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10대여행
'여행기'에 대학원 입학시험 이야기를 적어도 되는가에 관해서 잠시 고민을 해 보았다. 2010 한여름 페스타는 3권분립의 원칙으로 나누어진 3개 영역이 '삼위일체' 즉 최초로 힘을 합친 처음이자 마지막 대여행이므로... 적는 것으로 하지.
애시당초 동대입시를 치른 사람이 너무도 드무니까 시간때우기용 구경거리는 될 듯하다.
시험날에는 에리스를 가져가지 않았으므로 사진은 모두 러브히나의 스샷으로 대체한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6일차, 8월 30일 월요일 오전 6시 - 이동
자명종 소리를 듣기도 전인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간단히 고양이 세면을 마치고, 가방 속에 수험표와 필기도구와 박카스 2병이 잘 들어 있는가 다시 확인한 후, 길을 나섰다. 근처 요시노야에서 규동셋트로 아침을 해치우고, 역으로.
지난 주 금요일에 미리 파악해 둔 동선을 따라 혼고3쵸메역을 향한다. 카스미가세키 역에서 마루노우치선으로 갈아타고 20분만에 도쿄대학 혼고캠퍼스에 무난히 도착했다.
케타로는 빨간문(아카몬)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지만, 공학부 건물은 강당 근처에 있으므로 나는 정문으로 들어갔다.
러브히나에서는 입구에서부터 수험표 체크를 하지만, 실제로는 수험표 체크는 전혀 없었다.
고사장의 위치도 미리 파악해 두었기에 어렵지 않게 위치를 찾았다. 현재시각은 7시 30분... 토플은 9시에 시작하고, 고사장 입실은 8시 30분부터니까, 아직 한 시간 가량의 여유가 있다. 공학부 건물 바깥에 보면 야외 카페테리아가 있다. 워낙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 하나 없이 텅 빈 상태.
마침 잘됐다. 의자 위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하도 오랜만에 애니송 라이브에서 날뛰다 보니, 아무래도 피로가 다소 남아 있는 모양이다. 팔근육도 제법 알이 배겼고.
시간이 흘러 8시 30분. 이젠 주변에 수험생들이 의자마다 꽉 들어찼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탁자 주변으로는 한국인 학생들이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다. 말없이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무래도 일공 유학생들인 모양. 즉, 학부 때부터 일본에서 국비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라는 것은 일반전형 시험을 보나 보다.
도쿄대 입시에는 크게 2가지 전형이 있다. 일반전형과 외국인특별전형. 일반전형은 말 그대로 일반전형, 일본인 학생들과 더불어 일본의 학부를 졸업한 외국인들도 반드시 일반전형으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외국인특별전형은 외국에서 소정의 과정을 수료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소수의 인원을 약간명 선발하는 전형. 물론 나는 외국인특별전형이고, 월요일에 토플과 전공시험, 목요일에 면접을 보도록 되어 있다. 일반전형과는 과목 및 날짜가 많이 다른 편.
역시나 대학원을 도쿄대 단독으로 시험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곳저곳 다른 학교에서의 수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와세다, 히토츠바시, 요코하마... 토호쿠도 있군. 이미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들은 '노는 맛을 알아버려서 공부가 잘 안돼~'같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럽구만.
아침에 미리 와서 한숨 자고 나니 개운하다. 일어나서 고사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화장실에 갔다가 박카스를 한 병 마시고 목을 살짝 흔든 뒤, 말짱한 정신으로 고사장에 들어갔다.
고사장에 들어갈 때는 수험표를 확인한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6일차, 8월 30일 월요일 오전 9시
도쿄대학 혼고캠퍼스 토플 고사장
케타로가 시험을 치른 곳은 고마바캠퍼스 교양학부 건물로, 위 스샷은 일본의 대학강의실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다. 내가 시험을 치른 곳은 새로 만들어진 신설동인가 보다. 시설이 제법 괜찮더군. 의자와 걸상도 새것이고.
학과마다 요구사항이 다르지만, 공학전공의 경우엔... 선택이 가능하다. iBT 토플을 미리 봐서 그 성적을 제출하든가, 와서 나처럼 토플을 응시하든가. 본디 영어에 약한데다 전날 아니서머 참석까지 있기에 iBT 토플 성적을 제출하고 오전에는 쉴 생각이었다. 거대한 금전적 대가를 치르고 iBT 토플을 미리 치렀다. 성적도 그럭저럭 나왔다. 다만 성적표가 응시원서 발송할 때까지 오지 않아서 기관토플로 선회한(...) 다소 어처구니없는 케이스.. 그래도 억울하거나 아깝지는 않았다. iBT를 준비하며 독해능력이 직독직해에 가까울 정도로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거든.
9시가 되었다.
"그럼, 시작!"
기관토플은 국내에서도 여전히 시행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으면 학원이나 학교 등에서 4만원 정도의 전형료를 내고 응시할 수 있다. 단, 공인 성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듣기-문법-독해의 3개 과목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응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40문제를 25분내로 풀어야 하는 문법의 압박이 거세다.
