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6대여행



■ 2006 한여름 페스타~참여름의 한페이지~ (2006/8/18~24)

・ 8/18 금 1일차 - 출국 및 가족 서비스 

・ 8/19 토 2일차 - C3×HOBBY 2006 

・ 8/20 일 3일차 - 2006 TBS anime Festa 

・ 8/21 월 4일차 -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 

・ 8/22 화 5일차 - 하라쥬쿠와 신쥬쿠 

・ 8/23 수 6일차 - 오다이바1  오다이바2

・ 8/24 목 7일차 - 일본과학박물관 및 귀국






* 16:50-17:10 과학미래관~파나소닉센터


오다이바의 정 가운데에는 센터프롬나드라고 하는 자연휴양지가 자리잡고 있다. 오다이바의 왼쪽과 오른쪽 섬을 연결하는 유명한 ‘꿈의 다리(夢のお橋)’를 건너 물과학관과 파나소닉센터를 돌아 나온다는 계획이다.



비너스포트와 메가웹, 대관람차가 소속해 있는 파레트 타운. 저기에 가면 놀기는 좋지. 일본의 오다이바에 오면 통상 관광 코스는 역시 공원과 쇼핑몰, 파레트 타운 등이지.. 나처럼 혼자서 과학관을 뒤지고 다니는 희한한 관광객(?)은 숫자가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을까. 실제로 아쿠아시티 오다이바 앞의 자유의 여신상 방면에서는 이곳저곳에서 한국어를 들을 수 있었지만, 과학관에서 한국인 만나기란 그야말로 여행 전체에서 한두명 있을까 말까했다.



삼림처럼 꾸며 놓은 센터프롬나드. 이 길을 쭉 따라가면 꿈의 다리가 나온다.


이른바 꿈의 다리.. 인데, 이게 어딜봐서 무엇 때문에 꿈의 다리란 명칭이 붙은 걸까. 널찍해서 인라인스케이트 타고 지나가는 건 편하겠다. 잠시 구석에 앉아서, 아침에 샀던 메론빵을 꺼내 씹고, 물을 마셨다.

휴우, 아직 지치지는 않았지만 한여름의 대낮에 배낭을 메고 오다이바를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겠다’하고 생각한다. 여름 체질에다가 군에서 체력을 단련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대학생 시절부터 신어 온 이 튼튼한 구두도 말이지.



다리를 건너며 왼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그 기묘한 시설물 아래로 길~다란 통로가 어디까지 가는지 모를 정도로 늘어져 있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도쿄도 물과학관이 나오는데... 어허, 개관시간이 끝났을 것 같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개관은 오후 5시까지. 지금 시간은 안타깝게도 5시 5분이다. 못 들어가는구나. 하기사 과학관은 뭔가 공적인 느낌이 들잖아. 대체로 낮 시간 동안에만 열 테니까, 너무 늦은 감도 들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헌데 다음은 대체 언제!?)

이렇게 되면 파나소닉센터에 가봐야지. 여기도 문 닫았으려나? 걸어가다 보니 회사원과 O.L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간다. 해변과 가까운 커다란 빌딩에서 일하는 기분도 꽤나 좋.. 겠지만 익숙해지면 무감각. 그들의 표정에서는 그런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도쿄패션타운과 더불어 NTT 빌딩이 보인다.


* 17:15-18:00 파나소닉센터


다행히도 아직 안 닫았군. 오후 6시에 폐관이니 후딱 돌고 나오자. 파나소닉센터는 그야말로 전시장이라고 할까. 음.. 그러니까 서울타워의 1층에 있는 삼성전시관과 비슷한 느낌? 최신첨단장비의 전시가 인상깊다. DMB폰과 LCD 대형 TV와 닌텐도 게임기와, 그리고....

하고 돌아보고 있는데 미스터리 페스티벌.. 이란 제목을 단 곳이 있다. 입장시간은 5시 30분까지라고 적혀 있다. 시계를 보니 5시 25분.. 그래도 정리하는 것 같으니 다음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가씨가 나를 보더니,

「もし、よろしければ、ぜひ、このミステリのゲームに参加しませんか。」

...아가씨, 그런 애절한(?) 표정으로 ‘もし、よろしければ、ぜひ’ 같은 단어를 써 가며 권유하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 (....)

제목은 ‘곰인형 살인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사건현장이 꾸며져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관련 과학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나타나 있다. 초등학생 시절에 해 봤던 실험들.. 예를 들자면 녹말가루의 요오드반응이라든지, 크로마토그래피, 지문 조사, 리트머스시험지 테스트, 곰인형의 냄새를 맡아 본다든지.. 일본어로 쓰여져 있을 뿐이지 어렵지는 않았다. 남자 스태프에게 이야기를 해봤다.

유세현「저는 ‘하루’가 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태프「음, 과연..」
유세현「(...뭐에 대한 ‘과연’이실까나.)」
스태프「한국에서 오셨습니까?」
유세현「......!!!?!?!?!??!?!??」
스태프「^^」
유세현「어, 어떻게 알고 계신 거죠?」
스태프「네, 말투로 짐작했습니다.」
유세현「그렇습니까. 이곳에는 여행 삼아서 일주일 전쯤 왔습니다. 하하, 일본은 좋은 곳이더군요.」
스태프「고맙습니다^^; 자, 여기 전체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유인물이고, 이쪽으로 접속하시면 메일 매거진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유세현「네, 저도 화공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참 좋아합니다.」
스태프「그렇군요. 일본에서 부디 좋은 여행되시길 바라며...(거수경례)」
유세현「(거수경례)」


...그 스태프, 한국 남자가 군대에 갔다 오는 걸 알고 있었을까. 거수경례를 해줘서 참 고마웠다. 친절한 설명과 담소에 감사를 표하며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신형 가전제품에 관한 코너. 식기세척기라든지, 견고하게 만들어진 노트북 등, 재미있는 물건이 많았다. 음.. 시간을 좀 많이 잡아먹었군. 이미 폐관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슬슬 나가보자.



내부촬영은 금지하고 있었는지라, 기념촬영이 가능한 곳은 이곳 한 곳뿐. 슈퍼마리오.


* 18:00-19:00 파나소닉센터→아리아케콜로시움→테니스의숲




파나소닉센터를 나와 다시 묵묵히 걷는다. 유리카모메 역이 하나 보인다. 아리아케역인가. 이 때 미즈우미는 아직 코미케의 존재를 모르던 시기였다.

역사가 좀 붉게 보인다.. 하고 생각해서 서쪽을 바라보니 2006년 8월 23일의 저녁해가 넘어가고 있다.
아리아케콜로세움 곁으로 저무는 해. 좋은 세월 잘 보내고, 내일은 내일의 아침 해가 떠오르겠지.



