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10대여행


 2010 한여름 페스타 - 러브히나의 언약과 일본전국철도여행 (2010/8/25~9/20)

 1st Season

 도쿄지역 

 8/25 수 - 출국

 8/28 토 - Animelo Summer Live 2010 -evolution The 1st Day

 8/29 일 - Animelo Summer Live 2010 -evolution The 2nd Day

 8/30 월 - 도쿄대학 입학 시험 (기관토플 및 필기)

 8/31 화 - 가라오케

 9/1 수 - 아키하바라 - 도쿄타워

 9/2 목 - 도쿄대학 입학 시험 (면접)Girls Dead Monster 라이브

 2nd Season

 중부&칸사이

 9/3 금 - (JR패스개통) 도쿄 → 나가노 마츠모토 (오네가이 시리즈 성지여행#1)키자키 호수 (오네가이 시리즈 성지여행#2)

 9/4 토 - 키자키 호수 → 카나자와 (Angel Beats! 성지여행) → 교토

 9/5 일 - 주일예배 → 다카포2와 럭키스타를 테마로 한 교토 관광

 9/6 월 - 나라 (다카포2와 럭키스타를 테마로 한 나라 관광) →  오사카 난바

 3rd Season

 세토내해 시마나미 해도 다카포 성지순례 (서문)

 9/7 화 - 오사카 → 히로시마 오노미치 (다카포 성지순례, 카미츄! 성지여행)

 9/8 수 - 노미치 → 무카이섬(向島)인노섬(因島) 등대기념관(사기사와 요리코/미사키 PV 촬영지)이쿠치섬(生口島)오미섬(大三島) 오야마즈미 신사(미즈코시 모에 PV촬영지)오미섬 항구 부두

 9/9 목 - 오미섬 고향휴식의 집(아사쿠라 네무 PV 촬영지)하타카섬(伯方島) → 오오섬(大島) → 시코쿠 이마바리(今治)에히메현 마츠야마 도고온천카가와현 타카마츠 → 선라이즈세토 야간열차 (도쿄행)

 4th Season

 홋카이도 및 토호쿠 지역

 9/10 금 - 도쿄 → 니이가타 → 아키타 → 아오모리 → 하마나스 야간열차 (삿포로행)

 9/11 토 - 홋카이도 대학백합의 언덕양치는 언덕

 9/12 일 - 삿포로 → 아사히카와 6조 교회 주일예배 → 미우라 아야코 문학기념관

 9/13 월 - 아사히카와 → 왓카나이 → 소야 미사키 → 삿포로

 9/14 화 - 삿포로 → 오타루 오오츠크해하코다테 (피아캐럿3 성지방문)

 9/15 수 - 하코다테 → 아오모리 → 토와다 호수 → 하치노헤 → 센다이 토호쿠대학

 9/16 목 - 센다이 → 후쿠오카 하카타 → 도쿄

 5th Season

 마무리

 9/17 금 - 도쿄대학2010 한여름 페스타 종료 감사예배

 9/18 토 - 일본기독교단 학회

 9/19 일 - 주일예배 - 아키하바라

 9/20 월 - 일본 백합제4 (Girls Love Festival 4) - 귀국

  THE END OF 「MID-SUMMER FESTIVAL 2006~2010」





마츠모토에서 오오이토선을 타고 키자키 호수를 거쳐 쭉 올라가는 길. 위 지도는 하도 좌우로 길어서 그냥 세로로 세워 놓았으니 알아서 감상하길 바란다.(?)


아래쪽 마츠모토에서 위쪽 키자키호수에 이르는 길은 나가노현의 '북알프스'라는 산맥 오른편에 위치한 길목이다. 북쪽을 향하여 쭉 올라가게 된다. 원래 일반인(?)에게 유명한 관광코스는 키자키호수가 아니라 바로 저 북알프스 산맥으로, 기후현에서 북알프스를 타고 넘어오는 루트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고. 단일패스가 전혀 개발되지 않아서 무시무시한 현금박치기를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지만.




키자키 호수의 성지순례 루트는 다음과 같다.


