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칸노 요코씨의 첫 내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명목은 라그나2지만 초대 게스트에 사카모토 마아야씨가 있군요. 한 달 전쯤 거의 치고받고수준으로 클럽발코니와 밤새 엎치락뒤치락한게 새삼 생각나네.

기말시험이 아직 덜 끝났거나 티켓을 구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안되어 못간 사람이 꽤 주위에 있는 듯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시험도 끝났고, 티켓도 원하던 S석으로 구했고, 아침에 비행기 타고 올라와서 한잠 푹 자고 말끔한 정신으로 세종문화회관을 향했습니다. 여기 들어가보는 것도 처음이로군.




도착해서 티켓끊고 제 자리인 알파열로. 통성명을 안해서 그렇지, 이 대극장 안에 있는 수천명 중에 아는 사람이 곳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군요.




칸노 요코씨라고 하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천재 작곡가입니다만, 카우보이비밥이나 에스카플로네 외에는 별로 들어본 게 없다고 할까. 대학 입학하기 직전, ‘온라인게임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작심 아래 라그나도 해본 적 없고. 오늘 포스팅도 피곤하니 많이는 안 적고, 나중에 다시 포스팅을 올릴 거예요. 그래서 조용히 좋은 음악을 감상하자는 것이 본래 취지였습니다.


네, 콘서트 시작하기 전까진. (으응?)



사.카.모.토
마.아.야...님-!!


(부들부들)

기껏해야 츠바사 크로니클의 loop를 들으면서 목소리를 익히고, 에스카플로네의 반지를 들으며 황홀해하던 제게 오늘의 콘서트는 그야말로 마야님으로 대박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좋았네요.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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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EEK(공학교육인증) 선택자들의 필수과정으로서 03학번 공대생들은 공학소양과목을 반드시 9학점(=3과목) 이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평소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인지라, 이번 학기에 경제학으로만 내리 세 과목을 때려 넣었지요. 후회는 안하지만 장난이 아니게 빡세다는 데는 변함이 없군요.^^;;

한국경제신문 구독과 더불어 주요 기업의 CEO와 유명인사 등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공학시사경제와 기술경영」, 공학인들을 위한 회계학문인 「공학회계」, 재무의 원론적인 부분과 폭넓은 시사경제를 다루는 「경제성공학」 이 세 과목입니다. 이에 기업경제에 관한 이해를 좀 더 깊게 다루고, 또한 제 취미인 일본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일본 기업의 해석을 위해 학점과 무관하게, 저 스스로 카도카와 기업을 분석하기로 결정했으니... 다소 지루하겠지만 재미있게 봐 주시길. [언어도단!?]

이제사 대학에서 기초적인 회계학을 겨우 한 달 배운 과정에 있으므로 틀리거나 부진한 부분이 많을 텐데.. 고로 많은 충고와 지적을 바라며, 관련 자료는 주식회사 일본 카도카와 그룹 홀딩즈 반기(半期)보고서입니다. 2006년 12월 22일에 제출된 최신 자료를 이용할 예정. 그럴 분은 없겠지만, 쓸 내용의 수준도 상당히 빈약하기 짝이 없고(^^) 제가 일일이 번역하고 해석하여 올릴 글이기 때문에 무단 전재라든가 표절... 등은 사양해 주시길 당부합니다. 워낙 전례가 없고 희한한(?) 논조의 글이기 때문에, 알았죠? 조사하면 다 나와.(씨익)




회계는 관점, 즉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정의가 달라지는 정보입니다. 내부에서 CEO 등의 사원이 보는 회계자료는 자기들끼리 볼 거니까 기준에 맞출 필요도 없고. 하지만 회계자료는 바깥사람들도 봅니다. 예를 들면 투자자라든가, 은행, 정부.. 등에서 보며 ‘이 기업은 상태가 좀 아리까리하군.’이라든가 ‘이 기업은 제대로 경영을 하는걸. 투자를 해보면 상한가를 칠지도 몰라.’등을 판별하죠. 공학도가 보는 회계의 관점은 후자, 즉 회계정보를 이용해 기업의 상태를 평가하는 쪽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바깥사람이니까. 전자의 회계를 관리회계, 후자를 재무회계라 부릅니다.