유리카모메를 따라 다리를 건넌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아리아케콜로세움. 오늘은 아무 경기도 없는 듯, 조용하다. 황량한 바람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반대편의 후지TV나 다이바역 근방은 사람으로 넘쳐날 텐데, 여기는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대조의 미학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막말로 하자면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아리아케 테니스의 숲 초입.

들어가 보니 위쪽 코트는 쓰지 않고, 아래쪽 코트로는 저녁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고. TVA 테니스의 왕자님 덕택에 나도 대학생 시절 2학기에는 테니스를 쳤다. 학내 테니스 클럽에도 소속해 있었고. 지금 치면 포핸드나 제대로 나갈지 모르겠다.

다시 쭉쭉 걸어가 볼까. 벌써 시간이 6시 40분을 넘어가고 있다. 7시까지 여신상 앞에서 누님과 재합류하기로 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테니스의 숲을 빠져나와 도로를 걸어 꿈의 다리 위쪽에 있는 다른 다리를 건넌다. 이미 사방은 어둑하다. 해 지면 그야말로 어두워지는 건 금방이라니까.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보니, 대관람차를 비롯한 야경이 멋져서 한판 넣고. 그리고 오다이바해상공원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다.


* 18:45 願いが叶う場所, 오다이바해상공원


큰 지도에서 참 여름의 한 페이지 보기


이곳은 오다이바해상공원. 완전히 깜깜해진 가운데, 이곳저곳에 편히 앉아서 쉬고 있는 일본인 휴양객들. 연인들이 많이 보이고, 가족단위의 휴양객도 많이 보인다. 그 사이를 걸어, 모래사장을 밟고, 바닷가에 섰다.

아름다운 야경으로 가득한 도쿄, 귀에서는 코토리G3가 연주하는 여름의 그림자(夏影)의 보컬 버전이 흐르고.. 눈앞에서는 어린이들이 바지와 스커트를 걷고 바닷속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평화롭게 바닷가에서 휴가를 만끽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 끼여서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묵묵히 도쿄 쪽을 쳐다보았다. 한여름의 한페이지, 언제나 혼자서, 언제나 걷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함께 하지 않은 고독함 속에서 차분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대도시의 빌딩과 다리에 비친 야경이 바닷물에 비쳐 흔들리고, 습기 찬 바람이 잔잔히 불어와 몸을 감싸 도는 가운데... 

대한민국과 멀리 떨어진 이국땅의 바닷가에서, 진정한 평안과 차분한 고독속의 행복을 점차 되찾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세상 위에 세워진 작은 천국이란 것이다.

2006년 5~7월경...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 즈음한 시기는 제3영역권에 있어 길이 남을 흑역사였다. 그 사태로 인하여 지인의 절반을 잃었다. 가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넋나간 듯 먼 산만 쳐다보다가 괴로움에 눈물만 흘렀다. 갇혀 있던 본인이 뭘 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고.

어찌저찌 사태가 수습된 것은 제대할 무렵. 그리고 그것은 겨우 3주 전..의 일이다. 남아 있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었다. 2년 반에 걸친 길고도 긴 복무의 공백은 머리를 텅 비게 하였다. 파괴된 인간관계와 잃어버린 인연. 그리고 병역의 의무라는 남자의 인생에서 커다란 짐을 내려놓았다는 안도감과 공허함이 감싸고 있었다.

이제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할까..

여름의 그림자의 보컬곡이 클라이막스에 이를 때, 마음이 백지와도 같았던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때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환상(Vision)을 보았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일본 진출의 꿈을 갖고, 향후 5년에 걸친 대여행으로 이어져, 이십대에 이룩한 최고의 금자탑 2010 한여름 페스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작이 바로 이 때 바라본 비전이었다. 지금도 오다이바해상공원을 「願いが叶う場所(소원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특별한 명칭으로 부르며,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찾아가서 하나님과 1:1의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다.




笑ってる子供たちの
미소 짓고 있는 아이들의
手には蟲籠 あの思い出
손에는 채집통 그 추억들...

超えてゆく遙か夢も
지나가버리는 아득한 꿈도
流る川のほとりを
흘러가는 강가를
いつもひとりで いつも步いた
언제나 혼자서 언제나 걸었어요
今は違う途を...
지금과는 다른 길을....

遠くなる遙か夏よ
멀어져버린 아득한 여름이여
流る川の町で
흐르는 강의 마을에서
僕ら遊んだ 僕ら生きてた
우리는 놀았고 우리는 살아왔어요

今も覺えてる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Key, Pretty Girl Game AIR Image Theme, 「夏影」 Vocal Version



* 19:05-20:00 아쿠아시티 오다이바→오에도 온천 모노가타리

아쿠아시티 오다이바 건물에서 누님 일행과 만났다. 누님께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고 하니, 그것을 타고 오에도 온천으로 가자. 먼저 도쿄 텔레포트역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오에도 온천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어디를 가봤냐는 누님의 질문에 지도를 펴들고 돌아본 구간을 설명해 드리자 누님과 H의 입이 동시에 딱 벌어졌다.

홍차 : 아니, 여기를 정말 다 걸어서 돌았단 말야? 겨우 여섯 시간 내에!?
유세현 : 네, 넉넉히 관람도 하고 말이죠. 물 과학관은 폐관을 해서 못 들어갔지만..
H : 다리 안아파요?
유세현 : 괜찮아. 별로 지친 것도 아니고. 누님은 어디를 가봤어요?
홍차 : 우리는 아쿠아시티에서만 돌았거든. 후지TV나 가보고.. 낮에 피곤해서 자다가.
유세현 : 좀 모자라지 않아요? 오다이바까지나 왔는데.
홍차 : 그러게. 너는 정말 볼거는 다 봤네.


버스를 타고 오에도 온천으로 향하는 길..

유세현 : 제가 여기를 갔고, 이 길을 따라서...
홍차 : 너 정말 여기를 전부 걸어다녔어? 다리 괜찮니? 피곤하지 않아?
유세현 : 괜찮아요. 별로 힘들지도 않았고.
홍차 : (H를 보고) 완전히 철인 한 명 탄생인데..
유세현 : 그러니까 누님도 운동을 좀 하시면 되잖아요. 저는 군에 있을 때, 하루에 5km씩 뛰어다니고, 풋샵하고, 역기 들고.. 그랬어요. 그 덕택에 지금 체력으로 버티고 있잖아요. 자, 누님도 내일부터 5km씩 뛰는 겁니다!
홍차 : 너나 실컷 뛰어.
H : ^^;;


잡담하자 금방 오에도 온천 모노가타리에 도착이다.


* 20:00- 오에도 온천 이야기


오다이바에서 온천욕을 하자면 역시 오에도온천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여기서 ‘이야기’란 진짜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온천 제목 자체가 「오에도온천이야기(大江戸温泉物語)」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이하 명칭은 오에도 온천으로 통일.



