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10대여행
* 2010 한여름 페스타 18일차, JR패스 개통 9일째, 9월 11일 토요일 정오
백합의 들판 유리가하라（百合が原)
지하철 대신 JR선에 탑승,
'백합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유리가하라 공원은 홋카이도 최대의 백합정원. 약 24헥타르나 되는 광대한 부지를 갖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모인 백합이 피어나는 '세계의 백합 광장'을 중심으로 자매도시 정원과 락 가든, 릴리 트레인(화원을 달리는 1주 12분의 여행), 온실, 화단 광장 등의 시설이 있는 꽃의 종합공원이다. 세계의 백합 원종과 원예품종들이 약 100종류 12만 4천 포기가 심어져 있다.
흔히 5월을 초여름의 시작점으로 친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지금껏 단 한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고, 하복을 입으며, 한여름의 무더위가 체력과 정신력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전성기간. 5월에 접어들며 하는 말, '사쿠라의 시대가 지나가고 백합의 시대가 왔노라!!'
4월에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이 시들고 5월부터 백합이 핀다. 백합의 개화시기는 어지간하면 5월부터 7월이라. 따라서 9월 중순이 되어 이곳에 와 봤자 사실 백합은 다 시들고 없다는 소리. [아니 그럼 왜 왔어!?] 그야 뭐, 백합인이니까 그냥 백합의 정원을 구경차 들른 셈이지. 게다가 백합꽃을 좋아하니까.
백합이 전멸한(..) 황량한 백합정원. 6~7월의 초여름에 이곳에 오면 천국을 보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나마 몇 송이 남아 있는 백합의 사진을 담고, 백합의 들판 내부를 달리는 작은 백합전철을 촬영한 다음, 백합인으로서 약간 아쉬운 마음을 가슴 속에 품으며 백합의 들판을 떠났다. 온실에 들어가면 백합을 감상할 수도 있다지만 유료라서 마음이 그리 당기지는 않았다.
홋카이도는 언젠가 다시 올 날이 있겠지. 이번 홋카이도 여행은 비에이 여행 등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
어차피 백합의 들판은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슬쩍 들른 정도에 불과하다. 양치는 언덕으로 향하자.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서 버스에 탑승, 그리고 버스 내에서 입장료르 지불하고 도착한 곳에서 하차.
* 2010 한여름 페스타 18일차, JR패스 개통 9일째, 9월 11일 토요일 오후 3시
양치는 언덕 히츠지가오카(羊が丘)
공식 홈페이지 : http://www.hitsujigaoka.jp
홋카이도 대학의 클라크 박사의 동상이 "BOYS BE
저 멀리 삿포로돔이 보인다.. 라기보다 이곳에 올 때 루트 자체가 삿포로돔을 거친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내부 구경도 안내받아가며 할 수 있다지만, 토요일인지라 경기가 있는 모양이다.
양치는 언덕에 자리잡은 이 교회같이 생긴 고딕 건축물은 내부에서 삿포로 눈축제의 역사관도 겸하고 있다. 지금은 아주 유명해진 축제가 된 삿포로 눈축제는 벌써 60몇 주년을 맞이한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행사.
앞에 여고생들을 따라가며 역사를 쭉 보고 있자니, 익숙한 캐릭터 눈동상이 보인다. 세일러문.. 하고 보는데 옆의 여고생들의, 「응, 이때부터 타락하기 시작했구나..」하는 말에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50엔 할인 쿠폰도 붙어 있겠다, 기분삼아 아이스크림도 하나 물어들고 잠시 양치는 언덕을 홀로 쭉 돌아보았다.
잿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흐린 날씨건만, 저 푸른 초원과 사방에 피어 있는 꽃들이 평안하고도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도 무더위의 습한 것이 아닌 상쾌하고 맑은 바람...
「양치는 언덕인데 왜 양이 없는가?」인데... 듣자하니 요즘 양들이 유행성 질병에 걸려 영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인간에게 전염이 된다든가 양들이 전멸에 달하는 그런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양을 전부 목장에 옮겨놓아서 양을 볼 수는 없다고. 뭐언~가 아쉬움이 짙게 남는 기분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시 양목장 게이트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미네코가 몇 번인가 산시로 앞에서 중얼거린 말이었죠."
"예, 그래요. 지금 이렇게 양치는 언덕에 와서 많은 양을 보고 있으니까, 스트레이 쉽이라는 말이 자꾸만 생각나요."
타케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인간들이야말로 저기 있는 양보다 더 어리석은 방황하는 존재라고 타케야마는 생각했다.
- 미우라 아야코「양치는 언덕」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진정한 사랑만이 사람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 사랑은 한없이 용서하는 것이다. 미우라 아야코 선생님의 소설, 「양치는 언덕」의 대미를 장식한 무대가 바로 이곳 양치는 언덕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양치는 언덕'은 작중에서 계속 나오지 않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타케야마와 나오미가 이 언덕을 거니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죽은 료이치를 회상하는 두 사람. 세라복 차림의 놀러 온 여고생들이 양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타케야마는 이 학생들도 5년 후 어떤 길을 걷게 될는지 모른다고 교사다운 감회에 젖는다. 그러면서 잠시 쳐다 본 나오미의 옆 모습은 소녀에게는 없는 어른스러움과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던가.
나오미를 좀처럼 포기할 수 없었던 타케야마는 출입 금지의 문을 보면서 깨닫는다.
'그렇다. 나는 이제 이 이상 이 사람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출입 금지의 팻말을 인간은 항상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은 한 사람도 완전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 나이까지 날마다 얼마나 불완전하고 잘못이 많은 나날을 보냈겠습니까? 설혹 눈에 보이지 않는 죄를 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빛으로 비추어 볼 때 그 앞에 감히 얼굴을 들 수 없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참으로 과실을 범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만 하나님과 사람에게 용서를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자들입니다."
- 미우라 아야코「양치는 언덕」
2010 한여름 페스타의 제1시즌은 애니송 라이브 스페셜,
제2시즌은 Angel Beats! 스페셜,
제3시즌은 다카포 스페셜,
제4시즌은 미우라 아야코 선생 스페셜.
그 곳에 직접 서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
그 인생 속에서 이 작품과 만난 계기라는 이름의 기적,
그 작품은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돌이켜보고,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기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노력과 의지는 무엇이었는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 등을
차분히 감각적으로 스스로에게 묻는 것. 그것이 여행의 의미.
이곳 홋카이도에서의 성지순례 또한 미우라 아야코 선생을 기념한다. 지난 세월 신앙과 믿음의 대스승으로서, 일본의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그리고 일제시대 서민들이 짊어졌던 고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미우라 아야코 선생에게 감사하며... 양치는 언덕을 떠났다.
그 후 역과 붙어 있는 삿포로라면공화국이라는 라면거리에서 저녁식사를 해치운 다음, 적당히 대로공원을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삿포로, 해가 지는 것이 무지막지하게 빠르다. 한여름인데도 오후 7시 가까이 되었는데 어둑어둑.
오늘은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성지여행 맛뵈기에 불과했다. 내일, 아사히카와에서 아야코 선생이 직접 다녔던 6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문학기념관을 들른다. 그야말로 미우라 아야코 선생 성지순례의 진국.
슬슬 2010 한여름 페스타도 마무리가 다가오는 기분을 느끼며, 삿포로 YH로 돌아와 평안히 잠들었다.
Festa.11 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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