회계에 관련한 문서를 재무제표라 하는데, 이게 기업마다 멋대로 만들어 내면 읽기가 참 곤란하겠죠. 그래서 통일된 회계기준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AAP : General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인 회계기준의 제약을 받죠. 국제적으로는 선진국의 회계사단체의 대표들이 설립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을 정했고, 한국에서도 한국회계기준위원회에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기준을 제정합니다. 아직까지는 국제기준과 약간 차이가 있는데, 2011년까지 완전 일치시키는 목표를 두고 있다네요.

한편 상장기업(증권거래소에서 주식과 회사채가 거래되는 기업)들은 주주와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업에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공시(disclosure)라고 하며, 이는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어 있죠.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접속하면 재무제표라든가 감사보고서 등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 금융감독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은 금융청으로, 이곳에서 지시를 받은 대로 상장기업들은 재무상태를 공시하게 됩니다. 음.. 이거 PDF파일인데 락 걸려 있어서 붙여넣기가 안되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도 한국의 법조항이나 외래어 등엔 일본어가 많습니다. 회계도 마찬가지인지라, 일본의 재무제표를 보면 한국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단어를 쓰는군요. 덕택에 번역이 좀 수월해질 듯. 일일이 다 쳐서 옮겨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분석 순서는 표지 다음부터 바로 재무제표로 넘어갑니다. 이유? 진도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카도카와의 정식 명칭은 ‘주식회사 카도카와 홀딩즈 (Kadokawa Group Holdings, Inc.)’였군요. 2006년 12월 22일에 관동 재무국장에게 제출한 반기보고서, 라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로 재무제표의 대차대조표를 봅시다.

대차대조표라는 것은 일정 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보고서로, 그 시점에서의 자산과 부채, 그리고 자본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보고식(report form)과 계정식(account form)이 있는데, 보고식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자산, 부채, 자본 순으로 기록되고, 계정식에선 자산은 왼쪽편(차변)에, 부채와 자본은 오른쪽편(대변)에 기록됩니다. 경제신문에 보면 대차대조표 공고가 나오는데, 이 때는 계정식을 주로 쓰고. 카도카와 대차대조표는 보고식으로 쓰여 있군요. 아마 전년도와의 비교를 위해서 그런 모양.

여기서 자산이란 자기 돈+빌린 돈. 말하자면 자본과 부채를 합친 것이죠. 자산은 항상 부채와 자본의 합과 액수가 같아야 하는데(자산=부채+자본) 이를 대차평균의 원리라 합니다.


카도카와 중간비교대차대조표 자산부문 (2006.09.30 기준)


이런 식으로 작년과 비교해 놓은 대차대조표를 비교대차대조표라 합니다.

어디 봅쉐이. 자산이 제일 먼저 나온다는 건 위에서도 적었습니다. 1번에 유동자산. 유동자산이란 건 1년 이내로 갖다 팔건 은행에서 빼내건 현금화해서 바로 사용이 가능한 자산. 밑으로 현금과 예금, 유가증권 등이 나오죠. 고정자산은 당연히 1년 이내로 불가능한 것. 건물, 토지와 같은 부동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동자산의 경우는 본래 공식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이해하기에 아주 편리한 ‘현금박치기’를 위한 수단?

제가 필리핀에서 놀고먹던 2006년 9월 30일에 카도카와에선 2백억엔의 유동자산과 87억엔의 고정자산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고정자산에서 건물과 토지의 액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일본 땅값이 여전히 하락하고 있었던 걸 말해주나? 요즘엔 도로 오른다더만.

카도카와의 유동자산, 즉 현금박치기를 위해 쥐고 있는 지폐가 2005년에 비해 무려 1백억엔이 줄어들고, 대신에 고정자산의 투자유가증권이 1백억엔 증강했군요. 이를테면 자기네 돈으로 자기네 주식을 산겁니다. 2006년 초기에 카도카와의 이사진이나 경영상태에 무언가가 있었을까. 나중에 야후뉴스에서 검색해봐야지. 자사주식을 산 덕택에 유동성이 약간 떨어졌군요. 유동성이 높다는 건 기업에 현금이 많다는 소리.