오에도 온천에 들어가면 우선 신발을 넣고, 그 신발장열쇠는 나올 때까지 잘 간수해야 한다. 다음에는 프론트에서 손목 밴드를 받은 뒤 유카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받고,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것. 탈의실에 들어가서 옷장을 열고, 배낭을 보관하고, 팬티 한 장 제외하고는 전부 벗어 처넣고, 유카타를 입는다.

음.. 헌데 이 오비(띠)는 어떻게 두르는 거지? 나는 이엽! 엽! 하면서 대충 둘러 콱 묶어버렸다.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묶었는지 모르겠지만, 배운 적도 없는걸 어쩌라고. 내부에서 음식계산은 이 손목밴드로 하니까, 지갑도 옷장에 넣은 채로 파워샷 에리스만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바 에도 거리의 재현...

유카타를 입은 연인과 가족과 어린이들이 돌아다닌다. 여자애들의 유카타 모습이 거의 판타지 수준으로 귀엽고 예쁘다.
[어째 일본에 와서 로리콘 속성에 눈을 뜬 것 같은데?] 착각이야, 신경쓰지마.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자니 나보다 한 10분 늦게 누님과 H가 나온다. 역시 여자분들, 탈의속도에선 남자를 못 따라오는군. 이것저것 속옷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았기 때문에 식당가에서 밥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나는 우동정식, 누님과 H는 각기 다른 것을 시켜서 먹고..

유카타를 입고 걷자니 몸이 좀 불편하다. 뭐가 자꾸 다리에 걸려. 왜 기모노 입은 아가씨들이 촘촘히 걷나 했더니 이런 이유였군. 퍽! 퍽! 하고 걷어차다시피 하자니, 옴마나. 유카타가 거의 벗겨졌잖아.(...) 황급히 유카타를 정돈하고, 어떤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왼손으로 자락을 슬쩍 잡아들자 이젠 걸리지 않는다. 음, 이걸로 됐군...

하고 걷고 있는데 누님이 나를 쳐다보더니 하는 말,

홍차「야, 이 변태 자식아. 당장 그 옷자락 안 놔!?」

.....

유세현 : 온천욕을 하러 가지요. 지금이 9시니까, 10시까지?
홍차 : 아냐, 10시 반까지.
유세현 : 네, 알겠습니다 누님. 그럼 10시 반에 이 앞에서 뵙도록 할게요.
홍차 : 바이~!


흔히 일본 미소녀게임과 애니에서 하는 농담에,

“어서오세요! 목욕을 먼저 하실래요? 아니면 식사를 먼저 하실래요?”
“아니, 먹는 것은 너다~!(와락)”
“꺄아~♡”


...이런 아저씨 냄새 풀풀 풍기는 오야지개그(...)가 종종 등장한다. 위 대사는 쿄토 애니에서 10월 애니화 방영 예정인 Key의 미소녀게임 ‘Kanon’에서 유이치와 사유리가 나눈 대화를 생각나는 대로 갖다 붙인 것.

그래서.. 과학적으로는 목욕이 먼저냐, 식사가 먼저냐, 여자 덮치기가 먼저냐(...) 라는 문제는 오랫동안 나의 수수께끼였다. 식사 전후에는 목욕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 중에서도 기본에 속하는 것이니 연속일 리가 없고. 그럼 밥을 먹고 연인과 지낸 다음 목욕을 하는 것이 순서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에도 온천의 광고판에 보니 이런 얘기가 있다.

“목욕을 먼저 하고, 마사지를 받은 다음, 소화가 활발할 때 식사를 하는 것이 바른 순서입니다.”

아주 좋은 것을 배웠다. 내가 목욕을 제안한 것은, 하루종일 오다이바를 노닥거렸으니 피곤할 때 목욕을 하면 기분이 좋으니까... 였지만 말야.

혹시나 지금의 상황이 미소녀게임의 한 장면이었다면 온천 여행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런 대사 하나쯤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만, 간략하게 목례를 나누고, 남탕을 향했다. 손목밴드를 보여주자 큰 수건과 작은 수건을 한개씩 건네준다. 큰 수건은 유카타와 함께 옷장에 넣고, 작은 수건을 들고 욕탕으로.

역시 고급 온천탕은 골라 들어가는 재미가. 온천탕에 들어가서 몸을 쭉~! 빼고 있자니 온 몸의 피로가 온천물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듯. 목욕한 게 얼마만이지? 제대하고 처음인 것 같다. 샤워는 매일 했지만.

물속에서 물포(?)를 쏴서 근육에 압박을 주는 황금탕, 마시지 말라고 주의문구가 적혀 있는(..) 일반탕, 미세한 기포 같은 것을 발생시켜서 전체적으로 희멀건(?) 효과를 내고 있는 구석탕(?), 마지막으로 사우나. 가만히 앉아서 가부좌를 틀고 각잡고(?) 정신집중. 음음.. 간만에 백합망상을 해보자. (상상 내용은 생략) 한 10분쯤 되어 밖으로 나갔는데, 나가며 뒤를 돌아보니 내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들 몇 명이 각을 잡고 있다.

노천탕으로 나가서 몸을 뉘이고 한여름의 밤하늘을 쳐다본다. 머리 위로 비행기가 휙~휙 지나간다. 내일 이쯤에 저 비행기에 탄 사람의 한 명이 되어 있겠지. 한여름의 밤바람이 고요하게 불어오고, 온천물이 찰랑인다. 다시 누구와도 함께 하지 않은 고독한 자유와 단순한 행복.. 사색 상태에 접어들자 자연스럽게 감상에 젖는다.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지낸 그간의 5박 6일의 시간들. 내일로 6박 7일의 마지막 날을 맞는다. 정말 즐거웠다. 이 정도면 성공한 여행이라고 되새겨도 될 듯. 누군가 그랬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국경을 한 번 넘어 보는 것만 하여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이것이 첫 번째 발걸음이다. 이번 여행은 내일로 끝나지만, 나의 세계를 향한 발걸음은 끝이 아냐. 시작이다.

실내로 들어와 머리를 감고, 몸을 바디샴푸로 휘감고, 온천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그 바가지에다 물 한가득 담아서 머리 위에서부터 붓기를 거듭했다. 유카타를 입고, 오비를 잡아매고, 커피우유를 160엔에 한 병 샀다. 


10시 30분이 되었는데도 누님이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면서 여자탕 앞의 의자에 앉아 꾸벅거리며 졸고 있으려니


홍차 : 아음~ 세현아. 미안.. 간만에 목욕을 했더니 빈혈이..
유세현 : .....^^;;;
홍차 : 머리 말리고 나올게. 기다려..
유세현 : 알겠습니다, 누님.


해서, 왜 머리를 말리는데만도 20분이나 필요한 것인가!?

11시가 되어 재합류, 밖으로 나와 보니 가게문을 거의 정리하고 있다. 뛰어 들어가서 화과자를 사들고 나왔다. 탁자에 앉아서 풀어놓고.. 엽차는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화과자에는 역시 차가 어울리지. 화과자는 단팥이 들어 있어서 굉장히 달았다.