본디 미즈우미는 영어듣기가 약하고, 문법은 그럭저럭, 독해가 다소 강한 편. 이날 기관토플은 어째 듣기가 잘 풀리고 문법은 그럭저럭, 독해가 다소 어려운 느낌이었다. 다 풀기는 풀었는데 총점이 몇 점이나 나왔을지 상상도 안 간다. 딱히 기관토플의 커트라인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들었지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군.
11시 30분이 되어 기관토플 종료. 답안시트와 문제지를 제출하고 밖으로 나왔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6일차, 8월 30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
도쿄대학 혼고캠퍼스 중앙학생식당
센터시험(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처절히 망했..다고 생각한 케타로가 도쿄대 입시를 거의 포기할 때쯤에 넋두리 늘어놓는 제4화의 스샷. 도쿄대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 방금 전의 빨간문과, 위 스샷의 야스다 강당이다. 학생식당은 야스다 강당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사전답사할 때 학생식당 찾느라 힘들었다. 운영시간은 평일 20시까지, 토요일 오전과 점심때만, 일요일 휴점... 인 것도 토호쿠와 비슷하다. 거의 전국 공통인 모양.
메뉴야 전형적인 학식메뉴다. 메뉴를 보고, 식권을 구입해서, 지정된 곳에 제출하고, 음식을 받는다. 하이라이스를 얌전히 먹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보리차가 별미다.
점심을 먹고 꼭 한 잠 자는 버릇이 있는데, 밖에 나와 보니 적당히 앉을 곳이 없었다. 어허, 이거 멍~ 한 상태로 있다가 가장 중요한 전공시험을 치러 들어가면 망칠지도 모르는데... 하고 배회하다 보니 정보공학전공 사무실 앞에 빈 의자가 있어서 거기에 앉자마자 잠들어버렸다.
"あの、誰かのお待ちですか？"
"いいえ、ちょっと、昼寝しただけです。起こしてくれまして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적당히 일어날 시간에 깨워 준 정보공학전공 여사무원 아가씨에게 감사를. 다시 화장실을 다녀와서 박카스를 따서 마시고, 고사장에 들어섰다.
* 2010 한여름 페스타 6일차, 8월 30일 월요일 오후 1시
도쿄대학 혼고캠퍼스 공학전공 고사장
공학전공 외국인특별전형 응시자만이 이 고사장에 들어온다. 나까지 포함하여 5명인가. 서양인...은 없는 것 같다. 전부 까만머리에 까만눈동자. 다만 동남아 계열이 한 명 보이고, 나머지는 전부 중국인 삘이 꽂힌다. 여학생이 1명, 남학생 4명의 성비.
왠지 한숨이 나온다. 이 친구들은 학부 4년동안 내내 기계공학 공부를 했을 거 아냐. 나는 단지 반 년 만에 기계공학을 독학으로 공부했을 따름이었다. 전력의 차이는 아무리 잘 봐줘도 뻔하다. 정상적으로 보면, 처절하게 발리겠지.
응, 정말 내가 왜 이런 미친 놈이랑 싸워야 하는 건지...
지금와서 후회하기도 그렇고, 자리에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교수 2분이 들어와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시험지를 배부한다. 같은 문제가 영어와 일어로 프린트된 문제지와, 답안지 4장과, 연습지가 따로 배부되었다. 다른 녀석들은 연습지에 미리 풀어놓고 다시 답안지에 깨끗이 정리하더만, 나는 연습지는 거의 쓰지 않고 답안지에 바로 쓰다 지우다를 반복했다.
"그럼, 시작!"
시험 문제는 단 4문제. 기계공학 수학 2문제와 역학 2문제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어차피 내 공부의 양은 적다. 어떤 문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합/불합이 갈리는 상황. 재빨리 문제를 끝까지 훑어보고 쾌재를 불렀다. 수학은 예상한 곳에서 예상한 문제가 나와 주었고, 역학은 항상 나와주는 진동 문제와 더불어, 질점에 관한 문제. 기계공학 동역학은 크게 질점과 강체의 역학으로 나뉘는데, 질점은 제법 이해가 잘 따라 주었지만 강체는 아무래도 이해가 어렵고 문제도 잘 풀리지 않아서 걱정을 했었다. 이 시험에서 강체가 아닌 질점 문제가 나와 주었으니 이건 승산이 있을지도 몰라!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문제가 4문제인데 주어진 시간은 3시간. 한 문제당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문항 수가 적어서 한 문제를 제대로 틀리면 제대로 불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실수가 없도록 풀고 검산을 꼼꼼하게. 3시간 동안 숨 죽이며 문제 푸는 소리만 계속 들려왔다.
우리야 시험문제 푸느라 죽을 맛이었지만, 앞의 교수님들은 굉장히 심심한가보다. (....) [...]
* 2010 한여름 페스타 6일차, 8월 30일 월요일 오후 4시
"이것으로 시험을 종료합니다."
시험지와 답안지와 연습지를 모두 받아챙긴 교수님의 말씀을 끝으로 곳곳에서 한숨과 탄성이 터져나온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면식도 하나 없긴 하지만... 나머지 4명이 교실을 다 빠져나가고, 텅 빈 고사장에 나 혼자 남았다. 한참동안 가만히 있다가 한 마디,
"아, 끝났다."