이리하여 결론, 카도카와는 현금박치기용 지폐가 20%, 부동산이나 투자주식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차대조표의 대변이라 할 수 있는 부채와 자본 내역이 나옵니다.


카도카와 중간비교대차대조표 부채와 자본 부문 (2006.09.30 기준)


2006년 자본내역은 아직 결산이 아니어서 그런지 비어 있군요.

부채는 말 그대로 빌린 돈입니다. 유동과 고정의 차이는 마찬가지로 1년. 지불매수금이 223억엔에다 사채가 114억엔으로 가장 많군요. 2005년도 기준으로 볼 때 자본금이 778억엔. 즉, 카도카와의 자산은 빌린 돈이 43.9%, 자기 돈이 55.3%라 할 수 있습니다. 빌린 돈이 반이나 되냐, 라고 하실 수 있는데.. 자기 돈으로 장사하는 것보다 남의 돈을 땡겨다가 장사하는 게 기업이 더 이익을 낸다는게 경제학자들에 의해 증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 거기까진 잘 모르니 생략하고..


두 번째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입니다. 일정기간의 영업성과를 측정하는 보고서인데, 돈을 얼마 들여서 얼마 벌었는가 같은 게 나옵니다. 대차대조표가 시간을 정지시켜놓고 해석하는 거라면, 손익계산서는 기간으로 끊어서 해석한다고 볼 수 있죠.


카도카와 중간비교손익계산서 (2006.04.01~09.30 기준)


카도카와에서 2006년 4월 1일에서 9월 30일까지 반 년간의 매출액은 총 745억 9062만 4천 엔입니다. 그 밑에 매상원가라고 나오는데, 책 만드느라 들어간 종이값 같은 원자재비를 말하는 거죠. 원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4.3%이고,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194억 엔.

여기서 판매비와 인건비를 빼야겠지요. 화물발송비 등을 스리슬슬 빼고 난 금액을 영업이익이라 합니다. 46억엔. 여기까지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비용.

영업이 아닌 활동으로 벌거나 나가거나.. 하는 비용도 있죠. 예를 들면 은행 이자가 올랐다든가 내렸다든가. 그걸 더하고 빼고 나면 이걸 경상활동으로 얻은 이익이라 하여, 경상이익이라 합니다. 카도카와의 경상이익은 47억 엔 정도로군요.

이제 비경상활동비에 속하는 특별이익이나 특별손실을 더하고 빼고, 법인세와 주민세 비용까지 제하고 나면 드디어 당기순이익이 결정납니다. 카도카와의 당기순이익은 22억 엔. 단, 이게 카도카와 직원들이나 CEO, 사장의 돈이 아니에요. 그건 이미 경상지출에서 인건비로 나갔습니다. 이걸 어디다 써먹느냐 하는 걸 다루는 것이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입니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와 현금흐름표는 아직 완전히 배우지 못했으므로 우선은 패스.

이번 회계기간 동안의 일본경제는 국내수요의 핵심인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주도역을 맡아, 또한 수출도 강한 호조를 보여, 「숨결이 긴 회복이 계속되는」경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에 대한 이번 회계기간의 출판물 추정판매금액은 전 회계기간과 비교했을 때, 잡지 6.0% 감소, 서적 2.6% 증가, 전체적으로 2.6%의 감소와, 서적은 메가 히트 상품이 시장을 일으키는 구도가 되었지만, 잡지의 저조경향은 변함없고, 전체적으로는 힘든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화산업에 대하여 이번 회계기간의 영화흥행수입액은 전 회계기간과 비교했을 때, 서양영화 7.0% 증가, 기타 9.4% 증가가 되어, 전체적으로는 108.1%가 되었습니다.