담소를 나누다가,

유세현 : 내일은 7시쯤에 일어나시죠?
홍차 : 난 못일어나! 어떻게 7시에 일어나서 걸어다닐 수 있어!?
유세현 : 음, 그럼 먼저 일어나서 우에노에 가서 과학박물관 보고, 스가모로 갈게요. 오후 2시 30분에 마지막으로 점심 먹고, 가도록 하죠.
홍차 : 그럼 나도 내일 기숙사에서 짐 갖고 2시 반까지 스가모로 올게.


평화롭고 아늑한 시간이 흘러간다.

탕으로 들어가는 곳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곳이 있는데, 쉼터.. 간단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곳. 쇼파 오른쪽에는 작은 액정TV가 달려 있어서 TV 시청도 가능. 스피커는 쇼파 바로 뒤에 붙어서 소리가 작게 나오는 듯.

유세현 : 안녕히 주무세요, 누님.
홍차 : 잘 자라.
H : (꾸벅)
유세현 : (꾸벅)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시계를 보니 하루가 지나 8월 24일 0시 30분이었다.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약간 아쉬움. 액정TV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적당히 볼 만한 프로가 없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루종일 오다이바를 돌아다닌 탓일까, 이내 피로와 잠이 쏟아져 의식이 가물가물해진다.

....

자는 데 귓가에 아련히 들리는 소리,

「祈り續けていて良いですか 信じ續けていて良いですか 絶望の森に差しこむ光よ」

무의식중에 눈을 번쩍 뜨고 액정TV 정면을 향하고 재빨리 전원을 넣고 다다다다 눌러 채널을 찾아서 끝까지 보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애니송 들리면 벌떡 일어나서 시청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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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여름 페스타「참 여름의 한 페이지」 (2006.08.18~24.)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06) ⓒ 水海 唯Se-hyeon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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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한여름 페스타~참여름의 한페이지~ (2006/8/18~24)

・ 8/18 금 1일차 - 출국 및 가족 서비스 

・ 8/19 토 2일차 - C3×HOBBY 2006 

・ 8/20 일 3일차 - 2006 TBS anime Festa 

・ 8/21 월 4일차 -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 

・ 8/22 화 5일차 - 하라쥬쿠와 신쥬쿠 

・ 8/23 수 6일차 - 오다이바1  오다이바2

・ 8/24 목 7일차 - 일본과학박물관 및 귀국






큰 지도에서 참 여름의 한 페이지 보기

* 10:30 숙소 체크아웃 : 코리아게스트하우스

5박 6일간 신세를 졌던 코리아게스트하우스도 오늘로 체크아웃이다. 귀국날짜가 성큼 다가온 것이 실감나는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한 잔 타들고 창밖을 쳐다본다. 처음 이 아침광경을 보았을 때, 란마1/2을 생각했던가. 뜨거운 물을 부으면 남자, 찬물을 부으면 여자.. 라고 하는 희한한 주제를 채택한 란마1/2도 아직 TVA를 보다 말았다. 대체 몇 화까지 봤었지? 그거 내가 초2 때부터 비디오로 빌려 보던 것인데. 하여간 나란 녀석은 진득하게 붙들고 끝까지 보는 게 없어...

체크아웃은 11시 30분까지. 짐을 모두 꾸리고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키를 반납한다. 잘 가라고 작별 인사를 하며 사장님의 마지막 말씀,

「아이고, 저 노트북 팔고 가라니까 결국은 그냥 갖고 가네^^」

......아직도입니까-!?


* 11:31-12:50 오다이바로 가는 길

먼저 누님의 기숙사에 도착해서 홀리벨을 포함한 중요한 짐을 모두 누님 방에 두었다. 이것은 내일 누님께서 스가모로 갖고 올 짐이다. 말하자면 내일 출국할 때 가져갈 짐이란 말이지. 배낭에는 쌍안경과 지도 등, 필수적인 물품만을 챙겨 넣었다. 하루종일 오다이바를 걸어다녀야 하니까.

오늘 여행에는 누님과 함께 교환학생을 온 H가 합류했다. 나이는 나보다 한살 어리다. 첫 날부터 오다이바에 같이 가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H가 하는 말,

H「홍차 언니, 하지만 같이 가면 동생분이 쓸쓸하지 않을까요?」
홍차「그건 내 동생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내 동생은 그런거 전혀 신경도 안 쓰고, 혼자서도 잘 다녀. 오히려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해.」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H가 정기권을 빌려 준 덕택에 엄청난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었으니 감사 인사부터 전하고. 근처 쇼핑몰에 들러 간식을 골랐다. 누님과 H는 떡꼬치, 나는 메론빵. 돈은 마찬가지로 내가 지불했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슬슬 오다이바를 향해 가자.








토에이미타선으로 산쵸메역에서 스가모역으로 가는데 210엔이 들고, JR로 스가모역에서 신바시(新橋)역으로 가는데 190엔, 마지막으로 유리카모메를 타고 신바시역에서 다이바역으로 가는 데 310엔이 든다.





눈앞에 드러난 레인보우브릿지. 풀 메탈 패닉 1기의 11화 에피소드는 이곳을 무대로 하고 있다. 미스릴의 용병 소스케는 이곳에서 암 슬레이브(AS)를 조종, 람다 드라이버를 이용한 로봇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한다.



파레트 타운의 대관람차. 특히 나는 오다이바를 걸어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도쿄 도청에서도 맨눈으로 보이는 이 관람차가 나침반 역할을 해 주었다.


* 12:50-13:40 Aqua City 오다이바






오다이바의 옛 이름은 시나가와다이바. 에도막부가 공식적으로 개항을 선언하기 직전인 1853년 쿠로후네, 즉 서양 함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포를 설치한 인공섬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전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미국에 문호를 강제 개방해야 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 이후 오랫동안 버림받아 온 이 땅이 다시금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포화 상태에 놓인 도시의 역할을 분담시키기 위해 신도심지를 물색하던 도쿄는 바다 위에 외로이 떠 있는 조그만 섬에 눈길을 돌렸고,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새로운 인공섬, 오다이바를 탄생시켰다. 최근 개발된 곳답게 오다이바에는 넓고 쾌적한 공원, 거주자의 편의를 고려한 각종 근린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데이트코스 1순위로 오다이바를 꼽는다는 사실만 봐도 이곳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재우, 「일본100배 즐기기」 도쿄 오다이바


척! 내려 떡! 하고 내다보니 인공 섬답게 매끈한 느낌의 계획도시가 눈 앞에 있다. 먼저 자유의 여신상 곁에 가서 레인보우브릿지와 도쿄타워 사진부터 한 장 박고. 으~음, 실력 없는 자의 한풀이지만.. 날씨가 흐려서 그렇게 멋진 사진이 잡히지가 않았다.