1. 시나노키자키 역에서 하차, 역사 촬영
2. 걸어 올라가다가 미이나가 발을 씻었던 편의점 로손 촬영
3. Please! 스태프와 성우들의 사인 등을 게재하고 오네티 플랜을 제공하는 알펜하임산정 료칸에 우선 짐을 맡김
4. 성호정에서 마리에카레로 점심식사
5. 성호정에서 자전거 렌탈 후 반시계방향으로 키자키 호수 일주 시작
6. 키자키 호수 서남쪽의 캠프장 방문
7. 키자키 호수 서북쪽의 마이쿠의 집 지나가면서 확인
8. 키자키 호수 북쪽 마이쿠의 통학로
9. 키자키 호수 북동쪽 우미노구치 역
10. 이나오 역 방문 및 헤리카와 상점에서 포키 구입
11. 성호정에 자전거 돌려주고 앞 놀이터에서 호수 경관 촬영
12. 알펜하임산정 체크인. 휴식과 목욕식사 후 저녁식사
13. 숙박
14. 이튿날 아침에 놀이터에서 아침 경건의 시간
15. 알펜하임산정 체크아웃. 쭉 걸어서 우미노구치역까지 이동
16. 우미노구치역에서 전철 탑승



* 2010 한여름 페스타 10일차, 9월 3일 금요일 오전 11시
나가노 마츠모토 → 나가노 키자키호수



마츠모토에서 11시 9분에 출발하는 보통열차에 올라탔다. 마츠모토에서 키자키 호수까지의 철로는 오오이토(大糸)선이라고 부른다. 보통전철을 로컬선이라고도 부르는데, 시나노오오마치(信濃大町)역에서 한 번 끊겼다가 다시 시나노오오마치역에서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키자키 호수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끔 시나노오오마치에서 내릴 필요가 없이 한 방에 주파하는 로컬선이 드물게 있다. 지금 탄 전철이 그것.


마츠모토에서 오오이토선 전철을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 갈아탈 필요 없이 한 번에 시나노키자키(信濃木崎)역에 도착하였다.







카렌이 마리에와 처음 만나서 프릿치 주접을 떨던(?) 시나노키자키 역에서 내려, 미이나가 발을 씻던 편의점 로손과, 오네티 여성진이 목욕하던 온천탕을 거쳐서, 오네가이 시리즈의 스태프 Please!팀이 자주 묵던 알펜하임산정에 무사히 도착.


1년 만이로군. 진짜로 1년 뒤에 올 줄이야.. 시계는 오후 12시 41분을 가리키고 있다. 들어가서 주인마님께 인사를 올렸다. 작년 토호쿠대학... 하니까 금방 기억해내는 주인마님.


오늘은 숙박자가 혼자뿐인 모양. 지금 8명 정도가 곧 도쿄로 돌아간다고. 도쿄 외국어대학의 만화 연구회 사람들이라는데, 신발만 보고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체크인은 오후 4시부터이므로, 우선은 넷북 홀리벨을 비롯한 무거운 짐을 맡기고 가방을 가볍게 해서 나섰다.
오네가이 시리즈 첫 번째 목적지는 오네가이 성지순례의 본방, 키자키 호숫가 놀이터.



* 2010 한여름 페스타 10일차, 9월 3일 금요일 오후 12시 50분
  키자키 호수 놀이터 및 성호정






오네가이의 팬들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곳.


작년과 달리 오늘은 날씨도 아주 맑다. 마음이 청량함으로 가득해지는 기분.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다. 살짝 흐르는 땀은 목에 두르고 있는 Angel Beats!의 스포츠타월로 닦아내고.


보아하니 미끄럼틀과 시소도 다 고친 모양이다. 망가진 채로 방치될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이다. 가볍게 미끄럼틀에 올라가서 마이쿠같은 포즈를 취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망가지면 곤란하므로 생략. 대신 그네에 앉아서 잠시 흔들거려 보았다. 시소라는 것을 타본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중, 고, 대학교 전부 그네가 없었으니까.. 초등학생 때는 쉬는 시간만 되면 그네가 그렇게나 타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는데.


한 10분 정도 놀이터에서 서성이다가 시계를 보니 거의 1시.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성호정으로 들어갔다.




오네가이 시리즈 성지순례자들이 반드시 거친다는 3대 성지 중 하나, 성호정. 이곳에서도 식사를 판다. 들어가서 주인마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작년에 토호쿠대학에서 유학을 하던..'하고 말하자 역시나 반색하며 맞아주신다. 기억해 주셔서 참 감사한 기분과 함께, 작년에는 먹지 못한 그 '마리에 카레'를 주문했다.




이것이 마리에 카레라는 것.