영상소프트업계에 대해서 이번 회계기간의 DVD소프트 출하액은, 대여점에의 출하는 증가하고 있지만, 판매시장에서의 서양영화의 부진이 원인으로, 전 회계기간의 97.3%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택에 당사 그룹은, 출판사업, 영상사업에 브로드밴드시대에 대응하는 크로스미디어사업을 더한 총합미디어기업을 목표로, 그룹회사 각자가 수익성이 높은 온리원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중략) 종래에는 출판, 소프트, 디지털콘텐츠, 기타로 분류했던 것을, 새로이 출판, 영상, 크로스미디어, 기타로 분류하는 것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출판산업segment는 전 회계기간 이래로 계속하여 서적부문의 호조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상산업은 기획, 제작, 배급, 흥행, DVD 등의 패키지 매상, TV 등에의 권리판매와 사업이 수직적으로 전개되는 중으로서, 통합에 의한 스케일메리트와 시너지효과의 극대화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이번 회계기간의 운영업적은, 매상고 745억 90백만엔(전년도 동기간 대비 104.2%), 영업이익 46억 2백만엔(전년도 동기간 대비 222.5%), 경상이익 46억 81백만엔(전년도 동기간 대비 204.4%), 중개순이익 22억 2백만엔(전년도 동기간 대비 412.4%)으로서, 매상, 이익 모두가 전년도 동기간의 성적을 상회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출판산업은 매상고 342억 32백만엔(전년도 동기간 대비 120.6%), 영업이익 40억 97백만엔(전년도 동기간 대비 210.1%)입니다.

<서적부문>
편집기획자 마케팅력의 강화책이 성공한 덕택에, 당사 그룹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믹스 작품이 영상, 게임과 연동하는 형태가 되어, 다수의 문제작, 히트작을 만들어내어 호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행본은 영화 「다빈치코드」에 연동한 「파즈루파레스」가 히트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는 「스핀」, 「책의 잡지」가 선택한 2006년 상반기 엔터테인먼트 작품 제1위가 된 (하략)

문 고는 업계의 반향, 화제를 불러 일으킨 책임판매제의 도입이 성공하여, 「다빈치 코드」가 당기간에 560만부, 누계 800만부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히트작품이 되었고, 「브레이브 스토리」도 당기간 150만부를 넘어선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천사와 악마」, 「댄 브라운」, 「살인의 문」 등, 인기작가작품을 중심으로 여름의 문고 페어가 타사의 범주를 넘어섰습니다. 거기에 라이트노벨즈에서는 사회현상이 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시리즈를 시작으로 「작안의 샤나」 시리즈, 키노의 여행 시리즈, 채운국 시리즈 등이 미디어크로스 효과에 의해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코믹은 인기시리즈로서 많은 팬을 점유하고 있는 「파이브스타 이야기(12)」「요츠바랑!(5)」「기동전사 건담 The Origin(12, 13)」 등이 히트작이 되었습니다. 또한, 「케로로중사」「스즈미야 하루히」「진월담 월희」「BLOOD+」「교향시편에우레카세븐」「GUNSLINGER GIRL」 등, TV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중심으로 하여 미디어코믹스전개가 계속 호조입니다.

< 잡지, 광고부문>
최근 수년 이래, 잡지 비즈니스는 힘든 환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코믹스지 「뉴타입」, 게임정보지 「월간 패미통」, 「전격 플레이 스테이션」, 생활정보지「레타스클럽」, PC정보지 「월간 아스키」, 경마정보지 「사라브레」 등이 각자 분야 톱지가 확고한 프라이드력을 배경으로 계속해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DVD 매상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1~4)」이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한 이외, 드림웍스 작품 「뮨펜」 (하략)




이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카도카와라 하면 일본에서도 이름 날리는 기업인데, 심의와 의결을 받는 공적인 재무제표에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한’같은 문장이 나올 줄은, 카도카와 재무제표 받아보기 전까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일입니다. 굳이 쿈의 말을 빌리자면, ‘또 하루히냐? 인기 많아서 좋겠다, 하루히!’

재무제표를 분석하며 여러 가지를 느낀 이틀이었습니다.

자료출처 : 일본 금융청 전자공시시스템
카도카와 재무제표 원본 : kadokawa.pdf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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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6대여행



■ 2006 한여름 페스타~참여름의 한페이지~ (2006/8/18~24)

・ 8/18 금 1일차 - 출국 및 가족 서비스 

・ 8/19 토 2일차 - C3×HOBBY 2006 

・ 8/20 일 3일차 - 2006 TBS anime Festa 

・ 8/21 월 4일차 -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 

・ 8/22 화 5일차 - 하라쥬쿠와 신쥬쿠 

・ 8/23 수 6일차 - 오다이바1  오다이바2

・ 8/24 목 7일차 - 일본과학박물관 및 귀국





아침에 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평상시의 숙소가 아닌, 오에도 온천의 쉼터 쇼파 위. 기지개를 쭉 펴니 역시나 피로가 덜 풀린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잘 수야 있나. 기본 체력이 끝까지 버텨주길.