사진을 대강 찍고, ‘밥’부터 해결하자. 누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H와 함께 아쿠아시티 오다이바 빌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붐비는 동네답군.







지하로 들어간 누님이 안내한 곳은 고기덮밥집. 이른바 규동이라고 하는 음식이다. 나는 소고기 특대 버전으로 540엔, 누님과 H는 돼지고기덮밥을 시켜먹었다.



이것이 특대 버전 규동인가. 맛있었다. 왼손으로 밥그릇을 들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다다다다~ 이 동네 숟가락은 안 쓰니까 말이지.

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잠깐 머리를 맞대고 논의.

홍차「어차피 네가 보려고 하는 거랑, 우리랑은 다르니까 말야. 너 쇼핑 별로 안 좋아하잖아?」
유세현「네, 저는 혼자 가겠습니다. 두 분은 편하신 대로 구경하고 쇼핑하고 다니세요.」
홍차「이 앞의 야경을 찍어야 하니까.. 6시 30분쯤엔 해가 질 거야. 알았어? 7시야, 7시까지 자유의 여신상 앞으로 와야 돼!」
유세현「알겠습니다, 누님.」


이리하여 누님과 H는 아쿠아시티에 남고, 나는 배낭을 둘러메고 나섰다. 혹자는 혼자 다니면 대체 무슨 재미가 있냐고 묻지만, 원래 나는 혼자 있기 좋아하는 고독한 성격인데다 다녀야 할 거리가 만만치 않으므로 따로 다니는 것이 결과적으로도 매우 좋았다. 누님이랑 같이 다녔다면 아마 반도 구경을 못했을 테니까.^^

자, 그래서 아쿠아시티 오다이바 빌딩을 나왔다. 지도를 펼쳐보니, 어허.. 이런, 유리카모메 정기권을 끊을 걸 그랬나? 이곳저곳 한바퀴 도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어쩔 수 없지, 걸어 다닐 수밖에.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내 판단은 오히려 옳았다. 지금 시간이 1시 50분, 오후 7시까지 오다이바 전체를 빙 돌아야 하잖아. 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리카모메를 타는 것보다 걸어다니는 것이 더 빨랐다. 체력이 뒷받침해 준다면 오히려 직선거리로 걸어다니는 것이 더욱 시간효율이 좋으니 여러분도 참고하시길. 단, ‘체력이 뒷받침해 준다면’이라고 나는 분명히 말했다.(웃음)

갈 곳은 여행오기 전부터 결정해 두었다. 이 코스로 나가자. 나는 후지TV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 13:50-14:40 후지TV 본사


주식회사 후지 텔레비젼(Fuji Television Network, Incorporated), 관동의 광역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방송국. 자회사 76개, 법인이 5개, 미술관이 3개, 회사원 숫자도 1만 명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미디어 후지산케이그룹의 핵심이라고 할만하다. 참고로 후지TV에만 근무하는 회사원 숫자는 약 1천 3백여명. 애니메이션 음악 등도 잘 만드는 포니캐년도 후지TV에 소속해 있다. 1957년 개국, 현재의 본사는 1997년에 완성하였다고 한다.

이곳은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곳인데, 일단 일본 최초의 TVA인 철완아톰(우주소년 아톰)을 비롯해 과학 닌자대 갓차만(독수리 오형제), 드래곤볼, 현재도 일본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사자에상, 란마1/2, GTO 등이 후지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지금은 One Piece 정도이지만. 누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최근엔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나?




블레이저를 입고 후지TV를 향해 걸어가는 여고생들.. 옆으로 걸어들어가자, 평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무척 많다.
그야, 아직 방학 기간이지만 말이지. 저기 실외 무대를 지나가다 보니 열심히 안무(?)를 하고 있는 아가씨들도 보이고. 설마 그 전설의 아침의 딸들(모닝구무스메)은 아니겠지?





처음엔 들어가는 입구가 어딘지 몰라 약간 헤맸지만, 출구 곁에 서 있던 스태프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이내 알아챘다. 계단을 올라가 보면, 길~게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보시다시피 장난이 아니게 길다. 그래도 에스컬레이터라서 힘은 별로 들지 않지만.

위에도 역시 사람이 많다. 안 무너지는게 신기하지만 무너지면 문제가 많은가.(...어이)

높은 공간 위에는 좌우로 기념품 판매 가게 등이 나열되어 있었고, 가운데에는 사람으로 꽉 차 있었고, 한켠에 동그란 관람대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줄이 쭉 늘어서 있었다. 관람대는 됐고, 어디를 가볼까~나. 하고 앞에 가 보니




무대에서 아가씨들이 아침운동(?)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음, 살짝 따라해 봤는데 옆에 갈그치니까 이내 그만두고.(...)
근처 관람하는 곳에 한번 들어가 볼까.




후지TV의 애니, 원피스와 드래곤 볼.
그나마 최근에는 원피스가 후지TV의 애니 체면을 세우고 있다.





관람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곁을 지나 발코니(테라스?)에 나가 보니, 오다이바 남쪽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한여름의 바닷가 바람이 시원~ 하구나. 하늘도 날씨 좋고. 얼굴에 선크림을 열심히 발랐는데 좀 덜 타면 좋겠다.
저건 일본의 배 과학관인가. 미안하지만 배에는 흥미 없다.






자, 그럼 내려가 볼까. 내려가는 전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내려가다가 중간에 새로운 구경거리가 있다. 거기로 쏙 들어가서 보면.. NHK에서도 익숙한 스튜디오 비슷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음, 잘 되어 있군. 이런거, 한국의 KBS 등에서도 있는 걸까?

손수 써놓은 방영 시간표도 있다. 쓰느라 힘들었겠다.. 옛 일본의 미니어쳐... 같은 것도 있고.

한바퀴 구경이 끝나고 완전히 내려갔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얼른 움직여야지.


그리고 돌아본 그곳에는 방금 전 아가씨들이 옷을 갈아입고 다른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볼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미안하군, 갈길이 바빠서.

그렇게 나는 후지TV를 나왔다.


* 후지TV~일본과학미래관






다리를 건너다보니 눈앞에서 비행기가 날아간다. 나도 저렇게 한국에서 일본으로 왔었지. 오른쪽에 서 있는 녀석은 무슨 불꽃 어쩌고 했던 것 같던데,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다.

왼쪽으로는 대관람차. 거의 나침반 수준이다. 길을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오다이바 한글안내도와 관람차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계속해서 일본과학미래관을 향하여 걸어가는 중. 앞을 향해 쭉 걷다 보니 녹지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저기 나오는 저 건물은 국제전시장인가. 그리고 오른쪽으로 유리카모메 역과 더불어 선박과학관이 보인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은 텔레콤센터. 다리형의 건물과 그 밑에 놓여진 동그란 원통 단면형 건물이 재미있다.

그리고 도착한 일본과학미래관.


