적당히 뭘 돌려 먹거나 섞어 먹거나 했지만, 내일부터는 역시 차려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응, 좋지. 뭔가 먹을 게 있는가?"
"제가 계란 요리를 좋아하죠.^^"


이리하여 달걀을 10개, 냉동식품을 몇 개 구입했다. 계산을 끝내고 집으로 복귀하여 짐 정리와 지름물품 확인 및 전표 정리 등. 쌀에 물을 넣고 조그만 3인용 보온밥솥에 넣은 뒤 예약취사를 설정해 두었다.



* 23:30 숙소


헌데 문제가 생겼다. 사밋토까지 다녀와서 아무리 기다려도 이벤트장이 오질 않는다.

"벌써 시간이 11시 반인데, 곤란하군요. 신쥬쿠에서 만난다고 한 것 같은데."
"신쥬쿠에서? 으음.. 이 시간에 신쥬쿠에서 여기까지는 막차로 오기도 정말 힘든데. 길을 완벽히 안다고 가정했을 때의 얘기니, 초행인 이벤트장이라면 더더욱."


단원들은 미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엇이 뇌속에 들어 있는지는 알고 있는 듯한 상황. 그렇다, 그것은 바로...


(콰쾅) "드디어 이벤트장이 마법을 잃어버린 것인가-!!"

백업장 : 이런 부러울데가!!
유세현 : 그게 부러운 겁니까-_-;;
메이드장 : 넌 안부럽냐?
유세현 : 나는 정의의 마법사가 되는게 꿈이기 때문에 유감이지만 지금은 안 돼.


이런 헛소리를 실실 하면서 이미 시간은 11시 40분을 초과.


"안되겠네, 이건. 아무래도 이벤트장은 그 만난다는 아가씨랑 호텔방을 잡든가 한 것 같은데."
"하하, 하하하--;;"
"전화 와서, '어, 나 잠깐 미안한데 내일 아침에 아키바에서 만나자' 이 소리 하는거 아냐 이거!?"
"그럼 단장이 이제 내일 아침에 혼자 아키바로 떠나서 어떻게 연락을 해서 이벤트장이랑 만나야겠군 그래? ^^"


하는데 딩동! 나가 보니 주섬주섬 짐을 챙겨 들어오고 있는 이벤트장.


이벤트장 : 나 왔어.

백업장,메이드장 : 우리들의 기대를 배신하다니!!

이벤트장 : ...에엥???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머쓱한 듯 웃는 이 형. 나름대로 즐거운 사제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듯하니 뭐어, 됐나.


긴장이 풀리고 나니, 사 온 계란을 냉장고에 넣는 걸 깜박한 것이 생각났다. 냉장고 옆 싱크대 구석 쪽에 두었더니. 포장을 뜯고 냉장고에 달걀을 차곡차곡 적재(?)하던 중, 문득 벽에 걸린 호리에 유이님의 달력에 눈길이 갔다. 모처에서 100엔에 구입했다고 하셨던가.


천천히 파워샷 에리스를 꺼내 들고, 계란을 사진 옆에 착 들이대며 셔터를 누르며 외친 말,



“天使のたまご!!”

.....

이벤트장 : ......?
메이드장 : .......?
백업장 : .......???

"풋.....^^;;;;"


한명 말고는 아무도 이해를 못하다니. 개그가 너무 어려웠나 OTL

점차 지름물품에 한가득 쌓여만 가는 숙소. 돌아갈 날이 정말 걱정된다. 여하튼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백업을 받아야지. SD메모리카드는 파워샷 에리스를 사던 2005년 말에 함께 구입한 256MB짜리였기에 용량이 적었다.

파워샷 에리스에서 SD 메모리카드를 꺼내어 이벤트장의 타블렛에 삽입, 사진파일과 동영상파일을 긁어 USB로 연결된 외장하드에 복사했다. 아, 마침 이벤트장의 디카가 근처에 있군.

유세현 : 이벤트장, 사진 전부 하드에 옮겨줄까?
이벤트장 : 어, 좀 부탁해.
유세현 : 알았음.


에리스의 파일을 모두 외장하드에 옮긴 뒤, 이벤트장의 디카에 꽂힌 SD 메모리카드를 꺼내어 반복동작. 그 동안,

유세현 : 뭘 찍으셨나?

하고 메모리카드 속에 든 사진을 몇 개 확인하니 이케부쿠로에서 그 여선생과 찍은 사진이 몇 장 있다.



후후, 재미있게 놀다 오셨나 보군... 하고 웃어넘기다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な....
な.........



なんだ、こりゃああ~~!!!!??!?!?


새하얗게 타버린 미즈우미를 보고 뒤에서,

"아, 맞다. 그거 첫날에 너 잘 때 몰래 찍어놨거든. 1일째 2일째 3일째 이렇게 찍어두려고 했는데 까먹고 그 뒤로 안찍었어."
"....."
"그리고 선생님하고 만날 때 사진찍은 거 쭉 보여줬었는데. 깜박 잊고 그 사진 안 지웠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봐 버렸다. 미안하다. 핫핫핫!"
"..........."
"근데 한국에서 선생님이 너 학교 한국어학당에 다니고 계셨거든. 그래서 내가 또 친절하게 설명해 드렸지. 얘가 거기 다닌다고 말야. 그 말하고 사진 딱 보자마자 바로 표정이 막 일그러지더라고. 핫핫핫핫핫!"
".........................-_-........++;;;"

단장 미즈우미는 홍련의 불길을 (아마도) 등 뒤에 짊어진 채로 삐그덕하며 스윽 돌아보았다.




- 안경회 일본원정단 넷째 날, 끝.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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