무언~가 지난 1년 동안 죽어라고 아둥바둥한 것이 일순간에 끝나버려서인지, 일상의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느낌. 2002년 11월 6일, 2003 수능을 치르고 나온 때를 생각나게 한다. 이제 수능도 쳤으니 청운실(학교부설 특수자율학습실)로 가서 수능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이제 동대입시도 끝났으니, 학부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
하루종일 시험을 치르느라 배가 고프다. 약간 이르지만 저녁을 먹자. 강당 지하로 내려가 곱배기로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와 보니, 한여름의 한중간인지라 아직 해는 저물지 않았다. 며칠째 화창한 날씨인지 알 수 없는 하늘에서는 여전히 강렬한 햇살이 도쿄대를 쬐고 있었고.
도쿄대 강당을 바라보며, 가방 속에서 나나카(MP3)를 꺼냈다.
귀에 헤드폰을 걸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노래가 흘러나온다.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신,
사랑하는 천사님 호리에 유이씨의 노래..
2000년에 이 노래를 처음 입수한 이후로 몇천, 아니.. 몇만 번이나 이 노래를 반복해 들었을까?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는 도쿄대 강당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못했다.
헤매면서, 걸려 넘어져가면서,
흙투성이의 가슴 속 고통, 울면서 떨쳐 버렸었지
입술을 꽉 깨물면서.
현실은 무척이나 쓰라리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뜨거운 꿈의 생명을, 끊어지게 하지 마
현실은 무척이나 힘들지만
어제보다도 뜨거워질 수 있는 생명을 잃지 마
내일을 향한 시간에 지지 않도록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가자, 더욱 더
몇 번이나 상처를 입으면서도 작은 날개를
펼치면서 저 넓은 하늘을 향하는 그대가 좋아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는 매일을 보내면서
최선을 다하는 그대에게 줄게, 웃는 얼굴의 미래를...
- 나루세가와 나루 (호리에 유이) 「笑顔の未来へ」
* 2010 한여름 페스타 6일차, 8월 30일 월요일 오후 6시
"후우..."
긴장감만큼은 2010년 최고를 기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하루를 정리하며, 방앞에서 도쿄타워를 바라보고 있다. 9월 2일 오전 11시 30분에 면접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인적성면접에 불과하니 딱히 준비할 것은 없다. 이제 수험에서 놓인 자유의 몸. 9월 13일에 최종발표가 나기까지는 좀 마음 편하게 있자. 마음 편하게 있지 못할 거 뻔히 아니까 하는 소리지만.
시험도 끝났으니 아키하바라라도 갔다올까? 했지만, 도쿄대에서 아키하바라까지의 교통은 귀찮다. 걸어가기에도 어중간, 전철을 타고 가기에도 어중간.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벽에 등을 기대고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메론소다나 마시고 있다. 평화롭구만.
고대 그리스 시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성격을 4개로 나누었다. 사성론. 밝고 활동적인 다혈질, 츤데레 담즙질, 쿨가이 점액질, 그리고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우울질. 나처럼 경치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멍청~히 서 있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우울질이다. 단, 타 기질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는 해도 '우울증'인 것은 아니므로 오해는 없기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뛰어난 인간은 철학자든 정치가든 혹은 시나 예술의 천재든 우울질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봐도, 왜.. 특수하고도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는 이유없이 우울질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그 기질 때문에 자신의 본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는 본래 능력도 없고 발휘도 잘 안되는 경우이므로 거기까진 생각할 필요가 없나.
'명상벽'이라고 스스로 부른다. 이렇게 무언가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버릇을. 전형적인 우울질의 기질을 타고난 나는,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는 가운데 분위기를 잡고 고독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러고 있었던 것이 유독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고쳐질래야 고칠 수가 없는 버릇. 왜냐하면, 타고난 기질이니까.
일루미네이션으로 빛나는 도쿄타워를 바라보다가, 아니서머2010의 후기를 써서 올리고는 잠자리에 올라갔다.
내일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날려주기 위해서라도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겠지.
잠들기 전에, 나는 공중으로 오른팔을 뻗고 스스로의 얼굴을 향해 팔랑팔랑하며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お疲れ様です！"
Festa.11 청춘18프로젝트~일본편 (2010.08.25~09.20.)
오가사와라 제도 아침 해의 산 (2003-2010) ⓒ 正義の魔法使い 水海 唯Se-hyeon
'■2ndArea.마법사의行方 > 러브히나 대학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Festa.2010] Season.1 #7 도쿄대학 입학시험~면접전형 (0) | 2010.09.02 |
|---|---|
| [Festa.2010] Season.1 #6 도쿄타워 (0) | 2010.09.01 |
| [Festa.2010] Season.1 #5 아키하바라2010 (0) | 2010.09.01 |
| [Festa.2010] Season.1 #4 애니송 가라오케 9시간 백곡대전 (0) | 2010.08.31 |
| [Festa.2010] Season.1 #1 도쿄 한복판의 히키코모리 (0) | 2010.08.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