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10대여행
* 2010 한여름 페스타 20일차, JR패스 개통 11일째, 9월 13일 월요일 오전 8시 50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역전
아침 9시가 거의 되어가는 아사히카와 역 앞. 일정이 너무 빡시었던 것일까. 아사히카와에 서 있다는 느낌자체가 묘하군.
두 손을 번쩍 들고 기지개를 한번 찐하게 켠 다음, 역으로 들어갔다.
...아사히카와와 펭귄의 관계는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오늘 신세질 열차가 다가온다. 특급 소우야. 삿포로에서 출발하여 아사히카와를 찍고 일본 최북단의 마지막 역인 왓카나이까지 올라간다. 말해두지만, 왕복 당일치기다. (..) 삿포로에 오늘 숙박처로 YH를 잡아놓았으니 죽든지 살든지 최북단을 찍고 오늘 내로 삿포로에 돌아와야 한다.
예전에는 삿포로에서 출발하여 왓카나이까지 밤기차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폐지된 지 오래. 폐지당한 야간열차가 한두개가 아니라서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심정으로는 JR패스 유저이자 철도팬이기에 쓰다. 다행히 갔다가 오는 게 가능하지만.
왓카나이는 최북단의 역이지만, 그렇다고 거기 자체가 최북단은 아닌고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한참을 달려야 한다. 아사히카와에서 출발하여 왓카나이에서 버스를 타고 최북단을 찍고 다시 버스를 타고 왓카나이로 돌아와 철도로 갈아타고 삿포로로 돌아오는 기가막힌(?) 당일치기가 가능한 것에 의의를 두자. 단지 하루종일 철도와 버스로 내달려서 도착한 최북단 체류 시간이 채 1시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가슴아픈 일이다.
하여간, 출발.
이제부터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열차를 타고 계에~속 홋카이도의 여름 전원 풍경을 바라보며 끝없이 질주하는 소야 속에서 별로 할 일이 있어야 말이지. 경치는 정말 멋졌다만..
아사히카와 밑쪽에 후라노라는 지역의 라벤더밭이 아주 끝내준다던데 다음에 올 기회 있으면 거기를 가봐야겠다... 고 중얼거리며 열차는 계속간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20일차, JR패스 개통 11일째, 9월 13일 월요일 오후 1시
홋카이도 최북단의 역, 왓카나이(稚内)
아직 큐슈를 가본 적은 없지만, 일본 최남단의 역은 큐슈의 카고시마라고 하더라. 거기서 3,092.3km나 이어진 철도선이 마침내 이곳에서 끊어져 있다. 과연 일본 최북단의 역이라는 해설이 실감나는군.
밖으로 나가 볼까?
이곳이 일본 최북단의 역, 왓카나이 역사이다. 작은 역이지만 지금껏 거친 역이 거의 간이역이었으니 그나마 역 답다. 기념 사진을 찍고 잠시 서서 앞을 쳐다보며 감상에 젖어 있자, 어떤 서양사람이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사진 좀 찍어 주세요' 부탁해왔다.
사진을 찍어주고 카메라를 돌려주자 이 사람이 마찬가지로 서툰 일본어로 '감사합니다...?'하다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JR패스를 보았다. 그 순간 이 양반이 갑자기 목소리 톤이 확 달라지며,
「Oh, you have the JR Pass! It's very nice! This time, I was entered Japan ....」
하며 영어를 속사포로 쏘아댄다.(..) 겸연쩍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본에 벌써 3번째 놀러 왔다고 하며, JR패스를 통해서 이번엔 카고시마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우우와, 대단한 인간이군. 일본어도 그리 익숙해보이지 않는데. 스피킹이 딸려서 오래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양덕은 역시 위대하구만.
역 이곳 저곳에 최북단을 소재로 한 관광문물이 퍼져 있다. 이런 관광거리라도 있어야 지역살림에 보탬이 되지.. 소우야본선 타고 올라오면서 느꼈지만 철로 주변은 그저 광활한 대지일 뿐, 사람이라고는...
버스 타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뭐를 할까, 하다가 역 주변을 간단히 산책하기로 했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와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기에 이곳저곳의 팻말에 러시아어가 적혀 있다. 신기하군...
국제 왓카나이항의 전경. 여기서 배를 타면 러시아까지 갈 수 있다, 이 말이로군.
날씨가 깨끗하게 맑아서 기분이 좋다.
쓰나미를 막기 위한 방파제. 위로 올라가 볼까?
탁 트인 오호츠크해의 푸르른 바다가 마음을 쓰다듬는다. 불어오는 바람도 선선하고. 하아, 좋구만. 한여름의 날씨에 시원한 바람이라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다른 관광객은 역 근처에서 놀고 있는 것일까? 기지개를 쭈욱 펴고... 느긋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이 위가 사할린이로군. 사할린, 쿠릴 열도에 대한 영토분쟁은 한국의 독도-동해를 사이에 둔 분쟁보다 복잡해 보였다.
평화로운 아이누의 농촌 마을에 무기 들고 들어와서 패드립을 벌인 (이에 관한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에 잘 드러나 있다.) 복잡한 과거사를 생각해 보면.. 이곳의 평화로운 풍경은 낯설 정도로 느껴진다. 이렇게나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데...