옆의 설명서(?)를 보면, 2003년 4월의 성지순례객으로부터 시작된 메뉴라고 한다. 보통 카레밖에 팔지 않던 당시, 팬들이 모여 카레를 함께 먹으려는데 간사이 출신의 팬 한명이 습관적으로 생달걀을 깨서 카레에 뚝 떨어뜨렸다. 그 모양이 마리에랑 닮은 것에 착안하여, '마리에 카레'라는 신메뉴가 개발되었다.


2003년이면 7년 전, 학부대학에 입학하던 시절의 이야기로군.





카레로 점심을 먹으며 창밖을 쳐다보자 호숫가와 파아란 하늘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운치 있네..


카레를 모두 먹은 후, 성호정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1시간 5백엔, 2시간 800엔. 체크인까지 시간도 넉넉하니 천천히 돌자. 주인마님께 식수를 받아 채우고 키자키 호수 여행에 나섰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10일차, 9월 3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키자키 호수 캠핑장


예전부터 여름에 자전거로 호수 한 바퀴 도는 것을 좋아했다. 기원은 아마 2003년 여름에 가족여행으로 갔던 보문호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로 한여름의 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빼어난 여행코스. 더욱이 미즈우미(湖=호수)라서 더욱 각별하지 않은가 싶다.


참고로 이번 2010 한여름 페스타에서는 호수여행만 총 3번에 달한다. (나가노현의 키자키 호수, 교토의 비와 호수, 아오모리의 토와다 호수)




첫 번째 목적지는 키자키 호수 캠프장. 이것도 정통이라면 정통이다. 오프닝에서부터 미즈호 선생이 등장해서 손가락질하는 유명한 장면에 나왔거든.





경치가 정말 환상적이다. 작년에는 뿌옇게 비가 와서 흐린 날씨였기에,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 한여름의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키자키 호수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줄은 나도 몰랐다.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키자키 호수에 발을 담그고 잠시 서서 경치를 바라보았다.
어~허라, 시원~ 하다. 발도 시원하고 바람도 기분 좋고, 하늘은 청명하고.


그리고 캠프장을 떠나기 전, 여기서 기웃거리며 까불다가 그만 Suica를 떨어뜨렸다. 톡~ 톡~ 하고 튀기다가 물 속에 첨벙.

.....

빼꼼히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니 물이 맑아서 저어~기 밑에 스이카가 보이기는 하는데.. 이거 상당히 지금 곤란한 상황 아닌가? (...)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서 무언가 일하고 있는 어떤 청년이 보였다.

"저기, 이 호수... 이쪽은 깊이가 어느 정도 될까요?"
"응? 한 1미터 정도는 넘을 거야. 왜그래?"


사정정취(?)를 한 청년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잠깐 기다려봐.'하고는 건물에 들어가서 반바지를 갈아입고 나왔다.

"어디서 왔어?"
"에, 한국이에요."
"좋아, 일본남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지!"
".....^^;;;; 여기서 일하시나요?"
"そうです! 이 캠핑장의 '보스'입니다!"
".....오메, 사장님이셨군요;; 죄, 죄송합니다."


으와, 사장님한테 말 잘못 걸었구나~ 하고 쭈볏하는데 이 사장청년(?)의 말,

"뭐 괜찮아. 마침 더운 참이었으니까 잘됐지. 대신에,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말이야, 일본의 나가노 키자키호수라는 곳에, 잘생기고 상냥하고 멋진 이케맨(..) 보스가 있었다고 친구들한테 널리 자랑해줘~?"

..그래서 미즈우미는 지금 이 '잘생기고 멋진 이케맨 보스'(...) 이야기를 약속대로 자세히 적고 있는 중이다. 설마하니 이 사장님께서도 내가 개인 취미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인물일 줄은 몰랐겠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러고서 사장님은 물 속에 뛰어들더니 금방 스이카를 번쩍 집어올려 주었다. 와, 정말 감사감사. 내가 옷을 벗고 뛰어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단지 말걸어본 것만으로도 스이카를 일부러 되찾아준 키자키호수 캠핑장의 잘생기고 매너좋고 상냥한 이케맨 보스님(....)께 감사를....

하는데 이 보스 청년이 스이카를 딱 보더니 하는 말,

"왓! 테츠무스다, 테츠무스! 이거 어느 노선의 아가씨야!?"

....

설마하니 철도아가씨 시리즈를 알고 계신 사장님이셨을 줄이야!?


