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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한여름 페스타 17일차, JR패스 개통 8일째, 9월 10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카나가와현 요코하마 부근, 야간특급 선라이즈 세토 라운지
"덜컹덜컹.. 덜컹덜컹..."
선라이즈세토 라운지, 차창에 메론빵과 밀크티 병을 놓고 앉아서 흐릿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전날 세토내해를 떠나 거의 도쿄에 도달해 가는 중. 아무리 노비노비시트라고 해도 침대에서 자는 것과 다르다. 누워서 푹 잤지만 그래도 역시 피곤하다. 하기사, 지금까지의 일정을 생각해 보면, 이미 '피로'라는 단어 한 마디로 표현할 레벨이 아니지만.
'...후.'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차창 밖의 거리가 점차 빌딩의 숲으로 바뀌어 간다. 요코하마를 지나 조만간 도쿄 역에 도달. 기지개를 한 번 펴고는 쓰레기를 챙겨 들고 좌석으로 돌아왔다. 이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도쿄역에 도착하겠습니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17일차, JR패스 개통 8일째, 9월 10일 금요일 오전 7시 30분
도쿄 롯폰기
도쿄역에서 하차. JR패스로 야마노테선을 타고 돌아 에비스에서 히비야선으로 갈아타고 일주일만에 롯폰기로 귀환하였다. 사모님께 인사와 더불어 오미야게부터 전달하고, 방으로 들어가 재빨리 짐정리를 실시했다. 지금까지의 짐을 대부분 내던지고(..) 홋카이도행 짐으로 바꾸는 중.
오후 1시 30분에 신칸센을 타야 하므로 급하다. 밤기차를 타고 도쿄에 오자마자 바로 챙겨들고 홋카이도행. 정신없이 짐 정리를 하고 있는 곁으로 교회 청년들이 학회 준비로 바쁜 듯.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밤에 돌아올 거예요."
"아사히군, 조심히 다녀와요^^"
번갯불에 콩구워먹듯하는 준비과정을 마치고 요시노야 규동을 위장에 쓸어담은 뒤 도쿄역으로 향한다.
2010 한여름 페스타 4번째 시즌, 목표는 그 유명한 홋카이도(北海道) 되시겠다.
홋카이도.. 랄까, 삿포로에 올라가는 루트. 물론, 당연히, 정상루트가 아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해결 불능이라는 사람 빼고는 비추. JR패스로 삿포로에 올라가는 정통 루트는 하치노헤까지 신칸센, 특급으로 갈아타고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 (2010년에는 신칸센이 아오모리까지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 시간을 절감한다면 우에노-아오모리 혹은 아오모리-삿포로의 밤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 왜 저런 루트를??]
왜냐하면, 하치노헤-도쿄에 이르는 신칸센 루트는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돌아올 때 사용할 길목이다. 갔던 길로 도로 돌아오면 재미가 없잖? 기차를 타고 바다 구경하는 맛이 솔솔하기도. 기왕에 올라가면서 시간을 들일 거니까 이렇게 뱅글 돌아서 올라가는 루트.
도쿄-니이가타까지 신칸센 토키, 니이가타-아키타-아오모리는 특급 이나호, 아오모리-하코다테-삿포로는 밤열차 특급 하마나스를 이용한다. 하마나스는 이 날엔 카펫카를 운영하지 않으므로 드림카를 이용.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연이어 걸리는 기차 시간만 17시간.
* 2010 한여름 페스타 17일차, JR패스 개통 8일째, 9월 10일 금요일 오후 1시 12분
도쿄 13:12 → 15:14 니이가타 (신칸센 토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진상의 루트는 상당히 대충 그린(..) 것입니다.
도쿄역에서 2층짜리 신칸센 타는 것도 처음이로군. 위쪽 자리에 앉았다. 평소보다 사람 몸 하나 정도 높아진 창밖 풍경에 넋이 나간 채로 있다 보니 금방 니이가타에 도착했다. 나가라와 함께 유명한 쾌속 문나이트에치고가 도쿄-니이가타를 왕복한다. 신칸센 타고 달리니까 생각보단 별로 멀지도 않군. 이 거리를 쾌속은 밤새 달린단 말인가.
그래서, 이곳은 니이가타현의 신칸센 니이가타역이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 니이가타에는 2년 전 가을에 딱 한번 와본 적 있다. 한인교회의 여행으로. 그때 함께 여행다녔던 사람들은 평안하려나.
신칸센은 니이가타 역이 끝자락이다. 더 이상 신칸센을 타고 갈 수 없으니, 이제 특급 이나호(特急いなほ)로 갈아타고 아키타를 거쳐 아오모리까지 올라간다. 오후 3시 30분에 발차하여 밤 10시 1분에 아오모리에 도착한다. 결론은? 저녁밥을 사자!
요거이 그 저녁밥. 부타동(돼지고기덮밥)처럼 생겨갖고 가격이 무시 못한다. 역도시락(에키벤)이 일본에서는 꽤 고급 도시락이라 천엔 정도 줬던가. 무언가 고급 품질의 식재료를 썼다고 광고를 좔좔 하지만, 별로 식도락가는 아닌고로. 그래도 여행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전날 무리한 몸에 약간의 체력회복을 주고 싶기도.
