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10대여행


 2010 한여름 페스타 - 러브히나의 언약과 일본전국철도여행 (2010/8/25~9/20)

 1st Season

 도쿄지역 

 8/25 수 - 출국

 8/28 토 - Animelo Summer Live 2010 -evolution The 1st Day

 8/29 일 - Animelo Summer Live 2010 -evolution The 2nd Day

 8/30 월 - 도쿄대학 입학 시험 (기관토플 및 필기)

 8/31 화 - 가라오케

 9/1 수 - 아키하바라 - 도쿄타워

 9/2 목 - 도쿄대학 입학 시험 (면접)Girls Dead Monster 라이브

 2nd Season

 중부&칸사이

 9/3 금 - (JR패스개통) 도쿄 → 나가노 마츠모토 (오네가이 시리즈 성지여행#1)키자키 호수 (오네가이 시리즈 성지여행#2)

 9/4 토 - 키자키 호수 → 카나자와 (Angel Beats! 성지여행) → 교토

 9/5 일 - 주일예배 → 다카포2와 럭키스타를 테마로 한 교토 관광

 9/6 월 - 나라 (다카포2와 럭키스타를 테마로 한 나라 관광) →  오사카 난바

 3rd Season

 세토내해 시마나미 해도 다카포 성지순례 (서문)

 9/7 화 - 오사카 → 히로시마 오노미치 (다카포 성지순례, 카미츄! 성지여행)

 9/8 수 - 노미치 → 무카이섬(向島)인노섬(因島) 등대기념관(사기사와 요리코/미사키 PV 촬영지)이쿠치섬(生口島)오미섬(大三島) 오야마즈미 신사(미즈코시 모에 PV촬영지)오미섬 항구 부두

 9/9 목 - 오미섬 고향휴식의 집(아사쿠라 네무 PV 촬영지)하타카섬(伯方島) → 오오섬(大島) → 시코쿠 이마바리(今治)에히메현 마츠야마 도고온천카가와현 타카마츠 → 선라이즈세토 야간열차 (도쿄행)

 4th Season

 홋카이도 및 토호쿠 지역

 9/10 금 - 도쿄 → 니이가타 → 아키타 → 아오모리 → 하마나스 야간열차 (삿포로행)

 9/11 토 - 홋카이도 대학백합의 언덕양치는 언덕

 9/12 일 - 삿포로 → 아사히카와 6조 교회 주일예배 →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

 9/13 월 - 아사히카와 → 왓카나이 → 소야 미사키 → 삿포로

 9/14 화 - 삿포로 → 오타루 오오츠크해하코다테 (피아캐럿3 성지방문)

 9/15 수 - 하코다테 → 아오모리 → 토와다 호수 → 하치노헤 → 센다이 토호쿠대학

 9/16 목 - 센다이 → 후쿠오카 하카타 → 도쿄

 5th Season

 마무리

 9/17 금 - 도쿄대학2010 한여름 페스타 종료 감사예배

 9/18 토 - 일본기독교단 학회

 9/19 일 - 주일예배 - 아키하바라

 9/20 월 - 일본 백합제4 (Girls Love Festival 4) - 귀국

  THE END OF 「MID-SUMMER FESTIVAL 2006~2010」





* 2010 한여름 페스타 19일차, JR패스 개통 10일째, 9월 12일 주일 오전 9시 30분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旭川)


일본인들에게 본명의 일본식 독음으로 널리 알려진 '아사히(旭)'가 처음으로 쓰인 것은 2008년 토호쿠대학 유학시절부터. 가운데는 항렬자이므로 마지막 글자인 아침 해 욱(旭)이 진짜 이름이기에. 「제 이름은 유세현입니다.」라고 말해봐야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지만, 반대로 「아사히가와의 아사히입니다.」라고 소개하면 한 번에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아무도 없어서 편했다.




아사히라는 이름으로 가장 유명한 아사히가와에 발을 내딛었다. 이곳이 내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써먹었던 아사히가와로군. (끄덕끄덕) 실제로 와 본 것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홋카이도 자체가 처음이니 당연한 얘긴가.

숙박처(소개는 나중에)에 짐을 맡겨놓고 천천히 걸어서 오전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 선생께서 다니셨고 작중에서도 수없이 등장하는 6조(로쿠죠) 교회.


* 2010 한여름 페스타 19일차, JR패스 개통 10일째, 9월 12일 주일 오전 10시 30분
아사히카와(旭川) 6조 교회




1999년 중3때 미우라 아야코씨의 책을 처음으로 탐독하던 때를 회상했다. 11년의 세월을 넘어 성지에 다다랐다. 2010 한여름 페스타 3번째 주일예배를 이곳에서 드리게 된 것은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팬으로서 더없는 영광이다. 아사히카와에 오는 날을 주일로 맞추기 위해 일정을 많이 조정했지만, 어이되었건 이렇게 꿈이 이루어져서 매우 기쁘다.