* 15:10-16:40 일본 과학 미래관





사실 관광 온 한국인은 과학관 같은 건물에는 그다지 오지 않는다. 쇼핑하거나 놀러 갈 곳을 찾겠지, 일본까지 와서 과학관을 오겠냐. 게다가 일어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장벽 문제도 있고. 하지만 공돌이인 나로선 이런 분야에 굉장히 흥미가 깊다. 시골 촌에서 살면서도 초등학생 때 이미 63빌딩과 서울타워 근처의 과학관을 섭렵했다고. 일본에 왔으니 과학문명을 어떻게 꾸며 놓았는지 보는 것도 아주 기대할 만한 일이 아닌가. 아니라고!?

입장권은 500엔이다. 표를 얻어서, 제공하는 클립으로 옷이나 가방에 달고 다니면 된다. 1층부터 슬 둘러보고 있는데, 거기서 나는..

바닷가의 미소녀를 보았다-!



나는 지금껏 동그란 밀짚모자를 쓰고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는 미소녀게임이나 애니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 진짜로 그런 여자애가 있었다! 모자도 밀짚모자! 게다가 초 미소녀!! 우와, 이거 대단하구나 정말.. 레나가 어째서 리카를 보고 ‘오모찌카에리~!!’하고 열광했는지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눈에 보약이로세~

......같은 로리콘행각은 이만하고. 줄곧 해왔던 것처럼 맨 위층에 올라가서 아래로 내려가며 관람을 하기로 했다.










맨 위층은 지구과학에 관한 전시관이다. 마치 플라네타리움의 영사기처럼 생겼지만 우주에 관련한 물품.. 우주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조화롭게 펼쳐져 있고.. 태양계의 행성들 크기를 묘사한 것도 있었다. 왼쪽에 빨간 것이 화성, 다음이 지구. 중간에 커다란 녀석이 목성이고 오른쪽이 토성.

우주에서는 소립자가 날아와 모든 것을 관통해 지나간다. 땅, 건물, 몸, 지구.. 그것을 감지하여 나타내는 장치. 지층의 생성과 연대기. 세계 바다의 심해 탐사. 지구과학의 시스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 생물의 에너지와 해양지각의 발달.. 석유나 플랑크톤, 심해 탐사에 관한 방법. 좀 더 멋진 미니어쳐와 표현이 첨가된 태양계 설명..

이어서 생물학의 세포 구조에 관한 이야기. DNA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설명. 인체의 구조. DNA 염기 서열에 관한 이야기. 암에 관한 이야기를 쥐에 빗대어 설명. 현재도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는 인공위성. 재미있군. 일본어 읽는 속도가 좌절스럽게 느려서 좀 그렇지만...^^



저 동그란 것은 지구로서, 1층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다. 그 옆에 한바퀴 빙 돌아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과학관에는 어머니를 동반한 애들이 제일 많이 와 있었다.






모노레일 미니어쳐를 지나, 전자의 파동에 관한 미시적 나노의 관찰을 보고, CD와 DVD의 홈 밀도에 의한 광 파장 차이의 전시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옆에서 과학관 안내원이 한 분 오셔서 설명을 쭉 해주셨다. 이 때 미즈우미는 스스로의 일본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실감했다고나 할까. 농담 아니고 반의 반도 못 알아듣겠다.(..) JLPT 1급을 취득하고, 일상 회화에서 별 문제가 없기에 약간 자만했지만, 나의 일본어 실력은 아직 전공레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는 모습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신나게 설명모드에 들어간 안내원의 이야기를 미즈우미는 열심히 귀담아 들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분의 태도.. 스스로 스크랩한 것이 틀림없는 신문기사를 복사해서 오려붙인 스케치북을 넘겨가며 열성 넘치게 눈을 빛내가며 웃음띈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이분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정말 관심이 있고 즐거워서 자료를 수집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내게 설명하는 태도 역시 열성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런 열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엔지니어를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실로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것이 당시의 나의 진심이었다.




안내원과 헤어져 로봇의 발달사를 보는 중... 그리고 등장한 이 로봇 뭔지 아시는 분?^^;; 혼다의 아시모란 로봇이다. 보행에 관한 것보다는 인체 인식이랄까. 아시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면 날 바라본다.




미리 신청하면 전문 과학자들과 함께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실. 이런건 잘 해놨군. 나도 어릴 적에 실험 수강을 들으면 좋을 텐데. 거의 1.5:1 수업에 가깝잖아. 대학교보다 더 낫네.

그 옆으로는 아직 실험이 시작되지 않은 듯,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실험실.



저 기묘한 공 굴리는 기계같은 것은 인터넷의 모형이다. 회전탑 모양의 굴러가는 기계, 그리고 기계를 연결한 곳을 흰색과 검은색 공이 굴러다닌다. 저런 단순한 것이 어떻게 인터넷의 모형이 되느냐, 그것은 설명을 잘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인터넷을 흐르는 데이터는, 문자든 영상이든 원래 2진법.. 즉, 0과 1의 나열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 데이터를 조그만 덩어리로 분할해서, 방향을 기록한 0과 1의 열(이것이 IP 어드레스)을 선두에 붙인 것이 ‘패킷’이다. 인터넷은 이 패킷을 ‘라우터’라는 기계를 통해 네트워크에서 네트워크로 보내는 것으로서 정보의 교환을 하고 있다. 여기서는 그 정보가 0과 1 대신에 모두 하얗고 까만 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기계를 조작하는 어린이가 가능한 것은, 패킷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

.....

와~ 와~ 오모시로이~ 하면서 뛰어다니는 일본의 어린이들이 그런 원리를 알고 기계를 두드리고 있는지, 모르면서 공 굴러가는 재미로 두드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이런 거, 나쁘지 않잖아. 내가 어렸을 적에 이런 과학관이 집 옆에라도 있었더라면 나의 물리 실력은 지금보다 곱절은 뛰어나지 않았을까, 같은 헛생각을 해본다.



2100년, 지구온난화로 새빨갛게 뜨거워진 지구. 가장 아래층은 환경에 관한 이야기인 듯싶다.






친환경소재로 만들어진 세균 등에 의해 분해되는 플라스틱. 이른바 생분학성 플라스틱의 해체 과정을 보여주는 현미경.

그 옆으로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열을 얻고 통풍을 내는 집이다. 지열을 이용하거나, 웬 바닥에 생수병이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진짜로 내 발이 뜨뜻하다. 비열이 높은 물을 한가득 담아 축적열로 이용하는 방법.




물을 분해하여 산소와 수소를 만드는 장치는 중학생이면 모두 알고 있다. 그 옆에 식물의 이산화탄소 호흡과 광분해에 관한 장치. 나도 이 아가씨에게 설명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꽃밭(?)을 지나서 일본과학미래관을 나왔다.

일본과학미래관,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다는 패널티를 고사해도 정말 잘 되어 있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아아, 한국의 과학관도 어서 다양한 수준업을 해야 할 텐데 말야. 저런 과학관 찾기가 그렇게 많지 않을텐데....