이케맨 사장님(...)의 뒷모습.

* 2010 한여름 페스타 10일차, 9월 3일 금요일 오후 2시
키자키 호수 일대





묘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하여간에 스이카도 무사히 되찾았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키자키 호수를 계속 돌았다. 서쪽 북알프스 산맥쪽에 구름대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여전히 맑았다. 덕택에 구름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호숫가의 환상적인 자연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마이쿠네 집을 거쳐, 위쪽으로 한바퀴 쓱 돌고 나면 절반 정도 왔다.




농촌 정경이 그야말로 고향의 정서를 자극한다. 9월 초인가... 한두달 있으면 벼 수확의 계절이 시작될 듯. 중고등학생 시절, 산중턱에 자리잡은 학교에서 창밖을 쳐다보며 풍년이 어쩌고~ 운운하던 추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하다.



우미노구치 역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조만간 전철이 도착하는 듯. 방명록에다 글 남기고 촬영한 후에, 내일 떠날 때 나머지 촬영을 하기로 하고 통과했다.



광활한 한여름 호숫가의 하늘을 구경하다가, 뒤로 돌아보면 그곳에 헤리카와 상점.




헤리카와 상점에서는 주로 포키(빼빼로)를 구입한다. 오네가이 성지순례자로서 안 살 수가 없는 과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냉동실 속에 잘 얼려둔 포키. 아가씨 2명이 가게를 보고 있다. 미이나와 카렌을 상상하며, 한편으로는 나카하라 마이씨와 시미즈 아이씨를 상상하며, 포키와 더불어 홍콩의 성지순례 매니아가 제작한 성지순례북을 한 권 구입.



포키를 입에 물고 이나오 역과 오네츠 오프닝에서 등장한 루트를 따라 성호정으로 돌아오니 3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2시간 사용했으니 800엔을 지불하고, 성호정 주인마님과 물을 마시며 이야기.

"한국 드라마를 예전엔 전혀 안 봤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특히 그 아이리스..."
"아, 한국에서도 많이 떴던 작품입니다. 일본의 아키타에서도 촬영을 했었죠."


실로 난감한 것은, 일본의 어디를 가든지 한국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 없더라고. 헌데 미즈우미는 당연히 한국드라마는 거의 안 보고 일본 애니와 미소녀게임만 죽어라 두드려댔으니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해진다. 이거참 나중에 교양을 위해서 한국드라마를 일부러 시간내어 봐야 할 판국. 주인마님의 한국드라마 예찬은 줄줄이 이어졌다. 맺고 끊는게 긴장감을 높이는 곳을 정확히 노리더라, 배우들 실력이 정말 좋더라,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더라.... 아, 그렇습니까.

이어서 일본 청년의 성토로 이어지는 상황.

"일본의 청년들은 너어~무 약해서 말이지요. 들어간 회사에서도 2~3년 내로 도로 나오고 다시 이직하고. 그런 경우가 많아요. 걱정이에요. 여러모로 한국에 추월당해서. 지금 한국은 삼성이라든가 기업들이 정말 힘내어서 따라잡고 있는데, 일본은 앞날이 걱정이 많아요."
"아, 아하하하하하^^;;;;;;"
"사람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할까요. 애들을 한두명만 낳아서 기르다 보니 집중력과 참을성이 부족해서.. 특히 요즘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활동을 점점 시키지 않는 추세예요. 운동을 시키느니 영어나 수학만 죽도록 가르치고. 그러나 그렇게 크면 과연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에 비하면 한국은 대단해요. 우선 군대를 다녀와서 훨씬 정신적으로나 성숙해 있잖아요."


...이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대체 일본의 뉴스와 미디어들은 무슨 이런 잘못된 인식을 일본의 전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냐. 게다가 일본의 단점으로 지목된 대부분의 현상이 지금 한국에서도 마구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orz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이야기를 앞으로 수~도없이, 그야말로 전국 어디를 가든지 계속 듣게 되었다. 가는 곳마다 한국의 우수성과 교육열, 군 복무로 인한 바른생활 남자의 태도와 드라마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일본은 이젠 다 갔어~ 요즘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너무 걱정이야~ 같은 이야기.