떨리는 가슴을 천천히 진정시키며 교회로 들어갔다. 깨끗한 예배당 가운데쯤 자리에 앉아서 공손히 예배를 드렸다. 잘 생각해 보니, 내일이 도쿄대 합격발표날이구나. 어차피 합불여부는 현지 게시판에 가서 직접 보기로 하였으니, 결과를 아는 것은 금요일 오전이 되겠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깨끗하게 받아들이겠나이다...

기도를 드리고 설교말씀을 들었다. 오늘 몇달간 시무하셨던 젊은 여전도사님이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드리고 타지역으로 떠나는 날이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주제는 우리를 도와달라는 외침을 꿈속에서 듣고 자신의 전도목적지를 정한 바울의 이야기. 설교말씀을 듣는 순간 합격을 직감하였다.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일본 땅의 누군가가 만남과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하여 도쿄로 가야 한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기에 설교말씀은 딱 들어맞았다. 합격결과도 알지 못한 채, 단지 합격했다는 계시를 받은 듯 '합격시켜주시어 감사합니다.'하고 기도를 드렸다. 이래놓고 불합격이면 어떡할려고

새신자 소개 시간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하고 갑자기 마이크가 넘겨져서 놀랐다. 일본의 교회에서는 새신자가 왔을 때 쪽지에 자기소개를 간단히 적어서 미리 제출하고, 이것을 광고시간에 목사님이 읽으면서 소개하면 인사하는 방식인데, 마이크까지 넘겨줄 줄은 몰랐기에. 한국에서 왔음을 밝히고 현재 전국 여행 중이라는 것, 그리고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팬이라서 이 교회에 일부러 주일 날짜를 맞추어 예배를 드리러 왔다고 이야기. 일본어가 면접 볼때보다 더 떨린다^^;;;


예배를 마치고 6조 교회 신도들은 아~주 융숭히 대접해 주었다. 담임 목사님의 안내로 교회를 둘러보던 중, 「시오가리 고갯길(한국제목 설령)」의 모델이 된 JR홋카이도의 사무원 나가오 마사오씨의 사진과 추모행사의 모습. 「시오가리 고갯길」은 기관차에서 분리되어 고갯길로 떨어지는 객차에 몸을 던져 죽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헌신하고 수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살린 실제인물 마사오씨를 모델로 지어진 미우라 야야코씨의 장편소설. 이곳 6조 교회의 성실한 신도였기에 기념물이 모셔져 있다.



6조 교회 친교실에서 점심식사로 카레를 대접받았다. 그리고 목사님의 안내로 소개받은 분은,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남편이신 미우라 미츠요님 본인. 폐결핵과 척추카레이스라는 중병에 걸려 삶의 의지를 잃어가던 미우라 아야코씨를 끝까지 기다리고 인내하여 그 정성으로 3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식을 올린, 인간적으로 존경하지 마지않는 분의 곁에 앉으니 꿈인가 생시인가 모르겠다. 갑자기 대스타처럼 생각했던 분 곁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조금 떨고 있던(?) 나를, 미츠요씨는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시며 미소를 지어주셨다.

이것은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수필집에 실려 있던 이야기로... 아야코 선생이 자신이 쓴 첫 장편소설의 초고를 마치고 마지막 손질을 하던 것이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연말이었다. 워낙 장편이라 퇴고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하던 신앙봉사를 올해는 거를까, 고민하던 아야코 선생에게 미츠요씨는 「그렇게 해서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을 거예요.」하고 격려와 용기를 주어서, 두 부부는 언제나처럼 신앙봉사를 하고, 마감 하루 전에 딱 맞게 퇴고를 마치고 소설을 신문사로 보냈다.


이 소설이 「빙점」으로, 아사히신문의 1천만엔(지금의 1천만엔이 아니다, 그 1960년대에 1천만엔) 상금을 당당히 수상하고, 미우라 아야코 선생을 병약한 주부에서 일본 역사에 길이 남을 작가로 바꾸었다. 불멸의 명작 「빙점」의 마지막 퇴고에는 미우라 부부의 하나님에 대한 봉사가 숨겨져 있었으니 감동을 해도 좋을 듯.


점심식사를 마무리짓고, 아사히카와를 떠나는 젊은 여전도사님의 송별회가 열렸다. 송별회를 즐기는 성도들에게 조심스레 인사하고 살짝 자리를 떴다. 죄송합니다, 여행객이라서 시간이 없거든요^^ 성대히 환영해준 6조교회 신도들에게 감사하고, 미우라 미츠요씨.. 만나뵈어 영광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하나님의 축복 아래 건강하시길.