후지TV의 뒷면. 이미 해가 떨어져가고 있는 것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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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여름 페스타「참 여름의 한 페이지」 (2006.08.18~24.)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06) ⓒ 水海 唯Se-hyeon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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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06대여행


■ 2006 한여름 페스타~참여름의 한페이지~ (2006/8/18~24)

・ 8/18 금 1일차 - 출국 및 가족 서비스 

・ 8/19 토 2일차 - C3×HOBBY 2006 

・ 8/20 일 3일차 - 2006 TBS anime Festa 

・ 8/21 월 4일차 -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 

・ 8/22 화 5일차 - 하라쥬쿠와 신쥬쿠 

・ 8/23 수 6일차 - 오다이바1  오다이바2

・ 8/24 목 7일차 - 일본과학박물관 및 귀국



눈을 떠 보니 아침 7시 50분, 이렇게 늦게까지(!?!?) 자본 것도 간만이다. 그동안 계속 6시를 전후로 해서 일어났으니 말이지. 이래가지고는 첫날 백엔샵에서 구입한 자명종이 무용지물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2년 3개월 2주간 군대에서 들인 버릇이란 건 역시 무서운 것이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빵으로 해보자... 어제 누님과 함께 하스네의 대형할인매장에서 구입한 홋카이도산 우유 1리터와, 떨이 할인으로 반값에 구입한 메론빵이 두 개. 물론 그윽한 커피 한 잔도 빠질 수 없지. 묵묵히 먹기도 무료하니 TV를 틀어놓고.. 아침방송으로 한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직 한류는 뜨겁다!, 고 하는 반가운 문구와 함께, 욘사마의 등장. 최초로 배용준씨를 욘사마라고 부른 사람은 누구? 모처에 있는 한식 가옥 소개.. 등, 한국인으로서 슬쩍 미소를 짓고 바라볼 만한 방송이다. 저녁에 나오는 전쟁드라마 등을 보면 속으로 이가 갈리기도 하지만.

오늘 늦게 일어난 데는 그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었다. 어제 누님이 워낙 피로에 쩔어 보이기에.. 푹 주무실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 다소 늦은 시간인 1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물론 1분 1초라도 헛되이 보낼 수 없는 일본 여행 기간에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것에 가까웠지만, 나로선 구경거리보다도 누님의 건강을 우선사항으로 둘 수밖에 없었다. 오전은 영수증이라든지 가계부 등을 홀리벨에 정리하거나, 파워샷 에리스와 헬리우스 쌍안경을 손질하며 시간을 보냈다.




* 산쵸메 역 앞

11시 20쯤에 산쵸메 역 앞에 도착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히 방어시간(?)이다. 누님께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도 무사히 받으신다. 곧 도착한다는 말에 전화를 끊고.. 역 전체를 한바퀴 돌면서 도로를 밟아보다가, 앉을 곳을 찾아보니 역에는 의자가 보이지 않는다.


역 앞에 있는 파칭코의 계단에 앉아서 멍~ 하니 누님 오실 방향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제복을 입은 예쁜 아가씨가 손에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슥슥 내 앞에서 길바닥 청소를 하고 지나간다. 방해가 되려니 싶어서 일어서려니 별로 그럴 필요 없다는 리액션. 나도 앉은 곳은 깨끗한 부분을 골라 앉았지만.


그래도 새삼 느끼지만 이 나라, 자전거를 참 많이 타고 다닌다. 한국같은 MTB형 자전거가 아니라 일반적인 평지용 자전거. 시골에서는 이른바 ‘아저씨 자전거’라는 명칭으로 통한다. 서울이나 도시 지역 사람들은 들어본 적 없겠지만. 누님의 기숙사에서 역까지의 거리도 꽤 되니까..


아가씨가 어둑한 밤길을 걸어가는 문제도 있으니, 자전거를 타면 좋지 않겠느냐고 일전에 여쭈었더니... 자전거를 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번호판이랑 야간전조등도 달아야지, 주차비도 따로 내야지, 생각보다 유지비가 꽤 든다는군. 그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서 쿈 녀석이 자신의 자전거를 무단 주차해두었다가 딱지 떼인 이유가 그거였군. 이동네, 자전거를 차 수준의 취급을 하는구나.


누님은 금방 오셨고, 전철에 탔다. 오늘 들를 동네는 하라쥬쿠와 신쥬쿠. 다행스럽게도 누님이 늘상 다니던 곳인지라 길 잃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럼, 첫 번째 코스로서 하라쥬쿠에 들른 한국인의 정식순서, 메이지신궁으로 들어가 볼까.



* 09:55 하라쥬쿠 메이지신궁 (明治神宮)






메이지 신궁은 일본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친 메이지(明治) 일왕 부부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신사(神社)이다. 신사(神社)란 일본 황실의 조상이나 신대(神代)의 신 또는 국가에 큰 공로가 있는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을 말하며 2001년 현재 일본에는 8만여개의 신사가 있다. 이중 역대 일황을 모시는 신사는 신궁(神宮·진구)라고 해서 다른 신사보다 높은 격으로 친다.
메이지 신궁은 1920년에 세워졌는데, 제2차 세계대전때 타 버려서, 1958년에 재건되었다. 경내에는 일본 전국에서 모아온 300종 이상의 나무가 17만 그루나 심어져 있고, 그 숲속에 굵은 자갈을 깔아 채운 3개의 참배길인 미나미산도와 키타산도와 니시산도가 있다. 연초에는 수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참배하러 방문한다.
-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메이지 신궁에서 돈 던지고 참배를 한다든지 에마에 소원을 써서 적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것만 읽어봐도 알 수 있겠지만. 모든 한국인에게 그런걸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무리겠지^^ 뭐, 그 증거로서 입구에 있는 ‘손 씻는 물’에서 나와 누님을 제외한 관광객들은 전부 마시더라고. 안 마시는 우리 남매쪽이 더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니까.

누군가가 이르기를 하라쥬쿠와 메이지신궁은 대조적인 양면성, 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저렇게나 떠들썩하고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하라쥬쿠에 비해, 이쪽은 어째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으니.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이 ‘코스프레 아가씨들’이란 것도 경천동지할 일이지만.^^



무녀복을 입고 차분히 앉아 무언가 작업을 하고 계신 아가씨에게 허락받아 에리스에게 그려달라 하고, 하라쥬쿠 본가(?) 타케시타토리를 향해 나섰다.


* 하라쥬쿠, 타케시타토리 (竹下とり), 가락국수와 크레페



배가 고프니까 먼저 점심을 먹으러 우동집에 갔다. 우동(うどん)은 일본어이고, 한국어로는 ‘가락국수’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한 그릇에 105엔이라는데 중형으로 배가 찰리 만무하고, 대형을 시킨 데다 누님이 튀김(덴뿌라?)까지 내 그릇에 잔뜩 얹었다.