욕탕에 들어가서 다시 이곳저곳을 한바퀴 돌며 목욕을 했다. 음, 역시 온천욕을 해서인지 피부가 매끄러운 기분이 든다. 기분 좋군. 아침의 목욕이란 것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솔직하게 ‘좋다’고 하시지?] 

후후..

어제 우동정식을 시켜먹은 곳에서 키츠네우동을 시켜서 아침식사로 먹었다. 라무네는 기념으로 집에 들고 가자. 8시 20분에 오에도 온천에서 나와 도쿄 텔레포트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 오에도온천이야기→우에노 일본과학박물관

도쿄 텔레포트역에서 하차해서 유리카모메 다이바역까지 걸어갔다. 글쎄.. 뭐랄까, 밤에는 그토록 사람이 붐비더니, 아침이 되니까 이 황량함은 또 무엇인고? 그나마 후지TV에는 아침부터 무슨 행사가 있는지, 줄을 서 있다. 힘내라, 그대들. 열정은 꼭 보답 받는 법이니까.

휘파람을 불며 다이바에서 신바시까지 유리카모메를 타고 310엔에 갔다. 신바시에서 JR로 갈아타고 우에노를 향해 150엔으로.



다소곳하게(?) 도착이다. 시계를 보니 9시 20분이군. 천천히 연못이라도 돌면서 가볼까.



우에노공원. 뭐랄까, 나이든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출근하는 OL과 회사원들도 보이고.




연못 위를 완전히 뒤덮은 연잎들. 이쪽으로는 연못물은 보이지도 않는다.




우에노 공원의 연못 한가운데에 보이는 사당..






보트가 떠 있는 우에노 연못. 이정도로 호수라고 불러주기엔 내 호가 아깝다.
그래도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이곳저곳 홈리스(?)를 하고 있는 노숙자가 있어서 다소 착잡하지만.




연잎 위로 보이는 빌딩들.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조~ 앞에 보이는 것이 도쿄 국립 박물관. 하지만 난 또다른 것에 흥미가 있다.




줄을 지어 걸어가는 여고생들. 단체관람인가?
자아, 그래서.. 도쿄 국립 박물관 오른쪽으로 샥~ 돌아 들어가니, 오늘의 본론이 나온다.


* 10:05-13:15 도쿄과학박물관




공사중.. 설마 폐관한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폐관은 아니었다. 신관이 있거든. 입장료는 500엔이다.




내부는 매끈하게 잘 꾸며져 있다. 역시나 신관이라서 건물이 좋구나. 나는 한국어 안내도를 손에 쥐고 들어갔다.




푸코의 진자.. 사진에서는 바닥만 찍었지만, 이 추에 매달린 줄은 저어~기 꼭대기층의 천정에 붙어 있다. 푸코가 프랑스 파리에서 실험할 때는 67m의 줄에 28kg의 추로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코의 진자는 단진자의 일종으로,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나 긴 줄에 추를 매달아 진동을 시키면, 공기의 저항을 무시할 때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실의 장력(지구가 추를 밑으로 당기는 힘과 실이 추를 위로 당기는 힘) 뿐이므로 진동면이 항상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진동면이 천천히 시침 방향(남반구는 반시침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러나 차분히 쳐다볼 시간이 없으므로 빨랑 사진이나 그리고 지나가자.(...)




....사람 아닙니다.(...)


맨 위층으로 올라가서 밑으로 내려가며 관람을 하기로 했다. 최상층은 고대의 재현.




마치 수풀 속을 그려낸 듯 보이지만, 




일본인 어린이가 기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땅 속에서 이런 식으로 파충류가 살았다 이 말이지요.



육상동물의 발달사.




