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항목 : 오가사와라 제도 백합의 하츠네섬 종합관광안내지도 - 대여행기록 - 2010대여행
헤매면서, 걸려 넘어져가면서,
흙투성이의 가슴 속 고통, 울면서 떨쳐 버렸었지
입술을 꽉 깨물면서.
현실은 무척이나 쓰라리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뜨거운 꿈의 생명을, 끊어지게 하지 마
현실은 무척이나 힘들지만
어제보다도 뜨거워질 수 있는 생명을 잃지 마
내일을 향한 시간에 지지 않도록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가자, 더욱 더
몇 번이나 상처를 입으면서도 작은 날개를
펼치면서 저 넓은 하늘을 향하는 그대가 좋아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는 매일을 보내면서
최선을 다하는 그대에게 줄게, 웃는 얼굴의 미래를...
- 나루세가와 나루 (호리에 유이) 「笑顔の未来へ」
10년 전, 2000년 여름... 고교1학년 17세의 미즈우미는 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했다. 도쿄대를 함께 가자는 약속을 나눈 약속의 여자애를 위하여 죽어도 도쿄대를 고집하는 삼수생이 여자기숙사의 여관 관리인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할렘물 러브코미디. 메인 히로인 나루세가와 나루의 목소리가 귀에 착착 감겨들었다. 오사카에서 열렸다는 러브히나 라이브 행사의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고, 그 순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보았다.
호리에 유이라고 하는 일본의 프로성우에게 불타오르는 강렬한 애정과 사랑을 느꼈다. 여신님과, 중학생때부터 이어져온 카캡사의 위력에 눌려 이노우에 키쿠코, 이와오 준코님에 이어 3위라 설정하긴 했어도.. 군입대와 교환유학을 거치면서 방치플레이(..) 전적도 있기는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홋쨩은 천사이자 여신이었다. 처절했던 고3 수험기간과, 군 복무기간, 교환유학을 준비하는 기간과, 센다이에서의 유학기간에 이르기까지, 러브히나의 나루세가와 나루 테마곡 笑顔の未来へ는 몇 천번(만번이 될지도 모름)을 들었는지. 젊은 시절의 고통을 함께 이겨내었다는 추억이 서려 있기에 홋쨩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고 불타오를 수 있었는지도. 그렇기에 토호쿠대학에서 교수가 대학원 어디 갈래?하고 물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도쿄대를 가겠노라 청원할 수 있었다.
다른 대학은 한 군데도 원서를 넣지 않고 오로지 도쿄대 한 곳만 붙들고 인생을 건 진검승부. 화공과를 나온 내가 기계공학을 독학하여 입시를 치른다는 객기에다, 아니서머 이틀을 풀타임 참가한 다음날에 필기시험을 치른 것은 전설이 아니고 레전드급의 네타가 되었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고개가 갸웃할 정도.
지난 10년간의 사랑이 맺은 결실을 확인할 날이 다가왔다. 바로 오늘...
* 2010 한여름 페스타 24일차, 9월 17일 금요일 오전 8시
도쿄대학 혼고캠퍼스 2011년도 대학원 합격자 발표장
14일간에 걸친 일본전국여행으로 피로한 몸을 일으킨 것은 오전 7시 가량. 간단한 세면세취를 끝낸 후, 한동안 신세를 진 교회 교육관을 말끔히 청소했다. 쓰레기 분리수거 및 청소기 돌리기와 각종 짐 정리 등. 두어 시간 가량이 걸렸다.
수험표와 스이카와 홋쨩의 앨범을 챙겨들고 교회를 나섰다.
시험장까지의 예행연습을 거치며 몇 번이나 연습하고 연습했던 그 길을 따라 마루노우치선 혼고3쵸역에 내려 도쿄대에 도착했다.
수험번호 12211번. 합격자 명단에 확실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기어이 합격한 것이다.
이어 도쿄대의 상징, 야스다 강당 앞에서 10년 전에 구입한 홋쨩의 앨범을 품에 안은 채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합격기념사진촬영과 주접(..)을 마치고, 연구실에 가서 교수님과 선배님이 되실 분께 인사를 드렸다. 점심으로 한식당에서 고기를(!) 사주셨다. 전국여행으로 피폐해진 몸에 고기를 먹으니 살 것만 같다.
오래 신세를 진 숙소에서 짐을 빼야 할 순간. 내일부터 학회이기에 호텔예약은 오늘부터 잡혀 있다. 목사님께 합격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신세를 지게 해 주신 목사님의 도우심 덕택입니다, 라는 인삿말도 빼놓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덕택에 이 비싼 롯폰기 땅에서 공짜로(!) 묵어가며 입학시험과 전국여행을 무사히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가량의 무거운 짐을 끌고 헥헥거리며 아사가야 근처의 호텔에 짐을 내려놓았다. 한국의 참가자들은 저녁에 온다니까, 그때까지는 나도 평안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 그 전에 할 일도 있다. 대부분의 짐을 다 정리한 후, 간편한 복장으로 호텔을 나섰다.
