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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한여름 페스타 1일차, 8월 25일 수요일 아침 - 대한민국 서울
통산 4번째 일본 출국이다. 2006년 8월의 초대 한여름 페스타에 이어, 2007년 안경회 일본원정단, 그리고 2008년의 토호쿠대학 교환유학이 세 번째.
인천에서 나리타로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보편적인 루트를 가장 마지막 페스타에서야 이용.
평소대로 아침 5시 조금 넘어 기상, 햇살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고, 묵직한 짐을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버스가 집 근처에서 운행하고 있지만, 나는 철도를 좋아한다. 서대문역에서 5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그리고 AREX(공항철도)로 갈아타고 인천공항을 향했다.
AREX는 언제쯤 되어야 서울역까지 확장이 되려나. 확장구간이 홍대입구역을 거쳐가기 때문에, 거기서 갈아타면 훨씬 빠르게 갈 수 있을 텐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경이었다.
순식간에 보딩패스를 발급받고 출국장을 무난히 지나갔다. 좌석은 일본 여행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왼쪽 창가자리. 여행사에 항공권을 예약하면 바로 항공사 홈페이지부터 접속하여 좌석까지 지정해 버리기 때문에, 왼쪽 창가좌석은 몇 달 전부터 확보. 단점아닌 단점이라면, 자리가 부족할 때 비즈니스석에 올라타는 횡재(?)와 아주 담쌓아버린다는 점.
평일 아침인데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인천공항. 최근 인천공항은 해외여행객 최대기록을 경신했다던가.
신설된 탑승동까지는 셔틀전철(?)을 이용해서 갈 수 있다. 5분 간격으로 운행하니 급하게 선수를 칠 필요도 없었다.
창밖에 타고 갈 델타항공 DL90항공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워낙 많이 남았기에 면세점 구경도 하고, 살 것은 없고. 대기하며 홀리벨로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료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 편하다.
탑승해보니 흡사 버스좌석(...)을 연상시키는 항공기 내부와 식사. 35만원짜리의 값싼 티켓이니 뭘 더 바라겠는고. 중요한 것은 나의 몸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느냐 못가느냐의 여부일 뿐이다.
이륙예정시각인 10시 40분이 되었고, 이제 항공기는 활주로에 올라섰다. 천천히 이륙을 시도하... 려다가 갑자기 이륙 직전에 우뚝 멈춰선다. 응?
"승객여러분, 지금 엔진이 고장나서..."
.........................뭣이!?
비행기 속에서 한시간쯤 멍청~히 대기하고 있다가 정비팀이 엔진 고치고 나서 이륙하여, 한 시간 늦게 도쿄에 도착했다. 농담이 아니고 날아가다가 고장이 났으면, 수험이고 나발이고, 그대로 일본행이 황천길이 될 뻔했던 듯한 기분이 들지만... 멀쩡히 도착했으니, 뭐 됐나.
[캬~ 아깝다. 만약 날아가다가 고장났으면..] (뭐임뫄!?)
아래에 보이는 것은 교토 근처의 비와 호수.
구름에 겹겹이 싸인 후지산.
그나저나 그 항공기, 이어서 미국으로 가던데 잘 갔으려나 몰라.
* 2010 한여름 페스타 1일차, 8월 25일 수요일 낮 - 나리타국제공항
예상치 못한 트러블로 늦어졌다. 일반 여행객이라면 시간이 아까워 펄쩍 뛸 상황이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는고로.. 나리타공항에서 느긋하게 입국수속을 밟았다.
여권에 관광비자를 받고, 지문과 사진을 찍고, 짐을 찾고, 각종 수속도 완료하고 나와 보니 눈앞에 티켓피아 분점이 있다. 윽, 이럴 줄 알았으면 아니서머 티켓 수령장소를 티켓피아로 지정해놓는 건데... 하며, 지하 1층에 있는 JR미도리창구로 향했다. 목표는 JR패스 발급 및 좌석 예약.