뒤쪽에 프로젝터가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밑으로 내려가자 물리학 분야를 다루고 있다. 전류의 흐름...




오목거울에 대고 한판 찍기.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변환이다.




흥미롭게 하나씩 돌아보고 있는데, 소리에 의해 움직임을 내는 기계 앞에 서 있는 여자애.


그 기계는 소리를 내면 운동에너지를 내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박수를 짝! 하고 치니 링이 위로 팅! 하고 튀어 올라갔다가 떨어진다. 몇 번 박수를 치자 여자애가 신기한 듯 옆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밑층으로 내려가 보자, 일본의 과학발달사가 쭉 나열되어 있다.

기계와..





천문학..




기관의 발달..




저건 망원경이었나, 기상관측기였던가...;;




Mark2는 컴퓨터의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초기의 기계식 계산기.




그 밑층으로 내려가 보자, 지구의 역사를 나타낸 작품이 있다.

고대의 바닷속 풍경.. 어느 시대지?;; 또한,




손에 불이 나도록 옮겨적기에 여념없는 여고생들.




해양 생물..




그러니까 방학인데도 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부활동이라는 의미인데 말이죠.
흐음, 과학관에 조사 등을 보내는 건가. 괜찮은 과제인 것 같군요.




공룡인거 모르는 사람 없죠?




고대의 생물들..



고대 지구는 어떤 식으로 변하였는가?




이제 최하층으로 내려가 보자. 내 전공과목인 화학도 나온다.




1몰이란 것은 어느 정도의 양인가를 나타내고 있다. 왼쪽부터 공기, 물, 탄소, 알루미늄, 구리, 텅스턴. 알다시피, 몰은 원자량의 기준에 따라 탄소의 질량수 12인 동위원소 12C의 12g 중에 포함되는 원자의 수와 같은 수의 물질 입자를 포함하는 물질의 집단을 1몰로 정의한다. 1몰의 물질입자 속에 든 입자의 수를 아보가드로 수라고 하는데, 보통 N으로 나타내며, 그 양은 모두가 알다시피 6.02×10의 23승. 당연한 얘기지만 저 중에서는 가장 원자량이 많은 텅스텐이 가장 무겁다. 궁금하면 직접 가서 눌러보시길. [어이.]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를 마침내 볼 수 있었다. 뭐냐고?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들을 이렇게 주기율표에 따라 실제 물질로서 볼 수 있게 배치한 모형!

이 얼마나 참으로 아름다운 모형인가! 중학생 시절부터 외워 왔던 장 주기율표의 총 18족 원소들이 극히 위험한 방사성을 제외하고 순서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지.구.를.구.성.하.는 원소들! 화학을 공부할 때부터 이 주기율표 모형을 보는 것이 내 소원 중 하나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되니 참으로 영광이다!



분자에는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동일한 원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조가 달라 성질이 틀린 것. 고교 화학과정에서는 구조, 기하, 광학 이성질체를 배운다.



선 스펙트럼 조사. 분자마다 빛을 투과하면 특이한 스펙트럼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으로 구성물질을 파악할 수 있다.



원자가전자(일본어로는 최외각전자)에 의해 원자의 성질이 달라지는 원자구름모형은 오비탈(orbital)이라는 규정된 궤도함수와 밀접한 관련을 띄고 있다. 오른쪽부터 s오비탈, p오비탈, d오비탈, f오비탈의 모형. s는 구형, p는 아령형으로 방향성이 셋이라 들었지만, 오호라. d와 f오비탈이란 저렇게 생겼구나.



탄소나노기술모형. 워낙 유명하니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으리라 본다.



원자보다 더욱 작은 단계, ‘쿼크’에 관한 설명




태양계를 나타낸 것



우리은하의 모형. 저 원통형 유리 안에 저런 기포를 넣다니 대단한 기술이로고.
왼쪽에 뭔가 빨간 점 같은 것이 보이는데, 태양계를 가리킨다.