살짝 교회를 빠져나와 건물을 바라보며 다시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올리며, 아사히카와역 옆의 관광안내소에서 300엔 주고 자전거를 빌렸다. 일본어 실력이 대단하다고 칭찬이 자자한 관광안내소 여직원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후, 자전거를 타고 향하는 곳은, 빙점의 팬으로서 들르고 싶었던 아사히카와 제2의 목적지.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




저 「빙점」 성지순례 지도첩도 전단지 형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 아까워라.



카구라(神楽) 초등학교. 「빙점」에서 토오루와 요코 남매가 함께 다녔던 작중의 무대가 된 초등학교이다. 미우라 아야코 선생은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선생님으로서 겪는 일들도 자세하게 많이 나와 있다. 전쟁이 끝나고, 교과서의 군데군데를 먹물로 지우는 모습에서, 자신이 교사로서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는 지금 돌이켜봐도 감동이 색다르다.



츠지구치 집에서 출발하여 츠지구치가 병원장으로 있는 건물로 가기 위하여 몇 번이고 건너는 강. 케이조는 보통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가끔은 걸어다니기도 했다.


츠지구치가 병원장으로 있던 종합병원의 무대, 아사히카와 적십자 병원. 작중의 소개로는 병원 게이트를 넘어서 한참을 걸어야 병원문에 닿을 정도로 커다란 병원이었다고. 케이조는 '이런 병원은 정작 게이트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을 더 환자들이 걸어 들어와야 하니 병원으로서는 너무 환자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은가.'하고 반성도 했었다. ...대인배 작가의 손에 대인배 캐릭터가 탄생하는 듯.

그리고 자전거는 마지막으로 츠지구치의 집이 있었던 아사히카와 영국시범림을 향했다. 츠지구치의 집의 위치, 그곳에 바로 오늘의 목표 건물이 세워져 있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19일차, JR패스 개통 10일째, 9월 12일 주일 오후 2시 20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 아래에 작게 한글로 적혀 있는 안내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곳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은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작품을 기념하기 위하여 1998년에 설립되었다. 설립된 장소는 소설 빙점의 츠지구치의 집이 있던 바로 그 시범 원시림.

당시 아야코 선생은 아직 살아계셨으나 병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축하인사도 한 마디 못할 정도로 아프셨다고. 그 이듬해에 아야코 선생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천하셨다. 자신의 문학세계를 기념하는 건물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이셨을지,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하셨길.


문학기념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입구의 팻말만.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서자, 「아, 왔다왔어!」하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념관 안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 방금 전에 뵈었던 6조 교회의 신도 몇 분께서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계셨다.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합석하자, 어르신께서는 커피를 한 잔 사주셨다.

어르신「한국에서는 이렇게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공손히 대하고, 우리 어른들은 젊은이에게 차나 식사를 사주는 게 한국의 분위기잖아?^^」
유세현「...그, 그렇던가요^^」


일본전국여행을 하면서 진하게 느낀 것 하나는... 일본인 아줌마, 아저씨들의 한국 칭찬이 쓸데없이 깊고 진지하다. (...)

으음,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오후 4시 폐관인데 벌써 3시 30분이 다 되어가는군. 살짝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자리를 떠서 2층까지 있는 문학기념관을 쭉 한바퀴 둘러보았다. 미우라 아야코씨의 인생과 생애, 수필과 문학의 배경, 각종 자료들과 당대의 신문기사, 아야코씨가 직접 사용하던 문방구 등을 보며 선생과 같은 작가를 내려보내주심을, 그 소설과 랑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을 깊이 감사드렸다.


무겁게 가져 온 한글판 빙점의 표지와 속지에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 기념 스탬프를 쾅! 찍었다. 이것으로 이 소설도 레어 아이템이다! (...!?)


* 2010 한여름 페스타 19일차, JR패스 개통 10일째, 9월 12일 주일 오후 4시 10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범림과 시내 일대


폐관 준비를 하는 직원과 6조교회 신도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나왔다. 폐관 시각은 오후 4시... 로 꽤나 이른 편이지만, 이는 홋카이도의 일출/일몰 시각이 무시무시하게 빠르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하다. 그나마 지금은 여름이라서 아직 밝은 편이지, 겨울 같았으면 이미 캄캄할 듯.

토오루 오빠.
지금 요코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빠입니다.
요코가 누구를 제일 그리워하고 있는지 이제야 겨우 알게 되었어요.
오빠, 죽어서 미안해요.

- 요코



 「빙점」을 제대로 독파한 것은 2007년 초. 토오루와 요코의, 결국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남매간의 금단의 사랑에.. 무척이나 가슴이 저리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흔히 미소녀게임에서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여동생캐릭터따위와는 감히 비교조차 못할 정도로 급수가 다르다. 요즘 나오는 2차원 미소녀 여동생 캐릭터의 판에 찍어낸 듯한 행각에 질리신 분께는, 이 빙점을 강력 추천합니....어라?