슬슬 이나호에 올라타자. 여기서 내리는 것은 6시간 30분 후인 밤 10시. 그리고 아키타를 통과하는 순간, 미지의 최북단에 발을 디딘다.
아키타부터 북쪽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고로 기대가 되는군.
* 2010 한여름 페스타 17일차, JR패스 개통 8일째, 9월 10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
니이가타 15:30 → 19:21 아키타 19:21 → 22:01 아오모리 (특급 이나호)
태어나서 이토록 북쪽으로 올라가본 것은 처음이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 흘러간다. 동해바다를 끼고 북으로 올라가는 기차여행의 즐거움. 귓가에서는 다카포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전날의 성지순례를 기념한다. 실로 평화롭구만.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방금 전에 구입한 에키벤으로 식사를 했다. 마실 것은 오후의 홍차 밀크티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의 진목적, 가장 좋아하는 제1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선생의 「빙점」을 꺼냈다. 보다시피 제법 두툼하다. 범우사의 고전시리즈가 어지간히 두꺼워야말이지. 일본에 올 때도 고민했다. 안 그래도 짐도 많은데 이것까지 넣어서 들고 갈까. 홋카이도 올라가는데 빙점 책까지 들고 가다니 짐만 늘어날 뿐이...지만, 이것도 성지 여행이니까.
성지순례는 항상 최상의 준비 속에서 이루어져야 진정한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 그런 신조로 이런 무겁고 두툼한 책을 갖고 홋카이도로 향하는 나는 바보인가?
기왕 가져온 빙점을 살짝 읽다가, 이내 남는 시간은 거의 대부분 뻗었다. 어젯밤엔 시마나미 해도 사이클링을 마치고 밤샘기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와 막바로 지금 홋카이도를 향하는 중이니. 마침 옆자리도 비었겠다, 아주 대자로 누워서. (..)
그리고 처음으로 아오모리땅에 발을 디뎠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17일차, JR패스 개통 8일째, 9월 10일 금요일 오후 10시
아오모리 (青森)
아오모리현의 아오모리역 앞. 아오모리는 일본 혼슈의 거의 최북단이다. 세이칸터널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해저터널) 을 통과하여 홋카이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철도교통의 거치점. 다만 이곳 아오모리역에서 바로 바다를 뚫고 들어가는 건 아니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아오모리라고 하면 사과가 유명하다. 사과... 경상도 사나이라 그런지 사과를 참 좋아하지. 그 외에 볼거리라면 커다란 다리라든가... 있지만, 지금은 보러갈 시간이 없다. 지금의 여행경로에서 아오모리는 길목에 불과하니까. 아오모리 체류시간은 단 40분. 아오모리를 둘러보는 것은 홋카이도를 휘젓고 내려올 때, 다시 볼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아오모리 신칸센 개통까지 앞으로 얼마 안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하여 신칸센 개통을 외치는 북일본 사람들 덕에, 하치노헤까지 안 가던 신칸센이 2011년 12월 4일을 기하여 아오모리까지 개통된다. 삿포로까지 연결되는 건 언제쯤이 되려나.
이것저것 묵묵히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밤기차를 타야 할 시간. 아오모리역으로 들어가 급행 하마나스를 향했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17일차, JR패스 개통 8일째, 9월 10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아오모리 22:42 → 하코다테 → 06:07 삿포로 (야간특급 하마나스 드림카)
야간특급 하마나스. 삿포로와 아오모리 사이를 밤새 달린다. 하마나스에는 선라이즈세토의 노비노비시트처럼 카펫카라고 하여 누워서 잘 수 있는 구조의 차량이 달려 있다. 그것도 지정석권으로 취급되어 JR패스로는 무료 이용가능. 헌데 하필이면 홋카이도로 향하는 날은 차량점검일이라서 카펫카가 안 달려 있었다. 오 마이 갓(...)
대신 '드림카'라고 하는 이름의, 일반 좌석보다는 훨 편한 지정석이 있기에 예약했다. 자리에 누워서 발을 쭉 뻗고, 으~음. 피곤하군. 이틀 연속으로 야간열차를 타는 것은 상당한 체력적 부담과 고통을 야기한다. 시마나미 해도를 자전거로 내달린 바로 당일과 다음날 연속으로 낮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야간열차 이용은 그냥 여행이라기보단 자살특공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버티느라 힘들었다.
세이칸 터널 건너는 중... 이라고는 하지만, 밤에 건너봤자 아무것도 안보여 (...) 낮이라면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 '아, 지금 내가 바닷속 터널을 통과하고 있구나.'라는 감각만 유지하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자리로 돌아와 뻗었다.
무언가 하코다테를 지난 것 같기도 하지만 하도 피곤해서 그냥 맛이 갔던 듯.
다음날 오전 6시, 27시간이라는 기차여행 끝에, 홋카이도 삿포로(札幌)에 도착했다.
Festa.11 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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