별의 일생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으로 모든 일본과학박물관의 시찰(?)을 마쳤다. 그러나 여기까지 보고 나자 극도의 피로가 몰려왔다. 이미 며칠 째 일본여행 강행군을 해 온 마지막 날, 어제는 온천의 쇼파에서 잠을 잤으니 몸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도 않은 채 우에노의 공원을 걸어다니고, 박물관을 끝까지 다 돌았으니. 나는 억지로 다리를 이끌고 휴게 로비로 들어간 다음, 의자에 앉아 파워샷 에리스를 올려놓은 배낭을 품에 껴안자마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최후의 만찬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오후 1시 15분이었다. 으음, 나 2시에 누님과 만나기로 했는데.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서서 안고 있던 배낭을 다시 짊어졌다. 다행히도 아직 이 시간이라면 스가모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박물관을 나오기 전에 공중전화로 누님께 전화를 걸었다. 짐이 무거운 듯 목소리에 힘들다는 느낌이 새어나온다. 이런, 어서 가야겠군. 박물관을 나와 JR우에노역에서 스가모역으로 갔다. 그리고 이내 토에이미타선을 타고 올라오는 누님과 만날 수 있었다. 근처 돈까스집으로 가서 돈까스 정식을 주문하고 짐을 살펴보니.. 꽤 많군. 누님의 옷과 책 등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20kg까지는 화물로 부쳐야 하니 집어넣고, 나머지는 모두 짊어졌는데, 와.. 죽여주는군. 슈트케이스가 20kg, 배낭에 쑤셔넣은 책이 17kg 정도, 손에 든 가방이 10kg, 여기에 홀리벨 노트북가방까지 둘러매니까 안 그래도 지친 몸이 심하게 눌리는 기분이 든다.

나와 누님은 마지막 식사를 나누었다.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혼자 플로어에서 일하다가 요리를 날라주는데.. 왼쪽 손목을 보니 습포와 파스를 붙이고 있다. 그 동안 손님은 오고가고를 계속하고. “いらっしゃいませ”다정하게 말하고 있지만, 다소 피곤한 기색이 보인다. 음.. 가련하게도. 그렇다고 팁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본에서 누님이 요리를 하며 8시간씩 알바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어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돈까스를 먹기 전에.. 누님과, 그리고 이름 모를 일본인 웨이트리스 아가씨를 위해 간곡한 기도를 드렸다.


누님과 일본에서 나누는 마지막 식사가 끝나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짐을 모두 짊어지고, 닛포리까지 가는 JR표를 끊고, 개찰구를 눈앞에 두었다. 쓰다 남은 돈 5천엔을 누님의 손에 쥐여 드렸다. 아쉬운 듯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홍차 누님을 두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세현 : 누님, 부디 다시 뵐 날까지 건강히..
홍차 : 그래, 잘 가고..

나는 누님과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정감어린 감촉...



* 닛포리에서 나리타공항까지 전철 세 번 갈아탄 이야기

애초에 케이세이 전철에 탑승할 때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잘 살펴봐야 하는데, ‘나리타공항 방면’이라는 표지만 보고 덥석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어이 된 일인고 하니, 나리타공항 방면에는 두 가지 갈림길이 있는데, ‘나리타’역이 분기점으로... 하나는 본래 목적지인 나리타공항, 다른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치바현’ 쪽으로 빠진다. 만약 그때 잠에서 깨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

워낙 흔들려서 잠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 역에 정차하고 있었다. 멍한 느낌으로 창밖을 쳐다보는데, 시간표에 나타난 이 기차의 목적지가 나리타공항이 아니라 치바 어쩌고 하고 적혀 있었다.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쳐다보.....려고 하니 이미 발차해 버렸고. 마침 맨 끝선에 타고 있었는지라 차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

유세현 : すみません、この電車は成田空港へ行きますか。
차장 : いや、行かない。
유세현 : な、なんと!? 本当ですか。
차장 : まぁ、そういうところ。
유세현 : じゃ、どうすれば。。
차장 : 次の駅が福山と言うの。そこで降って待て。なら成田空港方面の電車が来るよ。
유세현 : 助かりました。

이리하여 후쿠야마역에서 내린 나는 5분쯤 기다렸다가 다음으로 오는 전철을 탔다. 물론 목적지가 나리타인 것을 확인하고서.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알아맞춘 사람?

그래, 뒤에 ‘空港’가 빠져 있었다. 이 사실을 방송으로 확인하고 나니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질 것 같았지만, 마침 나리타를 눈앞에 둔 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전철이 왔다.