아사히카와 시범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해외산 목재가 홋카이도 내륙에서도 잘 자라는가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삼림지역. 빙점의 츠지구치 집이 있는 곳은 방금 전에도 설명한 문학기념관 자리.



그래서 시범림지대는 소설 속에서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에는 토오루와 요코가 숨바꼭질을 하며 뛰어놀았고, 훗날 훌쩍 커버린 토오루는 키타하라와 요코가 이곳에서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담담히 감내한다. 그 장면에 무척 마음이 아팠다.

하늘도 조금 잿빛구름이 드리워진데다 홋카이도라서 해가 빨리 져서 그런지,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 혼자 뿐인 삼림 속이 어둑어둑한게 어째 으시시하다. 에리스는 이미 셔터 스피드가 1/60초대 이하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아직 오후 4시 조금 넘었을 뿐이라고!?



빙점의 책을 들고 이곳저곳 다니며 충실히 성지를 답사하고 있는 중.


강변으로 나섰다. 이곳은 비에이(美瑛) 강가로, 빙점 작중에서는 사이시의 손에 토오루의 친동생이었던 루리코가 살해당하고, 훗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요코가 자살을 기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이라니, 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일이라뇨, 선생님, 그게 대체 뭡니까? 저는 6년 동안 주판을 튀기고 돈을 세면서 일해 왔어요. 그러나 그런 일은 기계라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요새 울적해서 견딜 수 없어요. 제가 병들어 2년 동안 직장을 쉬어도 은행은 조금도 지장을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동안 지점이 둘씩이나 늘어 번성하고 있어요. 제가 쉬든 일하든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의 존재 가치는 제로예요. 그런 제가 직장에 돌아간들 무슨 기쁨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케이조는 그때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여 더는 상종도 하지 않고 웃어넘겼다. 그 마사키가 오늘 자살한 것이다.
"아버지는 마사키 군의 병은 고칠 수 있었으나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줄 수 없었다고 생각했어. 마사키 군은 영혼을 앓고 있었어. 그런데 아버지는 육체의 병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마음의 병에는 무관심했어."


'이런 심술궂은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 성격을 삐뚤어지게 하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해도 난 결코 곤경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하고 야무진 각오를 하고 적어도 겉으로는 명랑하게 행동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제발 루리코 언니를 죽인 저의 아버지를 용서해 주십시오. 지금 이렇게 쓰는 순간, 용서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남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저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죄를 참으로 용서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 미우라 아야코「빙점」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비에이의 강변에서 「빙점」을 손에 든 채로 그 성지를 차분히 내려다본다. 목에는 일본 전국여행 기간 동안 뜨거운 여름의 햇살에서 목덜미를 지켜 준 Angel Beats!의 천사의 스카프가 둘러져 있다.

흘러가는 물줄기를 말없이 바라보며,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작품을 돌이켜보는 중.

'인생 최고의 작품'을 들고 그 성지에 찾아가, 작가의 친척 및 남편과 만나 식사를 함께하고, 교회로부터 융숭히 대접을 받고. 팬으로서 다시없는 영광을 누린 오늘 하루에 감사했다. 한동안 시험준비다, 졸업준비다 뭐다 해서 마음에 여유도 없고 성격도 날카로워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툭툭 내뱉고 괜한 고생한다고 불만을 품고 했던 지난 2010년 전반기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지난 10년 동안 20대의 제1영역을 이끌어 온, 그리고 나의 마음을 보듬어 주신 작품이니까... 언제까지고 오늘의 감동을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저를 따뜻하게 대해 준 아사히카와 로쿠죠 교회의 신도들에게 축복이 함께하기를!



그날 저녁밥은 아사히카와 라면이었다. 볶음밥과 라면의 세트메뉴. 홋카이도에서는 매일 라면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홋카이도의 명물이라고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지^^;;


도요코인 체크인. 도요코인 호텔 써보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이것저것 잘 완비된 비즈니스호텔. 하룻밤밖에 못 묵는 것이 아쉬웠다. 목욕을 마친 후 인터넷선을 홀리벨에 연결하고 잡무를 처리하였다.



방금 전 문학기념관에서 구입한 빙점 과자. 호텔방에 마련된 녹차와 더불어 먹고 마시니 살살 녹는 만쥬의 맛이 일품이다. 오미야게를 사서 자기가 먹는 것도 어떠한가 싶지만, 빙점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니 스스로에게 선물로 주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만큼 지금껏 빡신 일정 속에서 수고했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하여도 이미 최북단 기록을 넘었지만, 이제 일본에서 북쪽으로 갈 데까지 가봐야지. 일본 최북단의 땅으로, 그 이름은 왓카나이와 소야 미사키. 과연 한여름의 북녘 날씨는 어떨지, 내일도 기대되는군.

Festa.2010 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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