JR패스(Japan Rail Pass)는 JR 전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한 철도패스. 유명하니까 딱히 설명은 필요 없겠지. JR패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첫 일본여행을 두루 준비하던 2006 한여름 페스타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JR패스로 전국여행을 다닐 날이 올 거야.’라는 기대를 가졌었고, 5년이 지나 이렇게 꿈은 이루어졌다.
JR패스는 관광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여행자만이 쓸 수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고, 반드시 해외 여행사를 통해서 구입해야 한다. 개시 3개월 전부터 살 수 있다. 이번에 신청한 것은 14일 보통권으로, 4만 5천엔을 7% 할인받아 4만 1천엔 가량에 구입하였다. 자체 적용환율이 약간 높기는 한데, 계산해 봐도 할인폭이 더 크더라고. 한국에서 구입하면 바로 JR패스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환권’의 형태로 도달하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미도리창구에 가서 JR패스로 바꾸어야 한다.
JR패스 인환권을 내밀고 JR패스를 교부받았다. 9월 3~16일의 14일. 이어 미리 준비한 예약 시트를 내밀었다. 아가씨가 예약 시트를 가지고 꼼꼼히 확인하며 들여다보며 티켓을 발급하고 있다. 주말.. 즉 금요일 저녁에 걸린 아케보노가 매진이어서 하마나스 카펫카로 변경하려니 이건 또 카펫카가 운행을 안 하는 날에 걸려서 드림카로 변경. 설명은 나중에 하겠지만, 홋카이도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일정은 체력적으로 꽤 고생하였다.
JR패스 교환과 지정석 티켓 발급을 마쳤으면, 나리타공항에는 이제 볼일이 없다. 서민들의 애용품(?) 케이세이전철을 타고, 우에노를 거쳐, 숙소 근처에서 하차.
오, 이게 어디야, 1년 만에 보는 롯폰기가 아닌가! 별로 달라진 것은 없군.
* 2010 한여름 페스타 1일차, 8월 25일 수요일 저녁 - 도쿄 숙소
2010 한여름 페스타의 베이스캠프(?)가 이곳이다. 작년 2009 한여름 페스타 때에도 장기 신세를 졌던 곳에서 지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보아도 다행이다. 하룻밤 자는 데 15만원은 깨지는 이런 고급동네에 돈 한푼 안 내고 한 달 동안 신세를 지다니...
교회에 도착하여 인사를 드리고, 어머니로부터의 선물(풍기인삼..)을 전달하고, 짐을 정리했다. 목사님이 웃으며 말씀하시기로,
목사「아사히씨, 오늘은 맛있는 걸 대접할게요. 자, 초밥을 먹으러 갑시다!」
유세현「아니 저 초밥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야, 정말입니까? 이거 너무 폐를 끼치게 되어 어떡하죠? 그 귀한 걸^^ 감사히 먹겠습니다!」
.....언제 날 잡아서 내가 해산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 지금까지 얻어먹은게 얼마어치인데. 그냥 내가 초밥에 익숙해지는 게 낫겠다. (먼산)
목사님 내외분과 따님과 나.. 의 4인 조합으로 고급으로 보이는 초밥집에 들어가서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하였다. 따님이 도쿄 디즈닐랜드 365일 이용권을 끊고, 거의 매주 줄기차게 놀러간다는 이야기도 귀동냥으로 들어가며. 한국의 롯데월드에도 그런게 있었던 것 같고... 막판에 따님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따님 : 저기, 하나 여쭤봐도 돼요?
유세현 : 네, 뭐죠?
따님 : 작년부터 궁금했는데.. 테니프리 좋아하세요?
유세현 : ...(마침 입고 있던 옷이 테니프리 티셔츠)
알고보니 따님은 테니프리 뮤지컬의 팬이었다. 작년 따님의 친구가 놀러왔을 때,
친구 : 드디어 테니프리 코스프레 산거야?
따님 : 아니, 무슨 말이야?