빅사이트는 평소에도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관옥상전시장의 광활한 곳에 서서 비너스포트의 대관람차를 바라보자, 태평양에서 무덥고도 습한 한여름의 바람이 불어 왔다. 여름코미켓 두어 번 참가해 봤다. 이제 내년부터 '아마도' 이곳에 오게 되지 않을까. 내년의 언젠가 이 곳에 서는 날이 오리라.
당시포스팅
2010년 9월 17일, 오가사와라 제도 하츠네 섬에서 제3영역권에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
일본 국립 도쿄대학(東京大学; The University of Tokyo) 석사과정에 합격하였습니다. 도쿄대학 생산기술연구소(Institute of Industrial Science) 소속. 2011년 4월 입학 예정입니다.
대학원 입학시험은 8월 30일에 필기시험, 9월 2일에 면접이 있었고, 결과는 정작 9월 13일 월요일에 이미 공학부 사무실 앞 게시판에 나붙었는데, 당시 2010 한여름 페스타 시즌4 기간으로 홋카이도를 싸돌아다니고 있었기에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즌4 완전히 마치고, 오늘 직접 가서 결과를 볼 생각이었는데..
15일 저녁, 미야기현 센다이의 토호쿠대학 연구실에 들렀을 때, 준교수님이
아오키 교수 : 旭君、合格おめでとう!
그에 얼빠진 대답,
유세현 : へ?何の合格ですか?
아오키 교수 : ............おいぉぃ;;;;;
월요일에 합격발표가 난 후, 공학부 사무실에서 ‘이번에 합격한 학생명단’이라고 연락이 갔나 봅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토호쿠 교수님한테 전화연락을 해서, 연구실 일원들이 먼저 알고 있었다는 얘기.
합격자에게 발송되는 공식서류도 이미 14일 저녁에 한국에 도착해서, 누님이 받아보시고 부모님께 알려 드렸다는군요. 결국 합격사실을 본인인 제가 가장 늦게 알게 되었다는 황당한(..) 뒷일은 그렇다 치고.
어제 16일자로 2010 한여름 페스타 시즌4와 더불어 JR패스 사용을 마치고,
오늘 아침에 대학에 가서 직접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수험번호 122211.
석사과정 합격자 명단에 확실히 있습니다.
...........
아 그런가.
나, 도쿄대생이 되었구나..
그렇습니다. 바로 그 동경대학입니다.
집안과 교회와 각계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빗발치고 있지만, 솔직히 무언가 멍~ 한 기분입니다. 진짜로 말로만 듣던 ‘동대생(東大生; とうだいせい)’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학부를 졸업했다는 실감조차 나지 않는데, 오히려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실감이 날 리도 없고.
.....
지난달 말, 수험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일본에 출국하기 직전, 서가에서 음반 하나를 소중히 꺼내서 품에 안았습니다. 그 음반을 이 자리에서 다시 펼쳐듭니다.
헤매면서, 걸려 넘어져가면서,
흙투성이의 가슴 속 고통, 울면서 떨쳐 버렸었지
입술을 꽉 깨물면서
현실은 무척이나 힘들고 쓰라리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뜨거운 꿈의 생명을,
끊어지게 하지 마
내일을 향한 시간에 지지 않도록
바람을 가르며 달려나가자, 더욱 더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는 매일을 보내면서
최선을 다하는 그대에게 줄게,
웃는 얼굴의 미래를...
몇 번이나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래도 작은 날개를 펼치면서 저 넓은 하늘을 향하는
그대를 좋아해!
- 호리에 유이「웃는 얼굴의 미래로」러브히나 -
사랑스러운 나의 천사, 호리에 유이님. 10년 전 「러브히나」를 보며 호리에 유이님을 격렬히 사모하게 된 것은, 지금 10년 후 진짜로 도쿄대생이 되고 나서 돌이켜 보니, 그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호리에 유이님께 홀딱 반해버린 그 날부터 제 운명은 결국 이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세워지고, 호리에 유이님을 격렬히 사모한 지 10년이 되는 올해...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는 제가 오다이바해상공원에서 일본 유학의 계시를 받은 지 5년이 되는 2010년에...
인생을 사지로 집어 던진 목숨을 건 한판 승부에서 마침내..... 마침내...........
이제 2006~2010년도에 이르는 5개년도 한여름 페스타 종료를 감사드리는 예배를 드리러 갑니다. 장소는 오다이바해상공원. 5년 전 초대 한여름 페스타였던 「참여름의 한페이지」에서 일본 유학의 계시를 받은 바로 그 신성한 장소. 통칭, 願いが叶う場所.
길이 남을 성공을 거둔, 2010 한여름 페스타「청춘18프로젝트-일본편」의 마무리 기도를....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이루어질 그 곳에서,
1년 전에 외친 그 말을 다시 상기하며..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 인생의 모든 것을 건 차기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제로에 가깝습니다. 가능성이 있어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없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상황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기적을 넘어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듯이, 쉽고 편하게 일본에서 대학원을 갈 수 있는 길을 차버리고 참혹한 고통과 시련으로 가득한 가시밭길을 선택한 저를, 하늘이 인도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칸나기 교환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2009.08.26.) -
- 2009 한여름 페스타「칸나기 SUMMER ALIVE」
칸나기 교환유학 종료 감사예배 (오다이바해상공원, 2009.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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