이리하여 닛포리에서 케이세이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는 고행을 겪은 끝에, 간신히 나리타공항에 당도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출발한 것이 다행이었다. 전차를 탈 때는 목적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헥헥)



* 「참여름의 한페이지」의 마무리

나리타공항에 도착해서 무거운 짐을 카트에 싣고 안내(i)에 가서 물었다.


유세현 : nwaはどこで出発するんですか。
안내원 : 4階の北です。


4층의 북쪽 로비에 올라가서 번개같이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타는 곳 앞까지 왔다. 여전히 도쿄의 하늘은 날씨 좋구나. 뭉게구름만 몇 개 떠 있을 뿐. 바람도 선선하고. 아, 이건 에어컨 바람인가. (...) 마지막 짐 검사를 거치는데, 김해에서는 통과가 되었던 물통을 검사관이 들어 보인다.


검사관이 화이트의 500ml짜리 물병을 가볍게 휙~ 던져 쓰레기통에 골인시켰다. 안녕, 물통이여. 나와 함께 도쿄를 돌아다니는 동안 내 목을 축여주느라 수고했다. 평생 너를 잊지 못할 거야... 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좁은 좌석에서 최대한 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폈다.


비행기는 나리타공항을 빙빙 돌다가 이륙했다. 어둑어둑해진 창문 밖으로 도쿄의 야경이 보인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떴다. 꿈결같이 지나간 나의 참 여름의 한 페이지 6박 7일. 저곳에서 나는 일주일간 분명히 존재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 떠난 해외여행. 애니메이션과 미소녀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그간 쌓였던 아쉬움과 한을 모두 풀었다. 누릴 수 있는 것을 끝까지 누릴 수 있었다.


혹자는 내게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진짜 애니메이션 매니아라고. 심지어 오타쿠라고 장난을 쳤던 사람도 있었다. 뉴타입이라는 말도 들었다. 칭찬의 의도가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무척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 미소녀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오타쿠도, 매니아도, 그리고 뉴타입도 아니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해본 적도 없고, 그런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


“아, 미즈우미란 사람? 그분, 정말로 애니메이션이랑 미소녀게임을 ‘즐기는’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나는 매니아나 오타쿠가 대체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단지, 미소녀게임과 애니를 정말 즐겁게 감상하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니까.


2003년의 한여름, 대구의 집에서 서울의 학교로 돌아가며 나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을,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한 번 더 묻는다.


‘나는, 정말로 옳은 일을 한 것일까?’

마음속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그래, 너는 옳은 일을 한 거야. 너는 가장 옳은 일을 했어. 다른 어느 누구도 너만큼 잘할 수는 없었을 거야’

누구도 보지 못하는 내 얼굴의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살아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지금의 나는 이토록 행복할 수 있으니까. 

흐릿한 시야 속으로 지난 6박 7일간 있었던 일들이 필름 되감듯 천천히 지나갔다. 


과학관에서 까불며 장난치고 뛰어놀던 어린이들..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바지와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물장구치는 어린이들과,
평화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연인들..
하라쥬쿠에서, 신쥬쿠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나는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발견했다.


지금의 나는 돈을 모으고 별러서 이렇게 여행으로 잠깐 왔다가 갈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이곳에서 보았던 그 행복한 정경의 한켠을 구성하고 싶다..
일상과 함께 자연스레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이곳에서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가슴에 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 땅에... 
내가 보았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나는 위를 향해 갈 거야. 더,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그리고 그 행복을 일상으로서 누리기에 합당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어
돌아오겠다. 
언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반드시.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한국 부산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날씨는 흐린 가운데 비가 다소 내려 있습니다.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06 한여름 페스타「참 여름의 한 페이지」 (2006.08.18~24.)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06) ⓒ 水海 唯Se-hyeon





Eruca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여행을 하며 저를 되돌아보고 싶네요.

水海유세현
여행의 참다운 가치란 바로 지금까지를 돌이켜보고, 앞을 설계하는 것이라 생각하지요.
이때의 여행이 기점이 되어 현재 유학생활을 하고 있잖습니까^^;;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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