유세현「전 튀김에는 별로 취미가 없는데요?」
홍차「야~ 좀 사주면 덧나냐!」


아아, 그러니까 돈은 내가 내고 튀김을 같이 먹자는 의미였군. 처음부터 그냥 사달라고 하시면 될 텐데.(..) 이리하여 총 가격은 505엔이 나왔다.

가락국수보다 튀김가격이 두세배 나왔으니,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이 실감난다?



그리고 누님께서 고른 것은, 오오.. 이것은 다카포에서 사쿠라가 시켜먹던 그... 면 사리를 간장 같은 조미료 안에 넣었다 빼서 먹는 희한한 가락국수(...)가 아닌가!! 두어 젓가락 얻어먹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나온 하라쥬쿠 거리. 보라, 저 엄청난 인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사람이 꽉 들어찼다. 에, 오늘이 언제냐. 8월 22일 화요일 오후 1시 30분이라고. 회사나 학교는 어쩌고, 도쿄 사람들이 전부 이리로 왔지? 게다가 아가씨들이 차려입은 옷차림도 꽤나 특이한 게 많고. 그러자 누님께서 대답하시길,

홍차「하라쥬쿠잖아.」

과연, 그것으로 답이 되는 거군요. 그럼 역시나 이런 곳에서 해줘야 할 작업이 하나 있지.

[뭐냐, 그게? ‘여자난파?’]

(하루히 풍으로 손가락을 흔들며) 칫칫칫, 그 정도가지고는 어림도 없지. 하라쥬쿠라 하면 당연히 패션을 연구해야 할 거 아냐?!?

[패션연구?]

말하자면 신기한 옷차림의 사람이나 옷가게를 발견하면 사진을 챡챡 찍었다. 너무 대놓고 찍으면 위화감을 조성하니까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서. 예전엔 이곳에 그 사진을 적나라하게 올리기도 했지만, 아무리 봐도 도촬(..)이라는 범죄행위에 가까우므로 사진은 모두 지웠다.




그렇게 옷구경을 하며 지나가다가 좁은 길목에서 양쪽을 보고 있는 크레이프 가게를 만났다. 하라쥬쿠라면 역시나 크레페(crepe)! 한글로까지 적어 놓은 광고판이 좀 웃긴데..




겨우 5m 거리를 두고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 그런 불꽃 튀기는 광고문구를 삽입해도 되겠어? 앞의 가게랑 앙숙 사이라도 되냐!?

크레페를 손에 들고 오모테산도에서 잠시 나란히 앉아 다리를 쉬었다. 이 다음 목적지는 일본 방구석폐인 협회.(??)



* NHK에 어서오세요!!


이미 몇 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방구석폐인(원어로는 ひきこもり, 은둔형 외톨이라고도 번역함. 아냐, 이쪽이 더 대중적인가?) 타츠히로는 이미 몇 년째 집에서 나오고 있지 않은 채 지내는 대학중퇴자. 어느 날 NHK의 정체를 알아챈다. NHK란 무엇인가? 전일본인을 방구석 폐인으로 만들려는 악의 축.. 이른바,

「Nippon Hikokomori Kyokai (일본 방구석폐인 협회)」

의 줄임말이었던 것이다. NHK에 어서오세요!!(믿는 사람 세일러문)

이 타츠히로를 방구석폐인에서 정상인으로 구하기(?)위해 포교(??)하러 달려든 소녀, 미사키와의 헤프닝을 그린 이야기가 최근 방영을 시작한 이른바 「NHK에 어서오세요!」 라는 작품이다. 어지간히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실제 이것이 TVA를 타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한다. 한국에 방구석폐인이 적은 이유는, 군대가 있기 때문. 대체 군대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이젠 나도 헛갈리기 시작한다.

그래, 그 일본 방구석폐인 협회, NHK를 한번 가볼까.









NHK는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방송서비스를 실시하는 일본국영방송을 말한다. 줄임말은 닛폰 히키코모리 쿄카이,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Nippon Hoso Kyokai(일본방송협회). 하라쥬쿠 거리에서 나와 약 10분? 20분 정도? 밑으로 걸어가다 보면 NHK 스튜디오 파크가 나온다. 입장료 200엔. 후지TV는 공짜로 들여 보내주더만.

나중에 나갈 때 오미야게(선물)용으로 두어 개 정도의 화과자를 구입했다. 한개는 아버지 드리고, 하나는 특별히 화과자를 부탁했던 민메이형과 나눠먹을 예정.


* 도쿄 도청


신쥬쿠로 갔다. 공짜로 도시 전체를 전망하기엔 도쿄도청만한 곳이 없으니까.

[그럼 신쥬쿠의 목적이란 오로지 야경 감상!?]

뭐, 그렇게 되겠지. 어차피 옷이라든가 쇼핑엔 그리 관심도 없는 사람이니까.

반 정도는 지하를 통해, 그리고 나머지 반은 지상으로 걸어가 도쿄도청에 도착했다. 시간은 대략 오후 6시 30분경.. 완전히 어둑어둑하지는 않고 어스름이 낀 정도이다. 해는 졌으니까 어둑해지는 거야 금방이지. 도쿄도청 북쪽 타워를 향해 걸어가자.



엘리베이터는 62층인가.. 까지 있다. 들어갈 때 경찰이 간단한 짐 검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급속한 기압차에 귀가 멍해질 정도. 침을 몇 번 꼴깍 삼키고, 내려서 밖을 조망하자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먼저 헬리우스 쌍안경을 내려 누님께 보여드리자 이내 탄성을 내며 이곳저곳 관람하느라 바쁘시고. 나는 적당히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려 파워샷 에리스를 꺼냈다. 어차피 사진찍는 능력은 바닥에 바닥을 거듭할 만큼 없지만.. 야경촬영의 정석, 조리개를 꽉 조이고, 노출을 내리고,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한 다음, 셔터스피드를 대략 13~15초의 최장시간으로 맞추었다. 방향은 누님께서 추천하신 도쿄타워 및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







유세현「어때요, 누님. 저로선 꽤 자신작인데..」
홍차「응, 잘찍었네^^」


사방이 은가루를 뿌린 보석처럼 빛나는 도쿄의 야경을 둘러보며, 오늘이 벌써 5일째라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내일은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오다이바에 가서 한바퀴 돌고.. 오에도 온천에서 자고, 우에노에 잠깐 들렀다가 출국이로구나. 한국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일주일이란 긴 시간이라 느껴지던 이 여행도 잠깐 사이에 반 이상이 지나버렸다.

덧없고 짧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이미 간직한 채. 앞으로도 나의 추억은 계속될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가자.
내 발 아래에서 빛 하나 하나를 이루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도쿄의 전 시민 여러분, 그대들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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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여름 페스타「참 여름의 한 페이지」 (2006.08.18~24.)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06) ⓒ 水海 唯Se-hyeon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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