친구 : 하지만 말야, 저기 빨래대에 테니프리 티셔츠가 널려 있잖아?
라는 일이 있었다든가 뭐라든가! (먼산)
그렇게 초밥 식사를 마치고, 목사님이 사 주신 스타벅스 커피(카라멜 마키아토)까지 입에 물고, 천천히 롯폰기 밤거리를 산책하듯 걸어서 아니서머 티켓팅을 하고 왔다.
아니서머 양일 티켓. 피아티켓의 선행추첨에 당첨되어 좌석을 확보하였다. 하루 콘서트 티켓값 8,500엔에다가 특별발매이용료 500엔+발권수수료 105엔에 시스템이용료 210엔을 때려서 장당 9,315엔.. 양일 토털 18,630엔, 즉 당시의 14배 환율로 26만원에 달하는 거금이 투입되었다.
아니서머 양일 티켓은 이미 몇달 전부터 확보되어 있었다. 올해 외국팬들을 위해 아니서머가 JTB등과 제휴하고 해외플랜(아니서머 방일 오피셜 투어)을 구비했지만, 굿즈와 숙박호텔과 양일티켓을 패키지로만 팔아서,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부르주아용 패키지... 그냥 티켓만 팔아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텐데.
옥션질이나 할까 했지만... 피아티켓 선행발매에서 무사히 당첨을 받았다. 선행티켓 걸리면 지정된 기간 내로 입금해야 하고, 아니면 취소가 되는데, 카드로 긁어서 무사 입금. 이후는 그냥 이렇게 일본에 직접 와서 티켓팅을 하면 되는 것. 수수료가 꽤나 많이 나와서 티켓 하나당 100달러씩 결재된건 좀 아팠지만.
숙소로 돌아와 잠들기 전, 잠시 밖으로 나가 보았다. 무척 가까운 곳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도쿄타워. 한여름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몇 주 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있다는 도쿄의 하늘. 동그란 보름달이다.
방금 전에 마트에서 사들고 온 메론소다로 목을 축이며, 단지 다정한 기분으로 그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1년 전에 그랬듯.
그 날, 나의 천사 호리에 유이님은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2일차, 8월 26일 목요일
아침...
언제나처럼 5시에 일어나 아침 경건의 시간을 드리고, 슬슬 걸어서 어제 저녁에 먹으려다 못 먹은 요시노야의 규동을 아침으로 먹으러. 규동 오오모리+미소시루+김치 셋트가 500엔.
방에 돌아와서 공부.
점심...
많은 추억이 잠긴 맥도날드로 가서 쿠폰을 내고 500엔으로 빅맥셋트를 먹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발매하지 않은 쿼터 파운더를 먹는 것은 내일저녁이나 모레가 되겠군..
방에 돌아와서 공부.
저녁...
100엔샵에 가서 잡다한 품목을 조금 사고, 다이에 (마트 이름) 에서 바나나와 메론빵 등을 98엔에 획득. 우걱우걱 먹고... 잠시 밖에 나가서 도쿄타워 쳐다보며 바람 좀 쐬다가..
방에 돌아와서 공부.
카드캡터 사쿠라가 지팡이를 휘둘렀던 '성지'인데도 아직도 안 가본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는 중.
다음주 수요일에 걸어서 다녀올 예정.