이야기를 적당히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온 것은 3시 50분 정도.
체크인까지 남은 시간 동안, 놀이터에 앉아 차분히 명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10일차, 9월 3일 금요일 오후 4시
키자키 호수 료칸, 알펜하임 산정





알펜하임 산정. 2009 한여름 페스타에서도 신세진 바 있는 료칸. 초창기 오네티 제작시 스태프와 성우진이 이 료칸에서 묵으며 각종 사인을 기념으로 남겨준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헤리카와 상점과 성호정과 더불어 성지순례자들이 반드시 들르는 3대 건물의 하나가 되어 있다. 즉, 오네티 성지순례자 대부분이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는 이야기. 이미 알펜하임 산정의 숙박자 80%는 오네티 성지순례자들이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이에 알펜하임산정에서도 '오네티 플랜'이라는, 일반 숙박비보다 얼마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성지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주인마님과 따님 두 분께서 운영을 하고 계신다. 언제부터 이 료칸을 운영하셨는지 여쭤보니 현재 주인마님께서 태어나기 전부터 몇 대째 계속되고 있다던가. 생각보다 역사가 있는 료칸이었군.

체크인을 하며 맡겼던 짐을 받았다.

"오늘은 혼자세요."
"아, 그렇습니까?"
"방금 전에 도쿄외국어대 학생들이 다 돌아가서, 이 료칸 전체에서 숙박자가 딱 혼자이시군요. 원래는 오늘 문을 닫고 휴관을 하려 했는데, 전부터 예약을 해주신데다가 와본 적이 있는 한국인이셔서^^"


숙박객 딱 나혼자를 위해서 료칸 전체의 문을 열어주시다니 이런 각골난망할데가...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 구조는 예전과 다를 바 없구만. 방금 전 호수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느라 땀이 많이 흘렀으니, 우선 유카타로 갈아입고 목욕을 했다. 최근에는 방마다 인터넷도 개설해 두어서, 프론트에서 따님께 랜케이블을 달라고 해서, 인터넷을 잠시 하다가, 누워서 잠깐 쉬다가, 오후 6시가 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냥 잠만 자면 5천엔, 저녁식사를 포함하면 7천엔이다. 이 식탁이 2천엔짜리 정통 료칸식이라는 의미. 혼자 두고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식탁이다.


식사를 마치자 주인마님이 '한 잔 어떠세요?'하고 무려 '오네티술'을 따라주시려는데, 간이 안좋아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먹고 죽자!하고 1초간 생각했을 정도. 아, 억울해... 마시고 싶어, 오네티술!! 공짜로 눈앞에 굴러들어온 것을 차버려야 하다니, 왜 내 간은 술한잔도 못버티는 허약한 간인 것이냐!!! (...)


하면서 대신 따라주신 콜라로 목을 축이며, 식당의 전시물을 휘~휘 둘러보았다. 언제 봐도 감탄이 올라온다.

그 이후는 주인마님과 둘이서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타 지역에서 온 성지여행객이 있으면 주인마님께서 적절히 조인트(?)를 해주기도 하지만, 오늘은 숙박자가 혼자뿐이라.. 다행히도 주인마님께서도 즐거이 대화에 참여해 주셨다.


"한국인 유학생과 결혼하신 감독님은 매년 이곳에 놀러와 주세요."


그 아저씨, 기왕 오시는 김에 오네티 올드팬 오프모임이라도 한 번 열어주면 기쁘게 달려가 줄 텐데... 하며 콜라로 다시 목을 축이며, 지도 위에 손으로 짚어 가며 호수를 한 바퀴 다녀온 이야기를 쭉 나누었다.


"저는 이곳 키자키호수의 경치를 보면서, 아..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좋구나~ 싶어요. 저도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는 농촌에서 살았거든요. 아쉬운것은 바다나 호수가 전혀 없어서.. 어린 시절부터 제가 이런 곳에서 자라났더라면 조금 더 제가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태어날 때부터 여기(키자키 호수)서 쭉 살아온 저로서는 글쎄요^^"


아니, 충분히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할 뿐이지. 그런 면이 도시를 살면서 각박한 마음을 익혀버린 저에게는 너무도 부럽기 짝이 없어요. 앞으로 또 얼마나 마음을 더럽혀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그걸 생각해보면 가슴이 아파져와서...


대강 방명록 작성을 마친 후 주인마님께 인사를 올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오후 7시 4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저녁식사를 6시경 먹으러 내려갔으니 정말 오래 있었구나. 폐가 되지는 않았을는지...