명상에 잠겨 있다 보니까 어느 새 버스 출발 시간이 다다랐다. 버스 정류소로 가서 일본 최북단의 명지, 소야 미사키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20일차, JR패스 개통 11일째, 9월 13일 월요일 오후 2시 40분
일본 최북단의 땅, 홋카이도 소우야미사키
청바지와 아니서머2010의 티셔츠를 차려입고 천사의 스카프를 펄럭이며 서 있는 이곳은, 일본 최북단의 땅 소야 미사키. 북위는 45도 31분.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의 북위는 북한의 최북단마저도 뛰어넘었다. 이토록 북쪽으로 올라온 것은 처음. 지금까지 거쳐 온 시간이 뇌리를 스쳐지나가 아득한 기분까지 도달한다.
울타리를 넘어서 바닷물에 손을 살짝 넣어보았다. 북극에서 해류를 타고 온 바닷물일까. 엄청 차갑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저 멀리 떨어진 사할린을 볼 수 있기도 하다지만, 오늘은 사할린이 안 보이네.
뒤쪽의 기념관(?)에서는 소야미사키의 노래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한여름의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낮기온은 겨우 25도. 후우, 여기까지 오느라 참 고생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찍어드리고, 걸어서 뒤쪽의 작은 동산으로 올라갔다.
전쟁시절 쓰이던 전망대와, 수몰 해군 추모비, 대한항공 폭발사건 희상자 위령탑, 평화를 기원하는 종 등의 다양한 전시물을 바라보며 수풀을 걸었다. 이상하게도 한 사람도 이쪽으로는 안 올라온다. 이곳에 초원이 있는 걸 모르는 건가???
마지막으로 소야 미사키 앞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 옆에 섰다. 귓가에 들려오는 곡은 Angel Beats!의 엔딩곡인 Brave Song. 사방에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과, 파도치는 푸르른 오호츠크 바다, 저 멀리 북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초원의 풀밭과 몸을 가볍게 쓰다듬고 지나갔다.
いつもひとりで歩いてた
나는 언제나 혼자서 걸었어
行く先には崖が待ってた
행선지에는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지
それでもあたしは歩いた
그래도 나는 걸었어
強さの証明のため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吹きつける強い風
불어오는 강한 바람
汗でシャツが張りつく
땀으로 셔츠가 달라붙네.
いつか忘れてしまえるなら
언젠가 잊어버린다면
生きること それはたやすいもの
살아간다는 것, 그건 쉬운 일이겠지
忘却の彼方へと落ちていくなら
망각의 저편으로 떨어져 간다면
それは逃げることだろう
그것은 도망치는 것이겠지
生きた意味すら消えるだろう
삶의 의미마저 사라지고 말거야.
いつか人は一人になって
언젠가 사람은 외톨이가 되어서
思い出の中に生きてくだけ
추억 속에서 살아갈 뿐
それでもいい 安らかなこの気持ちは
그래도 괜찮아, 이 평안한 마음...
それを仲間と呼ぶんだ
그것을 '동료'라고 부른다..
いつかみんなと過ごした日々も
언젠가 모두와 함께 보낸 이 나날도
忘れてどこかで生きてるよ
잊어버리고 어디에선가 살아가겠지
その時はもう強くなんかないよ
그 때는 이젠 더 이상 강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普通の女の子の弱さで涙を零すよ
평범한 소녀로서 연약함의 눈물이 흐르겠지
나는 언제나 혼자서 걸었어
行く先には崖が待ってた
행선지에는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지
それでもあたしは歩いた
그래도 나는 걸었어
強さの証明のため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吹きつける強い風
불어오는 강한 바람
汗でシャツが張りつく
땀으로 셔츠가 달라붙네.
いつか忘れてしまえるなら
언젠가 잊어버린다면
生きること それはたやすいもの
살아간다는 것, 그건 쉬운 일이겠지
忘却の彼方へと落ちていくなら
망각의 저편으로 떨어져 간다면
それは逃げることだろう
그것은 도망치는 것이겠지
生きた意味すら消えるだろう
삶의 의미마저 사라지고 말거야.
いつか人は一人になって
언젠가 사람은 외톨이가 되어서
思い出の中に生きてくだけ
추억 속에서 살아갈 뿐
それでもいい 安らかなこの気持ちは
그래도 괜찮아, 이 평안한 마음...
それを仲間と呼ぶんだ
그것을 '동료'라고 부른다..
いつかみんなと過ごした日々も
언젠가 모두와 함께 보낸 이 나날도
忘れてどこかで生きてるよ
잊어버리고 어디에선가 살아가겠지
その時はもう強くなんかないよ
그 때는 이젠 더 이상 강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普通の女の子の弱さで涙を零すよ
평범한 소녀로서 연약함의 눈물이 흐르겠지
Brave Song을 흥얼거리며 일본 최북단의 땅에 서서 머나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 날은 대학원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예 대학원 시험을 쳤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아직 일주일 남짓이 남아있는 2010 한여름 페스타... 여기까지만 해도 대망의 성공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대학원 시험을 치르고, 나가노와 교토를 거쳐 자전거로 해협을 건너 시코쿠로, 거기서 밤기차를 이틀 연속으로 타고 홋카이도로 올라와 지금은 최북단의 땅이라.. 지금까지의 여정이 믿기지 않을 정도. 그럼에도 특별한 실수나 실패 없이 멀쩡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다.
두 팔을 벌려 오호츠크 바다로 크게 펼쳤다. 저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 그리고 더욱 푸르른 저 하늘을 향하여. 그 때의 심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과 성취감에 휩싸여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 순간을 위하여 지금껏 힘내온 것이구나, 라고 돌이켜 본다. 지금까지 힘내온 것처럼, 앞으로도 힘낼 수 있어. 그런 희망에 감싸여 주먹을 움켜쥐고 밝게 웃었다.
Festa.2010 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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