일본..그것도 야마노테 라인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아무하고도 안 만나고 아무데도 안 나가고 방에서 하루종일 그저 조용~히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특별히 일본어를 쓴다는 의식조차 하지 않고 있다보니, 지금 일본에 있는 게 맞나???하는 느낌까지. 마치 한국의 학교 도서관 4층에서는 지금쯤 또 한명의 미즈우미가 열나게 공부하고 있을 것 같은..... (이런 잡생각은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씨한테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오늘의 느낌은 딱 '폭풍전야'랄까. 아마 일본에서 이렇게 아무데도 안 나가고 조용히 방에서만 말없이 지내는 날은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내일은 당장 시험칠 곳을 미리 답사(?)하러 가야하고, 토요일부터 아니서머, 대학원 입시시험, 가라오케 9시간, 도쿄타워 방문, 면접과 Keep the ANGEL BEATS! 라이브, 그 다음날부터 JR패스 개통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쥴이 시작된다. 앞으로 9월 20일까지 한 달 가량... 무사히 모든 일정을 잘 마쳐야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처럼 방에서 아무와도 안 만나고 먹을거 사러 잠시 나갔다 들어오기만 하고 말없이 방안에서 멍~ 때리고 있는 것도 괜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2010 한여름 페스타 3일차, 8월 27일 금요일 오전
오전에는 연구실에 가서 교수님께 잠시 인사를 드린 후, 시험당일 이동 예행연습 및 고사장 확인을 실시하였다. 철도를 탈 때는 이것이 꽤 중요하다. 어디서 내리고 어디서 갈아타고 몇 번째 차에 타야 최단거리로 이동할수 있는지... 등. 그 외에도 고사장 위치를 파악해 두고,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어떻게 걸어 다닐지 등을 미리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스스로 실시한 ‘입시 예비소집’이랄까.
혼고캠퍼스까지는 도쿄메트로지하철, 히비야선과 마루노우치선을 이용키로 했다. 히비야선 롯폰기역에서 승차, 카스미가세키(霞が関)역에서 마루노우치선으로 갈아타고, 혼고3쵸메에서 내려 대학으로 걸어 들어간다. 예상되는 시각과 혼잡 분포를 생각해서 루트를 결정하고, 어떻게 걸어 대학으로 들어가 어디서 휴식을 취하고 고사장까지는 어떻게 이동하는지 동선을 미리 다각도에서 테스트해 보았다.
점심은 유명한 강당 지하의 중앙학식을 이용하되, 위장에 무리가 없는 덮밥류가 괜찮을 것 같다. 마치고 나면 가장 먼저 시험을 치르게 해 주신데 대한 감사 기도를 올리고, 같은 루트로 돌아온다. 고사장 위치도 파악이 끝났고 수험번호와 앉을 자리도 정확하다. 음, 좋아. 완벽해. 당일 시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숙소로 돌아와 맥도날드에 들어섰다.
한국에서는 아직 팔지 않지요? 쿼터 파운더. 1/4 파운드 무게의 햄버거라는 의미이다. 일본어 발음으로는 코~타 파운다. 센다이점에서는 작년 3월 말에 처음 발매가 되었다. 크기는 저렇게 커 보여도 만들기도 빅맥보다 간편하고, 주문 들어오면 손쉽게 만들었던 햄버거.
더블 쿼터 파운더를 시켰다. 쿼터 파운더용 패티가 2장 들어 있으며, 먹으면 꽤나 고기량이 많아서 포만감을 불러오고 힘도 붙기 때문에, 알바 시절에는 자주 먹었다. 하루 7시간씩 알바를 하다보면 지치는데, 중간에 쿼터 파운더 한개 먹고 나면, 으음...
음료수가 모자라서 자판기 음료수 한 개 더 뽑아와서 먹고마시고 한잠 자고 나가면 나머지 시간 채우고. 그걸 매주마다 한 덕택에 혈압이 폭주를 했나?^^;;;
오옷, 이것은 빅맥 한 개 2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쿠폰이 아닌가!
언젠가 간식거리로 해치워주지!
* 2010 한여름 페스타 3일차, 8월 27일 금요일 오후~저녁
도쿄 롯폰기 토리교회
남은 시간은 모조리 공부를 하며 보냈다. 이제 내일은 아니서머 첫째 날. 그리고 주일은 아침에 주일예배와, 아니서머 둘째 날. 그리고 대학원 입시. 사실상 공부의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총정리를 하면서 마음이 영 불안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쌓아 온 모든 것이 어딜 가겠나,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블로그에는 ‘히키짓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지만, 그 히키짓이 사실은 공부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Festa.11 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2ndArea.마법사의行方 > 러브히나 대학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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