적당히 세면세취를 끝내고, 9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도 잠을 거의 못 자고 밤새기로 여행준비를 했다. 오늘은 키자키 호수까지 한 바퀴 돌았으니 잠이 아주 자알~ 오겠지. 꼴까닥. (?)



* 2010 한여름 페스타 11일차, 9월 4일 토요일 오전 5시 30분
  키자키 호수 일대



아직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오전 5시 30분에 키자키 호수를 산책.. 조용~ 한 정적에 싸인 키자키 호수. 안개가 자욱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멀리까지 쫙 보이는 이 느낌... 좋군. 오늘도 날씨는 아주 맑을 듯하다.





JR패스 2일차. 9월 4일 토요일. 오늘은 키자키호수에서 출발하여 카나자와 대학을 거쳐 교토로 가야 한다.


하루의 일정을 하나님께 보고드리듯, 간단한 찬양의 흥얼거림과 기도로 아침 경건의 시간을 마치고, 알펜하임 산정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마치 항례의 전통처럼 주먹밥을 만들어 선물로 주신 주인마님께 감사.

오전 7시 33분에 우미노구치역에서 전철이 출발하므로 발걸음을 빨리 하자.








아름다워서 무어라 표현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 키자키 호수변을 따라 걸으며, 오네가이 티쳐 앨범 Stokesia를 쭉 들었다. Shooting Star, あの日の君へ, Senecio, I Can't Get Over Your Best Smile, LOVE A RIDDLE 등... 무엇 하나 빠질 수 없는 I've의 주옥같은 명곡들이다.


더욱이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 주일의 아니서머 2일차에서 본래 스케쥴에도 없었던 KOTOKO씨가 무대에 등장하여 라이브를 해 주었다는 것. Shooting Star를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은 몰랐기에, 지금 이렇게 키자키 호수를 걸으며 그때의 일을 생각하자니... 싱크로율이 올라서 더욱 큰 감동이 벅찬다.




오네가이 티쳐 팬들의 상징과도 같은 우미노구치 역. JR동일본 구역 최서단 미나미오타리(南小谷)로 가는 JR전철이 들어섰다. 작년에는 이대로 도쿄에 올라가 영강강페스타에 참석했었지. 즉, 우미노구치 북쪽으로는 내가 지금껏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의미.





멀리서 보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북알프스 산맥을 바라보며, 지난 2박에 걸친 오네가이 시리즈 성지여행을 회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성지순례'라는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킨 오네가이 시리즈. 2002년 1월에 TV anime로 처음 방송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8년이 넘은 지금껏 수많은 팬들을 아직도 이곳으로 끌어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자꾸 이곳 키자키 호수에 오고 싶어지는 것일까?


아마 부러웠다고 생각한다. 이토록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자신의 집을 가지고, 스스로 돈을 벌고, 자신의 애인 미이나와, 자신을 끔찍히도 따르는 사랑하는 가족(여동생) 카렌과 함께 3명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미칠 듯이 부러웠다.


집 있지, 애인 있지, 가족 있지,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지... 나는 지금껏 30년 가까이를 살아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건진 것이 없는데, 카미시로 마이쿠는 이 모든 것을 단지 고교생 레벨에서 전부 갖추고 있다니, 이런 부러운 자식을 봤나!! TVA에서는 그냥 러브코미디처럼 그려놨지만 잘 생각해 보면 카미시로 마이쿠야말로 정말 보기드문 엄청난 위너다.


그런 말을 어제 했던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나에게 웃으며 주인마님의 말씀.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런 나이부터 그렇게 소년가장으로서 돈을 벌면서 일해야 하는 것이, 많이 힘들지도 모르지요."

"아, 그렇군요."


역시 어르신이 무얼 생각해봐도 깊이가 다르다. 하지만 뭐, 좋지 않은가. 언젠가 카미시로 마이쿠처럼 사랑하는 애인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내 집에서 내 일을 하면서, 조용하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만끽할 날이 오기를 기원할 뿐이다.





동해바다를 향하여 쭉 달리는 전철은 미나미오타리에서 소속이 JR동일본에서 JR서일본으로 바뀐다. 이토이가와(糸魚川)를 향하여 달리는 원맨카.


이 위쪽은 미지의 세계이다. JR패스 개통 2일차, 2010 한여름 페스타 시즌2 이틀째.


이제 앞으로 어떠한 세계가 나의 눈 앞에 펼쳐질지, 참으로 기대가 크다.





2010 한여름 페스타「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Posted by 水海유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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